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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618화 (617/629)

618

<-- 문명 발전 -->

루나R을 벗고 흐려진 초점이 잡히며 현실로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 가상현실 게임을 몰입해서 했지만 특별히 감각이 어긋난다거나 게임과 현실이 혼동되거나 하진 않았다. 이미 안전 검사까지 다 마쳤기 때문에 몸에 문제될만한 위험은 없었다.

시황은 인터넷을 켜서 게임 사이트의 반응부터 살폈다. 진즉부터 만들어진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게임포럼 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가 거기서 정보를 얻거나 글을 쓰기도 했다.

게시판에 들어가자 클로즈베타를 잠시 플레이한 유저들의 평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워낙 관심을 받던 게임이다 보니 짧은 평부터 제법 긴 평가까지 1분마다 글이 몇 개씩이나 올라왔다.

당연하게도 호평이 아닌 글이 없었다. 제한적일 거라고 예상했던 플레이 방식 자유도가 넘치다 못해 현실처럼 모든 걸 행할 수 있었다. 움직이는 것부터가 현실과 다르지 않았고 길을 걷는 물리적 움직임, 냄새, 사소한 반응까지 도저히 게임이라고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명작 게임이라 불리는 것들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가 하늘과 땅과도 같았다.

모두가 그걸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중에서도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가 시사하는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고 침을 튀기며 감탄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현대 기술력으로 나올 수 없는 게임이 나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뇌파를 이용한 논문이 나왔을 때 먼 미래에 제대로 된 가상현실 게임이 나올지도 모를 거라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나올지는 전혀 몰랐어요. 전 못해도 몇 십 년은 지나야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도대체 케즈론은 어떤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걸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강시황 미래인 설이 맞는 걸까요? 미래인인지 역사에 남을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카필로니아를 하고 나니까 다른 게임은 전부 하찮아 보여서 하기가 꺼려지네요. 사실 이 글 쓰는 시간도 아까워서 전 이만 게임하러 가야겠습니다. 모두 즐겜하세요.]

이런 호평은 비단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루나R을 판매한 모든 나라에서 동시에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전 세계인이 동시에 같은 서버에서 플레이를 했다. 전 세계인이 플레이 하는 만큼 언어 문제가 존재했지만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는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해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언어 자체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뇌파를 인식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는 초월적 번역 기술이 탑재된 덕에 어느 나라 사람이든 문제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었다.

만족스러운 평가를 읽은 시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프린의 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프린도 의자에 앉아 루나R을 쓰고 있었다.

루나R을 쓰면 모니터는 자동으로 절전모드로 전환됐기 때문에 프린은 고글을 쓰고 의자에서 자는 듯한 모습으로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쳐다보던 시황은 프린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약간 움찔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가만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예 노골적으로 티를 걷어 올리고 브래지어도 차지 않은 가슴을 주물럭거리자 그제야 프린이 루나R을 벗었다.

“앗, 언제 오셨어요?”

“방금. 내가 오는 줄도 몰랐나봐?”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워낙 집중해서 잘 몰랐어요.”

“재밌어?”

“엄청 재밌어요. 저 벌써 기술 배워서 빨리 보여주고 싶어요. 몬스터도 엄청 쉽게 잡아요.”

“벌써? 빠르네. 역시 프린은 재능이 있다니까.”

“헤헤.”

시황의 칭찬에 프린은 기분이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어떤 캐릭터인지 한번 볼까?”

시황은 모니터를 켜고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루나R로 간단한 인증을 했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경우엔 마력 패턴과 뇌파를 통해 인증했기 때문에 해킹을 당할 염려자체가 없었다.

인증을 마치자 프린이 만든 캐릭터 모습과 정보가 나왔다. 그런데 의외로 찬미처럼 화려하면서도 지적인 모습을 한 미녀였다. 프린의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고 가슴도 제법 컸지만 지적인 인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예쁜 캐릭터네. 왜 이렇게 만든 거야?”

“그냥요. 예뻐 보여서 이렇게 만들었어요.”

“엄청 지적인 캐릭터네. 이런 모습이 부러웠던 거야?”

