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문명 발전 ====================
방금까지 시황과 음란한 짓을 하고 왔던지라 임영선은 장미를 보자 당혹스러운 감정이 생겨났다. 그것도 그냥 키스를 하거나 손으로 사정 시켜주는 수준이 아니라 오늘은 어쩌다 보니 시황의 성기까지 넣어버렸다. 그나마 흔들면서 섹스를 한 건 아니라서 간신히 세이프이긴 했지만.
그때 TV를 보던 장미가 평소와 다르게 뭔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나 바라봤다. 임영선은 설마 시황과 음란한 짓을 하고 온 걸 들킨 걸까 라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 대표님하고 사귀는 거 허락해줬다며? 아까 대표님한테 연락 받았어. 진짜 고마워. 엄마.”
“어? 어. 맞아...”
장미는 금세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민하고 있다고 느낀 건 지나친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대표님이랑 무슨 얘기했어? 대표님 만나보니까 엄마도 나쁜 사람 아니라는 거 안 거지?”
“으, 응. 만나니까 착하더라. 그래서 일단 허락은 했어.”
“고마워. 엄마. 일단 소파에 앉아봐. 그래서 대표님 인상 어땠어? 엄청 멋지지 않았어?”
장미는 임영선을 소파에 앉히고 시황에 대해서 천진난만하게 자랑했다. 저렇게 장미가 좋아하는 시황과 몰래 쾌락을 느끼며 음란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임영선은 죄책감이 크게 들었다.
“응. 멋지더라. 장미가 말한 대로 착하고.
“봐. 엄마는 대표님 몰라서 그런 거라니까. 우리 대표님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이 세상에 업다니까.”
“그래. 장미 말이 맞아. 앞으로 엄마가 사귄다고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원하는 대로 만나도 돼.”
“고마워. 엄마. 진짜 고마워.”
기뻐서 웃는 천진난만한 장미를 바라보자 임영선은 죄책감이 들면서도 장미가 벌써 시황과 섹스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처음 시황에게 그 사실을 들었을 땐 놀랍기도 했지만 장미도 벌써 그럴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그 동안 너무 장미를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기도 했다. 평소엔 전혀 신경도 안 쓰다가 시황과 사귀지 말라고 했으니 그렇게 화를 낸 것도 이해가 갔다.
“엄마가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해. 어느새 장미한테 남자 친구가 생길 정도로 컸다는 것도 몰랐네. 앞으로는 장미한테도 신경 많이 써줄게.”
“왜 그래 엄마. 이상하잖아. 대표님 만나고 오니까 엄청 상냥해졌어. 대표님하고 뭐 했어?”
“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엄마 생각이 짧았구나 해서. 어쨌든 엄마가 장미 사랑하는 거 알지?”
임영선은 장미를 끌어안아 주었다. 시황과 음란한 짓을 해버려서 장미에게 너무 미안했다. 거기다 시황은 장미보다 자기를 더 좋아했다. 좋아해주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장미의 연인인 시황을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임영선은 너무 미안해 장미에게 도저히 화를 낼 수조차 없었다.
“엄마, 너무 상냥해져서 이상해.”
살면서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임영선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장미가 당황했다. 그러면서 혹시 시황하고 섹스라도 한 걸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자신이 아는 엄마의 성격상 웬만한 말로는 절대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었다. 결국 시황과 섹스를 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상냥해질 수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충격이나 질투를 받진 않았다. 시황이야 원래 그런 사람이고 주변에 여자 한 둘이 아니다 보니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장미는 임영선을 바라봤다. 전보다 주름이 사라지고 확실히 젊어져 있었다. 이건 시황과 섹스를 하면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눈치가 빠른 장미는 임영선이 시황과 섹스를 했다는 걸 눈치만으로도 알아차렸다.
“엄마도 우리 대표님 예뻐해 줘. 알겠지?”
“어? 어. 그, 그래야지.”
임영선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장미에게 시황과 음란한 짓을 한 게 들키면 그걸로 가정은 끝이었다. 어떻게든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했다.
임영선은 장미가 이미 눈치를 챈 것도 모르고 몇 번이나 다짐, 또 다짐을 했다. 시황의 성욕 처리는 해주더라도 장미를 위해서라도 절대 섹스를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
한강규는 시황을 파멸시키기 위해 점점 더 어두운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한강규는 파파라치들을 고용해서 얻은 시황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사진에는 시황이 삼강그룹 회장의 딸인 진아와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는 사진과 더불어 유명 아이돌인 핑크펫 멤버들과 차례로 키스를 하는 사진, 그 외 여러 여자들과 키스를 하고 가슴까지 서슴없이 만지는 사진이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부러운 새끼구만. 크큭.”
