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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이벤트 날이 되자 100명의 팬들이 케즈론 빌딩에 1층 홀에 모였다. 엄청난 돈을 쓴 듯 화려하기 그지없는 홀에는 기자들까지 와서 귀공자 길들이기 팬 이벤트 촬영을 하고 있었다.
마치 시상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둥그런 테이블이 홀을 채우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케즈론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와 음료가 준비되어 흔히 생각하는 그런 팬 이벤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참석한 팬들이 지나칠 정도로 호화로운 홀에 웅성거리면서 자리에 앉자 본격적으로 이벤트가 시작했다. 무대 벽면에 달린 거대한 스크린에는 수란과 현주의 웹툰 귀공자 길들이기의 남녀 주인공이 화사한 모습으로 팬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아루의 귀여운 음악과 함께 사회자가 이벤트 시작 멘트를 했고 이내 주인공인 수란과 현주를 소개했다.
“그러면 모시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세요.”
무대 옆에서 수란과 현주가 걸어 나오자 큰 박수소리와 동시에 감탄성이 울려 퍼졌다. 누가 의도한 게 아니라 수란과 현주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연적으로 터져 나온 감탄이었다.
당당한 얼굴로 나오는 수란과 수줍은 모습으로 나오는 현주의 모습은 꼭 연예인들이 연말 시상식에 나오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옷은 그보다 간소했지만 미모와 몸매는 오히려 연예인보다 더욱 뛰어나 눈이 호강하는 듯 했다.
여자들이 보는 웹툰이니 만큼 100명 전부 여자들인지라 수란과 현주의 미모에 크게 놀라며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도 수군수군 얘기를 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수란과 현주는 차례로 방문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기자들은 수란과 현주의 모습을 카메라로 계속해서 찍었다. 최근 인기든 논란이든 가장 핫한 만화가 귀공자 길들이기였는데 작가의 모습이 연예인보다 예쁘니 충분히 화제가 될 법했던 것이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귀공자 길들이기 관련 상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애초에 상품을 팔아 돈을 벌려는 이벤트가 아니라 팬들에게 감사하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관련 상품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팬들이 줄을 서서 수란과 현주에게 사인을 받으며 짧게나마 얘기를 나누었다. 여자들조차 반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에 팬들은 한없이 칭찬을 해주었다.
“언니 너무 예뻐요.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현주를 보고 예쁘다고 칭찬을 하자 현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에요...”
“꺅! 귀엽다.”
현주가 쑥스러워하자 오히려 고등학생 여자애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사인과 상품을 나눠주는 시간이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벤트 자체가 끝이 난 건 아니었다. 팬들이 자리에 앉자 갑자기 홀의 조명과 노래가 변했다. 그리고 얌전히 있던 사회자가 마이크를 붙잡았다.
“여러분! 지금 깜짝 놀랄 분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누군지 궁금하시죠? 지금 바로 모셔보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우렁찬 소리와 함게 무대 옆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도대체 누구길래 저렇게까지 말하나 싶어 여자들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본 순간, 커다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꺅! 강시황이다!”
“진짜 시황이야? 세상에 어떡해.”
무대에서 걸어 나온 사람은 강시황이었다. 훤칠한 키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인상은 여자들이 부담 없이 좋아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모습이었다. 몸 전신에서 기백이 넘치고 보자마자 빠져드는 듯한 강력한 아우라가 퍼져 나오자 여자들은 넋을 잃다시피 시황을 바라봤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시황이 간단한 인사부터 건넸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케즈론 대표 강시황이라고 합니다. 오늘 귀공자 길들이기 팬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바쁜 와중에 잠시 들리게 되었습니다. 저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작품이니 만큼 큰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
시황의 말에 사람들이 또다시 탄성을 냈다. 귀공자 길들이기가 대놓고 시황을 본 딴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큰 논란이 됐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예 대놓고 시황이 자신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는 걸 밝혔다.
“처음 저를 모티브로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감사한 마음에 수락을 하였습니다. 몇몇 분들께서 무단으로 저를 갖다 썼다고 오해하시는 듯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시황의 말에 테이블에 앉은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시황이 허락을 하고 그린 거니 문제될 게 전혀 없었다. 안 그래도 댓글을 볼 때마다 이 문제 때문에 항상 논란이 생겨서 피곤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되니 팬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오늘 오신 분들을 위해서 저희 케즈론에서 소정의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귀공자 길들이기를 열심히 읽어주신 팬들을 위한 퀴즈 대결에서 1등을 하신 분에겐 케즈론 프리미엄 가방을 2등을 하신 분에겐 케즈론 제로 스마트폰, 그리고 3등을 하신 분에겐 케즈론 화장품을 드리겠습니다.”