“아니요. 그냥 만들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아니라고는 하지만 프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민망해 하면서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그런데 지적인 모습의 캐릭터보단 아무리 봐도 프린이 훨씬 더 예뻤다. 웬만하면 캐릭터보다 더 예쁘기 어려울 텐데 프린이 워낙 예쁘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그런데 캐릭터보다 프린이 훨씬 더 예쁘네.”

“정말요?”

“정말이지. 나중에 이 게임으로 대회 같은 것도 할 건데 거기에 프린이 나가면 엄청 인기 많을 것 같아.”

“제가 그런데 나갈 수 있어요? 전 모르는 게 많은데...”

프린은 어쩐지 자신 없는 얼굴을 했다.

“게임만 잘하면 되지. 그러니까 앞으로 다른 사람한테 지지 않도록 열심히 게임해. 알겠지?”

“네. 다른 건 몰라도 게임은 잘 할 수 있어요!”

게임만 하면 된다는 말에 프린의 얼굴에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만큼 프린이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어떤 게임이든 금방 순위권에 들 정도로 재능이 출중했다. 특히 동체시력과 민감한 반응성은 옆에서 보는 시황조차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게임을 잘한단 말이지? 그러면 다른 게임도 잘 하나 볼까?”

“어떤 게임이요?”

시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프린을 안아들고 침대에 눕혔다. 그러자 뭘 말하는지 단번에 눈치 챈 프린이 활짝 웃으며 시황을 끌어안았다. 프린또한 이 게임을 상당히 좋아했던 것이다.

프린과 시황은 서로의 몸을 탐닉했고 이내 즐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프린의 얼굴엔 사랑 받는 여자의 아름다움이 한껏 어려 있었다.

**

충격!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감상은 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의 등장에 수많은 게이머들이 놀란 건 물론이고, 전 세계에 존재하는 학자들 또한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랐다.

워프가 가능하다는 논문이 나오자마자 몇 년 되지 않아 다른 행성을 손쉽게 넘나드는 관광용 비행선이 나온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다. 기술이라는 건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갓 태어난 애가 단번에 성인이 된 것처럼 시황에 의해 기술이 단번에 성숙해져버렸다.

어느새 전 세계 학자들에게 유명해질 정도로 권위 있는 뇌공학자가 된 임영선은 그런 논란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구현했는지에 대한 논문을 또다시 발표했다.

뇌파와 전기적 신호를 완벽하게 제어해서 게임과 동기화를 시키는 방법을 설명하자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자들은 큰 영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임영선의 미모가 또다시 큰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어찌됐든 현실에서 불가능한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이 출시되고,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은 다른 게임은 하지 못하는 몸이 될 정도로 빠져들었다. 마치 현실에서 기적을 행하는 것처럼 마법과 능력을 발현하니 그 몰입감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식음을 전폐하다 시피 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나왔고 케즈론에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경고 문구를 넣는 패치를 하기도 했다.

걸어서 얼마나 걸릴지 상상도 가지 않을 만큼 거대한 스케일의 행성, 깊이 있는 세계관, 마치 실존하는 듯한 매끄러운 마법 구현과 능력 발현은 사람들이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 더욱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거기다 처음엔 다들 같은 나라 사람과 플레이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같이 플레이하던 유저가 다른 나라 사람이었고 언어의 의미 또한 당연하다는 듯 통하자 또다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그야 말로 충격의 게임이었다.

어느새 예정된 클로즈베타 기간이 끝나고, 일주일 뒤로 공식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기로 발표되었다. 클로즈베타를 진행하며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호평을 넘어 전 세계 게임유저로부터 극찬, 그 이상의 칭찬을 받았던지라 플레이를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미리 루나R을 구입해서 정식 발매를 애타게 기다렸다.

물론 플레이를 해보지 못한 유저들만 애타게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클로즈베타를 플레이했던 유저들은 엄청난 중독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하루라도 빨리 게임이 출시되길 애타게 기다렸다. 얼마나 안달이 났는지 케즈론 공식 홈페이지에 와서 댓글을 쓰기도 했다.

[제발 시간이 빨리 지나가게 해주세요 ㅠㅠ 카필로니아 하고 싶어요.]

