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614화 (613/629)

614

<-- 문명 발전 -->

[믿을 수 없게도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는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을 목표로 개발을 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아는 VR기기를 사용하는 게 아닌, 뇌파를 이용한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게 케즈론 측의 설명이다. 시각이 아니라 뇌파를 이용한 이 게임은 우리가 지켜봤던 현실 같은 그래픽 속의 세상에 빠져들어 유기적이고 완벽한 물리엔진으로 또 하나의 현실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믿어지는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한 나조차도 믿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케즈론 측은 몇 년 전에 발표된 뇌파를 이용한 정보의 이해와 전기적 신호 논문을 토대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믿을 수 없는 사실은 E4에서 잠시나마 직접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상을 보고 기대감을 가졌던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말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뇌파를 이용한 게임이라니? 미래를 기반으로 한 소설에나 나올법한 얘기였다.

현실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그래픽과 완벽한 물리엔진을 갖춘 것만으로도 현시대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건데 심지어 뇌파를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이란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 대한 정보를 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전부 지나친 과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정말 케즈론에서 뇌파를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중인 걸까요? 전 직접 영상을 보고도 안 믿기네요. 너무 뜬금없지 않아요?]

[관련 논문이 나온지라 아예 터무니없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난해한 논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상용화할 정도의 제품을 만든다는 건 저도 좀 의심이 갑니다. 제 추측이긴 하지만 뇌파를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이라 해도 실제로 조작하는 건 패드 등 입력 장치일 테고 뇌파를 인식한다는 건 아주 단순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이것도 대단한 거죠. 세계 최초로 뇌파를 인식한 게임을 만든 건데요. 다만 너무 큰 기대를 가지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 유의하시길...]

[여기 케즈론 알지도 못하고 입 터는 사람들 많네요. 케즈론은 제품 하나 만들면 사람들의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걸 만들어요. 전에도 이런 식으로 싸우더니 오늘도 똑같네요 ㅡㅡ; 볼때마다 지적하기도 귀찮네요.]

한국에선 새벽부터 케즈론이 제대로 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 거라는 측과 기술상 어려움이 많다는 측이 치열하게 다투었다. 이 논란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케즈론이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외국의 유명 커뮤니티에선 댓글 천 개가 넘어갈 정도로 논란이 엄청났다.

E4에는 수많은 기대작품들이 있었지만 케즈론이 발표한 가상현실 게임이 워낙 충격적이었던지라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었다. 벌써부터 케즈론 부스 앞에는 사람들이 엄청난 줄을 지어서 서있었다.

가장 먼저 줄을 서 있던 20대 중반의 서양인은 두근거리는 얼굴로 구석진 곳에 위치한 체험실로 들어갔다.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했지만 생각 외로 별 건 없었다. VR기기와 비슷하게 생긴 고글 형태의 기계가 놓여있을 뿐, 평범한 컴퓨터가 존재했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의자에 앉고 가상현실 게임을 연결해주는 장치를 썼다. 눈앞이 새까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 것도 잠시, 갑자기 시야 전체가 밝아지며 또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아까 영상으로 봤던 중세 시대와 비슷한 문명을 갖춘 도시의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에 뜨는 간단한 안내문에 따라 고개를 돌리자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듯 시야가 부드럽게 이동했다. 그리고 동시에 옆 가판대에 펼쳐진 고소한 풍미의 음식 향기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안 돼!”

그는 경악했다. 이 모든 게 게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현실감이 느껴졌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머리까지 부드럽게 흔들리자 그는 참지 못하고 가상현실 장치를 벗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북적이는 게임쇼 현장으로 돌아왔다.

