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 문명 발전 ====================
디저트를 만들기 전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점이 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당연히 맛있고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긴 하겠지만 확실한 강점이 될 만한 부분을 첨가하고 싶었다. 모처럼 좋은 도구를 갖고 있으니 제대로 활용을 해줘야했다.
“하아... 이거 진짜 맛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찌지 않을까? 너는 걱정 안 돼?”
실피나가 피자를 먹으면서 라비올라에게 물었다.
“조금 걱정 돼도 이거 먹고 싶은 걸요. 힝...”
항상 시황에게 예의바르고 정중한 모습만 보이던 라비올라가 실피나에게 애교를 부리듯 했다.
“흐음...”
짤막한 대화지만 마침 시황이 고민하는 주제와도 맞아떨어지는 얘기였다. 여자들은 달콤한 걸 좋아했지만 그만큼 살이 찌는 거에도 민감했다. 심지어 이건 지구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다른 행성의 여자들조차도 하는 고민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칼로리를 낮추는 커스텀을 해볼까? 마력 추출기는 마력만 있다면 다양한 조절이 가능했다. 완전히 같은 음식에 칼로리만 낮추는 건 불가능해도 다른 물품이 가진 효능을 첨가하는 식의 커스텀은 가능했다.
“아! 혹시 다이어트가 되는 식재료 같은 거 있어?”
시황은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루나모스에게 물었다. 그러면 아예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다이어트가 되게 만들면 됐다. 물론 다이어트가 가능한 식재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없더라도 비슷한 효능을 내는 걸 찾아서 최대한 저칼로리로 만들 수는 있었다.
“있어요.”
“어디? 어디서 구할 수 있어?”
다행스럽게 있었다. 그러면 마력 추출기에 그 식재료를 등록해 디저트의 재료가 되는 초콜릿이나 치즈 등에 효능을 첨가하기만 먹어도 살이 찌긴 커녕 살이 빠지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그 수치는 잘 조절해야겠지만.
“조금 험한 곳에 있기는 하지만 주인님이라면 별 무리 없이 채집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 지금 바로 갈 수 있어?”
“그럼요. 지금 보내드릴게요.”
“너희들은 잠깐만 기다려. 피자가 식기 전에 돌아올 테니까.”
시황이 실피나와 라비올라에게 말할 때까지 기다린 루나모스가 우아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시황의 시야가 격변했다.
방금 전까지 따스하고 아늑하던 방에서 눈보라가 강하게 불어 닥쳐 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극한의 환경으로 이동했다. 마치 조난 영화에서 보는 듯한 그런 곳이었다.
“보호막. 여기야?”
시황은 건성으로 용언으로 발현해 몸 주위에 보호막을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처럼 넓고 깊은 마기와 환골탈태한 육체는 그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도 더위와 추위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보호막을 만든 건 바람이 자꾸 불다보니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었다.
“네. 이 앞에 가면 몬스터가 지키고 있는 조그만 열매가 달린 식물이 있을 거예요. 미렌티라는 이름으로 그 식물에 달린 열매를 먹기만 해도 살이 빠지게 돼요. 거기다 영약처럼 먹기만 해도 대단한 마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뛰어난 지능을 지닌 몬스터가 열매가 익기까지 그 앞을 지키는 게 보통이에요. 매우 희귀한 식물이라 몬스터 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거든요.”
“아... 이해했어. 다이어트가 되는 식물이 매우 희귀하긴 희귀한가 보구나.”
“희귀하기도 하고 몬스터를 처리하면 주인님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보니 이쪽으로 데리고 왔어요.”
“그래? 그러면 빨리 처리하고 가자.”
“알겠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루나모스는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마치 태풍의 눈에라도 들어온 듯 루나모스의 주변에는 바람 하나 일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반면 저 멀리 보이는 곳에선 웬만한 사람은 서있지도 못할만큼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시황은 루나모스를 따라 날아갔다. 용언을 사용할 수 있으니 바닥이 눈으로 뒤덮인 곳도 편하게 날아갈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잎 하나 없는 황량한 나무들 사이에 피어난 생명력 가득한 식물이 하나 보였다. 루나모스가 말한 미렌티인 듯 했다.
“저 식물이에요. 주변에 강한 몬스터가 있을 테니 조심해서 채취하세요.”
“알았어.”
루나모스의 주의도 있고 해서 시황은 드래곤의 갑옷으로 전신을 감싼 뒤에 미렌티의 근처로 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주변에 몬스터가 보이지 않아 시황은 아공간에서 마력 변환기를 꺼내려고 했다. 레시피 등록부터 하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까.
