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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613화 (6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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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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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온 사진들을 홍명민에게 전부 건네주고 어떤 방향으로 작업해야 할지도 말해주었다. 시황이 원하는 형태로 가상현실 게임의 틀을 잡아주면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세부적으로 갈고닦는 작업은 홍명민이 알아서 처리할 거였다.

이미 몇 번 회의를 통해 루나모스가 시황이 원하는 대로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이제까지 존재치 않던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만큼 참여한 개발자들의 열의 또한 대단히 높았다.

시황이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현실감 넘치는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기존에 수많은 MMORPG가 존재했지만 그것들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현실감에 충실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서 마법을 쓸 때, 기존의 MMORPG는 키보드나 마우스 버튼을 한 번 딸깍 누르는 게 끝이지만 시황이 만드는 게임은 머릿속에서 마법을 직접 인지하고 그것을 문장이나 마법진 등의 형태로 발현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게임 상이지만 스스로 마력을 인지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현실적인 요소에 충실할 예정이었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건 뇌파를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이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뇌파를 이용하는 장치를 만들고 그것을 게임과 접목시켜 아무런 문제없이 인식하고 작동이 가능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했지만 이건 루나모스가 전적으로 알아서 담당할 예정이었다. 사실 루나모스가 없었다면 차근차근 발전을 이루어 나가야 했기 때문에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게임을 제작하기 전에 보통 여러 가지 이유로 프로토타입 형태를 만들지만 가상현실 게임의 특성을 포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란 어려웠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략하고 제작하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기획을 통해 전체적인 틀만 잡아놓은 상태라 추가적으로 더욱 깊이 있는 세계관과 치밀한 게임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다. 이 작업은 시황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시황이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시황은 다른 행성의 역사서를 보며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립해나가며 더욱 현실적인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 게임 엔진 또한 찾았다.

거듭 발전해온 현대의 게임 그래픽은 간혹 실제 사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래픽이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현실적인 그래픽을 표현하고자 해도 컴퓨터 사양과 기술력, 제작비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케즈론의 성으로 간 시황은 고위 문명의 특수 도구 중에서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는 엔진을 하나 선택했다. 이 엔진은 직관성과 편의성이 대단히 뛰어나며 현실과 똑같은 수준의 물리엔진과 환경, 빛 표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엔진을 통해 게임을 구축한다면 가상현실이지만 실제 현실과 크게 구분가지 않는 리얼리티한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현실처럼 눈이 부시게 떠오르는 태양, 바람이 불 때 이리저리 흔들리는 풀잎, 한올 한올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머리카락까지,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완벽한 현실을 구현 가능했다.

엔진의 기본 언어와 프로그래밍 언어가 당연하게도 지구에서 쓰는 것과 전혀 달랐지만 이걸 수정하는 것도 루나모스가 맡아서 처리해줄 거였다. 당연하게도 루나모스는 시황이 건네주는 이상의 일은 안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게임의 틀은 전부 시황이 만드는 거였다.

시황은 루나모스에게 게임 엔진을 맡기고 나서 각종 자료를 찾으며 거대하면서도 깊은 게임 세계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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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제작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황이 구축한 세계관은 다른 행성들이 수천 년간 쌓아올린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의 머리에서 절대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깊이가 있었다.

단순히 복잡하기만 한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세계관과 그에 어울리는 세세한 문화 양식, 역사가 스며든 듯한 살아 넘치는 문명은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더욱 진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줄 중요한 요소였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시황이 원하는 건 현실보다 더욱 현실성을 느낄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들에 흔히 있는 생산과 제작 등을 노가다라고 느끼지 않고 게임과 잘 융화되도록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따로 전투, 생산, 제작 탭으로 분류를 하는 게 아니라 거대한 가상현실의 세계 속에 빠져들어 현실처럼 자연스럽게 익혀나가도록 했다. 검을 쓰더라도 누구라도 마법이나 각종 생산, 제작 스킬 등을 얻을 수 있었고 노력 여하에 따라 검과 마법에 능통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가상현실이기는 해도 게임이었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는 레벨 시스템을 이용한 게임적 요소 또한 빼놓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가다라고 일컫는 지루한 사냥을 통한 성장 시스템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거대한 세계를 탐험해 나가며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고 명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 레벨을 올려야 강해지는 게 아니라 성장을 해서 강해지게 되면 그에 따라 레벨 수치가 오르는 방식을 아예 새롭게 만들었다.

