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21화 (5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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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응. 엄마하고 쓰라고 세트별로 3개나 주셨어.”

혜미의 말에 어머니의 눈빛이 변했다.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케즈론 대표님이 왜 너한테 이걸 줬을까? 혹시 너 대표님하고 연애하니?”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어머니가 혜미에 물었다.

찬미, 은지, 지숙 할 거 없이 부모님들은 시황과 친하게 지내는 자신의 딸을 보고 혹시 연애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었다. 시황이라는 존재는 일반 여자들에겐 물론이고, 그 여자들의 어머니들에게 조차 세계 최고의 신랑감이었기 때문에 제발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는 했다.

“아, 아니야.”

혜미는 당황해서는 조금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 지금까지 뭐하다가 온 건데? 너 오늘 일찍 끝난다면서?”

어머니는 계속 캐물었다.

“그냥 대표님하고 잠깐 얘기 했어.”

차마 어머니에게 시황의 누드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걸 걸려서 어쩌다 보니 시황의 항문까지 잔뜩 핥는 등,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의 음란한 짓을 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깐 얘기한 건데 이렇게 비싼 걸 3개씩이나 주셨다고? 사귀는 거 맞지? 엄마는 말이야, 혜미 네가 아이돌로 성공하는 것보다 케즈론 대표님하고 결혼했으면 좋겠어. 단순히 돈을 떠나서 케즈론 대표님처럼 착하고 멋진 남자가 잘 없잖아? 그때 만약 대표님 없었으면 누가 널 구해줬겠어.”

시황은 보통의 어머들에게도 최고의 신랑감이었지만 특히 혜미의 어머니에게 있어선 세상 누구보다 감사한 존재였다. 콘서트 중 무대 지지대가 쓰러졌을 때, 만약 시황이 없었다면 혜미가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엄마도 어려운 거 알잖아.”

사실 시황과 매우 밀접하고 음란한 관계가 되기 일부 직전이었지만 그런 걸 어머니에게 말하진 않았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네가 적극적으로 하면... 어? 너 그거 무슨 옷이니? 처음 보는데.”

어머니는 혜미가 처음 보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걸 발견했다. 대단히 고급스럽고 비싸 보이는 그 옷은 딱 봐도 한두 푼 주고 사 입을 게 아니었다.

“대표님께서 나 입으라고 주셨어.”

“정말이니?”

시황이 옷까지 선물해줬다고 하자 어머니의 눈에 더 더욱 큰 기대감이 들어찼다. 남자라는 동물은 관심이 없으면 여자에게 저런 비싼 선물을 해주지 않았다. 분명 혜미의 몸을 노리든 관심이 있든 뭔가 있으니까 저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선물을 해주는 거였다.

“응. 그냥 주셨어.”

사실은 바지가 애액이 묻어서 준 거지만 차마 그 설명은 하지 못하고 그냥 준거라고 했다.

“어머, 혜미야 아무리 봐도 대표님이 너한테 마음이 있나보다. 너, 앞으로는 대표님 만날 때 좀 예쁘고 야한 옷 입어. 알겠지?”

“어, 엄마 무슨 말 하는 거야.”

어머니가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라 혜미는 정말 놀랬다. 야한 옷을 입으라니. 조신하게 다니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야한 옷 입으라는 말은 살면서 어머니에게 처음 들어봤다.

“대표님한테 잘 보여야 될 거 아니니. 대표님도 남자라서 은근히 속이 비치는 옷 입으면 좋아하실 거야.”

“엄마, 그걸 지금 아이돌인 딸한테 할 말이야? 팬들은 어쩌고.”

혜미도 팬보다 시황이 더 좋았지만 괜히 민망해서 말만 그렇게 했다.

“얘는 팬이 중요하니? 난 네가 아이돌 인기 얻는 거 보다 대표님하고 잘 돼서 결혼하는 게 소원이야. 소원.”

혜미도 마음속으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이돌의 인기나 팬보다 시황과 잘 되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대표님 주변에 워낙 예쁜 사람 많아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단 말이야.”

“그러면 일단 다음에 우리 집에 한 번 데리고 와봐. 너는 애가 소심해서 보나마나 대표님한테 말도 잘 못할 게 뻔하니까 엄마가 우리 혜미 잘 봐달라고 말해줄게. 안 그래도 전에 너 구해주신 거하고 화장품 주신 거 보답도 해드리고 싶고.”

“되면 모셔와 볼게. 하여튼 세트 하나는 엄마 써. 난 피곤하니까 방에 간다.”

