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96화 (595/629)

00596  문명 발전  ========================================================================= Reg

시황의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런데 하나같이 허황되고 장황한 설명이었다. 실제 제품은 어느 수준인지 몰라도 여기 앉은 사람들이 느끼기엔 그랬다.

“이제까지의 허약한 스마트폰들은 땅바닥에 떨어지면 안전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찌그러지거나 부서지거나. 값비싼 스마트폰을 실수로 파손시킨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 그래서 케즈론 제로에 망치로 내려쳐도 아무런 손상조차 없는 단단함을 추가했습니다. 떨어트리거나 지나가는 차에 밟혀도 케즈론 제로는 안전합니다.”

그 말을 마친 시황은 그대로 무대 바닥에 케즈론 제로를 강하게 집어던졌다.

쿵!

묵직한 소리가 발표회장을 덮쳤다.

또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한숨을 쉬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사람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설마 저걸 진짜로 던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하게 던졌기 때문에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어딘가 부서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시황은 바닥을 나뒹군 케즈론 제로를 집어 들었다. 당연하게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이런 단단한 내구도는 시황이 행성을 돌아다니며 피부가 단단하고 흠집조차 나지 않기로 소문난 몬스터 레필론도를 잡고 그 능력을 추출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이렇게 말이죠.”

시황이 멀쩡한 스마트폰을 보여주자 객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망치로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다는 건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구도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시황은 소프트웨어의 우수함에 대해서 설명했고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 된 모습에 사람들은 또 반신반의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업체처럼 평범한 스마트폰을 만든 게 아니라는 사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반대로 차별점이 너무 커서 괜찮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실제 작동 모습이나 동작이 대단히 미려하고 기민했기 때문에 예쁘고 좋아 보이기는 했다.

“케즈론 제로는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길고 긴 배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일주일은 대기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끄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시황의 뒤로 배터리 시간을 측정하는 영상이 나왔다. 화면을 켜두고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꺼지지 않더니 일주일하고도 하루가 더 지나서야 배터리가 다됐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긴 시간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모든 설명이 끝이 났다. 시황은 슬슬 케즈론 제로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케즈론 제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케즈론의 또 다른 도전입니다. 이 아름다운 스마트폰은 케즈론 SH-1 이어폰을 포함하고 있으며 1억 4천만 원의 가격으로 오늘 오후 6시부터 예약 판매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시황의 인사와 함께 장내에선 짤막한 박수 소리가 났다. 발표가 끝났기 때문에 치는 악수,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스마트폰이 1억 4천만 원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금을 쓴다든지, 보석을 달아서 수억, 수백억이나 하는 스마트폰이 있다지만 그건 보석의 가격이지 스마트폰 본연의 가격이 아니었다. 그것도 보통 한정판매를 했기 때문에 케즈론과는 전혀 다른 경우였다. 1년, 2년만 지나도 구형이 되는 스마트폰을 누가 1억 4천만 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살까?

이제까지 케즈론은 실패라고는 모르는 길을 걸어왔지만 스마트폰 사업만은 뜻대로 되지 않을 듯 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시황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은 발표회장 한쪽에 마련된 장소로 갔다. 정식 판매가 되기 전에 케즈론 제로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준비된 장소였다.

수많은 국내외 기자들이 차례로 케즈론 제로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오, 엄청 예쁘네.”

국내에서 IT전문가로 유명한 박필준은 케즈론 제로를 가까이서 만져보는 순간 크게 감탄을 했다. 스크린으로 보거나 멀리서 볼 때와 다르게 가까이서 보니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게 한 눈에 반할만큼 고혹적이었다.

“안녕하세요. 박필준입니다. 지금 여기는 케즈론 발표회장이고요. 제 눈앞에는 숱한 루머로 유명한 케즈론의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간단한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로 케즈론 제로를 찍으며 박필준이 리뷰를 해나갔다.

전원버튼을 꾹 누르자 전면이 전부 켜졌다. 흔히 있는 카메라 구멍이나 수화부조차 없이 전면 전부가 화면이었던 것이다. 전면부터가 대단히 미래적인 느낌이었다. 간단한 조작을 해보자 이제껏 만졌던 그 어느 스마트폰보다 미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동시에 실제로 아이콘을 문지르는 듯한 질감이 느껴졌다.

“미친, 이게 말이 돼?”

박필준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유리 표면에 처리를 해서 실제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길래 기껏해야 뭔가 살짝 걸리는 수준일 거라 생각했다. 평범한 유리표면을 가진 스마트폰에 비하면 그 정도만 해도 대단히 진보적이고 혁신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자신의 했던 생각과 전혀 달랐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키보드를 띄워서 타자를 치자 실제로 버튼을 누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눈을 감고 만져보면 스마트폰 표면을 만지는지 실제 키보드를 만지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기술력이었다.