“꺄아악!”
어마어마한 상품에 팬들에게서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불러준 리스트의 상품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 써보기 불가능할 정도로 값비싼 것들이었다. 거기다 여자들이라면 특히나 더 좋아하는 상품들이다 보니 엄청난 반응들을 보여주었다.
귀공자 길들이기의 퀴즈 이벤트가 성황리에 시작했고 정말 열심히 본 사람이 아니라면 맞추기 어려운 문제들을 냈다. 그럼에도 대사를 하나하나 기억하는지 모든 문제를 맞힌 여대생이 1위를 했고 여고생과 20대 중반의 직장인이 2, 3등을 가져갔다. 그녀들은 시황이 상품을 전달해주자 감격스러워하며 크게 기뻐했다.
이벤트는 시황과 현주, 수란의 주위로 팬들이 서서 사진을 남기는 걸로 마무리 되었다.
이벤트가 마무리 된 그 날 밤, 퀴즈 이벤트 1위를 해서 가방을 받은 여대생이 감격에 차서 후기를 남겼다.
[오늘 귀공자 길들이기 팬 이벤트를 다녀왔어요. 케즈론 빌딩 홀에서 한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가니 생각 이상으로 아름답고 호화스러운 장소라 제가 꼭 연예인이 된 것 같았어요. 너무 아름다우신 작가님들의 사인을 받고 귀공자 길들이기 각종 굿즈를 무료로 받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이벤트 후반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어요. 강시황 대표님이 방문하셨지 뭐에요. 강시황 대표님은 이미 귀공자 길들이기가 자신을 모티브로 한 것을 알고 허락도 해주셨다고 했어요. 이제 이걸로 캐릭터 논란은 안 되겠죠? 사실 저의 최애캐가 귀공자였던지라 욕먹을 때마다 눈물이 났답니다... ㅠㅠ 어쨌든 마지막으로 퀴즈 이벤트를 했는데 제가 1위를 해서 케즈론 프리미엄 가방을 선물 받았어요. 너무 행복하고 꿈인 것 같아서 아직도 침대위에 모셔두고 만지지도 못하고 있지 뭐에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날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밑에는 이벤트장에서 찍은 사진들이에요.]
글 아래에 이벤트를 하며 찍은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그런데 제법 본격적으로 찍었는지 엄청난 화질의 사진들이 줄줄이 늘어있었다. 그 사진에는 작가인 현주와 수란은 물론이고 시황도 찍혀있었다. 그리고 상품으로 받은 케즈론 가방을 여러 각도로 찍어서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글이 올라오자 댓글의 반응이 대단했다. 다들 정말 부러워하면서 다음번에는 꼭 참석하겠다는 글들이 끝없이 올라왔다. 설마 팬 이벤트에서 저렇게나 엄청난 걸 상품으로 줄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벌써부터 언제 또 팬 이벤트를 하냐는 문의도 많았다. 후기를 올린 건 그저 참석자일 뿐인데 말이다.
어찌됐든 귀공자 길들이기 팬 이벤트는 이런 후기만이 아니라 여러 언론에서도 뉴스로 나왔다. 나름 큰 논란이 있었던지라 시황이 사전에 자신을 모티브로 캐릭터 만드는 걸 승낙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은 작가라기엔 그 미모가 연예인에 비견될만하자 시황의 연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시황의 캐릭터를 마음대로 쓸 정도의 사이인 것도 그 근거였지만 가장 큰 근거는 지나치게 아름답다는 거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 치고 시황의 연인이 아닌 여자가 없었으니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법 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걸로 귀공자 길들이기의 논란이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곧 이어서 남자들에게서 귀공자 길들이기의 작가의 미모에 관한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다. 도도하고 차가운 얼굴은 한 수란과 수줍어하고 쑥스러워하는 매력을 지닌 현주의 미모가 연예인을 뛰어넘다 보니 자연적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다.