사진을 보며 한강규는 중얼거렸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아름다운 미녀들과 저렇게 대놓고 스킨십을 한다는 것 자체를 용서할 수 없었다. 시황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분노가 차올라 견디기가 힘들었다. 카페 사업으로도, 여자로도 시황은 전부 자신을 앞서 나갔다. 열등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현저한 능력의 격차와 루나모스라는 경국지색의 미녀를 차지한 시황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한강규는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다. 이제껏 이루지 못한 게 없었고 가지지 못한 게 없었다. 그런데 시황이라는 존재는 이제까지 느끼지 못한 패배감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것도 끝없는 능력의 격차로 말이다.
겨우 이정도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키기 마니 하는 게 이상하지만 인터넷만 하더라도 법을 어기긴커녕 기부까지 하는 유명인들에게 욕설을 쓰고 모욕적인 비난을 하는 악성 유저가 존재했다. 그 이유는 다들 심플했다. 마음에 안 드니까. 그렇다. 한강규도 시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에 원래부터 악독하고 쓰레기라 불러도 할 말이 없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인간이다 보니 항상 그래왔듯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황을 파멸시키기로 한 것이다. 거기다 저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족쇄를 채워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을 타락시키는 방법은 간단했다. 온갖 더러운 수를 다 써서 사채로 빚을 지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갚을 수도 없는 빚을 지게 만들고 끝없이 협박을 한다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타락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개중에 예쁜 여자들을 골라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한계에 치달은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 아주 간단하고 간결한 방법이었다.
모두 돈이라는 위대한 권력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돈만 있으면 일반인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들을 아주 손쉽게 할 수 있다. 분명 시황이 저런 미녀들을 마음껏 희롱하는 것도 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강규는 믿었다.
어쨌든 일단은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는 사진을 풀어서 논란을 일으키고, 루머를 퍼트리면서 남은 비장의 사진 한 장의 사진으로 시황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기로 했다.
한강규가 든 한 장의 사진은 마치 시황이 한 여자를 강제로 희롱하려는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예쁜 여자가 강제로 희롱하려는 시황을 밀쳐내고 있었다.
본래는 집 앞에서 키스하려는 시황에게 유미가 부끄러워 살짝 미는 사진일 뿐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 하는 생각이 들법한 사진이기는 했다. 흔히 인터넷에 나도는 순간의 캡쳐로 의도를 완전히 바꾼 조작 사진이었다.
“기다려 보라고. 강시황. 널 파멸 시키고 너의 모든 것을 내가 가질 테니까. 이 사진은 파멸의 서막이라고 해두지. 크큭.”
애니메이션을 제법 봤는지 한강규는 보통은 하지 않을 대사를 내뱉으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얼마 뒤, 인터넷에서는 한 루머가 퍼져나갔다. 흔히 증권가 찌라시라고 부르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였다.
[A 대표가 돈과 권력으로 수많은 여자들을 스폰하고 약점을 빌미로 성매매까지 한다는 소식입니다. 카페로 유명한 A 대표인데요. 평소 성욕이 강한 걸로 유명한 A 대표는 스폰으로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약점을 가지고 성매매까지 한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A 대표의 스폰과 성매매 사실이 밖으로 돌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하는데, 어제까지 그 비밀이 지켜질지 모르겠네요.]
누가 봐도 시황을 노린 루머였다. 대부분은 흥미로 보는 찌라시인지라 가볍게 보고 넘지만 개중에는 진심으로 믿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어찌됐든 워낙 충격적인 내용인지라 곧바로 각 사이트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한 사이트에서 자기를 기자라고 하는 사람이 시황을 노린 루머에 대해 댓글을 달았다.
[제가 기자인데 저 루머 사실입니다. 주변 측근들이 이런 루머 나가지 못하게 열심히 막았다더니 결국 떠버렸네요.]
->[ㅋㅋ 그런 말은 저도 하겠네요. 인증도 안하고 그런 말 해봐야 아무도 안 믿어요.]
->[그러면 인증해드릴게요.]
기자라고 댓글을 단 사람이 기자증을 모자이크해서 올렸다. 그 모자이크 위로 종이에 손으로 쓴 아이디까지 올려서 기자라고 완벽한 인증을 해버렸다.
[헐, 대박 진짜다. 그럼 저 루머 사실인건가...]
[와, 강시황 미쳤네. 난 그래도 서로 좋아해서 사귀는지 알았더니 스폰으로 여자들 꼬셔낸거구만. 거기다 맘에 드는 애들은 약점까지 잡아서 성매매하다니. 진짜 미친놈이네.]
기자의 인증 사진과 함께 시황을 노린 루머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워낙 시황을 특정 짓는 루머이다 보니까 그 누구도 이 루머가 시황이 아니라는 사실 따윈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직까지 루머일 뿐인 글이었지만 이미 인터넷에서는 시황이 스폰을 해서 여자들을 사귄다는 루머가 진실로 변해있었다.
