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94 문명 발전 ========================================================================= Reg
어둑해진 바다위에 환한 불빛으로 빛나는 호화로운 요트가 유유히 서있었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다들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했다. 이미 선상에서 요리를 할 신선한 소고기, 자연산 송이버섯 등의 각종 고급 재료와 요리도구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요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시황은 다른 행성에 직접 가서 마력 변환기에 등록한 베쉐미르 조미료를 고기와 요리에 살짝 뿌렸다. 이 고가의 조미료는 음식의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재료만 신선하다면 조미료만으로도 이제껏 먹은 적 없을 만큼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숯불에 구운 소고기를 한입 집어 먹은 황미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숯불에 구운 소고기이니 만큼 당연히 맛있는 건 알지만 이건 그 평범한 맛을 초월했다. 넣는 순간 육즙이 퍼져나가며 신선한 소고기의 고급스러운 맛이 입안에 휘몰아쳤다.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는 처음이었다.
“어머, 언니. 이거 진짜 맛있지 않아? 맛있다는 곳 다 가봤는데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봐.”
“정말 맛있네. 어디서 산 고기지? 이런 고기 비싸지 않을까? 양도 많던데 우리 때문에 무리한 거 아닌지 걱정되네.”
어느새 황미주와 상당히 친해져서 말까지 놓은 임영선도 한입 먹고 호화로운 맛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황미주의 말대로 이렇게까지 입을 호화롭게 만드는 고기는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고기의 양이 대단히 많던데 오늘을 위해서 너무 무리한 게 아닐지 조금 걱정이 됐다.
“시황이 같이 능력 좋은 애한테 그런 걱정을 해. 이것도 우리를 위해서 엄청 특별하게 준비했나봐. 시황이는 참 생각이 깊고 자상하다니까.”
“시황이가 자상하고 마음이 깊긴 하지.”
임영선도 동의했다. 확실히 살면서 시황처럼 자상하고 마음이 깊은 아이는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여자들만 밝히는 돈 많고 음흉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고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시황이 여자를 밝히는 게 아니라 여자들이 시황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몰라도 지금 자신만 봐도 시황이 뭘 해도 귀엽고 예쁘게만 보였다.
“언니 저기 봐.”
“응?”
황미주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시황이 선상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장미와 효정, 혜미 등의 여자애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트의 화려한 불빛에 비치는 부드러운 시황의 미소에 임영선은 가슴이 크게 두근거렸다. 어쩌면 저렇게 멋진지 신기할 정도였다. 바라만 봐도 어찌나 좋은지 꼭 사랑을 하는 소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황이 참 멋지다. 그지?”
“응. 그러게. 정말 멋지다.”
황미주는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시황을 바라보고 있는 임영선을 보고 짓궂게 웃었다.
“언니, 시황이 보는 게 장미보다 더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데? 봐, 장미는 그냥 시황이랑 즐겁게 놀고만 있잖아.”
“어?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임영선은 크게 민망해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래? 뭐 그렇다 치고. 어때? 요즘 시황이랑 섹스 자주해? 난 시황이가 바빠서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 나. 하아...”
“그, 글쎄.”
“우리 사이에 뭘 민망해 하는 거야. 언니는 언제 했어?”
“어? 나도 조금 오래 됐어...”
임영선은 쑥스러워하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런 야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황미주가 대단하기만 했다.
“역시 그렇구나. 시황이 요즘 일 때문에 바빠서 만나기도 어렵지? 하아... 그냥 나도 시황이 집에서 살고 싶다니까. 언니도 그렇지 않아? 그냥 시황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나는데. 시황이 못 보니까 요즘 기운이 없어.”
“으, 응. 맞아.”
임영선은 민망해하면서도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언니 많이 젊어졌다. 시황이 참 대단하지? 난 섹스할 때마다 감탄한다니까. 얼마나 섹스를 잘하고 애무를 잘하는지 시황이랑 했다하면 너무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 하아... 시황이 성기 빨고 싶어라.”
“얘는 민망하게 그런 말을 하니. 그런데 있잖아. 너한테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
“궁금한 거?”
“응... 저기, 넌 시황이랑 할 때마다 죄책감 안 드니? 난 장미한테 너무 미안해서... 사실 장미는 내가 시황이랑 그런 사이인 줄 모르거든.”
