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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528화 (52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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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오빠!”

진아는 주변에 사람들이 있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시황을 끌어안았다. 간만에 만나는 시황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보잖아.”

딱히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는 시황이 예의상 진아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이 봐도.”

케즈론에 다니는 직원들이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진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미 자긴 시황의 거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시황이 혜미와 데이트를 했다는 것도 알았고 이전에 은비, 가을이 공개적으로 고백을 했다는 것도 알았다.

시황을 가지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여자들보다 더 시황을 사랑한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시황의 여자라는 티를 내고 싶었다. 열애설 의혹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슬쩍 주변을 보자 역시나 이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게 바로 진아가 원하는 거였다.

가벼운 포옹을 끝내고 시황은 진아와 함께 차에 탔다. 그리고는 항상 그렇듯 옆에 있는 진아의 고급 빌라에 가서 열정적인 섹스를 했다. 매일 섹스를 하는 시황과 다르게 간만에 하는 섹스이다 보니 진아는 자신의 욕망을 모두 토해 냈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 섹스였다.

같이 침대에 누워 간단하게 얘기를 나눴다. 가슴을 만지며 듣고 있으니 더욱 집중력이 높아졌다.

“미안, 도와주고 싶어도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시황이 할 줄 아는 거라곤 섹스밖에 없었다. 섹스로 승진해 나가는 한 만화의 주인공과 비교도 안 되게 능력이 없었다.

“으응. 아니에요. 오빠는 그냥 지금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지내면 돼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진아는 시황의 아름다운 복근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냥 지금처럼 시황은 잘 모르는 채로 있는 게 좋다는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확고해졌다. 수없이 생겨나가는 출중하고 아름다운 여자들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건 역시나 케즈론을 경영하고 있는 부분이 컸으니까.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게 속편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아는 절대 그럴 마음 따윈 없었다. 자신의 모든 걸 줘서라도 시황의 곁에 있고 싶었다.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거 때문이었으면 시황의 곁에 수많은 여자들이 있다는 걸 안 순간, 어머니가 정해준 비슷한 능력을 가진 남자한테 진작 갔을 테니까.

그저 시황을 사랑하니까 곁에 있고 싶은 거였다. 그 뿐이었다.

그래도 약간의 질투심과 다른 여자들보다 더 시황을 사랑한다는 자부심은 있어서 혜미나 가을, 은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시황의 여자라는 걸 인정받고 싶었다.

“고마워. 이번에 매장을 다른 도시에도 확장하고 세계 진출까지 해볼까 생각 중이거든.”

“재료 수급 문제는 괜찮아요? 오빠가 가져오는 재료들은 여기선 구할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어렴풋이나마 재료들의 정체를 아는 진아가 물었다.

“그건 해결했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대도시에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 매장, 카페까지 오픈할 준비 좀 해줘. 카페는 좀 많이 오픈 하더라도 괜찮지만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는 매출이 나는 지역으로 가야겠지?”

“그건 제가 자료를 보고 어디에 하는 게 좋을지 말씀 드릴게요. 저희 브랜드가 보통 비싼 가격이 아니라서 웬만큼 구매력이 되는 곳 아니면 오픈해도 손해가 나거든요.”

아무리 케즈론 관련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라도 가격대 자체가 일반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한 두 개 정도야 모은 돈으로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나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어느 정도 구매 가능한 곳을 선정해서 매장을 진출해야 했다.

대신에 카페는 다른데 비하면 비싼 거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매장을 진출하기로 했다.

“그건 진아가 알아서 해줘. 그리고 스마트폰 개발 인력을 새로 뽑아줄래?”

“네? 스마트폰이요?”

뜬금없는 스마트폰 얘기에 진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응. 하나 만들어 보려고.”

“알겠어요.”

세계의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심지어 자신의 집안인 삼강전자까지 진출한 스마트폰 시장에 시황이 뛰어든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진아는 별다른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시황이 평범한 생각으로 말을 꺼낸 게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 시황이 겨우 흔한 스마트폰을 만들지는 않을 테니, 진아로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관심거리였다.

“그리고 이번에 신제품도 만들어보려고 하거든. 이전보다 더 개선되고 비싼 제품을 생각 중인데 뭐 만들고 싶은 거 있어?”

