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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58화 (557/629)

558  문명 발전  ====================

조그만 손전등 비슷한 도구와 나무로 된 망치, 그리고 호화로운 잔이 허공에 떠있었다.

겉모습만 봐서는 다들 평범하게 별 거 아닌 도구처럼 보였다. 잔은 비싸보여서 주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머지 두 개는 길에 있어도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갈 수준이었다.

일단 외형만으로는 가치를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손전등처럼 생긴 도구부터 차례로 손에 쥐어봤다.

[톨레이만의 마력 변환기 : 마력을 주입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단순한 다이아몬드부터 복잡한 전자기기까지 마력 변환식만 안다면 무궁무진한 물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톨레이만의 강화 망치 : 마력을 주입해 두드리는 것만으로 모든 물품을 강화할 수 있다. 단, 강화 확률은 우주의 이치를 따르고, 실패할 경우 그 어떤 것이라도 파괴되고 만다.]

[톨레이만의 물 잔 : 한 달에 한 번 물 잔에 영험한 물이 채워진다. 이 물은 다 죽어가는 이조차 단번에 회복시키고 파괴된 신체 부위 또한 복원시켜준다. 그리고 일반인이 마신다면 무병장수를, 무사가 마신다면 막대한 내공을, 마법사가 마신다면 지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마력을 준다.]

톨레이만이 말한 대로 하나하나가 밸런스를 파괴시킬만한 도구들이었다. 겉보기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전부 신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시황은 뭘 선택해야할지 고민했다. 그 어떤 걸 선택하더라도 후회될 건 없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의 가치를 따져보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강화는 저 망치가 아니더라도 가능은 했다. 음기와 양기가 조화가 된다면 +1 강화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강화된 물품에 정액이 진득하게 달라붙는다는 단점만 빼면 말이다.

그리고 저 물 잔도 있으면 좋지만 정액으로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했다. 물론 물 잔만큼의 성능은 아니겠지만 섹스를 하고 질내사정을 하면 내공이나 마력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여자에겐 미용과 젊음까지도 되찾아 주었다. 더 열심히 수련한다면 여자 한정이긴 해도 저 물 잔과 비슷한 능력을 발휘할지도 몰랐다.

결국 남은 건 마력 변환기였다. 이건 지금의 시황으로선 흉내도 내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그런 만큼 마력 변환기만 있다면 이제껏 시도도 못해본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시황은 마력 변환기를 선택했다. 처음엔 고민됐지만 생각할수록 마력 변화기의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이 도구만 있으면 여러 재료를 채집해 각종 도구들과 집을 만들고 노는 종류의 게임이 현실에서도 가능했다.

“마력 변환기를 선택했군. 잘 활용한다면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지. 너의 계획이 대충은 짐작 가는군.”

톨레이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님, 이제 가요.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나와 잠시라도 같이 있기 싫나보군. 어찌됐든 만나서 즐거웠다네. 유산을 이은 자여. 네가 과연 케즈론의 모든 유산을 이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지.”

톨레이만은 시황을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시황이 감사의 인사를 하자마자 시야가 점멸했다. 그리고 익숙한 루나모스의 침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급하게 온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차피 용건도 다 끝났다. 받을 마법 도구도 받았고 저주도 풀었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고마워. 루나모스 덕에 좋은 아이템 하나 얻었어.”

“전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해드릴 수 있어요.”

시황은 루나모스를 끌어안아주었다. 자신을 위해 뭐든지 해주고자 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비록 루나모스가 수많은 행성을 지배하는 전능한 존재이긴 했지만 시황에겐 평범하게 사랑하는 여자일 뿐이었다.

시황은 사랑하는 루나모스에게 입을 맞추고 본격적으로 서로의 사랑을 몸으로써 느끼기 시작했다.

**

프리메로 본부장 한강규 상무는 비서에게 몇 가지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전 한 눈에 반하다시피 한 루나모스의 인적 사항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미 정보통을 통해 루나모스가 케즈론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름은 루나모스라고 합니다. 케즈론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 날 케즈론 대표인 강시황과 회사를 나갔다고 합니다.”

본부장실 책상 앞에서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공손하게 말을 건넸다.