[일주일 기다리기 너무 힘듬 아 ㅠㅠㅠ 진짜 살면서 이렇게 재밌는 겜은 첨이에요]

[정식 발매되면 전부 초기화 되는 건가요?]

-〉[네. 사전에 익힌 건 다 초기화되고 캐릭터만 남는다고 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린지 일주일이 지나고 공식적으로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가 정식 발매했다.

정식 발매된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루나R만 있다면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했고 심지어 케즈론 제로와 케즈론Z만 있다면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케즈론 공식 홈페이지와 게임 클라이언트에는 정식 발매가 되며 새롭게 추가된 기능과 과금 정책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기쁘게도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가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식 버전은 클로즈베타와 무엇이 다른지 자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이번 정식 버전은 클로즈베타 때는 잠겨있던 맵이 전부 개방됩니다. 펠론트를 떠나 무궁무진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보세요.

2. 잠겨있던 기술들이 전부 개방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을 익히고, 얼마 후 다가올 대회를 준비해보세요.

3. 과금을 통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집니다. 과금을 통해 매우 특별한 캐릭터 스타일과 옷을 일정확률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의 밸런스를 망치는 과금 요소는 없을 예정입니다.

4. 결혼이 가능해집니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서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아 결혼을 하게 되면 약간의 스킨십이 허용됩니다. 다만, 결혼을 위해선 과금을 통해 루나모스의 축복과 결혼인증서를 받아야 합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현실 시간으로 한 달간은 이혼이 불가능하니 신중하게 결정해주세요.

5. 아이템의 현금 거래는 게임 내 존재하는 케즈론 화폐 경매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거래 금액의 30%는 케즈론의 수수료로 지불됩니다.]

몇 가지 과금 정책이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합리적이고 게임의 밸런스를 망치는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크게 만족했다. 심지어 게임 내에 현금 거래를 할 수 있는 화폐 경매장이 존재했기 때문에 흡족해 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게임이 정식 발매 되자마자 미리 기다렸던 전 세계 유저들이 단번에 접속을 했다. 전 세계 동시 오픈인 만큼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시황이 가져온 고위 문명의 서버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백만 명에 가까운 인원을 수용했다.

정식 발매된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루나R을 반드시 필요로 했기 때문에 59만 원이나 하는 장치를 사야했지만,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59만 원이라는 돈을 지불했다.

59만 원이라는 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전세계의 게임 유저들을 쓸어가다시피 했다. 한 번이라도 이 가상현실 게임을 맛보면 아무리 명작 게임이라도 감흥 없고 시시해져 버려서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를 할 수밖에 없는 몸이 되고 마는 것이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출시에 수많은 게임 사이트에서 점수를 매기고 평가를 했다.

[역사를 바꿀 위대한 게임의 출현. 10/10. 더 이상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게 아쉬운 혁명적인 게임이다.]

[우리는 수백 년 뒤의 미래를 마주했다. 10/10]

[잠깐, 카필로니아 한다고 리뷰 작성할 시간 따위는 없다고.]

모든 게임 사이트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었다. 이런 점수를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에서 유일하게 10점을 받은 게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단순 10점이 아니라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해 아쉬워할 정도로 다른 게임과 격을 달리했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유저수가 증가했다. 몇 달도 되지 않아 루나R의 판매대수는 수천만 개에 달했고 동시접속 유저수도 수백만 명에 달했다.

남자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끓어오르는 게임인데다 여자들 또한 좋아할 요소가 넘쳐흘렀기 때문에 플레이어 수가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과금 요소도 특별하게 많진 않았지만 플레이어가 느는 만큼 결제를 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특별한 머리 스타일이나 얼굴 형태, 또는 아름다운 치장용 옷을 뽑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사람이 존재했다.

극히, 아주 드물게 나오는 옷을 입은 사람이 대도시에 나타나면 주변에서 예쁘다며 웅성거릴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이성 친구가 없거나 외모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또 다른 현실이나 진배없는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선 누구나 아름답게 외모를 꾸미고 마음이 맞는 상대와 연애하고 결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실보다 게임을 더 신경 쓰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기도 했다.

어느새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단순 게임이 아닌 현실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 취급을 받으며 사람들의 삶속에 점점 파고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쉬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써야 하는데 하루씩 빼먹어서 죄송합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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