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89화 (588/629)

00589  문명 발전  ========================================================================= Reg

새롭게 경신한 시청률 덕에 아침부터 관련 뉴스가 끝없이 쏟아졌다. 내용도 가지각색이었다. 한강규와의 사건을 부각하는 기사나 연인들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기사 등 다양한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다.

뉴스, SNS, 커뮤니티 등의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시황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를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렇게 되니 여전히 비판, 비난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어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누그러진 눈으로 시황의 연애 관계를 바라봤다. 사실 시황이 한 명하고 연애를 하든 100명하고 연애를 하든 타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워낙 유명한 존재에다가 온라인의 발달로 가십거리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시황은 이 호의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여자애들과 데이트를 하곤 했다. 한강규와 다르게 순수한 연애를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따스해지기 시작한 날씨는 어느새 살짝 덥다고 느낄만한 정도가 되었다.

마침 영화 녹화가 끝난 은비와 아이돌 활동이 마무리된 가을과 만나 시황은 한적한 곳에서 데이트를 했다. 대형 쇼핑몰이나 사람이 많은 곳은 이목이 너무 끌려서 다니기조차 불편했기 때문에 평일 오후에 그나마 사람이 많지 않은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벤치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자 시황과 은비, 가을이 있다는 걸 눈치 챈 사람들이 힐끔힐끔 바라봤다. 아예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아름다운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곳으로 택한 거였다.

각종 CF를 찍는 건 물론, 한국 최고의 미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은비와 한일 양국에서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 인기가 드높은 핑크펫의 인기 멤버 가을이 시황의 양옆에서 손을 잡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두 여자, 그것도 배우와 아이돌과 함께 데이트 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었지만 시황에게는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있었다.

“아, 진짜 영화 촬영 때문에 너무 바빴다니까.”

은비가 시황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이젠 좀 여유가 생겼어?”

“그래도 바빠. CF도 찍어야 되고 잡지 촬영도 해야 되고. 하아... 너무 바빠서 너랑 얼마 만나지도 못했잖아, 바보야. 일하느라 바쁜데 갑자기 다쳐서 아프기나 하고.”

“다쳤을 때 울면서 전화했잖아.”

“다, 다쳤으니까 당연히 울지. 그러면 웃을까? 진짜 바보라니까. 그런 것도 모르고.”

새침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민망했던지 은비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시황이 한강규에게 얻어맞아서 다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때 얼마나 슬펐는지 제대로 촬영을 하지도 못했다.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아 금방 퇴원해서 이렇게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간만에 시황과 만나서 데이트를 하니 이때까지의 고생 따윈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아, 맞다. 얼마 전에 너 나온 방송 봤어.”

“저도 봤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은비가 일요야화 얘기를 꺼내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가을도 뒤따라 말했다.

“둘 다 바쁜데 그 방송도 봐준 거야? 고마워.”

“좀 감동적이긴 했어. 그 방송 2000년 넘어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예능이었다며? 안 그래도 주변에서 네 얘기 나한테 엄청 하더라. 다른 여배우들도 너랑 사귀어서 내가 부럽대. 네가 얼마나 변태인지 알면 그런 말 못할 텐데 말이야.”

“응? 내가 변태라고? 난 그냥 은비가 너무 좋아서 몸 어디든지 전부 핥고 빨고 싶은 것뿐인데 이게 왜 변태야? 그리고 사실 지금 은비하고 가을한테서 나는 냄새가 좋아서 좀 발기했어.”

“이러니까 변태지. 바보야. 밖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건 나중에 아무도 없을 때 하라고. 가을이 너도 좋다고만 하지 말고 따끔하게 말을 해야 이런 변태 짓을 안 하지.”

시황이 음흉하게 웃으며 속삭이자 당황한 은비가 볼을 붉히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살며시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가까이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혹시 누가 들을까 걱정했지만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러면 아무도 없을 때 엄청 야한 말해도 돼? 은비가 부끄러워하는 얼굴 보고 싶어.”

“모, 몰라 변태야. 그보다 너랑 연애하는 사진 이제 SNS에 올려도 되지? 어차피 나하고 가을하고 다른 여자들하고 사귀는 거 다 들켰잖아.”

“응? 전에 그런 사진 올리지 않았나? 네가 논란 일으키려고 섹스하고 나서 은근히 그런 느낌 풍기는 사진 실수인 척 올렸잖아.”

“그런 사진 말고 순수하게 연애하는 사진 말이야. 예를 들면 아름다운 풍경에서 키스하고 있는 사진 같은 거 말이야...”

시황의 말에 은비의 얼굴이 크게 붉어졌다. 그때는 가을 때문에 질투해서 그런 사진을 올린거지만 이제는 다른 여자들의 존재도 인정하고 시황과 순수하게 연애를 즐기기로 했다. 질투가 안 생기는 건 아니지만 질투보단 시황과 연애를 하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까.

