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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 발전 -->
8레벨이었다.
잔잔한 기쁨이 생겨났다. 유산 레벨이 오른다는 건 언제나 큰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물질적으로나 능력적으로 부족한 건 없었지만 유산 레벨이야 말로 시황이 큰 목표를 가지고 살아나가는 원동력이었다.
타블렛을 집어넣고 케즈론의 성으로 갔다.
익숙한 서재로 가서 의자에 앉자 곧바로 콘즈가 나타났다.
“축하드려요. 벌써 8레벨이 되셨어요.”
“고마워.”
“케즈론 님께서 생각하셨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요. 아마 케즈론 님께서 계셨다면 크게 감탄하셨을 거예요.”
“전부 유산의 힘 덕분이지. 8레벨 유산이 뭔지 보여줄래?”
“여기요!”
콘즈가 어느새 꺼낸 고급스러운 종이를 시황에게 건네주었다.
유산 리스트를 받아든 시황은 곧바로 확인했다.
[8레벨]
[영약 조제실 개방]
[8레벨 도서 개방]
[케즈론의 개발실 개방]
[확장된 드래곤의 권능 두 가지 선택 가능]
[초월급 소환수 계약 가능]
[초월적 이능 두 가지 선택 가능]
[고위 문명의 특수 도구와 기술 이용 가능]
[케즈론 행성 관리권 획득]
[케즈론의 칩 8레벨로 향상]
이전에 비하면 유산의 수 자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산의 질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8레벨이나 되다 보니 이젠 유산 하나하나가 초월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9레벨과 10레벨이 남았음에도 이정도니 도대체 케즈론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황은 드래곤의 권능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이전 권능을 얻었을 때, 생각하기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얻고 싶을 만큼 드래곤이 가진 권능이 대단했다.
“드래곤의 권능부터 보여줄래?”
“알겠습니다.”
콘즈가 드래곤의 권능이 적힌 리스트를 건네주었다. 먼저 받은 유산 리스트는 책상에 두고 시황은 권능이 적힌 리스트를 살펴봤다.
이전에 얻은 용언을 제외하고 절대 권위, 용뇌, 용안, 용신, 용숨결, 마법의 주인이라는 권능들이 존재했다.
[용숨결 : 골드 드래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결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지옥의 불길과도 같은 열기로 세상의 존재를 벌하거나 극한의 냉기를 내뿜어 뜨거운 사막을 얼음으로 혹한의 추위로 만들 수 있다. 혹은 생명의 숨길을 내뿜어 메마르고 죽어버린 대지에 활력 넘치는 생명을 담을 수도 있다.]
[마법의 주인 : 마법이라는 전능한 능력은 태초에 존재하던 드래곤에게서부터 시작하였다. 마법의 주인인 드래곤이기에 새로운 규칙을 가진 마법을 창조해내거나 기존에 존재하는 마법을 피조물들이 사용치 못하도록 없애버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떤 마법이나 마법적 힘을 가진 능력에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 추가된 권능은 용숨결과 마법의 주인이었다. 둘 다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전능한 능력이었지만 지금의 시황에겐 사실 크게 필요치가 않았다. 현대 지구에 살아가는 시황은 저런 능력을 쓸 만한 상황 자체가 없었다.
어떤 능력을 얻어야 좋을지 고민했다. 잠시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한 시황은 용안과 용신을 획득하기로 했다. 용뇌나 절대 권위는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전혀 불편함이 없어서 그런지 용안과 용뇌에 비해 후순위로 밀린 능력이었다.
“용안하고 용신으로 할게.”
“알겠습니다. 지금 이동할게요.”
짝!
콘즈의 손뼉 소리와 함께 서재가 신성한 공간으로 변했다. 이전에 왔던 바로 그곳이었다. 치과에 가면 두려움에 가슴이 떨리듯 이 신성한 공간을 보는 순간 시황도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벌써부터 그 고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여기 앉으세요.”
“후우... 알았어.”
시황은 드래곤의 형체가 새겨진 엄숙한 분위기의 의자에 앉았다. 저번처럼 부드러운 천이 튀어나와 시황을 구속했다. 그리고 이어서 유리관이 튀어나와 시황의 목을 파고들었다.
