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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글을 쓰면 보통 몇 천 명이나 보는 꽤나 큰 규모의 사이트였다.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새롭게 올라온 글을 클릭했다. 최근에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귀여운 동영상도 많이 올라오는 편이라 우리 집 고양이를 찍어봤다는 제목에 이끌려 들어온 사람이 제법 됐다.
그런데 막상 링크된 동영상의 섬네일에 척 보기에도 귀엽고 예쁜 여자애가 있자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바로 재생버튼을 클릭했다.
영상은 짧았다. 노출도 없었다. 하지만 인형이 가득한 방에서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여자애의 모습에 남자들은 넋을 놓고 화면을 바라봤다.
시황이 평가했던 대로 영상자체는 재미가 없었다. 고양이만 쓰다듬는 영상이 뭐가 재미있겠는가. 하지만 뭔지 모를 마력이 있었다. 비싼 카메라에서 나오는 선명하고 깔끔한 화질과 그런 화질에서도 눈이 정화될 만큼 뽀얗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천사처럼 순결하고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애가 사랑스럽게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일반인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청순하다 보니 사람들은 넋을 잃고 계속 영상을 재생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귀여움이 스며들었다. 어마어마한 중독성이었다.
넋을 놓고 보던 사람들이 곧바로 댓글을 적기 시작했다.
[설마 글 올리신 분 본인인가요? 정말 너무 귀여워서 넋을 잃고 봤습니다. 다른 영상 또 올리실 계획 있으세요?]
[저도 모르게 10번 재생했습니다. 중독성 덜덜]
[와, 영상은 별 거 없는데 완전 빠져듭니다. 1분짜리인데 1초 만에 끝난 줄 알았어요.]
[진짜 귀엽네요. 아, 물론 고양이가요...는 농담이고 정작 고양이보다 여자 분이 훨씬 더 예쁘고 귀엽네요.]
댓글은 칭찬 일색이었다. 아루가 워낙 아름답다보니 사람들은 1분 조금 넘는 영상을 몇 십번 돌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조회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비판적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거 아이돌 회사에서 홍보하는 거 아닌가요? 일반인이 저런 외모일리도 없고 방만 해도 어떤 사람이 저렇게 예쁘게 꾸미고 삽니까? 아무리 봐도 홍보 영상인 듯요.]
[최근 바이럴 보면 참 교묘해요. 일반 영상인 척 하면서 관심 끌고 데뷔하려는 거 뻔히 보이네요.]
몇몇 사람들은 홍보 때문에 이런 영상을 올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이돌 관련 회사에서 하는 건 아니지만 아루가 앞으로 틈틈이 올릴 영상에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일부러 사람이 많이 찾는 유머 게시판에 올린 거니까. 그래도 몇몇 사람만 그럴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루가 예쁘다고 칭찬하기 바빴다.
이 영상이 꽤나 큰 임팩트를 가지고 왔는지 순식간에 유명 사이트로 퍼져나갔다. 남자라면 아름다운 여자에 흥미를 갖는 게 당연한 일인지라 그 파급력이 대단했다. 사이트 어딜 가나 아루의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시황은 아루를 다리 사이에 앉혀 함께 반응을 살폈다.
[정말 귀엽고 천사처럼 순수하네요. 저런 여자 친구 있으면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댓글에서 다들 아루가 예쁘대.”
“헤헤. 기뻐요. 앗, 저기에 우리 고양이가 귀엽다는 글도 있어요.”
아루는 자기 예쁘다는 글보단 고양이가 귀엽다는 글에 크게 기뻐하며 시황에게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댓글에서는 고양이보다 아루를 칭찬했다. 특히 천사같이 순수한 얼굴만 보고 성적인 것 하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루가 작고 귀여운 손으로 마우스를 잡아 글을 읽을 때, 시황은 뒤에서 아루를 끌어안고 계속해서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시황의 연애 문제가 파문이 크긴 컸는지 고양이를 만지고 있는 아루의 영상에 시황과 관련 된 댓글들도 제법 있었다.
[이 영상 보고 강시황이 또 쟤 꼬셔서 사귀는 건 아니겠죠? ㅡㅡ 그러면 진심 케즈론 회사 앞에 가서 1인 시위하겠습니다]
[강시황 영상 보고 차에 시동 걸고 있을 듯요]
[진심 쓰레기 시황 사회악 아닌가요? 벼락이나 맞았으면 좋겠네요. 물론 여자들에게 사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흠흠.]