박필준은 엄청난 충격에 입에 침이 튀겨가며 느낌을 설명했다. 질감이 느껴지는 아이콘을 누르자 미려한 효과와 입체감까지 느껴지며 켜지자 실제로 눈앞에 화면이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넋이 빠진 표정으로 한참을 케즈론 제로를 작동시켜본 박필준은 이어서 케즈론이 자랑한 카메라를 구동했다. 미려한 효과와 카메라 앱이 조금의 딜레이도 느끼지 않을 만큼 신속하게 켜졌고 동시에 선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곧바로 발표회장의 모습을 찍었다. 실제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감각과 함께 사진이 찰칵 찍혔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자 대단히 선명하면서도 아름다운 사진이 보였다. 케즈론 답게 화려한 발표회장이기는 했지만 대충 찍은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전문가가 찍은 것처럼 분위기 있는 감각적인 사진이었다.

“이거 뭐죠? 제가 찍은 거 맞나요? 너무 잘 찍혔는데요? 다시 한 번 찍어볼게요.”

박필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번엔 손을 많이 떨어버렸다. 뿌연 사진이 나올 것 같아 연달아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 확인을 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흔들린 사진 하나 없이 전부 선명했고 전문가가 찍은 것 마냥 사진이 아름답게 나왔다. 물론 아름답다고 해서 지나치게 보정을 한 느낌은 아니었다. 사실적인 느낌 그대로이면서도 감성이 묻어있었다.

폰을 사용할 때마다 박필준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발표회에서 시황이 말하는 것만 들었을 때는 지나치게 과장되게 말하는 허풍이라고 느꼈는데 막상 써보니 시황의 말 그대로를 보여줬다. 그러면 방수나 내구성도 시황의 말대로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발표회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고 느꼈는데 막상 써보니까 대표님의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혁신적인 스마트폰은 처음 봤습니다. 충격적으로 아름답고 빠르면서도 강력합니다. 1억 4천만 원이라는 가격이 말이 되나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까 가능할지도... 라는 생각도 드네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들도 꼭 만져보세요.”

박필준은 리뷰를 마쳤다.

여기저기서 박필준과 비슷한 감상이 잇따랐다. 케즈론의 초대로 한국까지 방문한 외국 IT 기자들도 혁신적인 스마트폰의 모습에 끝없이 감탄했다.

그들이 찍은 영상은 빠르게 유튜브에 올라갔다.

수십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박필준의 유튜브에도 영상이 올라갔고 순식간에 몇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영상을 감상했다. 여타 스마트폰과 다르게 미래적이고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모습에 다들 한없이 감탄했다.

분명 가을과 유미 등이 쓰는 모습은 그렇게나 싸구려 같았는데 실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다들 넋을 잃고 말았다.

[헉... 넘 예쁘다 ㅠㅠㅠㅠ 케즈론 스마트폰 보고 내거 보니까 내 폰 넘 못생겨 보여 힝 ㅠㅠㅠ]

[유출 사진과 다르게 실물은 대단히 아름답네요. 특히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수화부와 전면 카메라가 사라지고 아예 화면만 뜨는 게 미래적인 느낌이 나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 조작을 할 때 간섭이 걱정되긴 하지만요.]

[케즈론에서 스마트폰 만든다 길래 큐인에서 만들던 허접한 거나 만들 줄 알았는데 예상과 전혀 달랐네요. 역시 케즈론인가요? 전혀 싼 티 나지 않고 꼭 보석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후면이 정말 맘에 듭니다. 은색의 금속인 거 같은데 어쩜 저렇게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걸까요?]

유출 사진 때와 다르게 호평이 잇따랐다. 남자들은 물론이고 특히 여자들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외형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케즈론이 발표한 새로운 스마트폰, 케즈론 제로는 이내 인터넷 기사와 공중파 뉴스에도 등장했다. 아름다운 외형을 보여줌과 동시에 해외 유명 기자들도 찬사를 내놓는다며 해외 기자들의 인터뷰를 보여주었다. 해외 기자들은 케즈론 제로를 보고 이제껏 만나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스마트폰이라며 가식 없는 진실 가득한 찬사를 늘여놓았다.

이렇게 케즈론이 새롭게 출시하는 스마트폰으로 시끌벅적할 때 가을은 요트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 케즈론 제로로 찍은 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황이 건네준 자신의 스마트폰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이제까지 화보라도 내려고 전문가와 같이 요트를 탄 게 아닐까 추측한 사람들은 케즈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단히 해상도가 높고 선명한 사진은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고 가슴에 와 닿는 감각은 일반인이 찍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던 것이다.

