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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615화 (61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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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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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즈론이 출시한 저가형 스마트폰 케즈론Z는 엄청난 기세로 팔려나갔다. 이미 기존에 케즈론 제로가 초고가명품 스마트폰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보니 남녀할 것 없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꿈의 제품이었기 가능한 일이었다.

저가형이라 하더라도 케즈론Z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을 아득히 뛰어넘는 카메라 화질과 배터리, 내구성 등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미스릴로 만들어진데다 마력 변환기로 덧칠해진 신비로운 빛깔은 지나칠 정도로 매혹적이라 보는 사람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구입하였다.

한국에서 먼저 예약판매를 진행했지만 수요를 도무지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가격 자체는 평범한 스마트폰보다 비싸지만 한 번 사면 몇 년은 우습게 쓴다고 소문난 데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할 수 있다 보니 트랜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너도나도 구입한 거였다.

심지어 각 통신사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판매의 경우엔 사람들이 먼저 구입을 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싼 가격이 아니지만 그것도 못 사서 안달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루나R도 다른 가상현실 장치에 비해 대단히 뛰어난 판매량을 자랑했다. 사실 케즈론에서 파는 가상현실 장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몇 백 년은 앞서 있어서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러한 정보를 잘 몰랐기에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루나R을 사면 차후 발매되는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의 베타 테스트 신청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걸 노리고 구매하는 사람이 상당했다.

인터넷 방송이 주업인 31세의 김성중, 닉네임 블루울프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가상현실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루나R을 구입했다. 방송을 켜게 되면 평균 1만 명이상 시청할 정도로 인기 방송인이기에 루나R을 구입할거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기도 했었다.

인터넷으로 예약구매를 하고 택배를 수령한 김성중은 미리 써보기 전에 방송을 켰다. 순식간에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접속해서 인사를 건넸다.

[블울 님 안녕하세요]

[블울 하이. 오늘 무슨 게임 해요?]

방송에 들어온 사람들은 김성중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오늘은 어떤 게임을 할지 물어봤다.

사람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않던 김성중은 짙은 미소를 띠며 오늘 배송 받은 루나R을 꺼냈다.

[오! 루나R이다!]

[와, 대박. 그거 어떻게 사셨어요? 예약 밀려서 주문해도 못 받는다던데]

[부럽다 ㅠㅠ 나도 주문했는데 언제 오지.]

루나R이라고 적힌 고급스러운 상자를 본 사람들이 엄청난 기세로 채팅을 쳤다. 제대로 읽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게 글이 올라갔다.

“오늘은 루나R 체험 한 번 해볼게요. 다들 루나R 명성 아시죠? 이게 평범한 가상현실 기기들하고 다르게 뇌파를 인식하고 전기적 신호를 보낸다네요. 무슨 말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인지 한 번 리뷰해볼게요.”

김성중은 박스를 뜯었다. 케즈론답게 박스부터가 고급스러움이 흘러넘치자 채팅창에 감탄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상자를 다 뜯자 고글처럼 생긴 루나R이 나타났다. 의외로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운 모습에 김성중은 연신 감탄을 했다.

“루나R 전용 프로그램과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 데모 버전은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세팅 좀 할게요.”

김성중은 루나R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홈페이지에서 루나R용 프로그램들을 다운 받았다. 전부 설치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체험에 들어갔다.

“미리 체험해본 사람들 말로는 진짜 현실에 있는 것 같다네요. 도대체 얼마나 좋은지 제가 직접 느껴보겠습니다.”

김성중은 다운받은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를 실행시켰다. 그러자 시커멓게 물든 화면으로 루나R을 착용해 달라는 글이 떠올랐다.

화면에 나오는 대로 고글처럼 생긴 루나R을 착용했다. 무슨 재질인지 모르겠지만 썼는지 안 썼는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느낌이라 불편함은 없었다.

빛이 완벽하게 차단되고 시야가 검게 변했다. 살펴볼 때는 스크린도 없던데 어떤 식으로 화면이 뜰까 궁금해 하는 순간, 검은 시야에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데모)라고 적힌 글이 새겨졌다.

“오! 엄청난데요? 분명히 스크린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글자가 떴어요.”

