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16화 (51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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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보통이라면 모른 척 하고 넘어가겠지만 시황은 이 기회를 살리기로 했다. 안 그래도 어떤 식으로 친해져야할지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는데 딱 좋은 계기가 될 듯 했다. 그리고 이걸 들켰을 때 보일 혜미의 반응이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말하지는 않았다. 시황은 모르는 척 하면 사진앱도 켜봤다. 스마트폰의 사진은 대단히 사적인 거라 보면 안 되는 게 맞지만 꼭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사진 앱을 켜자 곧바로 시황이라고 적힌 항목이 있었다. 그걸 누르자 시황이 나온 언론사 인터뷰 사진 등이 끝없이 있었고 위로 스크롤하자 예상했던 대로 윤소미가 퍼트린 자신의 누드 사진도 있었다.

시황은 슬쩍 혜미의 반응을 봤다. 처음과 다르게 안색이 창백해진 혜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가볍게 떨고 있었다. 저렇게 긴장할 거면 안 보여주는 게 나았을 텐데, 아무래도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음란한 팬픽에 대한 얘기를 꺼내보기로 했다.

“그런데 혜미야, 내가 좀 이상한 걸 봤거든?”

“네? 네? 무, 무, 무슨 이상한 거요?”

워낙 걸릴 게 많은지 혜미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을 크게 더듬었다.

“인터넷에 있는 이거 뭐야?”

시황은 다시 인터넷을 켠 상태에서 혜미에게 스마트폰을 넘겼다. 거기엔 차마 본인이 보기엔 낯 뜨거울 정도로 음란한 말이 가득 적혀있었다.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혜미의 안색이 창백한 걸 넘어 파리해졌다. 시황이 스마트폰을 살펴볼 때 제발 이것만은 보지 말아 달라고 빌고 빌고 또 빌었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게 시황이 가장 봐서는 안 될 걸 봐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삶이 무의미해졌다. 이걸 발견한 시황은 자신을 천박하고 음란한 애라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얼마나 실망햇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눈물은 자기 멋대로 흘러나왔다.

“그, 그게 흑... 정말 죄송합니다... 흐윽... 오늘부로 아이돌 은퇴하고 다시는 대표님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으흑...”

혜미는 눈문을 흘리면서 사죄했다.

“미안. 보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려고 누른 건데 그게 나와서 그냥 물어본 거야.”

시황은 울고 있는 혜미에게 손수건을 건네줬다. 케즈론의 성에서 가져온 손수건으로 그 어떤 더러운 걸 묻혀도 금세 정화시켜주는데다 금실로 화려한 무늬를 수놓은 최고급 제품이었다.

“아니에요. 흑... 제가 나쁜 애에요. 그런 걸 보고 흐윽...”

“뭐, 성인인데 볼 수도 있지. 괜찮아. 나도 그런 거 좋아해.”

“네?”

“그렇게 야한 거 나도 좋아한다고.”

갑작스러운 시황의 말에 혜미는 혼란스러워했다. 자기를 위로해주려고 저러는 건지 정말 야한 걸 좋아해서 저런 말을 하는 건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따뜻한 시황의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흑... 그래도...”

“그런데 이거 혜미가 쓴 거야?”

시황은 다시 혜미에게서 스마트폰을 받아 내용을 살짝 보면서 말했다.

“아, 아니에요. 전 그냥 인터넷에 올라온 거 보기만 했어요. 절대 써본 적 없어요. 정말이에요...”

시황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혜미가 말했다. 오늘 시황이 시간 있냐고 물었을 때 너무 기뻐서 하루종일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이런 불행한 일을 겪게 되자 너무 슬퍼서 눈물이 끝없이 나왔다.

“그러면 혜미는 이런 거 좋아하는 거야? 남자 발로 밟으면서 명령 내리는 거?”

“아, 아, 아니에요. 저, 전 그냥 펴, 평범해요. 소설이 재밌어서 본 것뿐이에요.”

노골적인 표현에 혜미가 크게 당황해하면서 극구 부인했다. 실제로도 시황을 발로 밟으면서 명령을 내리고 싶은 건 아니었다. 지금 읽는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는 시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리얼함과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명작이었다. 시황을 길들이고 싶은 게 아니라 평범한 여자가 은비, 가을을 제치고 시황에게 무한한 사랑받는 대리만족이 좋았다.

“이게 재밌어? 어떤 내용이야?”

“그, 그게...”

혜미는 설명을 주저했다. 말하기엔 너무 민망한 내용이었다.

“괜찮아. 이런 걸로 화내거나 실망하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혜미가 이런 걸 본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더 친숙해졌어. 나도 솔직히 옛날에 이런 거 많이 봤었거든.”

“대표님도요? 정말요?”

정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대단한 시황도 저런 야한 소설들을 봤었다고 하니 위로가 되기는 했다.

“응. 재밌잖아. 그러니까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덕분에 나도 긴장이 풀렸어. 난 혜미 겉모습만 보고 엄청 도도할 줄 알고 오늘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조금 걱정했거든.”

