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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85화 (584/629)

00585  문명 발전  ========================================================================= R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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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겉으로 보기에 많이 괜찮아진 시황이 퇴원을 했다.

그 사이에 한강규는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그런데 수사를 하면 할수록 강제로 여자들에게 사채를 쓰게 하고, 그걸 토대로 협박해 성관계를 맺거나 경쟁사를 무너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퍼트린 일 등, 사회를 충격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한 범죄 사실들이 계속해서 드러났다.

피해를 받았던 여자들은 단체로 한강규에 관한 일을 고백했고, 그 끔찍한 사실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이 와중에 시화 그룹에서 한강규가 그런 범죄를 저지르도록 지원을 하고 경쟁사를 무너트리기 위해 정치인에게 은밀하게 뇌물을 준 것과 더불어 탈세 등 각종 범죄 사실이 드러났고 시화 그룹의 회장도 수사의 손길을 피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시화 그룹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시화 그룹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매 운동한 반면 한강규에게 피해 받은 여성들을 지원해주기로 한 케즈론에겐 한없이 우호적인 시선을 보냈다. 안 그래도 좋던 기업 이미지가 이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 상승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황은 시화 그룹의 비리들을 은근히 인터넷에 유출했고, 비리들이 드러날 때마다 시화 그룹의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카페와 아이스크림, 각종 디저트 음식을 석권하던 시화 그룹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시황은 여기서 더욱 확실하게 시화 그룹을 몰락시키기 완벽한 대체재를 만들기로 했다. 곧바로 진아와 만나서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하기 위한 얘기를 나누었다. 재료들이야 마력 변환기로 만들어 내고 복제 마법진으로 찍어내면 간단하게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를 제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이전에 적용했던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효능만 첨부하면 실패하고 싶어도 실패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팔 수 있었다.

“알겠어요. 그렇게 준비할게요.”

진아는 침대에 누워 시황의 품에 안긴 채로 대답했다. 처음 시황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몇 번 병문안을 가기도 했지만 이렇게 다시 건강해진 시황을 보자 너무 기뻐서 옆에서 도저히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시황은 그런 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방금 섹스를 끝냈지만 부드러운 진아의 나체가 엉겨 붙는 것만으로도 또 발기를 했다. 임영선에게는 너무 좋아서 보기만 해도 흥분돼서 발기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시황은 좋아하는 여자라면 언제 어느 때나 발기를 했다.

“고마워. 고생 좀 해줘.”

“아니에요. 케즈론이 커나가는 모습을 보면 오빠가 만든 브랜드가 이렇게나 성장하는구나 싶어서 정말 기뻐요. 지점을 낼 때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분기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해외에서도 제발 자기 나라에 케즈론 매장을 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을 해올 때마다 얼마나 자부심이 생기는지 몰라요.”

“그래? 해외 진출은 잘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오픈한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요. 조만간 뉴욕과 일본, 중국 그리고 유럽에 차례로 케즈론 패션 브랜드 매장이 오픈할 거예요. 안 그래도 그때 오빠가 뉴욕 오픈행상에 참석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같이 뉴욕 여행도 하고요.”

사실 오픈 행사에 시황까지 참석할 필요는 없었지만 진아는 해외에 나가는 김에 시황과 뉴욕 여행을 하고 싶었다. 시황의 연인들로 가득한데다 시황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한국이 아닌 뉴욕에서 단 둘이 오붓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릴 정도로 로맨틱했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고마워요. 오빠.”

진아는 벌써부터 오픈 행사가 기대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시황과 단 둘이 여행이라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빌딩은 잘 구하고 있어?”

“네. 협상 중이에요. 강남에 있는 괜찮은 빌딩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중에 협상이 다 되면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래. 진아만 믿을게.”

진아는 시황을 꼬옥 끌어안았다. 시황이 이렇게 자신을 믿고 의지할 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이렇게 시황이 의지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자신뿐일게 틀림없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이 생겨났다.

시황은 진아의 가슴을 주물렀다. 기분 좋은 촉감이 손을 가득 채운다. 진아가 이렇게 상냥하고 귀여워보여도 다른 사람들에겐 의외로 차갑고 도도한 여자였다. 한 번씩 회사에 갈 때마다 도도하게 앉아서 일을 하는 진아의 모습이 대단히 새로웠다.

“아, 그리고 또 중요하게 해줬으면 좋을 일이 있어. 이건 시간이 좀 걸려도 괜찮아.”