김성중은 정말 감탄했다. 겨우 글만 떴을 뿐인데도 기존의 가상현실 장치와는 전혀 다른 현실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글이 사라지고 해라도 뜬 듯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듯 정체모를 숲이 서서히 펼쳐졌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김성중은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바라봤다. 사람들이 현실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만큼 리얼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래픽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여러분 보이시나요? 진짜 너무 대단해서 말이 안 나와요.”

김성중은 빠르게 루나R을 벗고 주변을 두리번 거린 다음에 채팅창을 확인했다.

[그래픽 장난 아니네요.]

[영상으로 봤지만 직접 보니까 실사 같네요.]

[이걸로 총 쏘는 겜 하면 현실감 엄청 나겠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모니터로 보다 보니까 그래픽이 좋다는 것만 눈에 들어오는 듯 했다. 하지만 루나R은 그런 가벼운 의미가 아니라는 걸 김성중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조금 더 체험해보기 위해 다시 루나R을 썼다. 흐리던 시야가 선명하게 들어오자 저 앞에 사람처럼 보이는 뭔가가 있었다.

김성중은 떠오르는 도움말들을 봐가며 그 사람에게 점점 다가갔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구분도 안 되던 그 사람은 다가갈수록 구체화되었다.

아름다운 미녀였다. 화려한 날개가 달린 그녀는 제대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엄청난 미녀였다. 지독한 현실감 속에 이런 미녀를 만나게 되자 김성중은 살짝 당황해 하면서도 방송인 특유의 유머러스한 장난을 쳤다.

“저기요. 여기 위험한데 혼자 있으면 안 되거든요? 제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저만 따라오세요.”

[ㅋㅋ 엔피시한테 작업거네]

[블울 속셈 다 보임 ㅋㅋㅋㅋㅋ]

채팅창은 김성중의 행동에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김성중은 실제 사람 같은 모습에 끝없이 놀라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로실린.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 처음 접속하시는 분들을 위한 도우미입니다.”

“네? 아, 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하자 김성중은 당황해하며 수줍게 대답했다.

[ㅋㅋ 엔피시한테 공손한 거 봐]

[ㅋㅋㅋ 엔피시한테 부끄러워하네]

당황스러움에 살짝 루나R을 내려서 채팅창을 확인한 김성중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님들, 직접 안해봐서 그러지 해보시면 저랑 똑같이 반응 하실 거예요. 와 진짜 말도 안 되게 현실 같아요. 아니, 그냥 또다른 현실이에요. 가상현실이라는데 구분이 안 갈 정도에요. 게임하면 보통 게임 같잖아요? 이건 아니에요. 방금 본 엔피시도 진짜 사람 같아요. 와, 이게 말이 되나?”

한참 떠들고 나서 김성중은 다시 루나R을 썼다. 그리고 로실린이라고 소개한 도우미를 쳐다봤다. 현실에 있었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는 남자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였다. 안 그러려고 해도 현실적인 그 아름다움에 계속해서 눈이 갔다.

김성중은 간단한 조작을 익히고 학습 완료 버튼을 눌렀고 곧바로 시야가 점멸하며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그건 이전 E4에서 공개됐던 도시의 시장 모습이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상인들의 소리, 식욕이 당기는 요리 냄새 등 마치 실제 중세 시대에 있는 시장에 온 듯한 착각이 일어 날 정도였다.

평소 말 많기로 소문난 김성중은 말조차 잃을 정도로 몰입해서 데모를 플레이 했다. 마지막에 키실리프의 브레스가 닥쳐오자 당황한 김성중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닿으면 실제로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매서운 불길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전신을 휘감았다.

“으아악!”

실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뜨거운 불길에 몸이 닿자 깜짝 놀란 김성중은 쓰고 있던 루나R을 내팽개치듯 벗어내고 뒤로 물러나다가 의자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무서웠나봨ㅋㅋㅋㅋㅋ]

[앜ㅋㅋㅋ 귀여웤ㅋㅋㅋㅋ]

“허억, 허억...”

김성중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키실리프가 등장할 때 가슴까지 울리던 그 웅장함과 브레스를 뿜을 때 느껴지던 그 공포감은 가상현실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붉고 붉은 화염이 전신을 감쌀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까지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두근두근했다.

