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50 드래곤 루나모스 =========================================================================
“어? 우리 집이네?”
“익숙한 건물로 만들어봤어요. 어떠세요?”
루나모스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데 정원에 갑자기 낯선 건물이 생겨나자 놀란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중세시대 풍의 성과 건물이 가득한 세계에 현대에 있을 법한 세련된 건물은 대단히 이질적이었다.
“나야 아무래도 저게 익숙해서 편하긴 하지. 너희들은 괜찮아? 이상해 보이지 않아?”
“아닙니다. 저희를 위해 집까지 만들어주신 루나모스 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로실린이 공손하게 답하였다. 생겨난 건물은 시황의 표현대로 정말 이상했지만 루나모스가 지은 것이니 뭐라 불평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황이 사는 곳이라 하니 내부가 어떨지 기대 되기는 했다.
“일단 내려가서 어떤 식으로 구현했는지 설명 드릴게요.”
루나모스는 다시금 시황과 여자들을 동시에 집 앞으로 이동시켰다.
갑자기 성녀와 황녀, 성기사단장이 나타나자 집 앞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깜작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루나모스는 그런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완전히 똑같네.”
내부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마치 원래의 집에 들어가는 듯한 익숙함이 느껴졌다. 시황은 감탄을 하며 신발을 벗고 거실로 갔다.
시황과 루나모스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눈치를 보던 여자들도 신고 있던 하이힐 벗고는 따라서 들어갔다. 지나치게 낯선 느낌에 그녀들은 계속 두리번거리며 거실을 살폈다. 내부에는 정체불명의 것들이 수없이 존재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사용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시황도 두리번거리며 게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았다.
“여기서 우리 집하고 이어진 거야? 게이트는 어디에 있어?”
“주인님 방에 들어가 보세요.”
“내 방에?”
시황은 루나모스의 말대로 1층에 있는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역시나 방의 내부구조도 서울의 집과 완전히 똑같았고 안에 있는 세세한 도구마저도 완벽히 같았다. 이러고 있으니 진짜 자신의 방에 있는 느낌이었다.
“여긴 문이 두 개네? 이건 뭐야?”
그런데 열고 들어온 문 바로 옆에 똑같은 문이 하나 더 있었다. 시황은 별 생각 없이 뭐가 있나 확인차 문을 열었다.
“앗, 오빠 언제 오셨어요? 루나 언니가 오빠 일 있어서 며칠 못 올 거라고 하던데.”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니 익숙한 얼굴의 여자, 유미가 소파에 누워 있다가 시황을 보며 물었다. 분명 시황이 온 기척이 없었는데 와 있었다.
“어? 어, 아까 왔어.”
생각지도 못하게 유미가 있자 시황은 평소와 다르게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슬쩍 옆을 보자 로실린을 비롯한 여자들도 거실에 사람이 있자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까 잠깐 졸 때 왔나 봐요? 하암, 졸려. 심심한데 오빠 방에 가서 놀아도 돼요?”
“어? 아, 미안. 잠깐 할 일이 있어서. 나중에 놀자.”
“잉, 알겠어요.”
유미는 실망하는 듯 했지만 뒤에 누구냐고 물어보진 않았다. 분명 그녀들은 거실에서 봐도 확실히 보일 정도로 대놓고 서있었는데도 말이다.
일단 시황은 문을 닫았다.
“미리 그녀들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어 두었어요.”
“그런 거야? 어쩐지 모르더라.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문을 여니까 바로 우리 집이잖아?”
“간단하게 주인님의 방 자체를 공유하게 해놨어요. 아까 보셨다시피 왼쪽 문은 본래의 집이고 오른쪽 문은 다른 행성의 집이에요.”
“세상에 이런 것도 되는구나.”
단순하게 게이트 같은 걸 설치하고 넘나드는 방식을 생각했는데 루나모스는 그걸 훨씬 뛰어넘는 방법을 만들어주었다. 설마 자신의 방과 똑같다고 생각한 곳이 진짜 자신의 방이었을 줄이야. 이제껏 수많은 경험들을 해왔음에도 이 방식은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되면 한집에 두 집 살림을 차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드시나요?”