예쁜 애들만 사귀고 수많은 여자들과 대놓고 연애를 한다는 인식이 박혀서 그런지 사람들은 벌써 시황이 아루를 유혹해서 사귀지 않을까 걱정했다. 반쯤은 농담이긴 했지만 현재 시황이 가진 이미지를 잘 대변해주는 댓글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아루가 이미 시황과 매우 밀접한 사이이며 지금 댓글을 다는 순간에도 가슴을 만지고 유두를 희롱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댓글을 읽고 나서 시황은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아루의 가슴을 만지며 다른 글들도 봤다. 뉴스 기사는 조금 보긴 했어도 최근 스마트폰 제작에 대한 고민 때문에 바빠서 이렇게 제대로 글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시황이 마우스를 잡고 같은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자 아직까지 자신에 관한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시황은 자신과 관련된 글을 천천히 읽었다.
[솔직히 여자애들이 불쌍해요. 양다리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여자들하고 사귀는 게 말이나 되나요? 법적인 문제는 없다지만 여자들만 불쌍한 거죠. 평생 저렇게 사귀지는 않을 테고 나중에 정신 차리고 헤어지더라도 시황의 애인이었다는 꼬리표가 계속 남을 겁니다.]
여자들이 불쌍하다느니, 인간쓰레기라느니 온갖 비난의 글이 가득했다. 크게 틀린 말들은 없었다. 시황도 글에는 공감했다.
처음에는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고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에 여자를 유혹할 생각밖에 없었다. 일부러 한 명과 사귀지 않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면서 육체적 쾌락을 즐겼다. 자신이 배운 특이한 심법인 음양합일공도 그러한 일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찬미나 은비 같은 애들에게 미안했다. 그나마 최근 혜미나 장미에게는 모든 걸 가르쳐주고 정말 사귈 건지 확실히 의사를 물어보기는 했지만, 찬미나 현주, 은비 등에게는 제대로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런 의사조차 묻지 않았다.
그러다 어떻게 여자들의 이해로 지금처럼 지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누구와 사귄다거나 그녀들을 책임진다는 확실한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무책임했다.
“오빠, 왜 그러세요?”
가슴을 만지던 시황의 손이 멈추자 아루가 뒤를 돌아봤다. 유투브 영상에서 보던 천사 같은 순수함을 가진 아루가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 생각 좀 했어. 그것보다 아루는 내가 좋아?”
“네. 좋아요.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고양이보다?”
“고양이보다 좋아요.”
아루는 망설이지 않고 고양이보다 좋다고 했다.
“고마워.”
시황은 아루에게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도 여자들을 좋아하니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이때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다. 루나모스나 미나, 수란 같은 애들이야 사실 이미 상황을 다 아니 괜찮았지만 처음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찬미나 유미 같은 애들에게 미안했다. 그녀들은 계속 한국에서 살아갈 텐데 계속 지금 같은 관계에 만족을 할까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결혼을 한다고 자신을 떠나갈지도 몰랐다. 이기적일지 몰라도 그녀들이 떠나간다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필요는 있었다.
마침 아루 동영상을 찍어준다고 찬미가 침대에 앉아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찬미야, 유미 좀 불러와줄래?”
“알겠어요.”
얌전히 있던 찬미는 거실에서 놀고 있는 유미를 불러왔다.
“오빠, 저 불렀어요?”
아루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유미는 컴퓨터를 보고 있는 시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잠깐만. 침대에 앉아 볼래?”
순식간에 가슴에 손까지 넣어 만지고 있는 유미를 떼어내고는 침대에 앉혔다.
“침대에서 할까요?”
당연히 침대에서 섹스를 하자는 말인 줄 알고 유미는 침대에 드러누워 장난치듯 티를 살짝 내렸다. 그러자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서 조그맣고 앙증맞은 가슴이 빼꼼히 드러났다. 희고 고운 살결의 가슴에 선명한 분홍빛 유두는 진지한 얼굴을 한 시황의 성기를 불룩하게 만들어버렸다. 안 그래도 아루 가슴을 만지며 약간 기미가 보였다가 유미가 가슴을 은근히 보여주자 결국 발기를 하고 말았다. 편하고 얇은 바지를 입고 있다 보니 지나칠 정도로 발기한 티까지 났다.
“그거는 나중에 하고 잠깐 얘기 좀 하자.”