이렇게 세밀하고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쓰며 게임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게임 개발도 중반을 넘어섰다. 아직 최소 1년은 더 개발해야 대중에 선보일 정도가 되겠지만 그 전에 시황은 몇 가지 선결과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케즈론에서 만드는 만큼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를 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고 짠하고 출시한다면 아무런 인지도도 없는 상태라 유저수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인지도를 올리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또 지금 시황이 만드는 가상현실 게임은 보통의 게임처럼 컴퓨터에 설치해서 모니터로 플레이 하는 게 아니었다. 게임을 컴퓨터에 설치를 하는 건 맞지만 뇌파를 인식하는 장치를 머리에 써야만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미리 사람들에게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있고 어떤 식으로 구현했으며 뇌파 인식 장치를 이용해 얼마나 대단한 경험이 가능한지 발표를 하는 게 중요했다.

이미 뇌파 인식 장치는 진작 만들어서 국가 기관에 의뢰해 안전성 검사까지 끝마친 상태였다. 게임만 완성된다면 언제든지 출시가 가능했다.

그리고 케즈론 제로만 있다면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하지 않고도 뇌파 인식 장치만 있으면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다. 이것 또한 같이 발표를 할 예정이었다.

시황은 세계 최대 게임 축제인 E4에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E4에서 발표할 홍보용 게임 영상 또한 착실하게 준비했다.

E4가 열리기 4개월 전, 공식 사이트에 참가 회사 목록이 떴다. 당연하게도 이 목록은 국내 게임 사이트에 곧바로 게재되었다.

별 생각 없이 참가 회사 목록을 보던 게임 매니아들 중간에 뜬금없이 케즈론이라고 영어로 써진 게 보이자 혹시 자기들이 아는 그 케즈론이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을 표했다.

[중간에 케즈론이 있네요? 혹시 우리나라 기업인 그 케즈론이 맞는 건가요? 아니면 비슷한 이름의 다른 기업인가요? 우리나라 케즈론은 화장품하고 명품 옷 파는 곳이잖아요? 스마트폰 만들긴 했어도 게임은 안 만들지 않나요?]

[우리나라 회사인 케즈론 맞네요. 기억하시는 분 있을지 모르겠지만 2년 전에 한창 케즈론에서 게임 개발자 뽑는다고 했었거든요. 그때 뭐 때문에 그런가 했더니 진짜 게임 개발 중이었나 봅니다. 가상현실 게임 만드니 어쩌니 하던데 무슨 게임 만들었을지 기대는 되네요.]

[솔직히 처음 겜 만드는 거라 크게 기대는 안 되지만 그대로 케즈론이니까 어떻게 만들었는지 흥미는 생기네요. 개인적으로 지나친 과금 요소만 안 넣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게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대작 게임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인기 끈 적이 없잖아요. 케즈론이니까 가능할 수도 있겠죠? 강시황 대표의 능력을 믿어봅니다. 응원합니다~]

사람들은 예전 케즈론에서 게임 개발자를 뽑을 때처럼 도대체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지 반신반의하면서도 케즈론이니까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긴 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감 속에 세계 최대의 게임쇼 E4가 개막했다.