“그래. 오늘 고생했으니까 방에서 쉬어. 우리 딸, 오늘따라 참 예쁘네.”

시황 때문인지 평소 이상으로 잘해주는 어머니가 잘 대해줬다.

혜미는 세트별로 하나만 남기고 두 개는 가지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문을 닫고 침대에 드러눕자 오늘 있었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너무나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아직까지 가슴과 음부에 시황이 만져준 흔적이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며 혜미는 멍하니 오늘 있었던 일을 끊임없이 다시 떠올렸다.

**

혜미와 헤어진 시황은 곧바로 집으로 갔다. 시계를 보니 현주는 이미 퇴근하고 집에 있을 시간이었다.

꼭 현주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집에 가자 찬미가 현관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황은 가볍게 옷을 벗어서 건네주고 방에서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현주의 방으로 올라갔다.

시황은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자 화들짝 놀란 현주가 뚫어져라 보고 있던 휴대폰을 곧바로 옆으로 치웠다. 전엔 별로 이상한 걸 못 느꼈는데 지금 보니까 그 행동이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늘 바빴어?”

“평소처럼 바빴어요.”

현주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시황이 갑자기 들어오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았다.

“있잖아. 내가 엄청 재밌는 거 봤거든.”

“재미있는 거요?”

평소 시황이 저런 말을 하지 않았던지라 현주는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

“응. 내가 보여줄게.”

시황은 얼마 전에 사준 최고사양 컴퓨터를 켰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부팅이 완료됐다. 곧바로 인터넷을 켜서 혜미가 가르쳐 준 사이트에 들어가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눌러 현주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봐. 날 가지고 쓴 건데 엄청 재밌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마침 시황이 보여준 내용은 평범녀인 윤주에게 시황이 너밖에 없다고, 제발 자기하고 사귀어 달라고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는 장면이었다.

뭔가 하고 모니터를 봤던 현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자신이 쓴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의 내용 중 일부였기 때문이다. 여자들만 주로 가서 보는 팬픽 사이트라서 시황은 절대 모를 수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알게 됐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순간, 너무 당혹스럽고 겁이 나서 패닉상태에 빠졌지만 그 소설을 누가 썼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그, 그러게요. 전 처음 봐요.”

그런데 현주의 목소리가 그대로 떨려나왔다. 누가 봐도 이상하다 느낄 만큼 긴장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 팬픽이 나를 막 야하게 길들이는 그런 내용인 거 같더라. 주인공이 윤주인가? 하여튼 평범한 여자인데 내가 그 평범한 여자한테 사랑에 빠지거든.”

“...”

자기가 쓴 스토리를 시황이 읊자 현주의 얼굴이 용광로라도 된 듯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평소 하던 망상을 글로 적었을 뿐인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듣게 되니 너무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이거 봐. 이거 대사가 엄청 웃겨. ‘가을, 은비, 그 어떤 여자가 와도 난... 평범한 네가 제일 좋아. 네가 아니면 난 사랑할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단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받아줄 거야? 알몸으로 무릎이라도 꿇을까? 네 발이라도 핥을까? 제발 내 마음을 받아줘.’”

시황은 현주가 쓴 자신의 대사를 그대로 읊었다. 소설로 보자면 그냥 흔한 팬픽 대사였지만 그걸 본인이 직접 읊으니 현주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민망해서 몸까지 부들부들 떨렸다.

그저 시황을 보며 평소 하던 망상으로 풀어서 썼을 뿐인데, 의외로 인기가 좋아 시황의 팬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명작 소설로 까지 추앙을 받았다. 그런 분위기에 기세가 등등해져 엄청나게 글을 써서 올렸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냥 망상으로 끝낼 걸 괜히 소설로 썼다는 후회만 가득했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한 게 있어.”

“네?”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이상하다고 말하는 시황의 물음에 현주는 가슴이 털컥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다. 혹시 자기가 쓴 게 들킨 걸까?

“분명히 우리들 외에는 집안 사정을 아무도 모를 텐데, 글 보면 수란도 나오고 우리 집에서 있는 일들도 엄청 잘 아는 듯 쓴단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안 걸까? 누가 훔쳐보기라도 하는 걸까?”

“우, 우연이 아닐까요?”

할 수 있는 변명이라곤 이것뿐이었다.

“아니야.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혹시 스토커 같은 사람이 보고 쓴 게 아닐까?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될까?”

