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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47화 (54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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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스스로를 마왕이라고 한 그 괴물은 3미터는 족히 넘을 만큼 컸고 팔과 다리에 거대한 몽둥이를 붙여 놓은 듯 매우 두텁고 거대했다. 이마에는 송곳처럼 날카롭고 길쭉한 뿔이 하나 솟아 있었는데, 그 뿔에선 계속해서 기묘한 색의 빛을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치솟은 기세와 다르게 마왕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지 팔과 다리가 뜯겨 나가다시피 했고 전신이 거의 파괴되어 여기저기서 대량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은색의 날개를 펴고 허공에 뜬 마왕은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누가 자신의 성을 부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둘러봤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생명체의 기척은 없었다.

안식을 즐기고 있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공간이 압축되어 모든 것을 짜부라트렸다. 그 거부할 수 없는 위력에 보호 마법과 강대한 육체로 견디느라 거의 죽을 뻔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수백 년간 살아오며 자신을 죽음의 위기를 느끼게 한 적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세계에 존재하는 강대한 마물을 모두 쓰러트려 마왕의 칭호를 얻고 흰색 날개가 달린 간악한 무리들과 수많은 전투를 했지만 자신을 상대할 자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위협한 강대한 위력의 마법은 더욱 의문이었다.

심지어 지금 흰색 날개가 달린 간악한 무리들을 섬멸시키기 위해 수십만의 군대를 보내놓은 상태였다. 자신에게 마법을 사용할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게 분명할 터였다.

아무리 찾아도 적이 보이지 않자 두라쿤은 마력을 끌어올려 생체회복력을 극도로 증가시켰다. 뜯겨 나가다시피 한 팔과 다리가 순식간에 달라붙고 파괴된 부위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뇌나 심장처럼 중요 부위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렇게 파괴된 부위를 복구시킬 수 있었다.

“반드시 죽여 버릴 테다.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끄아아악!”

검디검은 날개를 가진 드라쿤은 자신의 성이 파괴된 것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마력을 끌어 모아 황량한 바닥에 검은색의 구체를 집어던졌다.

완벽한 코스로 날아간 그 구체는 땅바닥에 그대로 파고들었고, 이내 엄청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뿌연 연기가 폭탄이 투하된 것처럼 하늘 높이 치솟았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땅이 거세게 흔들거렸다.

시야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게 생겨난 연기가 사라지자 운동장만한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그 구덩이는 얼마나 깊게 파였는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마왕의 힘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된 루펠린과 로실린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왕의 힘이 엄청났다. 방금 시황이 쓴 필살의 마법조차도 마왕을 죽이지 못했다. 당연히 수십만의 몬스터를 힘 하나들이지 않고 죽인 시황이라면 마왕도 손쉽게 죽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마왕의 말도 안 되는 치유 능력과 파괴력을 보니 시황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아, 시간 다 돼간다.”

어느새 3분이나 됐던 은신 시간이 10초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마왕이 의외로 강한 위력을 보이자 시황도 조금 긴장되기는 했다. 3미터가 넘는 크기부터가 상당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마법도 쓸 줄 아는 듯 해서 루펠린과 로실린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시황은 일단 빠르게 문을 소환했다. 그리고 루펠린과 로실린의 손을 붙잡고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갔다.

“너희는 여기에 있어. 그러면 안전할 거야.”

시황은 둘을 케즈론의 성에 있으라고 했다. 일단 여기에 있으면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었기 때문에 밖에서 뭘 하더라도 안쪽까지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물론 시황이 두 공간을 이어준다면야 밖에서도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할 리가 없었다.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시황 님.”

“비록 미약하나마 저 또한 검술을 갈고닦았습니다. 부족하겠지만 꼭 시황 님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로실린과 루펠린이 애원했다. 두렵긴 했지만 시황 혼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대였다.

“미안한데 여기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보다 혹시 내가 다치거나 치명상을 입으면 이 약을 먹여줘.”

시황은 아공간에서 완전 회복 물약을 꺼내 건네주었다. 한 번 죽더라도 곰 인형이 있어서 살 수 있었고 혹시 또 죽더라도 완전 회복 물약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두 번이나 죽고도 안 되면 케즈론의 성으로 피신해서 루나모스를 불러서 처리해 달라고 하면 됐기 때문에 마왕이 센 것 같기는 해도 사실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너무 사기적인 아이템이 많아서 오히려 미안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괜찮아. 나만 믿어. 알겠지?”