“저희가 가방 라인이 조금 빈약한 거 같아요.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가방인데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토드백, 클러치백 등 가방 종류부터 다 갖추고 거기서도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싶어요.”

“아, 그래? 그런 건 몰랐네.”

시황에게 있어서 여자 패션이라는 건 얼마나 에로한지, 얼마나 흥분시키는지가 중요 요소였던지라 그런 것과 전혀 관련 없는 가방은 별다르게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그래서 여성미를 드러내는 하이힐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부터 만든 거였다.

“지금 판매하는 상품만으로도 재료 수급이 어려워서 일부러 말하진 않았어요.”

“음,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 매장 가서 한 번 볼까?”

“전 괜찮아요.”

“좋아. 그러면 섹스 한 번 더 하고 가자.”

그냥 가기는 아쉬웠기 때문에 시황은 진아와 한 번 더 섹스를 했다. 항상 그렇듯 질에 가득 사정을 하고 나서 진아와 같이 유일하게 있는 케즈론 매장으로 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진아와 팔짱을 끼고 백화점에 올라가자 명품 매장 답지 않게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보통 명품 매장이 있는 층은 소수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기묘하다 느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근원은 케즈론 매장이었다. 다른 명품들에 비해 10배는 더 비싼 가격임에도 사람들이 마치 폭탄 세일을 하는 브랜드 매장처럼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물론 대부분은 구입을 하지 못하고 그저 시착만 해보는 손님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케즈론이 현재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황과 진아가 매장 근처로 가장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한국 사람치고 시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보자마자 케즈론 대표 시황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몇몇은 그 시황과 팔짱을 낀 미모의 여인이 진아라는 것도 알았다. 시황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삼강그룹 회장의 딸이자 케즈론의 수석 디자이너라서 TV에서 꽤나 다뤘던 것이다.

“시황이다. 시황. 오늘은 유진아하고 있네. 혜미하고 사귄다고 하지 않았어?”

“저거 봐. 팔짱까지 끼고 있잖아. 혜미하고도 그새 헤어진 건가? 아니면 여자들 돌아가면서 사귀기라도 하는 거야? 어떻게 저러지?”

시황에게 말은 걸지 못하고 몇몇 여자들이 친구들과 쑥덕거렸다. 분명 뉴스에는 혜미와 열애하는 걸 믿을 수밖에 없는 사진으로 가득했고 SNS에도 팔짱끼고 다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케즈론 수석 디자이너인 진아와 마치 연인처럼 다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시황이 온 줄도 모르고 옷을 입어보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와, 옷 진짜 예쁘다. 이 옷 나랑 완전 잘 어울리지? 내 미모를 받쳐주는 건 역시 케즈론 밖에 없구만.”

여대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의 말에 친구가 한 소리 하고 싶어 했지만 참는 게 보였다. 사실 케즈론이 미모를 받쳐주는 게 아니라 케즈론을 입어서 예뻐진 것뿐이었다. 그런 옷이었으니까. 친구도 그걸 알고 말하려다가 참은 것뿐이었다.

이렇게 시황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장이 순식간에 웅성거리자 의문을 느낀 직원이 시황이 온 걸 발견했고 화들짝 놀라서는 곧바로 매니저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30대 중반의 여성 매니저가 다급하게 시황에게 다가가서는 인사를 건넸다. 갑자기 시황이 방문한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얼굴에 긴장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옆에는 케즈론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유진아까지 같이 있었다. 그저 둘 다 가만히 있기만 했는데도 매니저는 위압감에 식은땀을 흘렸다.

“대표님, 케즈론 패션 브랜드 큰세계 백화점 본점 매니저 유희연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사람이 많으니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 괜찮아요. 잠깐 보려고 온 거에요. 너무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황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놀러온 게 아니라 매장을 확인하러 온 거였으니까. 주변에 사람들이 많기는 해도 나가라 할 수는 없었으니 불편한 건 감수해야 했다. 애초에 시황이 다른 나이 많은 회장들처럼 권위적인 것도 아니었고.

매니저가 당황해 했지만 시황은 매장을 둘러봤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전시된 상품들을 확인했다.

진아의 말대로 확실히 가방들의 종류가 적었다. 그렇다면 새 가방을 만들 때 +1 마력 은실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듯 했다.