“응. 엄청 편할 거 같아. 역시 루나모스는 대단하다니까 이런 방식도 생각해내고.”
시황은 루나모스를 끌어안아서 감사의 의미로 입을 맞추어주었다. 가벼운 키스가 적극적인 루나모스로 인해 서로의 혀가 엮이며 끈적한 키스로 변했다.
설마 루나모스가 시황과 저렇게 키스를 할지 몰랐던 여자들은 신비롭고 놀랍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히 아름답고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혀가 엮이는 끈적한 키스를 마치고 가볍게 입을 몇 번 맞추는 것도 꼭 따라 해보고 싶을 만큼 가슴을 떨리게 했다. 역시 루나모스답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우아했고 배울 게 많았다.
키스를 마친 시황은 멍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여자들을 바라봤다.
“아, 미안 잠깐 키스 좀 하느라고. 지금 너희들은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지? 내가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시황은 카필로니아 제국의 성으로 향하는 문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별로 어려운 개념은 아니었던지라 다들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시황은 다시 오른쪽 문을 열고 카필로니아 제국에 있는 거실로 갔다. 문 하나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행성을 넘나들었다.
그런데 거실에 나오니 밖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있는 게 보였다. 심지어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까지 집 앞까지 와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혹시 안에 보이는 거야?”
“안엔 안 보여요. 보안 시스템도 철저하게 해놔서 허락받지 않은 존재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 어떤 것으로도 문이나 건물을 부수지도 못해요.”
“철저하구나. 확실히 그 정도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자신의 본래 집과 연결된 곳이라 그 정도 보안은 꼭 필요했다.
“저기... 시황 님.”
루나모스와 대화가 끝나자 안절부절 못하던 루펠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응? 왜? 궁금한 거 있어?”
“그게 아니라, 밖이 소란스러우니 제가 나가서 모두를 물리치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패기넘치는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간 루펠린은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어리바리하면서 문을 흔들었다. 손잡이를 쥐긴 했지만 옆으로 밀거나 앞뒤로 잡아당겨도 도저히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거 손잡이를 밑으로 내리면 열릴 거야.”
“가, 감사드립니다.”
시황의 말대로 손잡이를 밑으로 내리니까 문이 열렸다. 겨우 문도 못 열었던 루펠린은 얼굴을 붉히며 밖으로 나가서 모여든 사람들을 전부 물리치고 접근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들어오자 시황이 가볍게 웃어준다. 루펠린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뭐 특별한 건 또 없지?”
시황은 루나모스에게 물었다. TV나 기타 전자제품이 있기는 했지만 서울의 집을 똑같이 만들어서 있는 장식일게 뻔해서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특별한 건 없어서 보안과 공간 이동 게이트인 문 정도가 끝인 듯 했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그녀들은 지구의 존재들에게 인지가 되지 않는 마법이 걸려있어요. 그녀들을 바라보면 인지력 저하도가 눈에 보일 거예요. 지금은 가장 높은 1로 되어 있는데 그 수치를 올리면 존재만 인지가 되는 식으로 마법의 강도가 변해요. 3이면 날개의 유무도 알아차릴 수 있고요.”
“아... 그렇구나.”
로실린을 바라보자 확실히 시야의 끄트머리에 살짝 1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이건 본래의 집에 그녀들을 데리고 가도 아무도 인지를 하지 못하는 가장 강력한 수치였다. 어차피 그녀들이 오기보단 자신이 갈 거라 올릴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집에도 전기가 들어와요. 그래서 여기 있더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불편하실 일은 없으실 거예요. 물론 TV도 똑같이 나오고요.”
“진짜? 대단하네. 어떻게 그렇게 하지? 봐도 신기하다니까. 정말 고마워.”
설마 TV와 전기까지 들어오게 해놨을지 몰라 시황은 감탄을 했다. 항상 로실린이 루나모스보고 전능한 드래곤이라더니 정말 신처럼 느껴질 정도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아주 간단하게 했다.
