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61화 (560/629)

561  문명 발전  ====================

[저게 조작이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네. 그냥 뒤쪽에 놓여있는 물체가 우연히 찍힌 거지 절대 조작은 아니에요.]

[뒤쪽에 찍힌 물체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눈이 이상하신가. 누가 봐도 몸무게 늘리려고 체중계에 기대놨구나 ㅋㅋㅋㅋㅋ 웃고 갑니다.]

[저 유튜버가 왜 저런 의미 없는 조작을 합니까? 구독자도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조작해서 무슨 이득이 있죠? 조작이라는 사람들 진짜 한심하네요.]

처음엔 무조건 케즈론이 허위 광고를 했다고 비난 일색이었던 게 조작 의심 자료 하나로 사람들은 조작이 맞다 아니다로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마치 용과 호랑이가 싸우듯 한 치의 양보조차 없이 전투가 인터넷에서 펼쳐졌다.

그러던 중에 그 물체가 뭔지 다각도로 분석한 자료가 나왔다. 정밀하게 각도까지 분석해서 체중계에 뭔가를 올려둔 게 맞다는 글이 올라오자 유튜버의 팬들까지 나서서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격렬하게 싸웠다.

이렇게 논란이 격해지니 조작 의심을 받는 유튜버가 절대 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단순 해명만이 아니라 조작을 했다며 허위로 비방하는 사람은 고소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시황은 그 타이밍에 사진 하나를 풀었다. 그건 유튜버가 몸무게에 살며시 기대어 둔 물체가 각도 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에 몇 번이나 다시 찍은 사진 중 하나였다. 체중계라는 게 딱 발을 놓는 사이즈 정도이다 보니 조금만 각도가 어긋나도 다리 사이로 물체가 보였다. 그래서 꽤나 많은 사진을 찍었고 시황은 루나모스의 능력으로 그런 사진 몇 개를 얻어내 인터넷에 풀었다.

[우연찮게 구한 사진입니다. 보시고 판단들은 직접하시길.]

시황은 상관없는 사람인 척 노골적으로 몸무게에 물체를 기대어 놓은 사진을 올렸다. 한 장도 아니고 여러 장이다 보니 합성이나 의심을 할 여지조차 없었다.

[어? 이거 어떻게 구하셨지? 근데 진짜 몸무게 뒤쪽에 물체가 기대어져 있네요. 와, 전 긴가민가했는데 완전 대박이네요.]

[사진 쪽으로 일하는 전문가인데요. 이건 절대 합성이 아니네요. 저도 긴가민가했는데 이거 보니까 의혹이 아니라 진실임을 알게 됐네요.]

[헐. 조작 안 했다고 하면서 허위사실 계속 말하면 고소 한다는 건 뭐지? 와, 배신감 쩐다. 난 그래도 믿었는데... 개실망이다.]

시황이 올린 사진으로 분위기가 완벽하게 반전 되었다.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 중 조작한 유튜버를 옹호한 사람들이 대부분 백기를 올리고 퇴각했다. 하지만 개중에 몇몇은 여전히 올라온 사진도 조작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써서 괜히 안 먹어도 될 욕을 먹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이 조작인 게 확정되자 영상을 올린 유튜버의 SNS와 영상 댓글에 엄청난 비난 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튜버는 갑작스러운 비난 댓글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해킹이라도 당한 건지 자신의 컴퓨터에 있던 사진들이 유출이 됐던 것이다. 유튜버는 재빠르게 올린 영상을 삭제하고 SNS도 폐쇄했지만 이건 즉 주작을 했다는 표현밖에 되지 않았다.

구독자 수 100만 명이 넘는 대형 유튜버가 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꽤나 큰 이슈였던지라 그 누구도 개입을 안 했음에도 인터넷 뉴스 기사까지 나고 관련 자료들도 각 사이트로 퍼져나갔다.

시황이 딱히 손을 쓰지 않더라도 인터넷 유저들이 알아서 조작한 유튜버를 비난하고 다시는 안 본다면서 구독을 해제하고 떠났다. 애초에 인터넷을 하는 유저들에게서 인정을 받고 유튜브 조회수로 돈을 벌었던지라 이렇게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떠나는 것만큼 큰 타격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케이블에서 방영한 방송도 조작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케이블에서 조작을 했겠냐는 여론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시황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여론이 바뀌어 갈 때쯤에 하나의 영상을 더 풀었다. 그건 5분여의 짧은 영상이지만 케즈론 디저트를 먹고 실험한 케이블 방송이 조작을 하는 과정이 담겨있었다.