그래서 시황과 행복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SNS에서 보여주고 진정한 시황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다시금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워낙 논란도 많이 일으키고 티를 많이 내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래도 한창 사람들 관심이 많은 지금이 적기였다.

“그래? 사진 올리는 거야 상관없지만 우리가 키스하는 사진이 있었던가? 음란하게 섹스하는 사진은 많이 찍긴 했는데 오히려 평범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은 별로 없는 것 같네.”

“지금 찍으면 되지.”

“사람들이 보는데 괜찮아?”

“상관없어.”

은비는 당당했다. 이런데서 시황과 입을 맞추고 사진을 찍는 게 꿈이기도 했다. 물론 지나치건 매너 상 곤란했지만 살짝 입을 맞추는 것 정도는 괜찮았다.

“오빠, 저도 올려도 괜찮아요?”

시황과 은비의 얘기를 듣고 있던 가을도 끼어들었다. 가을도 시황과 연애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괜찮아. 편한 대로 올려. 그러면 여기서 뽀뽀하고 저기 호수 보면서 뽀뽀할까?”

“잠깐만, 그거 내가 정할래.”

은비는 시황이 허락해주자 잔뜩 들뜬 표정으로 여러 가지 설정을 했다. 벤치에서 입맞춤을 하고 시황이 말한 대로 호수를 바라보며 입맞춤, 그리고 깍지를 낀 손이나 공원을 다정하게 걷는 모습 등 흔한 연인처럼 다양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촬영은 은비와 가을이 서로 해주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먼저 은비와 시황이 벤치에 앉아서 꼭 화보집에 나오는 것처럼 서로 눈을 감고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을 가을이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그리고 이어서 가을이 시황과 비슷하게 입을 맞추었고 은비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시황과 은비, 가을이 번갈아 가며 입을 맞추는 모습에 공원에 놀러온 연인들이 놀란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와, 은비, 가을하고 번갈아가면서 뽀뽀하네. 미쳤다. 대박 부럽네, 진짜. 어떻게 저 둘을 꼬신 거지? 난 진짜 은비하고 손만 잡아 봐도 소원이 없었다.”

연인 중 한 남자가 넋을 잃을 정도로 부러워하며 바라봤다. 미녀 중의 미녀라는 칭송을 받는 은비와 가을에게 동시에 뽀뽀를 받다니. 부러웠다. 정말 미치도록 부러웠다. 시황은 모든 남자의 꿈과 망상을 현실로 실현시킨 남자였다. 존경심까지 들었다.

“야! 그렇게 부럽냐? 너 지금 부러워서 내가 옆에 있는 것도 까먹었지? 그렇게 부러우면 가서 끼워달라고 하든가! 나 기분 나빠졌어. 그냥 집에 갈래.”

“어? 미, 미안. 그냥 놀라서 한 말이었어. 은비, 가을 보다 네가 훨씬 예쁘고 좋지.”

“됐거든? 그런 말해도 이미 늦었거든?”

남자가 부러워죽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여자 친구가 잔뜩 화가 났다. 그 모습에 찔끔한 남자 친구가 여자를 달래줬지만 쉽사리 여자 친구의 화가 풀리지 않았다.

이렇게 연인들의 불화를 일으키는 것도 모르고 시황과 은비, 가을은 아까 계획한대로 연인들의 화보 같은 사진들을 계속해서 찍었다. 시황도 그렇고 은비, 가을도 알아주는 미녀에 몸매도 완벽에 가깝다 보니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아름답기만 했다.

얼마 있지 않았는데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시황과 은비, 가을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더 이상 있으면 사람들 때문에 빠져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혼잡해질 게 분명했기 때문에 시황은 은비와 가을을 데리고 차로 갔다.

그리고 이전에 살았던 집에서 저녁을 해먹기 위해 고기와 각종 요리 재료들을 사서 가는데 뒷자리에 앉은 은비와 가을은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어떤 게 예쁘게 잘 찍혔는지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꺅, 이거 진짜 잘 나왔다. 그림자 진 게 분위기 있지 않아?”

해가 질 때 호수를 배경으로 입을 맞춘 사진이 엄청 예쁘게 나오자 은비가 비명까지 지르며 좋아했다.

“응. 예쁘네. 이거 올릴 거야?”

“좀 더 보고. 넌 뭐 골랐어?”

“난 이거. 아련한 느낌이 왠지 좋지 않아?”

“그것도 분위기 진짜 좋네.”

은비와 가을은 서로 사진을 번갈아 가면서 확인하며 SNS에 올릴만한 사진을 추려냈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간만에 시황과 즐거운 데이트를 했던지라 은비와 가을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갈 줄을 몰랐다.