“그래? 그런데 그 남자 새끼는 강시황이 아니었단 말이지.”

한강규는 책상을 두드리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기분 나쁘게 자신의 손을 붙잡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얼굴이 희끄무레하게 떠올랐다. 어떻게 생각하면 강시황 같기는 했지만 만약 진짜 강시황이었다면 그때 모를 리가 없었다.

“케즈론 사내에서는 이미 루나모스가 강시황 대표와 사귀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도 있습니다.”

“둘이 사귄다라... 그러면 그 새끼는 보디가드 같은 거였나? 뭐, 상관없지. 안 그래도 강시황 그 새끼도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했으니까.”

한강규는 책상 위에 있는 강시황의 사진을 쳐다봤다. 보기만 해도 머리끝까지 화가 날 정도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한창 케즈론 열풍이 불 때, 카페를 전문으로 하는 시화 그룹에서도 프리메로라는 프리미엄 상표를 내걸고 카페를 런칭했지만 중요 상권에서는 케즈론에 밀려 경쟁자체가 되지 않았다.

케즈론이 없는 상권에서는 그나마 매출이 괜찮게 나오긴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맛없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재방문율도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았고 적자폭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앞으로 시화 그룹의 회장까지 될 한강규 입장에서는 이런 실패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마침 케즈론을 손봐줄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우연찮기는 했지만 강시황과 루나모스, 둘 다 손봐주고 파멸로 이끌어주기로 했다. 감히 자신을 적으로 돌린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생각이었다.

한강규는 비서를 내 보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은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음험한 눈빛으로 본부장실을 나섰다.

**

늦은 새벽.

시황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라비올라와 실피나는 끌어안고는 루나모스가 틀어주는 4K 이상의 화질로 선명하게 한강규가 하고 있는 행위들을 감상했다. 이런 건 모르고 있다가 당해주는 게 제 맛이지만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당해줄래도 당해주기가 힘들었다.

대충 한강규의 계획은 알아냈다. 일단 자신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 카페에서 먹은 음식 중 바퀴벌레 같은 더러운 이물질을 몰래 집어넣을 계획을 짜고 있었다. 별 거 아닌 듯 해보여도 돈을 먹인 기자를 이용해 이슈를 크게 만들게 되면 여기저기서 기사를 인용해 쓸 테고 견고하게 지켜오던 케즈론의 이미지에도 꽤나 큰 타격이 될 게 분명하긴 했다. 질 떨어지고 수준은 낮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이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한강규는 케즈론을 나아가 시황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망가트리기 위한 계획까지 세워났다. 가장 거슬리는 건 파파라치를 붙여 자신은 물론이고 집까지 도촬하려고 했다. 확실히 한 번에 서너 명의 여자들과 음란하게 섹스하는 게 유출되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 무력을 이용한 범법 행위까지도 서슴없이 저지르려고 했고, 루나모스에게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려고까지 했다.

하나하나가 당하면 치명적인 것들뿐이었다. 지금이야 능력이 되니까 별 생각 없이 덤덤하게 보는 거지 일반인이 저런 일을 당했다면 분노에 피눈물을 흘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나쁜 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의 나쁜 놈이었다. 하지만 시황은 지금 당장 손을 쓸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처리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구상을 했다.

중요한 건 다 보여줬음에도 영상은 계속 이어졌다. 화면이 잠깐 점멸되더니 한강규가 벌거벗은 여자를 때리며 성행위를 강요하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어머.”

영상보다 시황의 젖꼭지에 더 관심이 많던 실피나가 끔찍한 장면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한강규는 여자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누가 봐도 하기 싫어하는 여자를 때리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한강규가 하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저 정도 쓰레기니까 그런 계획들을 세우는 거였다. 보니까 한두 번 해본 솜씨도 아니었다. 만약 루나모스의 능력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끔찍한 일에 휘말릴 뻔 했다.

영상은 이걸로 끝이 났다.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낸 것도 아니고 불과 며칠 전 영상일 뿐인데도 이정도 수준이었다. 과거에는 어떤 범죄들을 저질렀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아마 한강규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나쁜 짓거리인지 감각 자체가 없을 거였다. 누가 봐도 나쁜 짓이지만 정작 한강규는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조차가 없을 거였고, 만약 저런 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 죄를 뉘우치기 보단 도리어 화를 낼 놈이었다.