화질이 나쁘고 흐릿한 그 영상에는 디저트를 먹고 살이 빠지자 짜증을 내면서 체중계를 조작해보라는 PD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케즈론을 흠집 내기 위한 조작을 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는 자료였다.

물론 시황이 본 영상은 UHD를 넘어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입체적이면서도 선명한 화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그대로 올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루나모스에게 말해 마치 누군가 유출한 듯 조약한 화질과 약간의 잡음이 끼게 만들었다.

효과는 대단했다. 한 사이트에 올라간 그 영상을 단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 충격적인 그 유출 영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을 했다. 설마 저렇게 노골적으로 조작을 했을 거라고 누가 알았을까?

조작한 케이블 방송에 대한 비난이 순식간에 넘쳐났다. 워낙 충격적인 일이라 이 영상이 없는 사이트가 존재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큰 이슈이다 보니 인터넷 기사는 물론 공중파 뉴스에도 케즈론 조작에 관한 뉴스를 내보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한국을 알린 케즈론을 음해하기 위해 조작을 가했다는 뉴스를 본 중장년층들은 온갖 욕을 다 내뱉었다. 저런 놈들 때문에 케즈론처럼 올바른 기업이 망하는 거라고 집 거실에서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당연하게도 케이블 방송국의 게시판에는 이미 욕들로 넘쳐났다. 의도적으로 조작을 했으니 당연하게 벌어질 일이었다.

시황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곳에서 한 은밀한 조작한 영상을 올리기만 했을 뿐, 유리하게 편집을 하거나 영상을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손을 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워낙 나쁜 짓을 저지르다 보니 양념을 치지 않더라도 영상 그 자체만으로도 온갖 더러운 맛이 배어나왔다.

만약 시황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었다면 밝히는데 엄청난 힘이 들거나 어쩌면 이런 진실을 밝히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시황이기 때문에 이런 은밀한 곳에서 일어난 일을 밝혀내는 게 가능한 거였다.

영상을 보고 기가 찬 네티즌들이 수많은 글을 올렸다.

[미쳤다. 미쳤어. 비리와 불법을 고발한다는 방송이 비리를 저지르네. 이게 말이나 됨?]

[구독자 100만이 넘는 유튜버도 조작하더니 케이블까지 케즈론 디저트 가지고 조작했네. 와, 이거 누가 의도적으로 그러는 거 아닌가요? 왜 케즈론만 가지고 이렇게 조작하지? 진짜 뭐가 있는 거 아닌가? 완전 의심되는데?]

[케즈론 잘나가서 배아픈 기업 중에 하나인가? 요즘 프리메로인가 프리메롱인가 카페 엄청 늘어나던데 거기서 케즈론 죽이려고 돈 먹이라도 먹인 건가? 근데 프리메롱인가 거기 너무 맛없어서 진짜 돈 아깝던데 ㅋ 같은 돈이면 케즈론 가지 프리메롱을 왜 가나 ㅋㅋ]

수많은 글들 중에는 프리메로에서 돈 먹인 게 아니냐는 사실에 가까운 추측이 나돌았다. 케즈론을 견제할 기업들을 다 나열하다 보니 그 중에서 우연찮게 나온 것뿐이긴 했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시황이 글을 하나 썼다.

[저도 들은 건데요. 요즘 한창 케즈론 견제한다고 프리미엄 카페 늘리고 있는 곳의 본부장 하나가 케즈론을 엄청 싫어한데요. 자기 카페하고 다르게 케즈론이 인기를 끄니까 엄청 스트레스 받는다나? 금수저로 태어나서 본부장 자리에 앉기는 했는데 능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나 봐요.]

한창 케즈론 견제한다고 프리미엄 카페를 늘리는 곳은 프리메로 뿐이었고, 거기다 금수저라는 단서를 줘서 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한강규가 그 대상인 걸 은근히 알도록 글을 썼다. 이것만 봐서는 근거하나 없는 루머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이런 흥미 소재를 좋아했기 때문에 곧장 캡쳐가 돼서 금방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시황이 쓴 글을 본 사람들은 간단한 추리로 루머에 적힌 사람이 한강규라는 걸 알아냈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글들이 무수하게 올라왔다. 이게 바로 시황이 원하는 결과였다.

그리고 시황은 아직 케즈론이 무고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작 영상이 나온 사진을 보여 준 사람에게는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진 보여주고 커피 공짜로 받자]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무고함을 호소하기 보단 공짜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끌었다. 카페 앞에 있는 입간판에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는 이벤트 글귀가 큼직하게 적혀 있어 안 그래도 커피 가격에 부담을 느껴 사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흥미를 끌었다.