“네? 중요하게요? 어떤 거요?”

“게임을 하나 개발하려고 하거든.”

“게임이요?”

스마트폰을 개발할 때도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나마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사업성은 가지고 있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문제긴 했지만 시황이라면 그런 경쟁도 이겨낼 거라고 충분히 믿고 있었다.

그런데 게임이라니? 컴퓨터 게임을 말하는 걸까? 살면서 보드게임 말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진아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많고 많은 것들 중에서 왜 게임인지 사실 이해도 되지 않았다.

시황은 혼란스러워하는 진아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확실히 패션 브랜드와 카페, 그리고 화장품과 발모 샴푸 등을 만드는 케즈론에서 게임을 만드는 건 생뚱맞아도 너무 생뚱맞은 일이었다. 진아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맞아. 게임. 진아는 게임해 본적 있어?”

“아니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오빠는요? 오빠는 해봤어요?”

“나야 많이 해봤지.”

여자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지만 진아는 그 중에서도 특별했다. 집에서 게임만 하던 과거의 시황과 완전히 대척점에 존재하는 게 과거의 진아였다. 드래곤의 유산이 아니었다면 시황이 진아의 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섹스를 하는 건 상상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일이었다.

“어떤 게임을 만들려고 하시는 거예요? 요즘 스마트폰으로 게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그런 거예요?”

“아니. 컴퓨터 게임.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아! 본 적 있어요. 고글처럼 생긴 기계를 쓰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하는 뉴스를 봤어요. 그걸로 게임 만드시는 거예요?”

“비슷하지.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진화된 가상현실이야. 내가 만들려는 건 뇌파를 송수신해서 완벽하게 가상현실의 세계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 보이는 모든 사물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심지어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까지도 구분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 거야.”

“네? 그런 게 가능해요?”

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잘은 모르긴 하지만 가상현실 속의 사물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마저 구분하는 기술이 가능한지 조차가 의문이었다. 이제까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시황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이제 개발해야지. 그래서 진아한테 부탁이 있는데...”

시황은 진아에게 몇 가지 지시를 했다. 먼저 임영선을 통해 뇌파를 송수신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유해성 검증만 된다면 신속하게 뇌파 기술을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뇌파를 이용한 가상현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그 주체가 되는 게임이었다. 장대하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개발인력과 능력 있는 사람들이 중요했다.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어느 세월에 게임을 만들고 출시를 할지 알 수조차 없었다. 개발비와 인력을 유지하는데 돈이 많이 들기야 하겠지만 제대로 된 가상현실 게임을 출시한다면 그 정도 손해 따위야 아주 가볍게 메꿀 수 있었다.

시황은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진아를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게임을 출시하는 날 사람들의 반응을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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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을 했지만 일은 진아가 했기 때문에 시황은 평소처럼 여자들과 놀면서 지냈다. 그리고 병문안을 올 수조차 없었던 로실린 등의 부인들과 간만에 만나서 하루 종일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공중파 방송국에서 출연 요청이 왔다. 이런 방송 자체가 이미지를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시황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퇴원을 하고 처음으로 나가는 방송이었다. 뉴스는 아니었고 유명인들이 나가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예능 방송이었다. 예능이라고 해서 지나치게 가볍지 않고 무겁고 힘들었던 얘기를 감수성 있게 풀어나가는 교양 예능인지라 연예인만이 아닌 사회의 유명 인사들도 제법 출연하는 방송이었다.

MC로는 한국에서 알아주는 예능 경력을 가진 김관준과 아름답기로 유명한 송민희 아나운서가 맡고 있었다. 시황은 김관준과는 만난 적이 없었지만 송민희 아나운서는 이전 뉴스에 출연했을 때 만난 이후로 가끔씩 문자를 보내곤 했다. 청순하고 지적인 얼굴과 다르게 그때도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듯했는데 한 번씩 보내는 문자에도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사건이 났을 때도 시황의 번호를 아는 모든 사람이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거나 연락을 했는데 여기에 송민희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황은 찬미와 함께 녹화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방송국 스튜디오로 갔다. 방송국에 들어가자 주변 사람들이 곧바로 시황이 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름 유명하다는 연예인들도 시황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매니저와 속닥이며 말을 걸어도 괜찮을지 얘기를 나누곤 했다.

