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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86화 (585/629)

00586  문명 발전  ========================================================================= Reg

시황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제가 다친 동안 많은 걱정을 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부모님, 그리고 여자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각지에서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인류에 공헌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덤덤히 말을 이어나가던 시황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우수어린 눈빛으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저의 연인들에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너희들을 위해서 내 목숨이 다하더라도 결코 슬픈 일이 없도록 해줄게. 항상 고마워. 감사합니다.”

마지막 대사는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부끄러울 수도 있었지만 시황이 가진 용언의 힘은 부끄러움보단 감동을 극대화 시켰다. 송민희는 물론이고 여자 스태프들은 시황이 가진 연인들에 대한 사랑에 크게 감동해서 눈물을 훌쩍였다.

이렇게 녹화가 끝이 났다. MC인 김관준과 송민희 아나운서와 악수를 나눈 시황은 대기실로 돌아왔다. 뒤따라 들어온 찬미도 시황의 얘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는지 눈이 새빨개져있었다.

“어때? 녹화 괜찮았어?”

“감동했어요. 오빠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동해서 자꾸 눈물이 나왔어요.”

찬미는 눈가를 닦아냈다. 시황의 깊고 깊은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았다. 사실 시황에게 연인이 많은 건 전부 자신들의 탓이었다. 그런데도 시황은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보내주었다. 연인이 많다지만 시황은 그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만한 바다처럼 깊고 하늘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존재였다. 이런 시황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찬미는 큰 행복을 느꼈다.

녹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대기실을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송민희였다. 그녀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시황에게 인사를 건넸다. 행동과 목소리부터가 시황에게 관심이 많다는 걸 여자라면 누구라도 느낄 정도였다. 심지어 녹화 중에는 송민희가 멍하니 시황을 쳐다보는 일도 상당히 잦았었다.

“감사합니다. 너무 긴장을 해서 방송이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때까지 한 녹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저기, 대표님...”

잔뜩 신경을 쓴 듯 몸의 라인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원피스를 입은 송민희가 시황에게 다가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네? 무슨 일이라도?”

“이후에 간단한 회식이 있는데 혹시 바쁘시지 않으면 참석하실 수 있으세요? 아, 물론 김관준 선생님하고 PD님, 그리고 몇몇 스태프 들도 참석할 거예요.”

“회식이요? 잠시 만요.”

시황은 시계를 확인했다. 녹화가 끝이나니 벌써 오후 7시가 넘어 있었다. 어차피 시황은 이후에 집에 돌아가서 놀 예정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바쁘거나 참석 못할 이유는 없었다. 사실 이런 자리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해 한번쯤은 참석해 보고 싶기도 했다.

“오빠, 전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애들 밥도 차려주고 해야 할 일도 조금 있어요.”

“그래? 그러면 나도 그냥 집에 갈까?”

시황이 찬미에게 물어보자 송민희의 얼굴에 간절함과 다급함이 생겨났다. 이대로 시황과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영 못 만날지도 몰랐다. 송민희가 뭐라고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찬미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오빠는 회식하고 오세요. 전 여기서 택시타고 가면 돼요.”

“그래? 알았어. 찬미가 그러라면 그렇게 해야지.”

다행스럽게도 찬미가 허락해주자 송민희의 얼굴에 안도감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그 대단한 시황의 행동을 정해주는 찬미를 보면서 송민희는 큰 부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정말 부러웠다.

시황은 찬미를 택시에 태워서 보내주고 제작진들과 함께 회식을 하러 근처 식당으로 갔다. 평범한 삼겹살 가게였다.

송민희는 눈치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시황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시황의 옆에 앉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려왔다.

시황은 고기를 먹으며 제작진들과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옛날이었으면 이런 자리가 어색해서 정말 싫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싫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신을 조심스럽게 대하고 특별하게 관심을 가져주니 어깨가 으쓱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름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서 띄워주니 누구라도 거만해질 법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대표님, 한 잔 드세요.”

옆에 앉은 송민희가 시황의 술잔에 맥주를 채워주었다. 누가 시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자발적으로 시황에게만 술을 따라준 것이다.

“고마워요.”