그럼에도 시황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얘기요? 무슨 얘기요?”
평소와 다른 진지한 시황의 모습에 유미는 물론이고 찬미까지 무슨 일인지 의아해했다.
“아까 인터넷 글을 좀 봤거든. 내 욕이 많더라고.”
시황의 이슈는 꽤나 오래 갔다. 스캔들이 나고 나서 패션쇼에 여자들을 데리고 간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틈만 나면 인터넷에 시황에 대한 각종 비판 글이 올라왔다.
“오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빠 욕하는 거예요.”
유미도 어떤 말을 하는지 대충 알았기 때문에 곧바로 위로했다.
“유미 말이 맞아요.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저희의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찬미도 동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황의 표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시황은 인터넷 비판이나 비난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그녀들을 걱정했다.
“미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나쁜 놈인 거 같아.”
“오빠, 왜 그러세요. 아니에요. 저한테는 누구보다 제일 소중한 사람이 바로 오빠에요.”
갑작스러운 사과에 유미가 당황해 했다. 인터넷에서 시황을 욕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지 시황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좋아하잖아요.”
찬미는 시황을 살짝 안아주며 위로해줬다. 자신들 때문에 시황이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게 미안했다.
“욕을 먹어서 그런 게 아니야. 너희들 생각은 못하고 나 혼자 너무 이기적으로 좋아하는 것만 같아서 미안해. 사실 지금 이 상황이 말이 안 되는 건 맞잖아? 처음에 내가 너희들한테 제대로 설명을 한 것도 아니고 양다리, 삼다리 넘게 걸쳐놓고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아. 그래서 너희들이 상처를 안 받으려면 차라리 지금 나하고 헤어지는 게...”
“안 돼요! 싫어요!”
갑자기 유미가 도중에 말을 끊고 소리쳤다.
“그래도...”
“오빠, 너무 저희만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바보가 아니에요. 지금 상황이 싫었으면 진작 오빠하고 헤어졌을 거예요. 저희들이 오빠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이렇게 여러 여자가 오빠와 관계를 맺어도 만족하고 있는 거란 말이에요. 오빠 정말 바보에요. 저희 마음도 모르고 그런 생각 하고 있었던 거예요?”
“미안. 그래도 이 상태면 너희들의 미래가 불확실하잖아. 다들 나한테 너무 소중한 존재라 한 명을 선택해서 결혼할 수도 없고 그럴 거면 차라리 너희들이 상처를 덜 받는 쪽으로...”
“그러면 결혼을 안 하면 되잖아요.”
“어?”
유미의 말에 시황이 의문을 표했다.
“오빠가 누구하고든 결혼을 하게 되면, 저나 언니나 더 이상 오빠하고 지금처럼 지내기 힘들잖아요. 반대로 결혼을 안 하면 평생 이렇게 지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요. 어때요? 깔끔하게 해결 됐죠?”
“그래도 그건 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과연 그게 옳은 일인지 단번에 판단할 수가 없었다.
“오빠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처음엔 질투하긴 했어도 지금은 언니들하고도 친하고 아루하고도 너무 친해서 계속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요. 그런데 오빠가 누군가와 결혼을 하게 되면 분명 이런 관계가 무너지게 된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일부다처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면 결론은 그냥 계속 이렇게 지내는 거예요. 서로 사랑하면서요. 어때요? 깔끔한 해결 방법이죠?”
“너무 나한테만 좋은 해결 방법 아니야? 찬미 의견은 어때?”
시황은 찬미의 의견도 물었다. 듣고 보니 유미의 말이 가장 현실성 있기는 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여자들과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 했으니까. 시황은 정말 모두를 사랑해서 그 누구와도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자들을 버릴 생각도 없었고.
사실 루나모스의 능력으로 일부다처제 법을 시행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사회 균형을 깰 생각은 없었다.
“전 오빠의 결정에 따를게요. 그런데 사실 제 생각에도 유미의 말대로 하는 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 다른 남자들하고 다르게 오빠는 정력도 절륜해서 우리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잖아요. 지금처럼 모두를 같이 사랑해주면 큰 분란은 없을 것 같아요.”
일반 남자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정력 문제와 편애 문제 등으로 결국 여자들과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겠지만 시황이라면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끝없이 솟아나는 온천수처럼 넘쳐나는 정력으로 하루에 10명이 넘는 여자와 섹스를 해도 끄떡없었으니까.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