이외에도 몇 가지를 더 확인하고서야 시황은 진아와 함께 돌아갔고, 동시에 인터넷에 시황과 진아가 연인처럼 케즈론 매장에 방문한 사진이 올라갔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안 그래도 혜미와의 사건으로 시황의 연애 사정에 온 관심이 쏠려있던 차에 이번엔 진아와 연인처럼 같이 다니자 인터넷은 또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연예인이라도 여자를 돌려가면서 연인처럼 다니는 사진이 찍히면 난리가 날 텐데 그 대상이 바로 시황이었다. 난리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준인 것이다.

[시황 머임? 어제는 혜미하고 팔짱끼고 다니길래 은비, 가을 둘 다 찼나 했더니 오늘은 유진아하고 다니네 ㅡㅡ 나만 지금 이 상황 이해 안 가나?]

[아니, 이건 여자들이 이상한 거 아닌가? 보니까 시황 이 여자 저 여자 다 집적거리는 거 같은데 그걸 좋다고 같이 다님?]

[솔직히 뉴스에도 나고 그랬는데 같이 다니는 여자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지. 연인은 아니고 그냥 친구인건가? 솔직히 무슨 상황인지 나도 모르겠음]

인터넷 댓글도 그렇고 다들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냥 둘이 같이 다는 거면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마치 연인처럼 팔짱까지 끼고 다녔다. 보통 이럴 땐 연예인이라면 소속사에서 그저 친한 친구라서 팔짱을 꼈다는 식으로 해명이라도 할 텐데 혜미는 그런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황과 연인 사이라고 인정한 것도 아니었지만.

집에 돌아가서 어떤 식으로 가방을 만들지 시황이 고민하는 사이에 인터넷은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시황과 같이 다녔던 찬미, 유미의 사진까지 돌아다녔고 시상식에서 공개적으로 시황에게 고백했던 가을과 은비의 고백 영상이 다시금 사이트마다 돌아다녔다.

시황이 자기 지위하고 돈을 이용해서 양다리, 아니 세다리 이상 걸친 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고, 남들은 평생 사귀지도 못하는 은비나 가을에게 동시에 고백 받고 삼강그룹 회장의 딸인 진아와 연인처럼 지내는 시황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시황을 옹호하는 글이 적지 않았다.

[우리 시황 오빠가 원래 여자들한테 엄청 잘해주는데 그것도 모르고 욕하는 애들 많네. 진짜 짜증난다.]

[솔직히 나 같아도 시황 오빠 옆에 여자 많은 거 알아도 사귈 거 같음. 다른 남자들하고 다르게 매너 좋고 착하지, 위험에 처하면 구해주기 까지 하는데 안 반하는 게 이상하지. 늑대 같은 애들이 음흉한 생각으로 양다리 걸치는 거랑 우리 오빠하고 같은 줄 아는 애들 진짜 넘 싫음]

정작 늑대 같이 음흉한 남자들보다 시황이 훨씬 더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고 음란하기는 했지만 여자들이 오히려 더 원하는 거니 문제될 게 없기는 했다.

남자가 가는 사이트나 여자가 가는 사이트 할 것 없이 시황의 연애 얘기로 불타오르자 당연하게도 시황과 같이 사는 찬미, 은지 등도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혜미 때까지는 그냥 우연찮게 찍혔거니 했지만 진아까지 사진이 찍히게 되자 다들 조금 걱정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걱정하는 건 이렇게 되다가 공개적으로 사귄다고 인정받는 여자들에 비해 시황에게서 사랑을 덜 받게 될지 모른다는 거였다.

시황이 여러 여자들과 사귀는 거야 당연한 건데 거기서 얼마나 더 사랑을 받느냐가 그녀들에게 있어선 가장 크고도 중요한 문제였다.

사건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한 유미는 혜미 때와는 다르게 조금 무거운 얼굴로 +1 마력 은실을 이용한 제품 제작을 고민하고 시황을 불렀다.

“오빠, 다들 거실에 있는데 잠깐 얘기하실 수 있어요?”

항상 활기차고 쾌활한 유미가 조금 굳은 표정으로 시황에게 말했다.

“얘기? 무슨 얘기? 알았어. 지금 나갈게.”

편안하고 헐렁한 옷을 입은 시황이 거실로 나가자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로 여자애들이 앉아 있었다. 루나모스나 라무시아는 없었지만 거의 방에만 있는 수란까지 거실에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유미가 끌고 온 듯 했다.

시황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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