시황을 가볍게 웃어주고는 술을 마셨다. 송민희의 얼굴에 발그레해졌다.

제작진과 같이 회식을 왔지만 송민희는 시황밖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적인 아나운서가 매력적인 미소를 머금고는 고기가 익는 족족 시황에게 집어주었다. 고기를 집어먹으며 시황은 송민희에게도 술을 따라 주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런데 이제 몸은 괜찮으세요? 아직 아픈 곳이 없는지 걱정 돼요.”

“거의 다 나았어요. 평범하게 활동해도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요.”

“다행이다. 다들 그 일로 얼마나 대표님을 걱정했는지 몰라요.”

“고마워요. 신경 써줘서. 한잔 마시죠.”

“네.”

시황은 송민희와 같이 맥주를 마셨다. 아름다운 미모로 연예인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송민희 아나운서가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상당히 즐겁기는 했다.

“대표님, 이거 드세요.”

“고마워요. 잘먹을게요.”

정성스럽게 고기로 쌈을 싼 송민희가 직접 시황에게 먹여주었다. 주변에서 여자 제작진 몇몇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송민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시황에게 호감을 드러냈다.

식사를 끝내고 시황은 PD와 송민희, 그리고 남은 몇몇의 제작진과 함께 분위기 괜찮은 술집으로 갔다. 이런 식으로 회식을 하고 술집에 가는 일은 처음이다 시황도 나름 즐거웠다.

술집에서도 송민희는 시황의 옆 자리를 차지했다. 여자 작가 한 명과 신경전을 하기는 했지만 눈치를 보지 않고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송민희를 이겨내진 못했다.

송민희는 시황에게 달라붙어 얘기를 나누며 계속해서 술을 따라 주었다.

“어머, 정말요?”

그러면서 시황이 하는 말에 크게 웃더니 괜히 시황의 허벅지를 살짝 때리기도 했다.

“하하. 아, 민희 씨 술이 다 떨어졌네요. 제가 따라 드릴게요.”

“어머, 고마워요. 대표님께서 술까지 따라 주시고, 정말 영광이에요.”

“영광은요. 당연한 건데요.”

시황이 술을 따라주자 송민희는 가볍게 들이켰다. 여성스럽고 가녀린 외형과는 다르게 송민희는 의외로 술이 상당히 센 편이었다. 벌써 취기가 올라오는 시황과 다르게 송민희는 아직까지 정신이 완벽할 정도로 멀쩡했다.

“아, 저 조금 취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정신이 멀쩡한 송민희는 괜히 취한 척을 하면서 시황의 어깨의 얼굴을 살짝 기대었다.

“괜찮아요? 많이 취하셨어요?”

“조금 어지러워서요. 죄송한데 조금만 이렇게 있어도 될까요?”

“괜찮아요. 편한 대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송민희는 시황의 허락이 떨어지자 괜히 술에 취한 척하며 몸까지 시황의 품에 안기듯 기대었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 작가는 노골적으로 여우 짓을 하고 있는 송민희를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송민희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 앞이라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도도하고 지적인 모습만 보여줬다. 심지어 고백해오는 연예인들을 거절하기 까지 했다. 그런데 시황에 앞에서 저런 식으로 대놓고 여우 짓을 하고 있으니 상당히 신기하면서도 송민희 조차도 저렇게 만드는 시황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화기애애한 술자리가 이어졌고 시황은 제작진들과 가볍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늦은 밤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 늦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슬슬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대표님, 저 아직 술이 안 깨서 그런데 대표님께서 데려다 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데...”

슬슬 마무리가 되는 듯 하자 시황에게 기대어 있던 송민희가 낮게 속삭였다.

“알겠어요. 오늘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는데 제가 모셔다 드려야죠. 전 별로 술에 안 취했으니 직접 데려다 드릴게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술이 너무 약해서 조금만 마셨는데도 이렇게 취해버렸어요..”

“아니에요.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시황은 송민희를 데려다 주려는 여자 작가에게 자신이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걸음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송민희를 부축해서 자신의 차에 태웠다.