“크아아!”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공격해왔다. 약간 긴장을 하고 있던 시황은 미리 마기를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얼마나 빠르고 강한 공격인지 공간이 찢어질 듯한 기분 나쁜 파공음이 들려왔다. 심지어 소리만 그런 게 아니라 공간이 일렁이기까지 했다.
시황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서는 몬스터를 쳐다봤다. 족히 5미터는 넘어 보이는 그 몬스터는 곰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고 악아 같은 날카로운 입과 도검처럼 예리하고 기다란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는 뭐라고 소리를 치는 듯 하더니 곧바로 다시 공격해왔다. 얼마 전에 싸웠던 천빙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손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온다. 닿기만 해도 오체분시가 될 듯한 끔찍한 위력이었다. 시황은 뒤로 물러서서 그 공격을 피하고는 곧바로 땅을 박찼다. 대기권을 돌파하듯 강렬한 속도로 몬스터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인 가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쿵!
마치 돌벽을 때리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지만 강력한 충격이 몬스터의 내부를 뒤흔들었고 작은 굉음과 함께 단단한 가슴이 폭발하듯 터져버렸다.
“끄에엑...”
주변 환경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절제를 한 힘이지만 그 위력만으로도 몬스터의 가슴이 터져나갔다. 가슴이 터져나가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관들이 힘을 잃어버렸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던 거대한 몬스터는 그대로 쓰러지며 죽어버렸다.
크기는 했지만 그렇게 강력한 몬스터는 아닌지 또 일격에 죽어버렸다. 하지만 시황은 방심하지 않고 드래곤의 갑옷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마력 변화기를 꺼내 미렌티를 등록하고 동시에 방금 죽인 몬스터도 등록했다. 그러자 시야에 정보가 뜬다.
[미렌티 : 매우 희귀하고도 신비로운 힘을 가진 식물. 미렌티에 열리는 열매를 먹게 되면 살이 빠지기는 하지만 이것보다 마력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 때문에 마법사라면 누구나 얻기를 원한다.]
[켈마톤 : 설원을 지배하는 몬스터. 소드 마스터나 고위 클래스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죽이기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켈마톤이 지닌 윤기 나는 털은 극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추위를 완벽히 차단해주고, 날카로운 손톱은 그 어떤 도검보다도 단단하고 예리하다.]
몬스터라 그냥 잡고 봤는데 의외로 쓸모가 많아 보였다. 마력 변환기로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는 없었지만 이런 몬스터를 등록하면 모피를 따로 추출해 낼 수 있었다. 거기다 만약 신묘한 능력을 가졌다면 그 능력만 따로 커스텀해 알맞은 곳에 조합하는 것도 가능했다. 활용법이 정말 무궁무진했다.
시황은 미렌티까지 뽑아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이제 돌아가자.”
루나모스가 가볍게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 다시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 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가기 전에 시황이 말했던 대로 피자도 식지 않아 라비올라와 실피나가 아직까지 먹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라비올라 일어나서 공손이 말했다.
“편하게 먹어. 일일이 그렇게 인사할 필요는 없어.”
시황은 드래곤의 갑옷을 해제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방금 등록한 미렌티 열매의 효능을 이용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다량으로 먹는다면 심지어 살이 빠지게 되는 디저트를 하나 만들어냈다. 단순히 미렌티 열매의 다이어트 효능을 첨부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모든 여자가 꿈에 그리는 완전한 디저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도 먹어봐. 이건 먹어도 전혀 살이 안 찌는 거야.”
“살이 안 찐다고요? 어머, 대단하다.”
실피나가 시황이 건네주는 디저트를 곧바로 한입 먹었다.
“아아... 달콤해라. 어쩜 이렇게 맛있담.”
입 안 가득 풍부해지는 달콤함에 실피나는 전율했다.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를 먹어도 살이 안 찐다니! 여자에게는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 옆에 있던 라비올라도 같이 디저트를 먹고 황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효능을 첨가한다고 해서 기존의 맛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딱 그 효능만 첨가될 뿐이었다. 이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기본 재료를 만들어 마법진으로 복제만 하면 됐다.