멍한 표정을 짓던 그는 다시금 가상현실 장치를 썼다. 잠깐 어둡게 가라앉아 있던 시야가 다시금 믿을 수 없는 세계로 변화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세계에 온 듯 완벽한 현실감을 가져다주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가상현실을 체험한 그는 넋이 나간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나 가상현실 장치를 살펴봤다. 지금 보이는 광경이 현실인지 방금 경험한 세계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비단 이런 현상은 그에게만 일어난 건 아니었다. 기대감을 가지고 자리에 앉은 게임 매니아들은 너나할 것 없이 거친 욕설이나 감탄성을 내뱉으며 장치를 벗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유명 게임 기자들 또한 가상현실 게임을 체험해보고 겪은 그 놀라움을 길고 긴 글로써 표현하였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라는 표현을 하며 엄청난 찬사를 늘여 놨다.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보던 사람들도 이런 찬사들을 보며 도대체 어떤 느낌이기에 이정도로 사람들이 칭찬을 하나 싶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게임 매니아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관련 사이트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게임을 출시를 하려면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더 남았지만 시황은 사람들에게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를 인식시켰다는 사실 자체에 크게 만족했다.

**

E4가 끝이 나고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 차근차근 준비되는 동안, 시황은 저가형 케즈론 제로와 가상현실 장치를 출시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케즈론 제로가 출시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꾸준한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초고가 명품폰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긴 했지만 가격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여전히 극소수의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1억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1명이 사는 것보다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1000명이 사는 게 이득이었다. 가격이 낮아질수록 구매층은 기하급수로 증가했기 때문에 가격대가 낮은 스마트폰을 발매해서 시장을 잠식하는 것 또한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케즈론 제로를 발매할 때 같이 저가형도 발매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시황은 케즈론 제로를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고가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일부러 같이 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황이 원하는 대로 현재 케즈론 제로는 꼭 가지고 싶지만 비싸서 못사는 초고가 명품 이미지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상태였다.

저가형 케즈론 제로와 가상현실 장치의 출시 준비를 마친 시황은 이전처럼 케즈론 1층 홀에서 새로운 제품을 발표한다고 공식적인 홍보를 했다.

혹시 이전 E4에 발표했던 가상현실 게임을 공식 출시라도 하는 건가 싶어 엄청난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발표회 당일, 케즈론 빌딩 1층 케즈론 홀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관련인들이 모여 관객석에서 두근거리는 얼굴로 무대를 응시했다. 뭘 발표할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던지라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각종 추측을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발표 시간이 되었다. 이번 발표회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기 때문에 벌써 5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같이 발표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발표회장이 어두워지며 웅장한 노래 소리와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천재 시황이 천천히 걸어왔다.

2년이나 지났음에도 시황의 외모는 여전했다. 아니, 이전보다 더욱 품격이 느껴지는 듯 했다. 고귀하다고까지 표현할만한 분위기가 전신에서 은근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케즈론 대표 강시황입니다. 오늘 저희는 다시금 세계를 변화시킬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뭔지 궁금하신가요? 자, 그러면 보시죠!”

시황이 거대한 스크린을 가리키자 신나는 비트를 가진 음악과 함께 케즈론 제로처럼 생긴 스마트폰 하나가 빙글빙글 돌면서 튀어나왔다. 화려한 색채가 스마트폰 위에 덧입혀 지더니 거대한 스크린에 스마트폰의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케즈론Z]라는 이름 적혀 나갔다.

설마 또 다른 스마트폰 발표를 할지는 몰랐던 지라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박수를 쳤다.

“저희는 2년 전, 성공적으로 케즈론 제로를 출시하였습니다. 제품은 순조롭게 팔리며 케즈론을 세계 최대의 기업 중 하나로 만들어 주었죠. 하지만 케즈론 제로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케즈론 제로를 사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저가형 스마트폰 케즈론Z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컬러를 가진 케즈론Z는 799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될 것입니다.”

“우와아아!”