대략 집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았을 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다시 루펠린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나간 지 몇 초 되지도 않아 곧바로 들어왔다.
“황제폐하께서 오셨습니다.”
“그래? 내가 나가볼게.”
시황이 나가자 당연하다는 듯 루나모스가 팔짱을 끼고 따라 나왔다.
문을 나가자 황제가 시종을 대동하고 집 앞에 서 있었다. 갑자기 집이 생겼다는 소식에 놀라서 달려 나온 듯 했다.
“집 때문에 온 거야?”
“그렇습니다. 갑자기 거대한 건축물이 성의 정원에 생겼다고 하여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내 부인들이 살 곳을 만들어준 거야. 혹시 여기 지으면 곤란한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성에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주셔서 도리어 감사드립니다.”
황제는 마치 상사에게 비위를 맞춰주듯 시황에게 그 어떤 불평, 불만도 하지 않았다. 오직 감사하다며 칭찬만 할 뿐이었다.
“고맙긴, 뭐 어쨌든 그렇게 알아둬. 앞으로 여기에 부인들 살 거니까 사람들 접근 안하게 해주면 더 좋고.”
“알겠습니다. 최대한 주의하도록 이르겠습니다.”
“더 용건 없지? 그러면 들어갈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보십시오.”
황제가 인사를 하자 시황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거실로 돌아왔다. 황제와 대화하는 사이에 네 명의 부인들은 소파에 앉아보거나 TV를 만져보는 듯 정체 모를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시황은 본격적으로 어떤 식으로 도구들을 사용하는지 가르쳐주었다.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친 건 욕실 사용법으로 기왕 가르쳐주는 김에 옷을 다 벗고 다함께 커다란 탕에 들어갔다. 로실린과 실피나 등은 루나모스가 있어서 쭈뼛거리며 소극적으로 앉아 있었지만 시황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모두의 가슴을 주무르며 즐겁게 씻었다.
탕에서 놀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시야 한쪽에 문을 노크하는 듯한 아이콘이 생겨났다.
시황은 옆에 가벼운 티 하나만 입은 루나모스에게 아이콘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갑자기 시야에 노크하는 거처럼 생긴 문이 나타났는데 이건 뭐야?”
“그건 주인님의 본래 집에서 누군가 주인님의 방에 노크를 해서 생긴 표시에요.”
“아, 그래? 잠깐만 나 갔다 올게.”
시황은 빠르게 걸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똑똑.
“오빠, 없어요?”
그러자 정말 누군가 노크를 하고 있었다.
“있어. 무슨 일이야?”
시황은 왼쪽 문을 열었다. 그러자 유미가 가볍게 웃으며 서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부인들과 샤워를 하다가 빠르게 방으로 돌아와 유미를 맞아주는 느낌이 대단히 묘했다. 마치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가 동시에 데이트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빠 샤워했어요? 힝, 혼자 하지 말고 저랑 같이 하지.”
“찝찝해서 간단하게 했어. 그런데 왜? 무슨 일 있어?”
“언니가 오빠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라고 해서요. 엄청 맛있는 거 해줄 건가 봐요.”
“그러면 간만에 고기나 구워먹을까?”
“앗, 정말요? 어떤 고기요?”
“뭐, 유미 먹고 싶은 대로 사. 소고기를 사든, 돼지고기를 사든.”
“헤헷. 그러면 소고기 먹어야지. 언니랑 가서 사올게요.”
“응. 그래.”
유미는 소고기를 먹는다는 기쁨에 빠르게 찬미에게 달려갔다. 시황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집에 있다는 사실을 다들 인지한 상태인지라 이렇게 불안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시야의 아이콘으로 노크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줬기 때문에 큰 문제까진 없을 듯 했다.
시황은 다시 오른쪽 문을 열고 거실로 갔다. 혹시 또 유미가 노크를 할지 모르니 아예 문을 열어놓았다.
소파에는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자신의 부인들이 루나모스와 같이 앉아서는 어색해 죽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들을 껴안아주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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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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