“에이, 죄책감이 왜 들어. 다른 평범한 남자라면 언니 말처럼 효정이한테 미안해서 죄책감이 들었겠지만 시황은 다르잖아. 우리 전부를 포용할 수 있는 남자인 걸. 봐, 이렇게 많은 애들이 시황이 좋다고 모여 있어. 다들 시황에게 사랑받길 원하는 거지 소유하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 그래서 효정도 내가 시황이랑 그런 관계인 거 알아도 별로 신경 안 써. 신기하지?”
“확실히 나도 그렇긴 해...”
그랬다. 만약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랑 섹스한 걸 알면 크나큰 충격에 빠지기 마련이지만 시황은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뭘 하든 사랑스럽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다른 남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생각이었지만 시황이니까 이게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언니가 고백해도 장미가 이해해줄 거야. 애초에 이해 못하면 시황의 연인이 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
“그런가? 그렇겠지? 고마워. 네 말 들으니까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네. 언젠간 장미한테 말해야겠어.”
“지금 당장 말해도 될 걸? 그보다 언니, 시황이 성기 참 예쁘지 않아? 난 그렇게 예쁘게 생긴 성기 처음 봤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에이, 왜 그래. 언니도 예쁘다고 생각하잖아. 하아... 시황이 성기만 생각하니까 또 흥분된다. 섹스하고 싶어라. 언니, 우리 다음에 같이 섹스 할까?”
“가, 같이 하자고?”
“응. 재미있겠지? 전에 언니 부끄럽다고 화장실 가서 했잖아. 그냥 같이 해도 되는 건데. 어차피 시황이랑 하는 거니까 전혀 문제도 없고. 다른 사람이 하는 거 보면 엄청 흥분된다니까.”
“얘, 얘도 참... 못하는 말이 없어.”
임영선은 노골적인 황미주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어쩌면 저렇게 음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지 몰랐다. 원체 정숙하게 살아오다 보니 차마 입에도 담기 힘든 음란한 말을 내뱉는 황미주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솔직히 듣는 재미가 있기는 했다. 시황과 섹스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감도 가고 흥미도 잔뜩 생겼다. 마치 몸에 나쁜 달콤한 사탕 같은 재미라고 할까?
쑥스러워하면서도 임영선은 황미주와 시황의 관한 음란한 얘기를 하며 식사를 했다. 은근히 흥분되는 그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어느새 식사가 끝나버렸다.
식사를 끝나고 뒷정리를 하고 나자 찬미가 요트에 설치된 단상에 올라갔다. 루나모스의 마법 덕에 일체의 흔들림도 없었기 때문에 꼿꼿하게 단상에 선 찬미가 마이크로 몇 가지 사항을 알려주었다.
“요트에 계시는 분들에게 알려드려요. 지금부터 간단한 게임을 할 거예요. 게임에서 이기면 시황 오빠에게 5분 동안 뭐든지 요구할 수 있고, 만약 우승을 하게 된다면 오늘 밤 시황 오빠와 한 방에서 잘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예정이에요.”
“꺅! 오늘 밤에 오빠랑 잘 수 있대!”
찬미의 말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안 그래도 오늘 밤에 누가 시황과 함께 유유낙락하게 잠을 잘지 다들 은근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게임에서 우승을 하면 정당한 자격으로 시황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맛보며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로맨틱하게 요트에서 시황과 같이 하룻밤을 지낸다는 건 여기 있는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일 중 하나였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모두가 참석하기로 했고 찬미의 옆에 상품으로 걸린 시황이 앉아 있었다. 시황을 바라보는 여자들에게선 어떻게든 우승을 하겠다는 의지로 눈이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처음엔 간단한 시황에 대한 퀴즈로 시작했다.
“자기 이름으로 소리치시면 기회를 드릴게요. 첫 번째 퀴즈입니다. 시황 오빠가 처음으로 여자 전화번호를 등록한 나이는 몇 살일까요?”
“은지!”
“지숙!”
은지와 지숙이 거의 동시에 외쳤다.
“은지 씨 대답하세요.”
“26살이요!”
“맞습니다.”
“아싸!”
비키니를 입고 있는 은지가 크게 기쁨을 나타냈다. 은지는 아직도 자신에게 고백하던 26살의 시황을 잊을 수가 없었다. 처음 전화번호를 등록한 것도 자신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은지가 답을 맞히자 옆에 있는 지숙의 표정이 잔뜩 찡그려졌다. 저렇게 좋아하는 은지를 보고 있으니 꼭 서로 시황을 가지려고 다툴 때의 감정이 살며시 생겨났다. 하지만 이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순수하게 은지를 축하해주었다.
