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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53화 (552/629)

553  문명 발전  ====================

시황이 직접 보석함을 열었다. 반짝이는 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황찬란해서 눈을 못 뜨고 그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중 하나만 경매장에 나와도 세계가 놀랄 장신구가 가득했다. 특히 장인의 손으로 연마되고 만들어진 액세서리는 여자라면 눈을 부릅뜨고 사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거 팔 수 있어? 케즈론에서 한정판으로 팔고 싶은데.”

“물론 팔 수 있어요.”

진아는 조심스럽게 보석을 살폈다. 대충 살펴보기에도 대단히 비쌀 것 같은 보석들이었다. 정확한 가격은 감정을 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보는 것들만으로도 수천억의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그거 판 돈하고 우리가 번 돈하고 합해서 빌딩 하나 사자.”

몇 십만 원짜리 게임기라도 사는 것처럼 시황이 간단하게 말했다.

“빌딩이요?”

“응. 우리도 다른 기업들처럼 빌딩 하나 사게. 보통 얼마 정도 해? 한 5000억이면 사나? 더 비싼가? 1조는 있어야 돼?”

“1조 정도 하는 빌딩도 있지만 5000억이면 웬만한 빌딩은 다 살 수 있어요. 강남에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들도 대부분 5천억 전후로 구입 가능해요.”

“그래? 그러면 보석 팔고 우리가 가진 현금으로 살만한 빌딩 좀 알아봐줘. 디자인 괜찮은 걸로. 그리고 혹시 돈 부족하면 말해. 보석 더 줄 테니까. 현금은 많지 않아도 보석은 좀 있거든.”

세세한 건 시황이 잘 몰랐기 때문에 진아에게 말해서 적당히 보석을 팔고 알아서 빌딩을 사달라고 했다. 만약 진아가 없었으면 이렇 일 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진아에게 말 한마디만 하면 알아서 다 해주니까 정말 편했다. 회사를 소유한 건 자신이었지만 회사의 모든 걸 이끌어 가는 건 진아였다. 덕분에 편하게 섹스를 하고 여자들과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수천억 원이라는 돈을 푼돈처럼 말하는 시황의 모습에 진아조차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시황이 돈을 얼마나 가진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특히 지금 꺼낸 보석만 해도 웬만한 빌딩은 살만한 돈이 될 게 분명했다. 시황이 하찮은 보석을 내놨을 리가 없었으니까.

“아, 그리고 이거는 진아가 써.”

시황은 보석함에 있는 것 중 예뻐 보이는 반지를 하나 집어 들어 진아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대부분의 여자애들에겐 이미 반지를 끼워줬지만 진아는 바쁘다 보니 이제야 끼워줄 수 있었다.

“아니에요. 이거 팔아서 빌딩 사는데 보탤게요.”

“진아에게 고마워하는 내 마음이니까 그냥 끼고 있어. 항상 고마워하는 거 잘 알지? 진아가 아니었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로 이렇게 케즈론을 운영하지 못했을 거야.”

“아, 감사해요. 오빠.”

시황이 끌어안아주었고 진아는 그대로 품에 안기었다. 아직도 단추를 잠그지 않아 블라우스 사이로 튀어나온 가슴이 짓눌러졌다. 시황과 맞닿은 이 느낌이 만족스럽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지 시황이 항상 고마워하고 다른 여자애들에 비해 더 잘 대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포옹을 하고 난 시황은 진아의 가슴을 만지며 이번에 인수한 큐인 사의 임원들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이길 잠깐 기다렸다가 시황이 직접 스마트폰 사업부 임원들이 모인 회의실에 가서 루나모스를 소개했다.

연예인보다 더 아름다운 여자가 들어오자 짧은 감탄성이 일었다. 평범한 여자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만 예뻐도 지나치게 예쁘다 보니 본능적으로 감탄하고 만 것이다. 나이가 많고 적고 할 것 없이 남자라면 그 누구도 루나모스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황은 임원들 앞에 서서 앞으로 케즈론이 새롭게 만들 혁신적인 스마트폰에 대한 얘기와 함께 스마트폰에 들어갈 혁신적인 기술을 루나모스가 개발할 거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임원들은 쉽사리 시황의 말을 믿지 못했다. 어느 정도여야지 시황이 하는 말은 너무 허무맹랑했던 것이다. 케즈론의 대표인 시황이니까 얌전히 있는 거지 인터넷에 뭣 모르는 사람이 이런 글을 썼으면 단번에 헛소리하지 말라고 한마디 했을 것이다.