아무래도 케즈론이 유명해지고 경쟁사가 그만큼 피해를 보게 되니 저런 놈이 나타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사건 사고가 있었듯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분명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기도 했다.

시황은 한강규에게 확실히 그 죄만큼 벌을 받게 해주기로 다짐했다.

방금 영상 때문인지 라비올라와 실피나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말은 못 알아들어도 영상 자체가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음, 나중에 내가 사는 곳에 놀러 갈래?”

시황은 분위기도 바꿀 겸 실피나와 라비올라에게 물었다.

“저, 정말입니까?”

시황의 말에 라비올라가 크게 기뻐했다. 안 그래도 한 번씩 시황이 가져다주는 맛있는 요리와 달콤한 쥬스, 귀여운 인형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다.

“응. 너희 4명 다 데리고 놀러갈게. 가서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아, 지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피자가 먹고 싶습니다.”

라비올라가 곧바로 피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실피나는?”

“저도 피자 먹을게요. 사실 전 시황 님과 같이 먹을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좋답니다.”

실피나는 시황을 살짝 안으며 말했다. 결혼하기는 했지만 부부관계라기 보단 여전히 시황을 받들고 있었다.

“지금 만들어줄게. 잠깐만.”

시황은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톨레이만의 마력 변환기를 꺼냈다. 여전히 별 거 없는 모습이지만 그 능력의 대단함은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마력 변환기에 마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시야에 뭐가 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복잡한 창들이 떠올랐다. 인터페이스가 대단히 복잡해 보여서 처음엔 시황도 고생했지만 몇 번 써보니 쉽게 익숙해졌다.

먼저 마력 변환기를 쓰려면 마력 변환 레시피가 필요했다. 이 레시피는 직접 자신이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물품을 마력 변화기를 사용해 직접 등록을 하거나, 아니면 복잡하고 어려운 식을 이용해 새로운 것들을 직접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후자는 시황이 하기엔 대단히 버거운 일이었고 보통은 루나모스에게 마력 변환 레시피를 받거나 스스로 얻은 물품들을 등록했다.

시황은 여러 피자 중에 라비올라가 가장 좋아하는 피자콜드의 포테이토 피자를 골랐다. 상태는 막 오븐에 구워 나오는 걸로 설정하고 나서 톨레이만의 마력 변환기 버튼을 눌렀다.

변환기에 영롱한 빛이 살짝 감돌더니 테이블에 방금 막 오븐에서 구워낸 포테이토 피자 생성되었다.

그것도 포장까지 완벽하게 한지라 실제로 배달시킨 듯한 느낌이 물씬 났다.

“와! 피자다. 아, 항상 미천한 저희들을 위해 고귀하신 시황 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하사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비올라는 피자를 보고 기뻐하다가 급하게 시황에게 예를 차렸다.

“결혼까지 한 사이에 그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아. 자, 빨리 먹자. 실피나하고 루나모스도 먹어. 부족하면 더 만들어줄게.”

시황이 피자 박스를 열자 맛있는 향기가 사방으로 흘러나왔다.

라비올라는 살짝 눈치를 보다가 곧바로 피자를 먹었다. 한입 베어 물자 얼굴 가득 행복함이 피어났다.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같이 피자를 먹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한강규의 문제는 천천히 처리하면 됐고, 그보다 이 마력 변환기를 활용할 방법을 확실히 정해야 했다. 마력 변환기의 장점은 레시피만 등록하면 곧바로 그 물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모피나 가죽 같은 게 필요할 때는 동물을 보고 직접 등록하면 모피만 따로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거기다 약간의 커스텀을 가해 모피에 다양한 기능을 첨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당연하게도 각종 식재료에도 커스텀이 가능했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거나 입맛 더 잘 맞게 해서 만들 수가 있었다.

먼저 시황은 케즈론 카페의 메뉴를 본격적으로 확장시키기로 했다. 이것은 카페와, 아이스크림, 디저트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시화 그룹에 대한 경쟁 구도 강화이기도 하고, 케즈론이 맛있긴 하지만 새로운 디저트가 별로 없다는 불만을 잠식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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