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79 문명 발전 ========================================================================= Reg
그런데 분명 말랑한 가슴의 감촉의 느껴져야 하는데 공기를 쥔 듯 아무런 느낌조차 나지 않았다. 곧바로 손을 바라보자 기묘하게 루나모스의 가슴이 아닌 허공을 주무르고 있었다. 정작 방금까지 옆에 있던 루나모스는 언제 피했는지 살짝 옆에서 희미하게 웃음을 지으며 서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두려움에 질질 짜고 있더니 갑자기 슬쩍 웃자 한강규로서는 기가 찰 일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지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시황이 저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하는 듯 했다.
“연놈들이 미쳐서 아주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나 보지? 내가 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알려줄까? 루나모스하고 그 옆에 년은 지금 나한테 범해지게 될 거다. 내가 여자를 조금 잘 다루거든. 강시황 너는 내가 이 두 년을 잘 다루는 모습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돼. 오케이? 그리고 내가 다 즐기면 끝이냐? 하하. 그럴 리가 있나. 저 두 년은 옆에 있는 놈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차례차례로 네 여자들을 납치해서 네가 보는 앞에서 전부 범해주지. 어때? 생각만으로도 흥분되지 않나? 모든 여자를 다 범하고 나면 그 뒤로 강시황 널 내가 직접 가장 잔인하게 죽여주마. 나에게 덤벼든 이상 네 목숨은 애초부터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지. 큭큭.”
한강규는 지치지도 않는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이미 그의 눈은 정상이 아니었다. 시황과 은지, 루나모스를 바라보는 눈은 광기에 물들어 흡사 미쳐버리기라도 한 듯 했다.
“그렇게 말을 길게 내 뱉으면 지치지 않아?”
“개 같은 새끼. 하도 얻어맞아서 정신이 나갔나 보지? 야, 잡아. 먼저 이 새끼부터 처리하고 즐겨야겠다.”
시황의 덤덤한 물음에 한강규가 씹어 먹을 것처럼 분노했다. 갑자기 왜 저렇게 센 척하는지 모르지만 저런 놈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한강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시황의 양팔을 거세게 움켜잡자 슬쩍 웃은 한강규는 그대로 시황의 안면에 주먹을 내다 꽂았다. 순간적으로 팔을 휘둘러 공격을 했지만 어설픈 주먹질이 아니라 체중이 그대로 실린 강력한 일격 있었다.
보통사람이 얻어맞으면 엄청난 데미지를 입고 그대로 피를 토해낼 공격이었지만 시황은 고개를 슬쩍 움직여 피했다. 한강규의 주먹이 무기력하게 시황의 얼굴을 지나갔다. 보통사람에겐 대단한 위력의 공격일지 모르나 시황에게는 초고속 카메라로 찍는 듯 매우 느린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
“피해? 네가 지금 피할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이 새끼 단단히 미쳤네. 야, 망치 들고 와라. 이 새끼 손부터 부숴 버리게.”
어디서 봤는지 한강규는 망치를 들고 오라고 했고 옆에 있던 남자가 곧바로 커다란 망치를 들고 와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턱짓을 하자 남자들이 곧바로 시황의 팔을 땅바닥에 고정시켰다.
이대로라면 망치에 손이 완전히 짓뭉개질만한 끔찍한 상황이었다. 일반인이라면 두려움이 몸을 오들오들 떨 만큼 공포감 넘치는 순간이었지만 시황은 피가 가득 묻은 채로 평온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번엔 시황의 팔이 제대로 고정되어 있어 도저히 움직여서 피할 방법조차 없었다. 한강규는 망치를 들고 그대로 시황의 손으로 내려찍었다.
쿵!
정확하게 망치가 시황의 손을 육중한 힘으로 강타했다. 단단한 쇠뭉치와 인간의 나약한 신체가 맞부딪히면 당연하게도 보기 끔찍한 형태로 짓뭉개져야하는 게 맞았다. 한강규도 그걸 그대하고 망치를 들어 올렸지만 시황의 손은 멀쩡했다.
“뭐야? 이 새끼 또 어떻게 피한 거지? 좋아. 그렇게 버텨봐 네 손가락부터 하나하나 부숴서 가루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한강규는 다시 시황의 손을 내려쳤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정확하게 조준을 하고 손을 내려쳤지만 단단한 쇳덩이를 때리는 것처럼 손이 엄청나게 아파왔다. 계속 시황이 피하는 걸까? 도대체 왜 멀쩡히 바닥에 놓여 있는 손을 짓뭉개지 못하는 건지 한강규가 답답해 할 때 시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그 정도 했으면 이제 내 차례지?”