시황은 이전에 루나모스가 만들어 준 10개의 스마트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을 꺼내 임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오오!”

이전에 만들었던 스마트폰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고급스러움과 아름다움에 임원들이 다시금 감탄을 했다. 괜히 패션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 딱 봐도 초고가 명품이라고 느껴질 만한 고급스러움이 전자제품에서도 짙게 배어나왔다.

“평범한 스마트폰을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봐도, 누가 써도 케즈론이라고 느껴질 만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시황의 말이 끝나자 임원들이 박수를 쳤다. 케즈론이라는 이름에 다들 큰 무게감을 느꼈다. 지금 케즈론이라 하면 한국 최고의 명품, 나아가 세계 유명 연예인들이 가장 구입하고 싶어 하는 명품이었다. 그런 명성에 걸맞은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하니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배터리가 며칠이 간다거나, dslr급 카메라를 장착할 거라는 등, 시황이 한 말은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허무맹한 헛소리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당연히 동의했다.

시황은 루나모스에게 뒤를 맡기고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시황은 경영은 물론이고 회사에 관한 전문적인 것들은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더 이상 있어봐야 의미 자체가 없었다. 대신에 시황은 상황을 바라보고 그에 적합한 능력을 사용하는 부분은 뛰어났기 때문에 케즈론을 이만큼 키울 수가 있었다.

다시 진아에게 돌아간 시황은 악세사리를 어떤 식으로 홍보해 판매를 할지 논의했다. 물론 입으로만 대화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도 대화를 하는 건 잊지 않았다.

**

시황이 진아에게 액세서리를 건네주고 며칠 뒤, 대략적인 액세서리들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평범한 다이아몬드가 아닌 아주 희귀한 보석들이 대부분에다 큰 건 100캐럿도 넘다 보니 기본 100억 원에서 비싼 건 500억 원이 넘기도 했다.

액세서리는 시황의 아공간에 넘칠 듯 많기는 했지만 이것들을 다 내다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때문에 빌딩을 살 정도의 돈을 모으기 위해 적당량만 한정판 개념으로 팔아보기로 했다.

TV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케즈론에서 수백억 원의 액세서리를 판다고 하자 곧바로 TV뉴스와 인터넷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전했다.

아직 준비할 게 있어 판매개시는 하지 않았지만 케즈론에서 반지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판다고 하자 연예인들과 돈 많은 부자들이 서로 먼저 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에겐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돈 많은 사람들에겐 누가 더 케즈론의 신제품을 사느냐,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자랑의 척도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시황의 이미지가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로 자리 잡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케즈론이 가진 브랜드 위상은 건재했다. 특히 프리미엄 라인으로 판매되는 가방은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어 이미 1년 생산 분의 예약이 모두 차버렸다.

아주 특수한 마력 은실이 포함돼서 그렇지 가방 생산하는 원가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방 하나만 팔아도 대단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건 가방만이 아니라 의류, 화장품 등 모든 상품에 전부 해당되는 말이라 케즈론은 엄청난 이익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나름 다른 기업에서도 케즈론 마케팅과 상품을 따라서 만들기는 했지만 평범하게 해서는 전혀 따라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보니 오히려 케즈론의 위상만 더 높여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카페만 하더라도 고급 원료를 사용해 케즈론처럼 프리미엄 가격으로 팔았지만 커피는 물론이고 디저트, 케이크까지 케즈론의 맛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사람들이 금세 외면하고 말았다.

이렇게 케즈론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가는 사이, 어느새 시황이 내놓은 액세서리의 판매일이 되었다. 이미 뉴스에서 케즈론이 값비싼 보석을 판다고 홍보에 가까운 소개를 했던지라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어떤 액세서리일지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케즈론에서 액세서리 판다는데 엄청 예쁠 거 같지 않아? 솔직히 케즈론에 파는 제품 치고 돈 값 못하는 건 하나도 없잖아. 옷도 그렇고 화장품도 병원에 가서 돈 쓰느니 그냥 케즈론 화장품 사는 게 싸고. 다들 비싸다고 해도 솔직히 내가 보기엔 별로 비싼 것 같지도 않더라.]

[맞음. 다른데서 더 싸게 팔면 모르겠는데 케즈론이 파는 건 케즈론만 만들 수 있잖아. 전에 어디더라, 케즈론 비슷하게 인테리어 따라한 대기업 프렌차이즈 카페 가봤는데 가격만 비싸고 진짜 개 맛없더라. 솔직히 케즈론 맛 반만 따라가도 한 번씩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가고 포기했지 뭐야 ㅠㅠ]

[케즈론 대표가 바람둥이이기는 해도 능력은 참 좋아. 하는 것마다 없어서 못 팔잖아? 주로 여자하고 관련된 걸 많이 팔던데 여자하고 많이 놀아봐서 그 심리를 잘 아는 거겠지?]