이전까진 가을의 비키니 사진이라고 돌아다니던 사진이 이제는 케즈론 제로로 찍은 가을의 모습이라면서 돌아다녔다. 가을의 몸매와 더불어 아름다운 사진은 눈을 호강하게 만들었다.

[케즈론 사진 엄청 잘 나오나봐. 가을 몸매도 예쁘지만 화사한 분위기의 사진이 넘나 맘에 든다. 돈만 있으면 나도 케즈론 제로 사고 싶당...]

[이건 금손 작품일 걸?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도 결국 찍는 사람이 잘 해야 됨 ㅠㅠㅠㅠ 나 같은 흙손은 눈물만 남 ㅠㅠㅠㅠ]

가을의 사진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아직 스마트폰을 써보지 못했으니 각종 추측들이었지만 그것자체가 관심이라는 게 중요했다.

커뮤니티 어디를 가든 케즈론 제로 얘기가 있었고 심지어 포털 사이트 1위를 케즈론 제로가 장식하기도 했다. 대단한 관심들이었다.

오후 6시가 되자 케즈론 제로의 예약 판매가 시작 되었다. 가격이 가격이니 만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까 싶었지만 의외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케즈론 사이트가 느려지기까지 했다.

1억 4천만 원이라는 가격은 터무니없었지만 케즈론은 이미 큰 신뢰감을 주는 기업이 되어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유층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 그리고 돈 많은 중장년층이 예약 구매를 했다. 케즈론이니까 1억 4천만 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예약구매를 한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전달되었다. 가격이 가격이니 만큼 택배가 아니라 케즈론에서 직접 방문해서 전달을 했다.

스마트폰을 받아본 사람들은 아름다운 실물에 크게 감탄했다. 그리고 만지면 만질수록 느껴지는 미려한 동작과 아름다움에 한없이 만족했다. 케즈론이라서 믿고 사기는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스마트폰이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받아볼 때쯤 해외 매체에서도 케즈론 제로를 리뷰했다. 어느 매체 할 것 없이 어쩌면 100년은 앞선 기술을 사용했을지 모를 스마트폰이라고 극찬했다. 극한으로 다듬어진 아름다움과 내구성, 그리고 DSLR 카메라를 넘어서는 선명한 카메라 화질은 그 누구도, 심지어 신조차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스마트폰이 올해 나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흥분된 억양 그대로가 글로 적혀있었다.

해외 IT사이트에서는 케즈론 제로와 수백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DSLR 카메라의 화질 비교를 했는데 믿을 수 없게도 모든 면에서 케즈론 제로가 뛰어났다. 일반적인 풍경이나 낮 사진은 물론이고 야간에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조차도 케즈론 제로는 뿌옇거나 자글거리는 느낌 없이 선명한 그대로의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전면으로 찍은 사진조차도 DSLR의 카메라보다 뛰어났다. 그런데 단순히 뛰어나기만 한 게 아니라 사진이 예쁘고 아름답게 찍혔다. 여자가 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누구라도 만족할 만큼 아름답게 찍혀서 만족도가 엄청났다.

해외 IT사이트에서 각종 테스트를 했다. 먼저 배터리 테스트를 했는데 케즈론이 발표한대로 화면을 켜두고도 일주일을 넘게 가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구성 테스트 또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워낙 고가의 스마트폰이다 보니 아주 조심스럽게 망치로 두드려 보다가 의외로 멀쩡한 모습에 점점 강도를 올렸고 나중엔 양손으로 망치를 쥐고 두드렸음에도 유리가 깨지긴커녕 때리는 사람이 아파했다.

나름 내구성에 자신감을 얻은 리뷰어는 믹서기에 케즈론 제로를 넣고 돌렸지만 케즈론 제로가 갈리는 게 아니라 믹서기의 날이 부서지고 말았다. 오기가 생긴 리뷰어는 더욱 더 하드코어한 테스트를 감행했지만 그 무엇으로도 케즈론 제로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이건 미친 제품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 낸 거죠? 케즈론 대답을 해봐요. 당신들 외계에서 기술이라도 가지고 온 건가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죠? 제가 이제껏 수많은 스마트폰을 리뷰 했지만 케즈론 제로처럼 아름다우면서 견고하고, 파워풀한 제품은 처음이에요. 이런 스마트폰은 10년, 아니 어쩌면 50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돈이 있다면 무조건 케즈론 제로를 구입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앞으로 50년 동안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리뷰어는 기가 찬 표정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영상이 끝나갈 때쯤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케즈론 제로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미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 리뷰는 곧장 한국 사이트에도 퍼졌다. 일주일이 넘게 가는 배터리와 망치로 두드려도, 믹서기로 갈아도 끄떡없는 케즈론 제로의 내구성에 사람들은 놀람을 넘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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