제작진들과 인사를 나눈 시황은 용언으로 취기를 몰아낸 뒤에 차를 운전해서 송민희의 집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은 송민희는 여전히 술에 취한 척 하며 시황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어두운 배경 아래로 자신의 집으로 운전해 가는 시황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크게 떨려왔다. 여자를 지켜주려고 자신의 몸을 헌신하는 시황을 보고 참을 수 없는 호감을 느껴버렸다. 이전에도 시황에게 매력을 느끼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다. 송민희가 바라는 이상형의 남자가 바로 시황 같은 존재였다. 연인이 많은 게 걸리긴 했지만 반대로 그렇게 연인이 많으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기도 했다.

시황은 마포대교를 지나 여의도에서 얼마 멀지 않은 송민희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다 왔어요. 걸으실 수 있겠어요?”

“아... 죄송해요. 아직 머리가 어지러워서 잘 못 걷겠어요.”

“알겠어요. 그러면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정말 죄송해요.”

시황은 술에 취한척하는 송민희를 부축해 집까지 데리고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는 현관문을 열고 직접 소파에 송민희를 앉혀주었다. 미니스커트가 살짝 올려가서 송민희의 희고 고운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그러면 전 이제 돌아갈게요. 오늘 즐거웠어요.”

“아, 잠시 만요. 대표님. 저희 집까지 오셨는데 제가 술이라도 대접해 드릴게요. 잠깐 쉬다가 가 가세요.”

“전 괜찮긴 한데 괜찮으세요? 술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집인데 괜찮아요. 대표님도 편하게 드세요.”

송민희는 술에 취한 척 하면서 냉장고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를 가지고 왔다. 평소 쉬면서 술을 즐겨 마셨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는 각종 맥주 캔들이 들어 있었다.

시황은 소파에 앉아 하얀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는 송민희와 술을 마셨다. 송민희는 상당히 애교가 많다 보니 가볍게 얘기를 할 때마다 크게 웃거나 감탄했다. 반응이 좋으니 확실히 술이 잘 들어갔다.

송민희는 계속해서 시황에게 술을 먹였다. 이전 시황이 임영선에 했던 것처럼 술을 마시고 실수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올라간 미니스커트를 내리지도 않고 오히려 은근히 더 드러내며 시황을 유혹했다.

송민희도 사실 시황과 천천히 친해지고 싶었지만 그런 식으로 해선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았다. 어떻게든 시황이 실수를 하게 만들어서 거기서부터 친해져 나가는 게 훨씬 더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술을 마시던 시황이 취기가 올라오는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많이 마셨더니 술에 취하네요. 이제 그만 마셔야겠어요. 이러다가 집에도 못가겠어요.”

“편하게 드세요. 저희 집에서 자고 가도 괜찮아요.”

단아한 얼굴을 한 아나운서의 입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도발적인 말이었다.

“여자 혼자 있는 집에서 어떻게 자고 가겠어요. 죄송해서 그렇게는 못해요. 이 캔만 마시고 전 이만 가볼게요.”

“좀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이미 술에 많이 취하셔서 대리운전 없으면 돌아가기 조금 힘드실 거 같은데...”

“간만에 즐거워서 너무 많이 마셔버렸네요. 술도 잘 못 하는데.... 어쩌지 대리운전을 불러야 하나...”

“그냥 술 더 마시고 저하고 놀다가 편하게 자고 가세요. 굳이 무리해서 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혹시 제가 싫으신 건 아니죠?”

시황이 고민하자 송민희가 은근히 유혹했다. 남자라면 견뎌내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그게 아니라 너무 죄송해서...”

“죄송하긴요. 다른 남자는 곤란해도 대표님이라면 괜찮아요.”

송민희가 잠깐 고민하더니 대놓고 시황의 무릎위에 올라앉았다. 미니스커트가 올라가며 붉은색의 도발적인 팬티가 살짝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유혹을 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송민희의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평범한 정신으로는 이 정도까지 하긴 힘들었겠지만 집에 와서 시황과 술을 많이 마신 덕에 취기가 올라와서 가능한 유혹이었다.

“이, 이러시면 안 돼요. 전 이미 여자 친구가 있어요. 오늘 같이 녹화하면서 눈물도 흘리셨잖아요.”

시황이 크게 당혹스러워했지만 송민희는 오히려 시황의 목을 팔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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