저번에도 경험을 했지만 역시나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한 감각과 지독한 고통에 몸이 뒤틀렸다. 평범하게 좋은 능력이었다면 이런 고통을 받으면서 획득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픔이 뇌까지 스며들었다.
안구가 뽑혀져 나가는 듯 했고 신체는 물수건을 짜내듯 뒤틀렸다.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워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영원할 것만 같던 고통이 끝이 났다. 유리관이 목에서 빠져나왔고 몸을 구속했던 천이 사라졌다. 방금 전 아팠던 게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고통이 사라졌다.
“후우...”
시황은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용안과 용신을 획득했다.
뭐가 달라졌는지 살펴볼 것도 없이 이전과 다르게 시야가 환하게 트였다. 심지어 벽으로 막힌 곳을 집중해서 살펴보자 벽이 흐릿해지더니 그 안이 선명하게 보였다.
용안은 존재에 대한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고 정보를 꿰뚫어보는 능력과 투시 능력, 그리고 수명 감지 능력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질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시력을 자랑했다. 아무런 마법적 능력을 쓰지 않더라도 저 하늘에 있는 이름 모를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시황은 옆에 있는 콘즈를 바라봤다. 콘즈의 머리 위로 케즈론 성의 관리자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특성으로 케즈론이 만든 인형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단순히 요정 같은 존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케즈론이 만든 인형이었다.
다른 능력들과 다르게 드래곤의 권능은 마치 신이 된 듯한 감각을 주었다.
용신도 이전에 느껴지던 인간의 감각과 전혀 다르게 세상을 마주보게 했다. 예민한 감각을 통해 주변의 구조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감각이 뻗어나가 정원에서 살랑대는 꽃의 흔들림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굳건한 신체는 허기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흩어져 있는 대량의 마나를 흡수했다.
겉보기에는 이전의 시황과 별다를 바 없었지만 시황이 느끼는 감각은 인간일 때와 전혀 달랐다. 이런 권능을 얻고 나니 새삼 드래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다.
시황은 다시 서재로 돌아갔다. 책상에 놓인 유산 리스트를 보고 또 다른 능력을 선택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드래곤의 권능은 얻었기 때문에 초월적 이능을 얻기로 했다. 이미 용언으로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사용하는데 초월적 이능은 뭐가 다른지 의문이었다.
“초월적 이능 리스트 줘볼래?”
“여기 있어요.”
시황은 콘즈가 건네주는 초월적 이능 리스트를 확인했다.
[행성 이동 : 원하는 행성으로 이동한다.]
[복종 : 지정하는 대상을 복종시킨다.(드래곤 제외)]
[소멸 : 모든 존재에게 인식되지 않으며 하는 행위 또한 인식되지 않는다.(드래곤 제외)]
[염동력 : 의지력으로 원하는 대로 인간과 사물을 조작한다.(드래곤 제외)]
[크기 변경 : 지정한 대상의 크기를 변경시킬 수 있다.(드래곤 제외)
5개의 이능이 존재했다. 시황은 큰 고민 없이 2개의 이능을 선택했다. 행성 이동이나 복종, 크기 변경 같은 건 사실 큰 필요 없었기 때문에 소멸과 염동력밖에 고를 게 없었다.
“소멸, 염동력으로 할게.”
“알겠어요.”
짝!
콘즈의 손뼉으로 공간이 변했다. 이번에도 의자가 놓인 공간이었지만 아까처럼 신성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콘즈가 지시하는 대로 의자에 앉자 얇은 주사바늘이 시황의 목에 파고들었다. 아까처럼 극심한 고통은 없었지만 따끔따끔거리는 아픔이 느껴졌다.
역시나 정체불명의 액체가 삽입되고 주사바늘이 빠져나갔다. 어쩐지 뇌가 조금 지끈거리긴 했지만 별로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스러웠다.
다시 서재로 돌아온 시황은 고위 문명의 도구와 기술을 살펴보기로 했다. 안 그래도 최근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니 만큼 중요한 도구와 기술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콘즈에게 말해 고위 문명 도구와 기술이 존재하는 넓디넓은 창고로 이동했다. 창고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삭막한 분위기가 아니라 고급스럽고 화사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이제는 도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정보가 떠올랐다. 시황은 도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봐가면서 지나쳐가다가 순간 눈에 들어오는 도구를 상세히 살펴봤다.