뉴욕에서 열리는 E4는 시차 때문에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2시에 발표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도 중계가 됐기 때문에 세계 게임 매니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E4의 게임 발표를 지켜봤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발표가 시작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잠깐 이어진 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발표회 무대 앞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차례로 게임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게임쇼인 만큼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대작 게임들이 최첨단 그래픽과 게임성을 보여주며 공개되었고 관객석에선 엄청난 박수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어서 케즈론에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게임 영상이 공개되었다. 고위 문명에서 가져온 엔진을 이용해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과 물리엔진을 자랑하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도입부에선 현실의 로실린이 그대로 스크린 안에 들어간 듯, 우아하고 신성한 그녀가 허공을 날아다니며 찬란한 중세 문명을 지닌 도시 전경을 내려다봤다. 실제 카필로니아 제국을 옮겨 놓은 듯한 도시의 전경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빠르게 이동한 카메라는 도시의 안으로 들어갔다. 한낮의 눈부신 빛살 아래 시장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고 있었고, 그 옆으로 전사와 마법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허리춤에 기다란 검과 스태프를 차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들의 허리춤에 있는 검과 스태프는 현실처럼 거친 소리를 내며 더 없이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영상이지만 이 모든 게 실제 배우들을 데리고 촬영한 듯, 현실인지 게임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왜 게임도 CG도 아닌 영화를 보여주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얼굴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순간, 하늘에서 붉은 색의 악룡 키실리프가 나타났다. 도시를 잠식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드래곤은 입에서 브레스를 뿜어냈고 도시가 순식간에 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박진감 넘치는 영상이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도대체 뭔지? 라는 표정으로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급격히 전환되더니 방금 전 시장에서 걸어가던 마법사로 전환되었다. 간단한 게임 인터페이스가 마법사의 주변으로 불투명하게 떠올랐다.

하늘에선 로실린과 루펠린이 기사단을 이끌고 도시를 침략하는 악룡 키실리프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고 유저인 마법사는 허리춤에 있는 스태프를 뽑아들어 키실리프를 향해 마법을 발사했다. 스태프가 움직이며 마법진이 그려졌고 그 마법진에서 거대한 얼음 화살이 솟아나와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키실리프를 공격했다.

잠시간의 교전이 이루어지고 키실리프는 이전에 했던 것처럼 전투모드로 변형을 했다. 이번엔 전사 시점으로 변환되어 전투모드로 변한 키실리프와 검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와 그래픽 효과가 이어졌다. 분명 게임인데도 현실에서 싸우는 듯 완벽한 물리적 움직임을 자랑했다.

이쯤 되니 사람들은 게임인지 영화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간다는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화면상으로는 게임인 듯 화려한 능력들을 사용하며 전투를 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라 위화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결국 키실리프를 이겨내지 못한 전사와 마법사가 브레스에 삼켜졌다.

그리고 검은 화면에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 라는 게임의 제목이 선명하게 생겨났다.

영상은 끝이 났지만 사람들은 박수조차 치지 않고 아직까지 어리둥절해 했다. 설마 저게 게임이란 말인가? 라는 의문이 모두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발표 영상을 보던 사람들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저거 게임인가요? 영화에다가 인터페이스만 붙여 넣은 건 아니죠?]

[안 믿기지만 케즈론에서 그런 사기를 쳤을 것 같진 않은데요. 진짜 저렇게 게임 나오는 걸까요? 와, 그래픽 말도 안 되는 수준인데요 저건?]

[아직 모릅니다. 발표 때는 저렇게 그래픽 좋게 해놓고 나중에 성능 때문에 그래픽 낮추는 경우가 많아요. 저것도 그냥 보여주기 용이고 나중엔 같은 게임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픽 구려질지도 몰라요.]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면 엄청난 건데요? 전 아직도 안 믿겨요.]

[저대로 나오면 필구합니다. 저건 진짜 그래픽만으로도 게임계를 뒤흔들 작품이에요. 역시 케즈론입니다. 전 케즈론이 게임 만든다고 해서 이정도 퀄리티는 뽑아 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게임이라고 보기엔 그래픽이 너무 뛰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게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놔두고 단순히 그래픽이 좋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리얼 월드, 카필로니아에 대한 정보가 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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