시황이 가격을 말함과 동시에 관객석에서 엄청난 박수소리가 나왔다. 설마 케즈론에서 799만 원이라는 가격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100만 원 정도 하는 고가형 스마트폰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앞에 케즈론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면 799만 원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금 인터넷으로 시청하고 있는 50만, 아니 계속된 시청자 수 증가로 현재 8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 또한 가격을 듣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1억 4천만 원이라는 가격의 스마트폰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가지기 힘들었다면 799만 원은 어떻게 구입이 가능한 가격이기는 했다. 3년 할부로 산다면 20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인지라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가격대였다.

이어서 케즈론Z에 대한 설명이 스크린으로 흘러나왔다. 당연하게도 케즈론 제로에 비해서 여러모로 부족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비싼 타사 스마트폰과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우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대했던 신제품 발표는 아니었지만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시청자나 벌써부터 케즈론Z를 구입하려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인터넷에서도 나오면 바로 구입을 한다는 들뜬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모두 이걸로 발표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어져 있을 때, 갑자기 산뜻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대에 있던 시황은 관객석을 훑어보고는 다시금 나직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케즈론에서 비밀스럽게 진행했던 게임을 E4에서 발표했습니다.”

드디어 세상에 가상현실 장치를 내보인다고 생각하자 시황의 내부에서 마나가 조금씩 들끓으며 용신에서 짙은 존재감을 풍겨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고한 황제와도 같은 위압감 어린 기백이었다. 그 강렬한 존재감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온 정신을 집중해서 시황을 응시했다.

“저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은 그러한 고민과 노력 끝에 나온 혁신적인 서비스입니다. 현실에 힘들고 지쳐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가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돈과 시간 때문에 배우지 못한 것들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그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드릴 가상현실 장치를 준비했습니다. 보시죠!”

이번에도 거대한 스크린에서 케즈론에서 개발한 가상현실 장치의 모습이 화려한 효과와 함께 드러났다. 이전 E4에서 시연했던 바로 그 고글처럼 생긴 장치였다.

스크린 가득 가상현실 장치의 모습이 드러나며 그 옆에 [루나R]이라는 이름이 나타났다. 전적으로 루나모스가 거의 다 개발했던지라 루나모스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루나R은 여러분들을 이제껏 느끼지 못한 가상현실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아직 상상이 잘 안 되시나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루나R을 써보신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바로 느끼실 테니까요. 루나R은 또 한 번 세상을 도약시킬 혁신적인 제품이 될 것입니다!”

“...와아!”

시황의 위엄 넘치는 말에 침을 꿀꺽 삼킨 사람들은 주춤주춤하다가 서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순식간에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크게 박수를 쳤다.

잠시 그 박수를 음미한 시황은 장내를 안정시키고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루나R은 컴퓨터는 물론이고 케즈론 제로와 Z로 손쉽게 사용하실 수 있으며 59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아, 참고로 루나R을 사용하시면 다양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케즈론 홈페이지에서 받으실 수 있으며 저희가 개발 중인 게임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를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케즈론Z와 루나R은 바로 내일 예약 판매를 할 예정입니다.”

“와아아!”

다시금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안 그래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그렇게나 극찬을 받았던 가상현실 게임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를 발표하거나 혹시 체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에 루나R을 구입한다면 E4에서만 체험할 수 있었던 가상현실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니 박수가 안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걸로 발표는 마무리 되었다. 시황이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자 사람들의 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한참 동안이나 박수를 친 뒤에 사람들은 발표장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가서 케즈론Z와 루나R을 살피며 리뷰를 영상을 촬영했다.

발표는 끝났지만 발표회장엔 그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심지어 루나R을 발표했을 때는 유튜브 시청자가 순간적으로 1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었다. 그만큼 흥분되는 발표였던 것이다.

제품 발표가 끝이 나고 다음날 오전 9시부터 케즈론Z와 루나R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 발표와 수많은 뉴스를 통해 사람들이 그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들어 케즈론Z와 루나R을 예약 구매했다.

바야흐로 지구도 가상현실을 사용하는 첨단 문명에 접어들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