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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64화 (563/629)

564  문명 발전  ====================

늦은 밤까지 섹스를 한 시황은 로실린을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농밀한 키스를 했다.

“어땠어? 기분 좋았어?”

여자들이 섹스한 후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 알려진 ‘좋았어?’를 로실린에게 물었다. 다만 그 의미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어차피 기분 좋았을 거야 뻔했기 때문에 로실린에게서 부끄러운 말을 하게 만드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좋았어요...”

로실린은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도 보통 좋은 게 아니라 하루 종일 섹스 생각만 날 정도였다.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거나, 순결하고 순수한 신도들이 시황에 대해 물어볼 때에 머릿속으로 섹스에 관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의식을 치룰 때, 불현 듯 기분 좋았던 섹스 생각이 자꾸 나서 유두가 딱딱해지고 애액이 슬그머니 흘러나왔던 적도 있었다.

정말로 불경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자신의 몸이 너무나 음란한지라 시황과 섹스를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몸과 마음이 완전하게 시황에게 물들어 버렸다. 계속 여기 있으면서 야한 걸 하고 싶었다. 비록 그걸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얼마나? 얼마나 좋았어? 특히 좋았던 게 뭐야?”

“그, 그러니까... 구, 굵고 단단한 걸 저, 저에게 넣어주시는 게 너무 좋아서... 계.. 계속...”

로실린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더듬거리기만 했다.

“아하, 그러니까 내 성기를 로실린의 질에 넣었던 게 좋았다는 거지?”

“네...”

“나도 로실린의 안이 너무 좋았거든.”

시황이 노골적으로 말하자 로실린은 부끄러워서 눈을 마주칠 수도 없었다. 정말 너무 부끄러웠지만 방금 그 말을 들으니 또 흥분이 되었다. 루나모스의 종으로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억압할수록 더 야릇한 기분이 들곤 했다.

“이제 슬슬 가자. 시간도 늦었고.”

“벌써...”

“응? 벌써 라니? 여기서 몇 시간 동안 야한 짓만 해놓고. 설마 더 야한 거 하고 싶은 거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맞는 거 같은데. 좋아. 사실대로 더 하고 싶다고 하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고, 아니면 뭐 그냥 돌아가고. 어떻게 할래?”

“으으...”

로실린은 괴로웠다. 사실 더 야한짓을 하고 싶었다. 시황과 키스를 하고 머리가 새하얘지도록 섹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한참이나 야한 짓을 했는데 또 해달라고 하기엔 너무 음란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망설여졌다. 거기다 양심의 가책까지 느껴져 도저히 더 해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시황과 섹스를 하게 될지 몰랐다. 자신 외에도 다른 부인들도 있었고 시황이 바쁘기도 해서 자주 만나기도 어려웠으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만 하고 가기로 로실린은 크게 마음을 먹었다. 그게 맞았다.

“그러면 한 번만 더 해주세요...”

그런데 그만 가자고 말을 해야 하는데 입에서 멋대로 한 번 더 섹스를 해달라고 했다. 말을 하고도 흠칫 놀랐지만 이미 뱉은 거 어쩔 수가 없었다.

“응? 뭘 또 해달라는 거야? 뭔지 직접 말해주면 해줄게.”

“서, 성교를...”

“아하, 섹스말이구나! 알았어. 로실린이 그렇게 섹스를 하고 싶어 하면 또 해줘야지. 자, 그러면 직접 넣어달라고 자세를 취해봐.”

로실른 부끄러워하면서도 시황이 하는 말은 전부 순순히 따랐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고 소중한 구멍을 보이게 손으로 직접 드러내었다. 시황이 좋아하는 그 자세지만 성녀가 하기엔 너무나도 민망하고 부끄러운 자세였다.

흐뭇하게 웃은 시황은 벌써 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애액을 흘리고 있는 로실린의 질에 성기를 넣고 섹스를 해주었다.

또 다시 둘 밖에 없는 방에 로실린이 토해내는 야릇한 신음으로 채워졌다.