벌써부터 각종 사이트에서 귀공자 길들이기의 작가라면서 수란과 현주의 사진이 끝없이 올라왔다. 특히나 수란과 현주의 대조적인 모습에 사람들이 큰 매력을 느끼고 각종 패러디를 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 덕에 귀공자 길들이기의 인기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웹툰이 뜨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없이 늘어났다. 연예인들도 귀공자 길들이기를 자주 본다고 인증을 할 만큼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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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편수가 올라가는 사이에 가상현실 게임 개발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능력 있는 개발자들을 뽑아서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진행했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루나모스가 게임 개발을 통솔했다.
기존의 평범한 게임이 아닌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지라 먼저 어떤 게임을 만들 건지 정하는 게 중요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가장 가상현실에 빠져들기 쉽고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만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역시나 중세를 배경으로 한 MMORPG였다.
아름다운 중세의 배경에 마법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고 현실감 넘치는 몬스터를 사냥한다면 그 어떤 장르의 게임보다 가상현실이라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MMORPG 장르가 쇠퇴한다고는 하나 실제 가상현실로 게임을 한다면 사람들이 다시금 큰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가상현실로 하기에 최적화된 장르였다.
장르를 정했다면 가상현실 게임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함께 살아 숨 쉰다고 느낄만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게 또 중요했다. 어설픈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이더라도 사람들은 쉽사리 게임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서 뛰어난 작가를 뽑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황에겐 그 누구보다 깊이 있고 생동감 넘치는 세계관을 만들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황은 케즈론의 성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도서관에 가서 다른 행성들의 역사서들을 훑었다. 먼저 중세와 비슷한 문명을 가진 세계를 찾았다. 의외로 꽤나 많은 행성들이 큰 발전 없이 중세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그 중에서 보다 깊이감 있는 세계를 고르기로 했다.
진중한 표정으로 여러 역사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다들 실제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이니 만큼 그 깊이감과 생동감은 평범한 판타지 소설과 달랐다. 그래도 그 중에서 더 역동적인 세계가 존재했기 때문에 시황은 수많은 판단 끝에 딜로마리노 행성의 세계관을 차용하기로 했다.
이 행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중세 문명과 가장 비슷했다. 크게 세 곳으로 나뉘어 숱한 전쟁을 치룬 이 행성은 각 나라마다 크게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
마도학이 나라를 지탱하는 벨로니아 마도국, 병기를 다루는 기사들이 주축을 이룬 켈투렌 제국, 각종 기발한 마법 도구와 병기를 만드는 셀마론까지 절묘한 균형을 이룬 나라들이 서로를 적대하고 있었다.
시황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용뇌를 얻은 건 아니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된 지능은 어떤 식으로 이 행성의 세계관을 적용해야 할지 구상되었다.
다만 조금 안타까운 건 이 행성에 몬스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서로 싸울 뿐 몬스터와 전쟁을 치루는 건 아니었다. 몬스터까지 이 세계에 녹아있었다면 훨씬 매끄럽고 풍부한 세계관을 이루어낼 수 있었겠지만 그것까지 바라기엔 지나치긴 했다. 어쨌든 소설이 아닌 현실의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시황은 다른 행성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의 사진을 찍어오기로 했다. 몬스터의 디자인 또한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어떤 몬스터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행성별 몬스터 도감을 확인한 뒤에 시황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는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먼저 카펠로니아에 있는 몬스터들부터 촬영하기로 한 것이다.
문을 열고 거실에 가자 따스한 햇살이 내리 쬐는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던 실피나와 라비올라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얼굴 가득 짙은 기쁨이 생겨났다.
“시황 님!”
실피나와 라비올라가 곧장 시황의 품에 안기었다. 그렇게까지 자주 만나지는 못하다 보니 이렇게 한 번씩 만날 때마나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잘 있었어? 요즘 바빠서 자주 못 왔어. 미안해.”
“아니에요. 이렇게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쁘답니다.”
실피나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시황 님의 부인이기도 하지만 시황 님을 모시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저희를 위해 이렇게 찾아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기쁜 일입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라비올라는 여전히 예의가 바르네. 귀엽다니까.”
“감사합니다.”
시황의 칭찬에 라비올라가 얼굴을 붉히며 기뻐했다. 시황에게서 칭찬을 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서 몸이 움찔움찔했다.
“잠깐 일이 있어서 왔는데 너희들도 따라갈래?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어머, 꼭 가고 싶어요.”
“알았어. 그러면 같이 가자.”
시황은 라비올라와 실피나를 데리고 몬스터 촬영을 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