이전에 살던 집에 온 시황은 고기를 구워서 은비, 가을과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둘은 오늘 있었던 일을 끝없이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빈번히 시황에게 어떤 사진이 가장 예쁘냐는 의미 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정리까지 끝낸 그녀들은 소파에 앉아서 각자 SNS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 한 장과 시황에게 은비와 가을이 양 옆에서 볼에 입을 맞추는 사진을 서로 합의해서 같이 올리기로 했다. 사진을 올리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시황과 입을 맞추는 사진은 물론이고 은비와 가을이 벤치에 앉아 동시에 시황의 볼에 입을 맞춰주는 사진 순식간에 은비, 가을과 데이트하는 시황.jpg라는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헐, 넘나 달달하면서도 부럽다 ㅠㅠㅠ]

[부럽다... 나도 시황 오빠랑 사귀고 시픔 ㅠㅠㅠ]

[근데 아무리 그래도 여자 두 명한테 뽀뽀 받는 사진은 좀 아니지 않음? 나만 불편한가?]

->[님만 불편한 듯. 연인끼리 뽀뽀하는 게 어때서 그럼? 예쁘기만 하구만]

->[남의 연애 생활에 간섭하는 불편러 꺼지시고요.]

여자들은 시황이랑 사귀고 싶다는 코멘트를 많이 달았다. 그 와중에 두 여자에게서 뽀뽀를 받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기는 했지만 한강규 사건 이후로 다시 여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고 글을 지웠다.

[은비, 가을에게 동시에 뽀뽀를 받다니... 개부럽네요 진심. 배 아파 죽을 것 같음. 혼자서 저런 미녀들 차지하는 거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어차피 시황 아니더라도 은비나 가을하고 님이 사귈 일은 없으니까 진정하세요.]

남자들은 은비와 가을에게 뽀뽀를 받는 시황을 크게 부러워했다. 이미 은비, 가을은 시상식에서 시황에게 고백까지 했던지라 연애하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사진을 실제로 보게 되니 다들 배가 아파 죽으려고 했다.

은비와 가을은 SNS에 달린 댓글을 보며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이 끊이지가 않았다. 원래 친구였던 둘은 시황을 놓고 질투 때문에 사이가 크게 나빠질 뻔 했지만, 많은 일을 겪으면서 어느덧 다시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어차피 시황에게 연인이 넘칠 듯 많은데 서로를 질투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재밌어?”

은비와 가을 사이에 앉은 시황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들을 보며 물었다.

“다들 반응 엄청 좋아. 여기도 너하고 사귀는 게 엄청 부럽대.”

“저도 그런 반응 많아요. 오빠하고 사귀고 싶다고.”

“그래? 반대 아닌가? 난 아직도 너희처럼 예쁘고 대단한 사람들하고 사귀는 게 믿기지 않는데. 사실 꿈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될 때가 있거든.”

시황은 은비와 가을의 스커트를 걷어 올려 팬티를 쓰다듬었다. 한 번씩 이 모든 게 꿈이 아닌가 하고 불안할 때가 있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은비와 가을 같은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자신을 위해 헌신해주는 수많은 여자들과 사귈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서 꿈일까봐 두려울 정도였다.

“우리 시황이 그게 무서웠어요? 바보야. 꿈일 리가 없잖아. 그렇게 우리가 좋아?”

시황의 말에 은비가 기분이 좋았는지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시황의 볼을 만져주었다.

“오빠, 전 언제든지 옆에 있을 거예요. 혹시 힘들거나 답답한 일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해주셔도 돼요. 저도 오빠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오빠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드리고 싶어요.”

가을도 살짝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 받고는 시황을 끌어안았다.

“맞아. 부탁 있으면 들어줄 게. 혼자 끙끙 앓지만 말라고.”

“저희는 언제나 오빠 편이에요.”

“고마워. 그런 말 들으니까 감동 받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네. 너희들이 내 여자 친구라서 정말 행복해.”

시황의 말에 은비와 가을이 환하게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래?”

“무슨 부탁?”

“어떤 부탁이든 다 들어드릴게요.”

은비와 가을은 약간 진지한 표정을 짓는 시황을 보며 조금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시황이 어떤 부탁을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섹스해도 돼?”

“에이, 뭐야 변태야! 진지한 표정 지어서 괜히 가슴 졸였잖아.”

“응? 안 되는 거야?”

“어차피 할 거면서 그게 뭐가 부탁이야. 그리고 너 이미 팬티 안까지 손 집어넣고 있잖아. 진짜 변태, 바보라니까.”

“그런가? 하하.”

은비는 시황에게 핀잔을 줬고 가을은 평소다운 시황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 시황을 보고 혹시 또 큰일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시황은 아까 하지 못한 뜨거운 키스를 은비와 가을에게 번갈아가면서 했고, 거실에서는 야릇한 사랑이 넘쳐났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