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0 문명 발전 ========================================================================= Reg
“시화 그룹에서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진짜? 완전 무섭네.”
“개 같은 새끼. 나한테 계속 연락이 없으면 시화 그룹은 곧바로 널 추적할 거다. 이미 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남겨놨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해외로 도망치지 않으면 절대로 시화 그룹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 진짜?”
“크큭. 이제야 네 처지를 안 건가? 지금 당장 저 여자를 데리고 도망치는 게 유일하게 네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아, 물론 나에게 조금이라도 상처가 있다면 시화 그룹은 네 놈을 죽일 때까지 쫓아다닐 테니 선택 잘 하라고.”
시황이 무섭다는 듯 떨면서 말을 더듬자 한강규는 조금 여유를 되찾았다. 일단 최대한 겁을 줘서 시황을 도망치게 할 작정이었다. 시황에게 살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니었다. 지금 상황부터 넘겨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난 뒤에 도망치는 시황을 쫓아 가장 잔혹하게 죽여 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널 빨리 때려죽이라는 거지? 안 그러면 내가 위험하니까? 고마워. 안 그래도 시화 그룹이 너무 무서워서 죽을 뻔 했거든. 빨리 너 때려죽이고 도망가야겠다.”
“병신 새끼야. 이해력 딸리냐? 나한테 손 하나 대면은 시화 그룹에서 쫓아간다고! 그러니까 지금 날 놔두고 도망가야 네가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이해가 되냐?”
시황이 완전히 반대로 알아듣자 조금 여유를 되찾던 한강규의 얼굴이 다급하게 변했다. 설마 했는데 저 간단한 말조차 이해 못할 정도로 멍청할 줄이야.
“알았어. 빨리 때려서 죽여줄게. 재촉하지 마.”
시황은 내기를 살짝 끌어올려 한강규의 뺨을 쳤다.
짝!
“끄, 끄엑...”
강렬한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한강규의 목이 돌아가고 뺨이 찢어져버렸다. 단번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과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고, 한강규가 고통에 입을 벌리자 치아가 투툭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시황은 곧바로 반대편 뺨도 쳤다.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한강규의 눈은 반쯤 돌아갔고 순식간에 뺨이 부풀어 올라 얼굴이 거대해졌다. 단 두 번밖에 때리지 않았지만 한강규는 반 정도 죽은 것처럼 보였다.
“안 아프지? 겨우 이정도로 아픈 놈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을 리가 없잖아?”
시황은 침착하게 말했지만 가슴에선 끝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한강규는 구제조차 불가능한 쓰레기였다. 마지막 순간에도 은지를 인질로 잡고 살해 협박을 한 것도 부족해 협박이 안 먹히자 곧바로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저런 인간쓰레기는 살려둘 가치가 없었다. 자신에게 아무런 힘과 능력도 없었다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어떤 험한 꼴을 당했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준 고통을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시황은 한강규를 집어던졌다.
“커억... 사, 사려주세여...”
땅바닥을 나뒹군 한강규는 곧바로 시황에게 사죄했다. 단 두 대만으로 이가 부러지고 뽑혀나가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가슴 깊이 새겨져있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시황이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가 아까 여자만은 놔달라고 했을 때, 놔줬겠지? 그러니까 지금 살려달라고 말하는 거지?”
“자모해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게습니다... 제바...”
아까까지만 해도 그토록 당당하던 한강규가 몇 대 얻어 맞는 것만으로 한없이 비굴해졌다.
“아까 어떻게 했더라? 내 손을 내려치려고 했던가?”
시황은 널부러져 있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망치를 집어 들었다. 한강규는 망치를 집어 드는 모습에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재빠르게 창고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루나모스가 간단한 마법으로 한강규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바닥에 드러눕히고 고정을 시켰다.
“모이, 모이 안 우지겨! 사려주세요!”
갑자기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옴짝달싹 하지 않자 한강규는 발버둥을 치려고 했지만 옴짝 달싹도 하지 않았다.
시황은 그런 한강규의 눈앞에 거대한 망치를 보여주고는 이마를 때리겠다는 듯이 거대한 망치로 몇 번 문질러주었다. 그리고 나서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한강규의 얼굴에 짙은 공포감이 생겨났다. 시황은 망치 손잡이를 고쳐 잡은 다음에 그대로 내려쳤다.