“여, 여러분 이건 진짜에요. 가상현실이 아니라 진짜에요. 나중에 어떤 식으로 출시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엄청난 갓겜이 될 겁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경험이었다. 데모에선 걸을 때 주변을 둘러보는 수준으로밖에 플레이를 할 수 없었지만 영화처럼 그 광경을 직접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게임이 될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게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강시황 대표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천재라는 거죠. 제가 보기엔 역사서에 나오는 위인 급 천재에요. 진짜.”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래픽은 좋아보여도 게임성 자체는 별거 없는 거 같던데.]

[솔직히 보는 재미는 좀 떨어지긴 했음 ㅋㅋ 로실린 때문에 눈호강이 되긴 했지만.]

[좋긴 한데 참신함은 없더라구요.]

[전 왠지 망할 것 같음 ㅋㅋ]

김성중의 과도한 칭찬에 청개구리같은 채팅창은 별로라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직접 체험을 해본 게 아니라 모니터로 보다 보니 어떤 느낌인지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었다.

“다들 안 해봐서 몰라요. 제가 장담합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게임이 될 거예요. 만약 인기 없으면 벌칙으로 24시간 방송할게요.”

[말 지키셔야 돼요 ㅋㅋㅋ]

[24시간 확정이네 ㅋㅋㅋㅋ]

[요즘 MMORPG 온라인 겜 별로 인기도 없는데 ㅋㅋ]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김성중은 이 게임이 발매되면 큰 파란을 일으키라는 걸 확신했다.

벌써부터 발매후의 광경이 눈에 그려졌다. 아마도 루나R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될 거였다.

아니, 어쩌면 게임을 떠나서 세계의 흐름 자체를 바꿀지도 몰랐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넘어서서 가상현실이 주가 되는 세상이 다가올 거라는 걸 느꼈다.

그렇게 되면 케즈론이 독점한 가상현실 세계는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될 게 분명했다. 다른 기업들이 얼마나 따라서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 년 같은 케즈론이 독점할테고 그 사이에 버는 돈만해도 천문학적일 것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미리 다 하고 있었겠지? 김성중은 시황의 엄청난 천재성에 전율하고 말았다.

어쩌면 강시황은 역사에 영원토록 남을 존재가 될지도 몰랐다.

어쩐지 그렇게 느껴졌다.

*

게임 개발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이제 한정된 사람을 뽑아서 테스트하는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루나모스가 만든 게임인 만큼 버그라고 할 만한 건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미리 몇몇 사람들만 플레이하게 만들고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에 가까웠다.

벌써 게임 제작을 시작한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길다면 긴 시간인지라 시황의 주변도 소소한 변화가 있었다.

아루는 여전히 소소한 유튜브 영상을 찍어서 올렸고, 그때마다 전 세계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귀여운 여자를 좋아하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렇다고 TV에 출연하고나 잡지에 나서진 않았다.

수란과 현주의 귀공자 길들이기 또한 단행본이 없어서 못 팔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귀공자 길들이기가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고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작품이 나오도록 케즈론 측에서 전부 투자하기로 했다. 여자 주인공은 이전 시황이 드레스를 협찬했던 주세미가 맡기로 했다.

유미와 효정은 케즈론 모델로 TV와 잡지에 꾸준하게 출연하며 케즈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패션쇼 런웨이를 장식했다. 한국에서 모델이라고 하면 유미와 효정이 제일 먼저 언급될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를 차지했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할 정도로 모델계에서 알아주는 미녀로 칭송받고 있었다.

불과 3년이라는 시간동안 케즈론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1년 전에 발매한 케즈론Z가 말도 안 되는 성과를 거두면서 케즈론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으로 만들었다. 가격은 다른 스마트폰보다 10배 가까이 더 비싸면서도 판매량은 수억대에 이를 정도이니 돈을 퍼 담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쓸어 모았다.

이런 막대한 자본으로 시황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거대한 부지의 땅을 샀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서였다.

이미 케즈론이라는 이름은 전 세계인 중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여자들은 꿈에서라도 케즈론 제품을 갖길 선망할 정도였다.

이런 기업을 일구어내어 한국에서 낳은 세계적인 천재라고 불리는 존재인 시황은 집에 있는 정원에 앉아서 직접 만든 커피를 마셨다.

멍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시황의 눈은 깊게 잠겨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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