섹스를 끝내고 시황은 로실린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로실린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로실린과 함께 차에서 내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언을 사용해 저 멀리 바라봤다. 아직까지 있었다. 오전부터 지금까지 집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으로 바뀐 듯 했지만 뭔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감시를 하려는 듯 했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됐다.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

한겨울 같던 날씨가 조금씩 풀어지더니 어느새 따스해졌다. 길가엔 꽃이 피고 황량하던 나무에서 잎이 돋아났다. 학생들은 개학을 하고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쯤에 핑크펫도 새로운 노래로 컴백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행사를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핑크펫의 멤버들 중, 장미의 표정이 유독 좋지 않았다.

“장미야, 피곤해? 표정이 안 좋네.”

가을이 조금 걱정을 하며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 요즘 일이 많잖아요.”

“그렇긴 한데...”

장미는 일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왠지 느낌상 일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닌 듯 했다. 안 좋은 일이 있는 듯 했지만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굳이 캐묻기도 조금 그랬다.

“하아... 저도 요즘 대표님 못 만나서 너무 힘들어요.”

옆에 있던 혜미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최근 스케줄이 너무 바빠서 시황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 사인회에 CF촬영, 각종 행사, 예능 녹화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시황과 섹스를 하기 전에는 그다지 인지도 없는 멤버에서 시황과 섹스를 하고 나서 확연히 예뻐지고 열애설까지 나자 오히려 인지도가 올라서 이전보다 더 바빠졌다. 보통 아이돌들은 열애설이 나면 팬들이 떠나가기 마련이지만 혜미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다만, 안티 팬은 많이 늘어서 조금 그렇긴 했지만.

“조만간 시간 빌 때 오빠한테 연락할게. 그때까지 조금만 참아.”

“네. 하아...”

“하아...”

혜미와 장미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다른 이유이기는 했지만 시황 때문에 한숨을 쉰다는 건 같았다.

행사를 전부 끝내자 늦은 밤이 되었다.

장미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장미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집에 어머니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 불이 밝혀져 있었다.

“하아...”

장미는 곧바로 한숨이 나왔다.

“장미 왔니?”

“응...”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40대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쓴 장미의 어머니인 임영선은 지적이면서도 꽤나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장미의 외모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그녀는 한눈에 봐도 미인으로 보였다. 다만 40대 중반의 나이는 속이지 못해 그 흔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잠깐 여기 앉아 볼래?”

“왜?”

“잠깐 앉아봐.”

영선의 말에 장미는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소파에 앉았다.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았기 때문에 장미의 표정이 벌써부터 침울해져 있었다.

장미가 앉자 영선은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서울대 교수라더니 대단히 위압감이 넘쳤다.

“너, 엄마가 말한 대로 그 남자한테 헤어지자고 했니?”

“...”

장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안 헤어질거니? 그 사람하고 열애설 난 여자만 여러 명이라며? 그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거야? 네 열애설 보고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지? 정말... 그거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지도 않더라.”

“안 헤어질 거야.”

“뭐라고? 네가 아직 어려서 그런 바람둥이한테 마음이 가나본데, 그렇게 여자 좋아하는 애들일수록 무책임하고 여자를 장난감처럼 생각한다고. 네가 남자 친구 사귀는 건 반대 안 하지만 그런 바람둥이는 허락 못한다.”

“대표님은 안 그래. 다른 남자들하고 다르단 말이야.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너 정말, 왜 그러니? 그 사람이 널 구해준 건 고맙지만 그래도 사람 인성이라는 게 있잖아. 네가 좋아해봐야 나중에 버려지고 상처만 받는다는 거 몰라?”

“하아... 대표님은 그런 사람들하고 다르다니까. 날 얼마나 소중하게 대해주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나쁘게 말하는 거야. 엄마가 맨날 객관적으로 판단하라고 해놓고 지금은 전혀 안 그러잖아. 오빠한테 나쁜 말만 하고...”

“얘가 정말... 좋아. 이 대로면 계속 아무리 말해봐야 의미 없을 거 같으니까 왜 헤어지면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봐. 네 말대로 엄마가 한 번 감정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볼게.”