후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엄청난 기세로 망치가 떨어졌다. 한강규는 두려움에 눈을 감아버렸고, 떨어지던 거대한 망치는 시황이 문질렀던 이마 바로 위에서 멈춰 섰다.
“꺼, 꺼억...”
망치에 머리가 찍힌 것도 아닌데 한강규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오줌을 싸버렸다. 극심한 공포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치료해줘.”
시황은 다시 망치를 뒤로 집어 던졌다. 겁만 주려고 했을 뿐 망치로 신체를 파괴시킬 생각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루나모스는 한강규를 치료했다. 그러자 방금까지 터져나간 뺨이 아물고 퉁퉁 부어오른 얼굴이 원상복귀 되었다.
시황은 한강규의 목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날 파멸시키려고 이때까지 정보 조작을 했었지? 그런데 일을 너무 어설프게 해서 내가 다 미리 조취를 취해버렸잖아. 답답해서 내가 어떤 식으로 조작하는지 보여줄게. 그리고 네가 저지른 각종 범죄들, 인터넷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시켜 놓고, 너와 시화 그룹이 저지른 비리까지 전부 폭로할게.”
“커억... 제발 살려주세요... 흐흑...”
바지에 오줌이 흥건한 한강규는 콧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울었다. 남 앞에 군림해 있을 때는 누구보다 잔혹한 남자였지만 억압받는 처지가 되자 누구보다 나약한 남자로 변해버렸다. 자존심이고 뭐고 시황이 너무 두려워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런데 이정도로 부족하지? 네가 저지른 짓이 있는데 몸 성히 잡혀가면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루나모스, 이리줘 봐.”
시황이 손을 내밀자 루나모스가 지네와 구더기가 뒤섞인 것처럼 생긴 징그러운 벌레를 건네주었다.
“이건 내부 장기에 자리 잡고 점점 극심한 고통을 일으키면서 부위를 점차 파괴해 나가는 끔찍한 벌레지. 이거 먹으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될 거야. 지금은 한 마리지만 내부에서 알을 놓고 점점 증식해서 나중에는 네 몸 속에 이 벌레 밖에 안 남게 될 걸? 이정도면 너에게 고통 받은 수많은 사람들도 기뻐하겠지? 먹여 줄 테니까 입 벌려봐.”
시황이 징그러운 벌레를 먹이려고 하자 한강규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떻게든 안 먹으려고 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 앞으로 시황 님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흐윽...”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필요 없고 입이나 벌려.”
시황은 한강규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그리고는 벌레를 입 안에 집어넣자 벌레가 스스로 꿈틀거리면서 한강규의 목으로 기어들어갔다.
“꺼억... 컥...”
벌레가 목을 파고들어가자 엄청난 고통에 한강규가 눈을 뒤집으며 몸부림쳤다. 단순히 벌레가 기어들어가서 아픈 게 아니라 벌레에서 나오는 점액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선사하는 거였다.
벌레가 전부 기어들어가 내부 장기에 안착했다. 동시에 점액질을 분비하는 것도 멈춰서 고통은 사라졌지만 한강규는 크나큰 공포에 잡아먹혀 몸에 벌레라도 잔뜩 붙은 것처럼 발작하듯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얼마나 두려웠는지 온 몸에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한 끔직한 착각이 일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마. 한 동안은 별다른 고통 없이 괜찮을 테니까. 뭐, 그래봐야 안은 이미 벌레에 먹히고 파괴돼서 점점 죽어가겠지만.”
“살려주세요. 도대체 제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판사도 아닌 너 따위가 이래도 되는 거야? 어? 강시황,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은 죽이고 만다. 개 같은 새끼. 가장 잔혹하게 죽여버릴 거야. 아, 아니...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전 죽기 싫단 말이에요.”
처음엔 용서해달라고 빌던 한강규가 나중에게는 시벌개진 눈으로 시황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다가 또 살려달라고 빌었다. 정신이 붕괴되기라도 했는지 정상적이지 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지. 앞으로 있을 지옥 같은 일을 겪어야 하는데 벌써 미치면 되나. 루나모스, 정신을 멀쩡하게 돌려놔.”
“알겠습니다.”
시황의 명령에 루나모스는 용언을 사용했고 반쯤 미쳐가던 한강규의 정신을 되돌려 놓았다. 반쯤 미쳐가던 한강규의 눈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오고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흐윽... 너무 무서워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이제 끝났어. 앞으로 있을 일들을 즐겁게 즐기라고.”