시황은 로실린과 루펠린을 끌어안고 키스를 해주었다. 은신은 진작 풀렸지만 공간으로 분리된 곳까지 마왕이 감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괜히 소리만 지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마치 히로인을 남겨두고 죽음을 알면서도 싸우러 나가는 주인공처럼 시황은 긴장감 넘치는 걸음으로 로실린과 루펠린을 놔두고 문을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마기를 주입해 검은 드래곤의 절대적 갑옷을 장착했다.

괜히 허공에 분풀이를 하던 마왕은 갑작스럽게 기척이 느껴지자 그곳으로 재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거무티티한 갑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서있었다.

“네가 하였느냐?”

마왕은 손가락으로 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맞아. 내가 했어.”

시황은 덤덤히 대답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뼛속 깊이 느끼게 해주도록 하겠다. 억겁의 고통 속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주마!”

마왕은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로 외치며 거대한 날개를 펼쳐 시황에게 쾌속하게 날아갔다. 음속으로 날아가는 전투기처럼 공기를 찢어발기며 이동해 통나무보다 두터운 팔로 시황이 있는 곳을 내려쳤다.

콰앙!

묵직한 쇳덩이, 아니 마치 대포알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지면이 터져나갔다. 땅이 흔들리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피어났다. 마치 아까 검은 구체를 던진 것처럼 지면에 거대한 구멍이 하나 생겨났다.

압도적인 파괴력!

하지만 시황은 이미 마기를 끌어올려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왕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순간,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나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처럼 가득한 마기를 환골탈태한 육체에 끝없이 주입해서인지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동체시력이 증가하고 육체적 능력이 상승했다.

시황은 더욱더 마기를 끌어올렸다. 사지백해로 거대한 강이 이동하듯 엄청난 양의 마기가 흘러들어간다. 마왕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줘야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 가진바 최선의 힘을 다하기로 했다.

능력의 한계까지 마기를 육체에 주입한 시황은 곧바로 땅을 박찼다.

쿵!

묵직한 소리가 났다. 마왕이 했던 공격처럼 땅이 파이거나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범위의 지면이 단번에 지하로 느껴질 만큼 낮아졌다. 동시에 음속 이상의 속도로 쏘아져 나간 시황은 갑옷을 장착한 주먹으로 마왕의 안면을 정확하게 후려쳤다.

주먹이 마왕의 얼굴에 맞닿는 순간, 꾸준히 수련을 하면 체득한 권법서의 설명대로 최고의 파괴력을 내기 위해 허리와 팔을 단번에 회전시켜 마기가 응축된 근육을 폭발시켰고, 거기에 사지백해에 흐르고 있는 거대한 강물 같은 마기를 일순, 주먹에 집중시켰다.

퍼엉!

터져나갔다. 마왕의 머리가 아니라 공간이 터져나갔다. 귀를 막지 않으면 고막이 터질 법한 굉음과 함께 시황이 분출한 거대한 에너지가 공간자체를 집어삼켜버렸다. 공간 압축기와는 다르게 공간자체가 거대한 파괴력에 휩쓸려서는 시황의 힘이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해버렸다.

파괴된 성도 이 거대한 힘에 휩쓸려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고 안 그래도 황폐했던 지역에 종말이라도 도래한 듯 땅이 무너지고 처참하게 파괴되어 버렸다.

물론 마왕도 무사할 리가 없었다. 직접적인 파괴력을 그대로 몸으로 받게 된 마왕은 통나무보다 두텁고 큰 팔과 다리로도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형체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되어 버렸다. 뇌와 심장이 있으면 부서진 부위도 복구가 가능하겠지만 그 뇌와 심장조차 어디 있는지 알 수조차 없을 만큼 완벽하게 분해되다 시피 했다.

“어?”

한 번도 모든 힘을 끌어올 본 적이 없던 시황은 스스로 하고도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어떤 만화의 한 장면이 생각날 만큼 강력한 주먹질 한방에 마왕이 죽어버리고 거대한 범위가 파괴되어버렸다.

분명 콘서트 지지대가 무너질 때만 해도 이 정도의 힘을 가지진 않았다. 그런데 이후로 수많은 섹스로 마기를 늘리고, 7레벨 유산으로 받은 영약과 마나석으로 혜진과 섹스를 해서 마기를 단번 증폭 시킨 덕에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마기 양에 맞게 신체도 변화했는지 물 먹는 솜처럼 끝없이 마기가 주입되어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발출하는 게 가능했다.