물론 이 루머도 한강규는 뿌린 거였고, 댓글을 단 기자도 한강규가 돈으로 매수를 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돈만 쓰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원하는 대로 여론이 흘러가자 인터넷은 거의 하지 않는 한강규가 인터넷을 보며 비열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여기에 시황이 강제로 여자를 희롱하려는 사진만 올려두면 모든 게 끝이었다. 전혀 증거 사진도 뭣도 아닌 순간적인 캡쳐로 만든 조작된 사진일 뿐이지만, 다들 이걸 명확한 증거라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세상은 정보 싸움이었다. 조작된 정보를 흘리더라도 워낙 엄청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에선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 평범한 사람의 능력으론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럴싸한 사실로 꾸며내면 거짓이 진실로 바뀌는 일이 매우 흔했다.
한강규는 언제 사진을 풀어야 될지 그 시점을 잡았다. 이거 하나로 시황이 파멸하진 않겠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건 분명했다. 굳건한 성벽이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더 큰 틈을 만드는 것쯤이야 간단한 일이었다.
한강규는 생선보다 더한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악취가 진동한다.
*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을 루나모스의 성에서 시황이 직접 관람하고 있었다. 서큐버스인 엘마와 요정 루시를 양팔에 끼고 가슴을 주무르며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대상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평온하게 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루나모스는 옆에 앉아 시황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실 저 사진까지 올라가면 나한테 정말 큰 타격이거든. 사람은 흥미로 먹고 사는 동물이기 때문에 루머와 맞물리는 사진이 뜨면 진실이 아니더라도 믿게 돼 있어. 아마 나부터가 흥미있게 구경하면서 믿을 걸?”
“그러면 저 남자를 제가 처리할까요?”
루나모스는 전능하고 지식이라면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았지만 인간의 속마음에 대해선 시황보다 알지 못했다. 그래서 루나모스는 왜 시황이 저 비열한 인간을 계속 놔두는지 의문이었다. 당장 명령만 하면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고 끝없는 고통을 맛보여줄 수도 있었다.
“그러면 재미없지. 아니, 재미를 떠나서 지금 나한테 오히려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그런가요?”
“그래. 사실 루머가 나한테 해당되기도 하지만 한강규한테 대입해도 오류가 전혀 없거든. 그걸 이용하는 거지. 그러면 내가 부탁하는 대로 좀 해줘.”
“알겠습니다.”
*
한강규는 직접 인터넷에 루머글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A대표의 사진입니다. 우연찮게 입수한 사진인데 설마 이게 그런 사진일 줄이야... 이미지 좋은 사람들의 뒷모습들이 얼마나 끔찍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로 A대표도 자신의 악행을 반성하고 올바르게 살았으면 합니다.]
“크큭.”
한강규는 짙은 웃음소리를 내며 마지막으로 시황을 곤궁에 처할 사진을 첨부했다. 이걸로 이제 시황은 씻을 수 없는 이미지가 새겨지게 된다. 벌써부터 그 오만방자한 시황이 땅바닥에 처박히는 모습에 한강규는 극심한 쾌감마저 느꼈다. 한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킬 때마다 느껴지는 이 짜릿한 쾌감은 사정할 때보다도 더 강렬했다.
한강규는 그대로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다. 잠깐의 로딩이 끝나고 글과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갔다. 제대로 올라갔나 싶어 스크롤을 내려 사진을 보던 한강규는 단번에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사진은 유미가 시황을 거부하는 장면이 아니라 중요부위가 모자이크 된 한강규가 나체로 여자를 때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미 얼굴이 퉁퉁 부어 울음 범벅이 된 여자가 용서를 빌었지만 한강규는 무시하고 뺨을 때리는 장면이 절묘하게 찍혀있었다.
“뭐 이런 이런 개좆같은 일이 다 있어!”
거칠게 욕설을 내뱉은 한강규는 빠르게 글을 삭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글이 삭제되지 않았다.
사람 수가 워낙 많은 사이트이다 보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이 사진 뭔가요? 저 사람 누구? 와 진짜 역겨운 사진이다.]
[어? 저거 프리메로 본부장 한강규 아닌가요? 시화그룹 회장의 아들로 아는데... A대표라는 게 강시황이 아니라 한강규였구나. ㄷㄷ. 완전 오해할 뻔 했네. 왜 대표라고 써서 헷갈리게 한 거지. 안 그래도 한강규 저 사람 안 좋은 루머 엄청 많던데 뒤에서 저런 짓도 했구나.]
누군가 미리 알았다는 듯이 상세하게 댓글을 달았다.
“개시발!”
퍼펑!
한강규는 도저히 글이 지워지지 않자 옆에 있는 야구배트로 컴퓨터를 내리쳤다. 너무 화가 나서 분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