시황은 피식 웃고는 루나모스와 함께 창고를 나갔다. 남겨진 창고에는 은지로 변신을 시켰던 조잡한 인형과 쓰레기처럼 나뒹구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 그리고 극심한 공포감에 눈물만 흘리고 있는 한강규 뿐이었다.
루나모스의 힘으로 단번에 공간을 뛰어넘어 경찰서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늦은 밤인지라 어두운 골목길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았다. 적막하고 고요했다.
“많이 두드려 맞은 것 같은 상처 좀 만들어줘. 물론 아프지 않게 해서.”
시황의 요구에 루나모스는 여기저기 얻어맞은 듯한 상처를 만들어 주었다. 겉으로 보면 엄청난 폭행을 당하기라도 한 듯 상처와 멍이 몸 전체에 가득했다.
“이제 가자. 열심히 우는 거 잊지 말고.”
시황은 루나모스의 손을 잡고 경찰서로 뛰어 들어갔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마치 멀리서 도망쳐 온 것처럼 급하게 들어와서는 경찰에게 살려달라고 외쳤다.
갑작스럽게 얼굴에 피가 흥건하고 옷이 찢어진 여자가 들어오자 경찰들이 놀라서 모여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 된 거죠?”
“하, 한강규가 저희를 납치해서 포, 폭행을 했어요. 끄윽...”
“흐윽... 어떡해...”
시황은 경찰서 바닥에 쓰러지고는 고통스러워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루나모스는 충격적인 일을 당한 것처럼 서럽게 울었다.
“어? 저 분 강시황 대표님 아닌가? 저기... 강시황 대표님 맞으시죠?”
멀리서 긴가민가하던 한 경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 맞습니다. 크윽...”
“허엇! 강시황 대표님이라니. 세상에 이게 무슨...”
피를 뒤집어 쓴 남자의 정체가 강시황이라고 하자 경찰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대단한 사람이 폭행을 당하고 피를 뒤집어썼을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눈썰미 있는 경찰이 아니었다면 한참동안 시황인지도 모를 뻔 했다.
“살려주세요. 한강규가 저희를 죽일지도 몰라요.”
“걱정 마십시오. 여기는 안전합니다. 야! 빨리 구급차부터 불러. 뭘 멀뚱히 서있는 거야! 그리고 지금 바로 상부에 보고해!”
당직책임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소리치자 주변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고통스러워 끙끙 앓는 시황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침착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
시황이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뉴스가 이른 아침에 속보로 떴다.
[(속보)케즈론 강시황 대표, 괴한에게 불의의 습격으로 응급실 행]
속보로 뜬 기사에 사람들은 눈을 믿지 못했다. 평범하게 하룻밤이 지나고 이제 막 출근 준비를 하려는 이른 아침에 뜬금없는 시황이 괴한에게 습격당해 응급실에 갔다는 기사가 뜨다보니 그만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속보는 곧바로 모든 사이트에 퍼져나갔다. 이제 막 사람들이 깰 이른 아침인데도 정보의 전파 속도 하나 만큼은 빛보다도 빨랐다.
[헐, 강시황이 습격당해서 응급실에 실려 갔대요. 도대체 무슨 일인 거죠?]
[지나가다 강도라도 당한 걸까요? 제 생각엔 평소 강시황 대표를 노리던 사람이 저지른 범죄 같아요. 강시황 대표 같은 사람이 평범한 길을 다니진 않았을 테고, 사적인 공간에 있다가 습격을 당한 게 아닐까요?]
[제 친구가 기자라 물어봤더니, 이거 때문에 지금 난리났다네요. 제 친구가 듣기로는 새벽에 강시황 대표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경찰서로 도망 왔답니다. 얼마나 다쳤는지 몸 성한 데가 없다던데 목숨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 되네요.]
[무섭네요. 덜덜.]
사람들이 속보를 보고 시황을 걱정하고 있을 때, 조금 더 자세한 기사가 올라왔다. 중태까지는 아니지만 시황의 상태가 조금 위험하다는 것과, 납치를 당해 끌려가서는 괴한에게 얻어맞다가 겨우 도망쳐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끔찍한 내용인지라 사람들은 무슨 일로 시황이 납치당했는지 추측하기 바빴다. 특히 시황을 납치한 괴한이 누구인지, 무슨 의도로 납치를 했는지 등,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