이 모든 게 혜미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혜미와 섹스를 한 덕에 몸속에 혈맥에 잠들어 있던 영약들의 힘도 한 번에 흡수를 하게 된 것도 컸다. 무협지에서 무공을 전혀 모르던 주인공이 기연을 만나 단번에 초절정 고수가 된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격차였다.

너무 큰 힘을 가지게 되어 시황은 조금 더 주의하기로 했다. 이전 같은 감각으로 마기를 무작정 끌어올렸다간 정말 큰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여기야 파괴되고 부서져도 신경 쓸 게 전혀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그런데 최대한 마기를 끌어올려서 마왕을 죽인 공격자체가 힘이 한 점에 몰려 파괴력이 극대화시킨 거긴 해도 전체적인 파괴력의 효율을 따지면 루나모스가 건네준 마법 주문석이 훨씬 뛰어났다. 파괴 범위는 당연히 비교조차 되지 않았고 마기 당 낼 수 있는 힘 자체가 훨씬 뛰어났다.

이러고 보니 새삼 루나모스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약간은 느껴졌다. 뭐, 그런 힘을 가진 루나모스도 쾌감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노예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시황은 갑옷을 해제하고 가볍게 마기를 끌어올려 문으로 점프해 들어갔다. 방금 지면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마기를 끌어올렸던 지라 문이 허공에 떠있었다.

“생각보다 금방 끝났어.”

혹시 몰라 완전 회복 물약까지 건네줬지만 다행스럽게 그걸 쓸 필요는 없었다. 아마도 루나모스는 이 힘의 격차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즐기고 오라는 마음으로 보내준 듯 했다.

“어, 어떻게 이런 힘이...”

“...”

방금 본 충격적인 광경에 로실린은 경악했고 루펠린은 아무런 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마왕군의 엄청난 힘에 세계가 종말 직전까지 갔지만 시황은 별다른 힘조차 들이지 않고 수십만의 마왕군과 마왕마저 간단하게 해치워버렸다. 엄청난 힘이었다. 괜히 루나모스가 주인으로 떠받드는 게 아니었다. 처음 마왕의 힘을 봤을 때 불안해했던 게 바보 같게 느껴졌다.

“다친 데는 없지?”

시황은 그냥 예의상 물었다. 당연히 고생은 자신이 했으니 다친 곳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시황 님 덕분에 다치지 않았습니다. 마왕을 처리해 멸망할 뻔한 세상을 구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황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충격으로 헤어 나오지 못한 루펠린과 다르게 로실린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저도 이 기회로 음란하면서 아름다운 로실린과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저, 저야 말로 영광입니다.”

웃으며 시황이 말하자 로실린이 얼굴을 붉혔다.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 끝나서 이제는 여유가 생겨났다. 그래서일까? 시황이 음란하다고 말을 해주자마자 어젯밤 뜨거웠던 섹스가 생각이 나면서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살면서 그렇게 황홀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루펠린도 고생했어.”

“아닙니다. 저의 부족함을 느낀 만큼 앞으로도 더욱 고생해서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시황의 힘을 보면서 루펠린은 많은 생각을 했다. 당연히 시황만큼 강해지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더욱 정진하여 시황이 조금이라도 의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이제 돌아가자.”

시황은 의지력을 일으켜 루나모스에게 성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했다. 이제 황제에게 미스릴과 소정의 보상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물론 기왕 온 김에 하루정도는 더 있다가 갈 생각이었지만.

시황의 요청에 루나모스는 곧바로 황제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을 시켜 주었다.

방금까지 있던 케즈론의 성에서 왕이 있는 넓은 휴식 공간으로 시야가 단번에 변했다. 아까 올 때도 겪기는 했지만 또다시 한 번에 시야가 변하자 로실린과 루펠린이 약간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왕 잡았어.”

시황은 거대한 창문으로 정원이 보이는 의자에 앉아 황녀 라비올라가 따라주는 차를 마시고 있던 황제에게 말을 걸었다.

“오, 오셨습니까?”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황이 돌아오자 황제는 크게 당황하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당연히 며칠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황자, 황녀들과 여러가지 중요한 대화를 나누며 가벼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마왕을 잡았다면서 시황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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