여기에 켈마톤이라는 몬스터도 잡은 덕에 겨울에 신제품을 또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시황의 머릿속에는 각종 신제품과 더불어 한강규를 처리하기 위한 계획 또한 차근차근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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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은 루나모스와 행성을 돌아다니며 각종 디저트를 마력 변환기에 저장했다. 대부분 입맛에 안 맞긴 했지만 개중에는 이제껏 맛보지 못한 엄청난 맛을 가진 디저트가 간혹 존재했다. 그런 디저트는 약간 변형을 해서 케즈론에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재료 중에서 소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 무부에게서 나오는 젖은 지구의 우유와 비교해 그 고소함과 풍미가 한 차원 뛰어날 정도로 대단했다. 이미 무부의 젖으로 만든 페렌테 치즈를 활용하고 있기는 했지만 무부의 젖 자체는 이제야 구하고 마력 변환기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 젖만 섞어서 이용해도 케즈론 디저트의 퀼리티가 한 단계 올라갈 게 분명했다.
이렇게 각종 재료들을 모아서 시황은 다이어트 효과가 있도록 마력 변환기로 커스텀을 했다. 디저트 자체에 효과를 걸 수 없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초콜릿, 무부의 젖, 페렌테 치즈 등에만 효과를 걸어 복제 마법진으로 엄청난 양을 찍어내었다.
그리고 직접 주도하에 새롭게 모은 재료로 다양한 신 메뉴를 만들었다. 행성을 돌아다니며 맛본 디저트를 개량해서 만들거나 아예 새롭게 만드는 등 다양한 신 메뉴를 출시했다.
신 메뉴는 케즈론이 야심차게 준비한 만큼 은비와 핑크펫, 유미, 효정까지 케즈론을 대표하는 얼굴들을 활용해 홍보도 하였다.
모든 케즈론 카페 앞에는 은비의 등신대 입간판과 더불어 [다이어트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자. 케즈론에서 파는 모든 디저트는 먹어도 살이 전혀 찌지 않아요]라는 문구가 적힌 홍보 간판도 같이 세워져 있었다. 케즈론이 아닌 일반 카페였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말이 나올 만큼 허무맹랑한 글귀였다.
하지만 케즈론이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디저트를 사먹었다.
평소 케즈론을 좋아하는 모델들도 이 글귀를 보고 디저트를 시켰다.
“그런데 진짜 살 안찔까?”
“안 찌니까 적어놓은 거 아닐까? 근데 살 안 찌게 하려고 설탕 덜 넣어서 맛없어 지는 거 싫은데. 난 케즈론 거 아니면 디저트 안 먹거든. 다른 데는 맛이 없어서. 얼마 못 먹는 거 맛있게라도 먹어야지. 안 그래?”
괜히 살 안찌게 하겠다고 맛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은 늘씬한 모델 한명이 이번에 새로 나온 디저트를 한입 먹었다.
“우와, 이거 대박이다. 진짜 맛있어. 근데 이렇게 맛있는데 살이 안찌는 게 말이 돼? 케즈론이면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말이 안 되는데.”
디저트를 먹은 모델들이 반신반의를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 엄청난 맛에 연신 감탄을 하며 끝없이 디저트를 먹었다. 살이 안 찐다는 홍보 때문에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평소 이상으로 먹어버린 것이다.
이건 비단 이 모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살이 안 찐다는 홍보에 여자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케즈론이니까 믿고 디저트를 흡입했다. 다이어트라는 강력한 절제력이 옅어진 덕에 다들 마음껏 먹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보통이라면 살이 쪄도 이상치 않을 양을 먹었음에도 살이 찌기는커녕 도리어 조금 빠지기까지 했다는 글이 인터넷 여기저기 올라왔다.
[케즈론 홍보 진짜인가 봐요. 제가 살 안 찐다는 글만 보고 며칠동안 케즈론 신제품 디저트 엄청 먹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체중계로 재보니까 먹기 전보다 1kg 빠졌어요. 완전 깜놀. 저만 그런거 아니죠?]
[저두요 ㅜ 저두 살 조금 빠졌어요. 근데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다들 거짓말 하지 말래요 ㅠㅠ]
[아직도 케즈론 의심하시는 분이 있으시네 ㅋㅋ 케즈론은 프리메로처럼 과대광고하고 헛소리 하는 곳이 아니에요. 진짜 비싼 값을 하는 곳이 케즈론이에요. 아니, 솔직히 전 케즈론에서 파는 건 케즈론 밖에 못 만든다고 봐서 비싼 값 이상으로 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뭐 어쨌든 케즈론이 살 안 찐다고 했으면 진짜 안 찔 거예요 ㅋㅋ]
살이 안 찌는 맛있는 디저트. 이게 이슈가 안 될 리가 없었다. 남자들보단 주로 여자들이 다니는 사이트에 엄청난 이슈가 되어 몸무게 얼마나 빠졌는지 인증하는 글이 끝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시황을 무너트리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한강규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원래는 바퀴벌레를 넣어 소동을 일으키려던 그는 급하게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