영선은 강렬한 눈빛으로 장미를 바라봤다. 친한 교수가 딸이 열애설이 났다고 가르쳐줬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뒤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케즈론 대표라는 사람한테 계속 열애설이 나자 도저히 참지 못하고 얼마 전부터 장미에게 헤어지라고 하는 중이었다. 양다리만 걸쳐도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건데 양다리도 아닌 몇 명도 모르는 여자와 사귄다니?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대표님이 나 구해줘서 엄마도 고마워했잖아. 나한테는 생명의 은인이란 말이야. 어떻게 그런 고마운 분한테 자꾸 인성이 안 좋다고 헤어지라고 하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헤어지라고 하지 마.”

“생명의 은인이니까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말이니? 엄마는 아무리 봐도 여러 여자들 하고 사귀는 남자가 도덕적으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아. 네가 하는 말은 결국 생명의 은인이니까 고마워서 그런 거잖아? 그 사람은 너의 그런 마음을 이용해 먹는 거야.”

“아니라니까. 대표님은 몇 번이나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내가 사귀게 해달라고 계속 부탁한 거란 말이야. 대표님이 얼마나 친절하고 착한지 알지도 못하면서.”

“친절하고 착하다고? 그런 척하는 거겠지. 그걸 왜 그걸 모르니?

“됐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뭐라고? 너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그 사람하고 만나서 너하고 그만 만나라고 말해야겠어. 전화번호 줘봐. 얼른!”

“싫어!”

장미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혜미나 가을 부모님들은 아무 말도 안하는 거 같은데 왜 자신의 어머니만 저렇게 헤어지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시황이 나쁜 남자인데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반대로 너무 착하고 순수하신 분이라 혜미와 가을의 도움을 받고 몇 번이고 사정을 해서 겨우 여자 친구 중 하나가 된 건데, 그런 것도 모르고 무조건 헤어지라고 하니까 답답해서 눈물만 나왔다.

하지만 이건 장미만 그런 게 아니었다. 거실에 있는 영선도 답답해서 한숨을 쉬었다. 케즈론 대표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뭐가 그렇게 잘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소중하고 귀여운 딸의 진심도 모르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거라고 생각하니 화가 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영선은 시황을 만나서 따끔하게 혼을 내고 어떻게든 헤어지게 하리라고 마음먹었다.

**

시황은 최근 음양이 합일된 정액의 능력 이용한 화장품을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금 팔고 있는 케즈론 화장품에 젊어지는 효능을 첨가하고 가격만 대충 10배 뻥튀기해서 팔면 됐지만 그러면 새로움도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그래서 시황은 직접 매혹적인 향을 풍기는 희귀한 꽃을 다른 행성에서 구해 와서 거기에 젊어지는 효능을 커스텀 했다. 이 꽃을 에센셜 오일로 만들어 화장품을 제조하게 되면 젊어지는 효능을 가진 기적의 화장품이 탄생하는 거였다. 여기에 라롤린 등을 이용해 모든 효능을 포함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화장품 하나로 모든 게 되는지라 따로따로 구입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화장품은 젊어지는 효능만 가지도록 했다. 그것도 꾸준히 발라줘야 최대 5살 정도 젊어질 수 있었다.

화장품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겸 섹스도 하기 위해 회사 앞에서 진아와 만나서 빌라로 향했다. 그런데 진아의 빌라 근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시황은 바로 알아차렸다. 한강규가 꽤나 돈을 많이 썼는지 주요한 곳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배치되어 있어서 모르고 싶어도 자꾸 눈에 들어왔다.

시황은 진아의 빌라에 들어가기 전에 일부러 앞에 서서 가볍게 키스를 했다.

“오, 오빠.”

밖에서 키스를 하자 진아는 화들짝 놀랐지만 시황은 신경 쓰지 않고 더욱 진득한 키스를 했다. 진아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거부하지 않고 키스를 받아주었다.

그 장면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연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원하는 사진이 손에 들어오자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새겨졌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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