“그러면 은지 씨 올라오셔서 오빠에게 원하는 걸 부탁해주세요.”
찬미의 말에 은지는 가슴을 출렁이며 시황에게 다가갔다. 평소와 다르게 수많은 여자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꼈다.
“오빠랑 5분 동안 키스 할래요!”
“꺅! 키스한대!”
은지가 외치자 유미를 비롯해 여자애들이 비명을 질렀다. 사실 키스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이다 보니 다들 크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은지와 시황이 뜨거운 키스를 했다. 노골적으로 혀가 뒤얽히는 키스에 다들 숨을 죽이고 지켜봤고 임영선은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키스가 끝나고 퀴즈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시황의 신상과 관련된 문제는 물론이고 케즈론과 관련된 등의 문제 등 여러 퀴즈를 냈고 유미, 가을, 지숙, 장미가 한 문제씩을 맞혔다.
퀴즈가 마무리 되고 댄스, 노래 등 각종 게임을 했고, 긴 시간 끝에 최후의 승자가 밝혀졌다.
“그러면 우승자를 말씀드릴게요. 모두 열심히 하셨지만 최후의 승자는 장미 씨입니다!”
“와!”
시황에 관한 퀴즈도 맞히고 노래, 댄스 그리고 각종 게임에서 고득점을 얻은 장미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장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미 씨 올라오세요.”
“부럽다... 히잉...”
장미가 단상에 올라가자 혜미가 정말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진심으로 장미가 부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우승하신 장미 씨 소감을 말해주세요.”
찬미가 마이크를 건네주자 장미는 손까지 떨며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흑... 감사드려요. 저같이 오빠와 연인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가 우승하고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될지 꿈에도 상상 못했어요. 이 귀중한 시간 헛되지 않도록 소중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음악방송 1위를 한 것처럼 장미는 크게 감동을 하며 소감을 말했다. 정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다들 부러워하면서도 흐뭇하게 박수를 쳐주었다.
이렇게 게임이 끝나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장미와 시간을 보내기 전에 시황은 방을 돌아다니며 모두에게 짧게나마 얘기를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화기애애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얘기를 끝낸 시황은 장미가 기다리는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여자애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이 요트를 산 것도 있지만 이렇게 다들 만나서 친하게 지내기 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렇게나 싸우더니 한강규 사건 이후로 다들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는지 시황의 연인이라는 공감대로 다들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게 된 듯 했다.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기 한강규가 저지른 일을 역으로 이용했는데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낼지는 몰랐다.
호화 요트답게 화려한 복도를 지나 큼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잔뜩 긴장한 장미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안녕. 장미가 우승했네. 축하해.”
“가, 감사합니다. 정말 기쁘면서도 언니들한테 죄송해서...”
“죄송할 게 뭐있어. 장미가 능력으로 얻은 결과인데. 다들 축하해줬잖아.”
시황은 침대에 앉아 장미를 끌어안았다. 작고 귀여운 몸이 가볍게 떨고 있었다. 섹스야 흔하게 하는 건데 아무래도 모두를 이겨내고 자신의 하룻밤을 차지하게 됐다는데서 오는 기쁨과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했다.
“이리와. 가볍게 얘기부터 하자.”
시황은 장미를 데리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큼직한 눈이 긴장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장미를 부드럽게 만져주며 시황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평소엔 하지 못하는 이런 저런 고민이나 깊은 얘기 등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임영선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시황이 간단하게 관계를 말해주자 장미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이미 시황과 임영선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황미주가 말한 대로 시황의 연인이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시황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만으로도 장미는 기뻤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시황은 장미와 키스를 했다.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연인간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했다.
장미의 마음속에서 시황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여자애들이 일어나서 요트에 있는 커다란 수영장에서 놀기 바빴다. 뜨거운 여름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여름인 만큼 다들 노출이 많은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다들 그 전에 조금이라도 더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후가 되자 요트는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호화로운 요트에 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운 게임까지. 비록 1박 2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추억에 남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선착장에서 내려서 집에서 돌아오는 여자들의 눈은 어쩐지 몽롱해져있었다. 여기저기서 벌써 시황이 건네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며 요트에서의 즐거움을 추억하고 있었다. 요트에 타기 전보다 확연히 친해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추억을 남긴 채로 요트 여행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