케즈론의 맞은편에 프리메로 매장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케즈론 앞에만 줄을 늘어섰다. 이벤트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원래부터 프리메로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시의적절한 시황의 판단 덕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역시 케즈론은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감만 더 두텁게 만들었다.

**

한강규는 한창 대전을 하고 있었다.

네모난 링 위에서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상대편에 있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을 노려봤다.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상대방이 재빠른 움직임으로 얼굴에 가벼운 주먹을 날렸다.

한강규는 몸을 비틀어 그 주먹을 피해내자마자 날카롭게 파고들어 얼굴을 타격했다. 상대방이 흠칫 놀라 빠르게 피했음에도 헤드기어부분에서 큰 소리가 났다. 가볍게 몸을 휘청이던 그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빈틈을 노려 강한 주먹을 날렸다.

최대한 힘을 낼 수 있는 자세로 강력한 주먹을 날린 것만 봐도 상당한 수준의 솜씨를 가진 실력자였지만 한강규에게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한강규는 손으로 그 공격을 가드하고는 손과 다리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공격을 했고 보호 장비를 착용했음에도 건장한 체격의 상대가 바닥에 쓰러졌다.

“후우...”

한강규는 머리에 쓰고 있던 헤드기어와 보호 장비를 벗었다. 격렬한 대전으로 땀이 흠뻑 흘러나왔다.

그는 격투기를 좋아했다. 꾸준히 연습을 하는 건 물론이고 이렇게 대전도 자주 했었다. 세계 대회에도 나가는 실력자조차 이길 만큼 격투기에 뛰어난 실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링에서 내려오자 다급한 표정을 한 비서가 달려와서 무언가를 속삭였다.

“뭐라고?”

한강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휴게실로 가서 더 자세히 비서의 말을 들었다.

돈을 주고 조작하게 한 유튜버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까지 조작한 사실이 유출이 돼서 인터넷에서 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케이블 방송국 게시판은 수많은 사람이 몰려 사이트가 멈춰버렸고, 유튜버도 잠적을 하듯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다.

밝혀지더라도 최대한 늦게 밝혀질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이렇게 조작한 사실이 드러날 거라곤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이건 인터넷에 들어가면 전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한강규 같은 사람들은 시황과 다르게 인터넷을 거의하지 않다 보니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분을 참지 못한 한강규가 옆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던졌다. 워낙 강하게 집어던져서 재떨이가 산산조각 나고 재수 없게 얻어맞은 철제 보관함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찌그러졌다. 드라마를 많이 봤는지 이럴 때는 재떨이를 던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지시했다는 것까지 밝혀진 건 아니겠지?”

“그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누가 본부장님이 그런 사주를 했다는 듯이 글을 적은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어떤 개자식이야? 내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그 새끼가 누군지 꼭 찾아!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이렇게 화가 난 한강규의 모습은 처음 봤는지라 여자 비서가 움찔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강시황, 이 새끼. 이랬다 이거지? 네가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모르겠지만 기다려보라고. 어떻게든 파멸시켜 줄 테니까.”

한강규는 입을 비틀며 웃었다.

그 미소는 대단히 섬뜩했다.

**

한강규가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을 찾으려고 벼루고 있을 때, 정작 그 대상인 시황은 마력 변화기를 사용하는 재미에 빠져 다양한 커스텀을 하고 있었다.

먼저 커스텀을 하려면 다양한 효능을 가진 몬스터나 재료들을 채집해야 했다. 시황은 루나모스에게 부탁해 각종 효능을 가진 식물이나 광물 등을 찾아가 마력 변환기에 등록했고, 각종 신묘한 능력을 가진 몬스터 또한 수없이 상대했다.

시황은 앞에 있는 몬스터를 노려봤다. 하체는 인간처럼 다리가 달렸지만 상체는 물고기처럼 생긴 기묘한 몬스터가 방어 자세를 취하다가 일순 창을 휘둘렀다.

번쩍!

섬광 같은 빠르기와 더불어 막대한 위력이 응축되어 있어 해변가에 있던 나무와 거대한 돌덩이들이 흔적조차 남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시황은 몸을 비틀어 그 섬광 같은 창을 피해내자 마자 날카롭게 파고들어 물고기처럼 생긴 머리에 가볍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퉁!

주먹과 물고기 기사가 쓴 투구가 부딪혔다.

“끼엑!”

가벼운 주먹질이었지만 엄청난 고통에 기분 나쁜 비명을 지른 물고기 기사는 투구를 쓰고 있었음에도 그 파괴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목이 꺾여버렸다. 일격에 즉사한 것이다.

시황은 마력 변환기를 꺼내 물고기 기사를 등록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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