시황은 곧바로 끈을 끊어버리고는 한강규의 망치를 빼앗아 뒤로 집어 던졌다. 마치 공깃돌처럼 가볍게 집어 던진 망치는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뭐, 뭐야. 이새끼 어떻게 일어난 거야. 야, 저 새끼 잡아!”
갑자기 시황이 일어나서 망치를 집어 던지자 화들짝 놀란 한강규가 뒤로 물러나며 외쳤고 옆에 있던 건장한 남자들이 시황을 부여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시황도 순순히 잡혀주지는 않았다. 달려드는 남자들을 쳐다보지 않은 채 빛과도 같을 정도로 재빠른 속도로 주먹을 날렸다.
으득!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시황을 붙잡으려는 남자들의 얼굴에서 들려왔다.
“끄아악!”
안면이 뭉개진 남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시황으로서는 매우 미약한 힘만으로 후려친 거지만 평범한 인간이 버텨낼만한 힘이 아니었던 것이다.
“뭐, 뭐야.”
당황한 한강규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너무 순식간이라 시황이 어떻게 붙잡으려는 남자들의 안면을 짓뭉갰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살면서 너 같은 쓰레기는 처음 봤어. 널 살려둬 봤자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개 소리 지껄이고 있어! 야! 저 새끼 잡아서 내 앞에 끌고 와!”
한강규의 외침에 언제 나갈지 눈치만 보던 남자들이 곧바로 시황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십 수 명은 될 법한 건장한 남자들이 손에 각종 연장을 들고 달려들자 대단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하지만 우습게 심장을 도려낼 정도로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몬스터들을 수없이 처단한 시황이 뭉툭한 연장을 들고 오는 인간 따위를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
달려든 남자가 망치를 휘둘러 시황을 공격했지만 가볍게 몸을 흔들어 피한 시황은 그대로 남자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역시나 안면이 짓뭉개지며 남자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한 명이 쓰러지자마자 다른 남자가 날카롭게 벼린 식칼을 시황의 배에 쑤셔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황은 그 칼을 손으로 쳐내고는 남자의 얼굴도 똑같이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목이 그대로 꺾이듯 돌아간 남자는 옆으로 튕기며 날아갔다.
남자들은 기세등등하게 시황에게 덤벼들었지만, 단 일격에 하나 둘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허물어지자 두려움을 느낀 남자들은 시황의 주변을 둘러싸기만 하고 주춤주춤 거릴 뿐 전혀 덤벼들지 못했다. 당연히 우습게 제압할 줄 알았는데 덤벼드는 족족 목이 돌아가 버리거나 안면이 짓뭉개지니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상대는 한 명 밖에 안 되는데 그걸 무서워하고 있는 거냐! 강시황 잡는 놈 내가 10억 준다. 빨리 저 새끼 처 잡으라고!”
한강규가 10억을 준다고 하자 눈치를 보던 남자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돈이라면 살인도 주저하지 않을 범죄자 들이라 아무런 망설임 없이 흉측한 도구들을 휘두르며 시황을 공격했다.
낫을 휘두르는 공격하는 남자의 낫을 자연스럽게 빼앗아 시황은 그대로 어깻죽지에 박아주었다. 비명을 지르며 남자가 허물어지자 그 뒤에 숨어 있던 날렵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단도를 시황의 가슴팍에 찔러 넣으려고 했다.
찔려도 상관은 없었지만 시황은 그대로 단도를 손으로 잡아 날카로운 날을 찌그러트리고는 방금처럼 빼앗아서는 그대로 남자의 가슴팍에 박아주었다.
“끄아아악! 살려줘!”
찌그러진 날이 가슴팍에 파고들자 엄청난 고통에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다량의 피가 줄줄 흘러내리자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손을 벌벌 떨며 단도를 뽑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시황은 단도를 뽑아내지 못하게 손잡이 부분을 발로 후려 차 남자의 가슴 깊숙이 쑤셔 넣었다.
“끄억...”
단도로 시황을 찌르려고 했던 남자는 도리어 자신의 가슴 깊이 단도가 박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어느새 십 수 명이나 되던 남자 중 멀쩡히 서 있는 남자는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남자가 두려움에 새하얘진 얼굴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악귀, 그 자체였다. 얼굴과 가슴을 피로 물들인 그는 손에 일말의 사정조차 두지 않았다. 이미 주변에는 보기에 끔찍할 정도로 안면이 짓뭉개지거나 공격하려던 무기에 당해 신체 부위가 망가진 사람들뿐이었다. 얼마나 공격이 빠르고 강력한지 제대로 보고 피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 압도적인 강함은 범인이 당해낼 존재가 아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고 시황에게 용서를 빌었다. 아무리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케즈론의 대표였다. 저런 일반인들은 이렇게 사죄를 구하면 보통은 용서를 해주기 마련이었다. 방심을 틈 타 은밀하게 암습할 생각은 없었다. 용서를 해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작정이었다.