시황은 현주의 반응을 보면서 일부러 놀려줬다. 기분 나빠서 그러는 건 아니고 평소 얌전하고 소심하던 현주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게 상당히 의외라서 괜히 놀려주고 싶었다.

“흑... 경찰에는 신고하지 마세요...”

결국 현주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시황에게 이런 글을 썼다는 걸 들키면 실망할까 무서워 도저히 자기가 썼다고 고백할 수가 없었다. 절대 시황에게 미움 받아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어쩌면 그 스토커가 우리 집안 사정을 언론사에 유출할지도 몰라.”

“흐윽... 아니에요. 절대 안 그럴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이쯤 됐으면 말은 안 했어도 자기가 썼다는 걸 시인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언론사에 유출 안 할 거야?”

시황은 대놓고 현주를 보고 물었다.

“네... 흑... 아니, 아마 안 할 거 같아요...”

움찔한 현주는 그래도 끝까지 자기가 안 쓴 척 했지만 혹시 전부 시황이 알고 이러나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근데 주인공 이름이 윤주란 말이야. 케즈론 카페 바리스타로 취직해서 내가 사랑에 빠지던데 왠지 현주 너 하고 비슷하지 않아?”

계속 웃으면서 말하는 게 시황은 모든 걸 알고 있는 거 같았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전부 알고 말 한 것 같았다.

“흐윽... 제가 쓴 거 맞아요. 정말 죄송해요... 흑...”

현주는 결국 자기가 썼다고 시인하고 말았다. 자기를 대상으로 음란한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시황이 화가 났을까 무서워 도저히 시황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혹시 당장 집을 나가고 카페에도 나오지 말라고 할까봐 몸이 벌벌 떨렸다.

“현주는 날 길들이고 싶었던 거야?”

시황은 폭포수처럼 끝없이 울고 있는 현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흑... 그냥 제가 망상하던 걸 글로 썼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계속 써버렸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러니까 내쫓지 말아주세요... 제발요.. 흐윽...”

시황과 만나서 카페 케즈론에 일하게 된 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환점이었다. 그 전의 인생이 번개 치는 먹구름이었다면 케즈론에 일한 뒤로는 언제나 따스한 햇살만이 내리쬐었다. 시황이 너무 좋았다. 케즈론에서 평생 일하고 싶었다.

“왜 그렇게 우는 거야. 이리로 와봐.”

시황은 현주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앉혔다. 현주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가 좋았다.

“죄송해요... 정말, 정말 다시는 안 쓸게요. 흑...”

“응? 재미있던데 왜? 인기도 엄청 좋잖아. 봐 댓글도 엄청 달렸어.”

시황이 스크롤을 내려서 댓글을 보여주자 현주도 조금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시황이 화가 나서 일부러 자백하게 하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전혀 화가 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계속 웃고 있는 게 지금 자기를 놀리면서 재미있어 하는 거 같았다.

“화나신 거죠? 제가 글 써서 화나신 거 맞죠?”

“안 났는데. 왜 그렇게 우는 거야? 설마 내가 이거 보고 화가 나서 쫓아낼 줄 알았어? 우리 현주한테 그럴 리가 없잖아. 오히려 그게 더 충격인데? 내가 좋아하는 애를 그렇게 쉽게 인연을 끊고 쫓아낼 거 같아?”

“죄송해요... 제가 생각해도 정말 바보 같아요.”

현주는 다시 사과했다. 듣고 보니까 시황에게 있어서 야한 소설을 쓴 것보다 그걸 들켰다고 쫓아낼 거라 생각했던 게 충격일 거 같았다. 아직까지 시황을 믿지 못하고 쫓아낼 거라 생각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

“난 조용하던 현주가 이런 자극적이고 음란한 소설 써서 좀 새롭게 보였다고나 할까? 솔직히 평소 보여주던 모습하고 달라서 좀 흥분됐어. 커진 거 느껴지지?”

“네...”

등 뒤로 확연히 느껴졌다. 거대한 시황의 성기가 엉덩이에 대놓고 느껴졌다.

“이렇게 된 거 댓글 좀 읽어볼래? 우리 현주가 쓴 글에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궁금하네.”

“그게... 읽기가 좀...”

“괜찮아. 읽어봐.”

시황이 괜찮다고 했지만 현주는 주저주저 했다. 댓글의 수위가 지나쳤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안 읽을 수도 없기 때문에 현주는 하나하나 댓글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설날입니다. 모두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내일은 글을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 새벽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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