준비 된 대기실에 간 시황이 간단한 메이크업을 받고 기다리자 PD가 직접 와서 녹화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내용의 질문을 할 건지 설명을 하는데 PD가 긴장을 했는지 중간 중간 침을 크게 꿀꺽 삼키기도 했다.

상의를 끝내고 PD가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들어온 사람은 송민희 아나운서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시황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저번에 만난 뒤로 처음 보네요.”

“어머, 기억하시네요. 영광이에요.”

시황이 자신을 기억해주자 송민희 아나운서의 볼이 발그레해지더니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가 머물렀다. 그때 이후로 처음 만난 시황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울 정도로 매력이 넘쳐흘렀다. 송민희도 미녀 아나운서로 여러 사람들에게서 선망을 받는 존재였지만 시황의 앞에선 그저 한 명의 여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송민희와 얘기를 제대로 나누기도 전에 다른 연예인들이 몰려왔다. 시황과 인사를 하기 위해 온 거였다.

시황이 가볍게 웃으며 방문한 연예인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나니 어느새 녹화 시간이 되었다.

스튜디오에 가서 MC인 김관준과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이 예능은 출연자의 전반적인 삶과 성공을 하기 위해 감내했던 고통들을 덤덤하면서도 감수성 있게 풀어내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시황에게 곧바로 한강규와의 일을 묻는 게 아니라 과거의 질문부터 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많이 가난했다고 들었는데요. 많이 어려우셨나요?”

김관준이 시황에게 질문을 했다.

“지방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비를 낼 돈이 없어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빠듯한 생활 중에 돈을 보내주셨기 때문에 하루에 한 끼도 겨우겨우 먹으며 생활하다가...”

시황은 덤덤하게 과거의 일을 풀어내었다. 그러면서 오기 전에 미리 용언을 사용해 듣는 사람들이 더욱 감동적이고 감수성에 젖을 수 있도록 목소리에 약간의 효과를 첨부했다.

얘기가 차츰 이어져 나갈수록 송민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과거에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케즈론으로 성공한 시황의 모습에 크게 감동을 했던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송민희는 흐르는 눈물을 빠르게 닦아내고 시황에게 질문을 했다.

“참 감동적인 얘기네요. 그리고 최근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있었는데요. 생각을 떠올리시는 것도 힘드시겠지만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후우... 참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여자 친구를 납치했다고 전화가 와서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지 알았습니다. 아, 마침 녹음한 게 있는데 들어보시겠어요? 이건 처음 공개하는 거네요.”

시황은 휴대폰을 꺼내서 그날 한강규가 전화를 걸었을 때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그때 녹음을 해 두진 않았지만 루나모스의 능력으로 한강규를 더욱 악독하고 악마 같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하고, 반대로 시황은 완벽한 선으로 보이도록 약간의 편집을 한 상태로 녹음 파일을 만들어 두었다.

그걸 들려주자 MC인 김관준과 송민희는 물론이고 스태프들도 분노에 몸을 떨었다.

원하는 대로 분위기가 잡히자 시황은 분위기를 띄우면서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박진감 넘치게 설명했다. 그 긴박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다들 정신없이 몰입해서 시황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시황이 기지를 이용해 루나모스를 데리고 탈출하는 부분을 묘사하는 장면에선 다 같이 크게 감탄성을 터트리기도 했다.

시황이 설명을 마치자 어느새 송민희는 물론이고 김관준과 스태프의 눈에선 굵은 눈물방울이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황이 발현한 용언의 힘도 있었지만 그만큼 설명이 감동적이었던 것이다.

다들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나서 송민희가 질문을 이어나갔다.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강시황 대표님껜 아름다우신 연인들이 많은 걸로 유명한데요. 혹시 그것에 대해 간단하나마 얘기를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맞습니다. 저에겐 사랑하는 연인들이 여러 명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인간인 이상 알 수는 없겠지만 현재로선 그녀들을 제 목숨보다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저에게 비난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부 제가 감수할 일이고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해서라면 제 모든 걸 줘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만이 저를 사랑해주는 연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아... 정말 여자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각오네요.”

송민희와 여자 스태프들이 감탄했다. 사실 이런 말을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했다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겠지만 한강규 사건으로 시황이 진심으로 여자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주고자 하는 각오가 이미 보여 졌기 때문에 송민희는 물론이고 여자 스태프들이 순수이 감탄할 수 있는 거였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서 김관준 MC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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