“살려달라고?”
“그, 그렇습니다. 제발... 집에 아픈 노모와 어린 애가 있습니다. 저도 이런 곳에 오기 싫었지만 아이와 노모 때문에 돈이 궁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발... 제발 용서해주시면 앞으로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싫어.”
남자가 감수성에 호소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시황은 전혀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남자의 얼굴을 후려 찼다. 얼굴이 그대로 꺾이며 남자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같잖은 변명 따위를 듣고 용서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황은 마지막으로 남은 한강규를 쳐다봤다. 그러자 안색이 새하얘진 한강규가 주춤거리더니 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는 그대로 옆에 있는 은지를 붙잡아 목에 칼을 겨누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이 여자 목숨은 없다.”
“영화 많이 봤나봐? 하는 행동들이 어째 전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짓거리들뿐이잖아.”
“개소리 그만하라고! 한 번만 더 입 벙긋하면 이년 곧바로 죽여 버린다.”
“그러시던가.”
“뭐?”
아까 전만 해도 제발 여자만은 놓아달라고 외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냉정한 얼굴을 한 시황이 다가왔다. 한강규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입만 벙긋해도 죽인다더니 그대로 칼만 겨누고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너 같은 미친놈이 이런 짓을 하면 아까 네가 말한 대로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하지만 네가 원한을 품은 사람이 나라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이미지도 올릴 수 있고, 선량한 시민이 그런 가혹한 일을 당하지 않게 됐으니까.”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냐! 지금 상황 안 보여? 더 가까이 오면 이 여자 죽일 거라니까!”
“해. 왜 하라는데 못하고 그러지? 금세 약자로 돌변하니까 무서워서 벌벌 떨리나 보지?”
“이, 이 개새끼가!”
한강규는 천천히 다가오는 시황을 보고 입술을 깨물더니 주저조차 하지 않고 은지의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빠르게 뽑은 다음에 루나모스를 향해 달려갔다. 은지를 죽이지 않은 건 인질이 없으면 위험해질 것 같아서였지 살인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이 상황만 넘기면 어떻게든 시황을 사로잡아 가장 잔혹하게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은지를 죽이고 루나모스를 인질로 삼겠다는 한강규의 의도는 손쉽게 막히고 말았다. 바닥을 박차고 총탄처럼 날아온 시황이 한강규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크큭, 이럴 시간이 없을 텐데. 지금 네가 사랑해 마지않는 여자가 목에 칼이 찔려서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야.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도 될까? 큭큭.”
“여자? 어디? 누구 말하는 거야? 그런 여자가 있었나?”
“이 새끼 미친 거냐? 아까는 그렇게 여자를 살려달라고 하다니... 크큭. 너도 결국 나처럼 여자를 취급하는 놈이었던 건가?”
“네가 지금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니지 않나?”
시황은 그대로 한강규의 뺨을 쳤다. 가볍게 손을 휘둘러 뺨을 때린 것 같았지만 마기를 듬뿍 머금은 시황의 손은 한강규의 얼굴을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짓뭉개버렸다.
“끄엑...”
단 한 번 뺨을 맞는 것만으로도 한강규는 뇌가 뽑히는 듯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신체가 분리라도 된 듯 시야는 시뻘겋게 물들었고 얼굴 뼈가 으스러지기라도 한 듯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 끝없이 느껴졌다.
“치료해 줘.”
“알겠습니다.”
시황의 말에 루나모스가 한강규를 원래대로 치료해주었다. 짓뭉개졌던 얼굴이 돌아오고 으스러졌던 뼈가 원상복구 되었다.
“커억...”
순식간에 극심한 고통에서 해방되자 한강규는 숨을 토해냈다. 꿈이라도 꿨나 싶을 정도로 모든 고통이 일순 사라져버렸다.
“혹시 저 인형을 사람으로 착각한 건 아니지?”
“뭐라고?”
너무나 혼란스러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판단도 하지 못하던 한강규는 시황의 말에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방금 목을 찔렀던 여자를 쳐다봤다. 그런데 분명 방금까지 온기를 가지고 있던 여자가 천으로 만든 조잡한 인형이 되어 있었다. 목 부분이 칼에 찔려 솜이 튀어나온 인형, 그 이상이 아니었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지... 말도 안 돼...”
한강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절대 인형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만졌던 그녀의 체온이 손에 똑똑히 남아있었다.
“나한테 한 짓을 그대로, 아니 적어도 10배 이상 되돌려 받을 각오는 돼 있지?”
“뭐? 나, 나한테 손이라도 대면 시화 그룹에서 가만히 있을 않을 거다.”
한강규는 말까지 더듬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여유 만만하게 생선 썩은 내 나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겁먹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