[대용량 서버 : 극도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 서버는 수십 조에 달하는 사람들이 접속하더라도 문제없이 수용이 가능하다. 방수, 방한, 방열 등 그 어떤 혹한의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며 물리적으로 부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내부에 존재하는 마법적 시스템은 거리 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진 사람이라도 조금의 딜레이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시황이 원하던 능력을 가진 도구였다. 안 그래도 7레벨 도서 중에서 가상현실 게임 서버에 관한 기술서적을 살펴보며 그걸 구축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이 서버 하나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 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서버가 크진 않았다. 평범한 컴퓨터 본체보다 조금 더 큰 크기였는데 무게는 상당히 많이 나갔다.
시황은 가볍게 들어서 아공간에 집어넣을까 하다가 이번에 익힌 염동력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가볍게 서버를 들어 올리겠다는 의지력을 발현했다. 그러자 구체화된 정신 에너지가 마기와 함께 뻗어나가 서버를 들어올렸다. 둥실둥실 떠오른다는 느낌이 아니라 가벼운 물체를 손으로 움직이는 듯 했다. 허공에 고정된 듯 떠있는 서버를 시황은 곧바로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서버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곧바로 염동력을 해제했다. 꽤나 정신력을 크게 소모할지 알았는데 염동력을 사용했다고 해서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거나 하진 않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활용도가 높은 능력인 듯 했다.
시황은 더 필요한 게 있는지 창고를 둘러봤다. 그리고 아무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인터넷에 연결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술과 현실적인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까지,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기 위한 관련 기술들을 보는 족족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7레벨 도서에 가상현실 게임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이 나와 있기는 했지만 지금 시황이 아공간에 집어넣는 수준의 기술력까진 아니었다. 창고에 도구와 기술들은 가상현실 게임을 만드는 곳보다 더욱 문명적으로 발달한 곳인 듯 했다.
이외에도 시황은 꼭 가상현실 게임 관련이 아니더라도 문명 발전에 이로운 도움이 될 것 같은 도구와 기술들을 보는 족족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적당히 다 둘러본 시황은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이제 영약 조제실과 8레벨 도서, 초월급 소환수 계약 등이 남았지만 이건 조금 있다가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했다.
여기 온지 시간이 상당히 흐르다 보니 벌써 식사를 하라고 찬미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는 게 문을 넘어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중에 또 올게.”
“네! 안녕히 가세요.”
콘즈의 인사를 받으며 시황은 문을 통해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러자 이전과 다르게 집 내부에서 다들 뭘 하고 있는지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살짝 정신을 집중해 방문을 바라보자 방문이 흐릿해지며 식사를 위해 거실로 오는 유미와 미나 등이 보였고, 여기서 더 집중을 하자 옷까지 흐릿해지며 그녀들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남자라면 그토록 꿈꾸는 투시능력이었다. 사실 용언으로도 투시가 가능하긴 했지만 이건 집중을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벽과 옷을 뚫어내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의 수준이 달랐다.
만족스러움을 느낀 시황은 염동력으로 문을 열고 거실로 갔다. 그리고 여자애들을 바라보자 그녀들에게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들이 떠올랐다.
지능과 근력 등이 수치화 돼서 보이는 건 케즈론의 칩 능력인 듯 했고 특성과 수명이 보이는 건 용안 덕분인 듯 했다.
그런데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는 찬미의 수명이 생각과 전혀 달랐다. 보통 인간이라면 100세 정도를 수명이라 한다면 찬미는 그 5배에 이르는 500세에 달했다. 엘프도 아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긴 수명이었다.
용신의 능력을 얻은 시황만 하더라도 드래곤과 같은 수명을 가진 존재가 되긴 했지만 평범한 인간인 찬미의 수명이 저렇게나 증가했다는 건 역시 자신과의 섹스로 인해 몸의 수명이 늘어났다고 밖에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유미, 아루도 400세가 넘는 수명을 지녔다. 그리고 모두 특성으로 늙지 않는 젊음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 또한 섹스를 통한 결과인 듯 했다. 영약이나 다름없는 정액 덕에 모두 긴 수명과 지속되는 젊음을 지니게 된 것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