[그럴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들 사이트에서 케즈론 얘기가 나오면 시황의 바람둥이 얘기가 꼭 나왔다. 조건 반사적인 반응들이었다.

어쨌든 백화점 문이 열기도 전에 수많은 여성들이 줄까지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부 오늘 판매하는 케즈론 한정판 액세서리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이었다. 물론 이 중에는 직접 구입을 하려고 찾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경이 목적이었다.

백화점이 오픈하자 여성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바로 케즈론 매장으로 달려들었다. 세일 품목에 달려드는 듯한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그녀들은 케즈론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누구든 보기 쉽게 투명하고 네모난 유리벽 속에 놓여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액세서리에 크게 감탄을 했다. 여자라면 혼이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액세서리였기에 반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어머, 너무 예쁘다.”

“역시 케즈론이라니까. 반지하고 목걸이도 다른 명품들하고 다르게 기품까지 느껴지잖아. 물건에 저런 느낌이 드는 건 케즈론 밖에 없더라.”

아줌마들이 전시된 액세서리를 보고 온갖 칭찬을 했다.

그 중에서 일부는 액세서리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거나 인터넷에 글을 썼고 그 아름다움에 다들 크게 감탄하곤 했다.

다들 지켜보기만 하던 와중 한 중년의 여성이 100억 원짜리 반지를 구입해 가기로 했다. 워낙 값비싼 제품이다 보니 구입해가는 사람이 나오자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고, 반지를 구입한 중년의 여성은 부러움에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에 콧대를 잔뜩 세웠다.

아무래도 가격이 가격대이다 보니 바로바로 팔려나가지는 않았지만 케즈론이라는 명성이 있다 보니 돈 많기로 유명한 중동의 기름 부자도 직접 방문해서는 500억 원짜리 매우 희귀하고 귀한 보석이 달린 액세서리를 구입해 갔다.

이렇게 빌딩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이 순조롭게 모이고 있는 와중, 루나모스가 맡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부도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엔 너무 젊은 여자라 불신했던 임원들도 완벽, 아니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능력을 루나모스가 보여주자 모든 불신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었다.

루나모스의 능력은 경이로웠다. 시황이 지정해준 대로 엉망진창이던 큐인 사의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개선해 나갔고 동시에 시황이 원하는 것들을 완벽하고 빠른 속도로 처리해나갔다. 마력을 쓰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이 아니었다. 천재조차 아득히 뛰어넘는 말도 안 되는 능력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루나모스가 너무 아름다워 그 능력조차도 희석되는 느낌마저 있었다. 이제까지 케즈론의 제일 미녀로 불리던 진아보다 더 예쁘다는 평가를 받으며 케즈론 제일 미녀의 자리를 루나모스가 차지했다. 다들 내색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루나모스를 본 남자치고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

다들 일하는 척 하면서 힐끔힐끔 루나모스를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회사가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시황이 온 것이다. 회사의 경영은 진아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시황은 거의 오지도 않는데 요즘엔 신기할 정도로 시황이 자주 회사를 방문했다.

시황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나모스가 진아에게 불려갔다.

평범하게 일어난 루나모스가 걸음을 옮겼지만 사람들에겐 아름다운 자태를 우아하게 뽐내며 걷는 걸로만 보였다.

루나모스가 진아에게 불려가자 직원들이 낮게 쑥덕였다.

“설마 대표님 만나려고 가는 건 아니겠지?”

“모르지.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대표님은 사람들한테 미녀킬러라고 불리잖아.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에이, 그래도 설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왠지 그럴 거 같은 기분이 들기는 했다. 정말 억울한 현실이었다. 남들은 한 명도 만나기 어려운 미녀들을 시황은 양손에 끼는 것도 부족해 주변에 넘쳐나듯 데리고 있었다. 케즈론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의 대상인 진아조차도 시황의 여자였다. 여기에 루나모스까지 시황의 거라면 그건 양심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불공평한 현실을 원망해야 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루나모스는 시황의 여자를 넘어 이미 결혼까지 한 사이였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구엔 없기는 했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황은 보란 듯이 루나모스와 손을 잡고 회사를 나갔고,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허탈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가진 자가 더 많은 걸 가지는 더러운 현실이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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