시황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혜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슬쩍 팔을 들어 혜미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혜미의 얼굴이 빨개졌다.

“제가 어떻게 감히... 절대 도도하지 않아요. 대표님에 비하면 전 그냥 평범한 여자애인 걸요.”

“최고 인기 그룹인 핑크펫 멤버잖아. 절대 평범하지 않아. 그보다 내용은 어떤 거야? 좀 궁금하네.”

“그게...”

갈등을 하던 혜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주인공은 평범하게 생긴 여자애인데요... 대표님이 그 여자애의 매력에 빠지게 돼요. 그래서 주변에 은비 선배님이나 가을 선배님, 웹툰 작가이면서도 미모로 소문난 수진 님, 모델로 인기 있는 유미 님, 대기업 회장 딸인 진아 님 등이 대표님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하는데도 대표님은 주인공인 윤주를 좋아하고, 윤주는 그런 대표님을 자신만의 것으로 길들이는... 그런 내용이에요.”

“은비, 가을? 소설에 본명이 나오는 거야?”

“네... 그래서 사람들이 현실성 있다고 좋아해요. 실제로 은비 선배님이나 가을 선배님을 제치고 사랑 받는 느낌이 든다고요.”

단순한 음란 팬픽이 아니라 의외로 현실을 기반으로 쓴 것 같았다. 그런데 웹툰 작가라는 수진 빼면 진아나 유미까지 전부 본명이었다. 수진도 아마 수란을 생각하며 썼겠지만 유명하지 않아 이름을 살짝 고친 듯 했다. 집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렇게 쓰기 불가능했다.

“그러면 주인공 이름은 윤주야?”

“네. 권윤주예요.”

“권윤주란 말이지... 혹시 직업이 바리스타 아니야?”

“앗, 맞아요. 바리스타인데 대표님께서 하시는 카페에 취직하게 되면서 시작하거든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그럴 거 같아서.”

역시 범인은 현주였다. 평소에 방에 틀어박혀서 뭐하나 했더니 이런 소설을 적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방에 들어가니까 깜짝 놀라면서 휴대폰을 옆으로 치우기도 했었다. 자신의 대상으로 이런 걸 썼다고 해도 화나거나 충격을 받지는 않았고 그저 이걸 어떻게 이용해 현주를 놀려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거 인기는 많아?”

시황이 혜미에게 물었다.

“네. 이 소설이 대표님 팬픽 중에서 가장 인기 많아요. 글도 잘 쓰고 왠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 같은 리얼함을 가지고 있거든요.”

처음 들켰을 땐 시황이 자신을 혐오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반대로 흥미를 가지고 물어보자 혜미는 훨씬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떠들었다. 어쩌면 최악이라 생각했던 이 일 덕분에 시황과 한층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몰랐다.

“그러면 이런 사진도 좋아 하는 거야?”

시황은 혜미의 폰으로 자신의 누드 사진을 띄워서 보여줬다.

“이, 이건...”

한결 여유로워졌던 혜미의 표정이 급격하게 붕괴했다. 이건 방금 들킨 음란한 팬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윤미소가 시황이 자는 틈에 찍어서 뿌린 불법적인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건 정말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반대로 생각해서 자신이 잘 때 몰래 찍힌 수치스러운 사진을 주변에 아는 남자가 몰래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엄청난 충격에 빠진 영원히 사람들을 믿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만큼 이 사진은 본인에게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될 위험한 사진이었다.

“내가 좋아서 이런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아니면 우연찮게 친구한테 받은 건가?”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전부 제가 나쁜 마음에 한 짓이에요. 대표님의 알몸이 너무 보고 싶어서... 대표님하고 연애하는 걸 상상하고 싶은 마음에 전부 저지른 짓이에요. 전부 제가 나쁜 거예요... 흐윽...”

또 다시 혜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고 잘못을 고백했다. 겨우 이런 말 한마디로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황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전부 자신의 과오로 일어난 일이었다. 너무 시황과 연애를 하고 싶어서, 너무 좋아해서 저지른 일이었다.

“울지 마. 내가 괜한 얘기를 해서 또 울렸네. 미안해.”

시황은 방금 건네줬던 손수건을 집어 들고서는 혜미의 눈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혜미가 자꾸 미안하다고 우는데 시황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회로 혜미와 섹스를 하기 조금 더 쉬워진 듯 해 기쁘기만 했다.

“제가 전부 잘못했어요. 흑...”

“그렇게 내 몸이 보고 싶었던 거야?”

“네... 흑... 죄송합니다...”

“그러면 내 몸 보여줄까?”

“죄송... 네?”

뜬금없는 시황의 말에 한참 울던 혜미의 눈이 동그래졌다. 몸을 보여준다니? 그게 무슨 의미일까? 말 자체는 이해 가는데 무슨 의도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혜미가 정말로 보고 싶으면 이상한 사진 말고 제대로 된 내 몸을 보여줄게. 그건 싫어? 내가 너무 지나친 말을 한 건가?”

“아니... 그게...”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곧바로 보여 달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염치가 없었다. 아마 시황도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이지 진짜 보여줄 생각은 없는 게 아닐까? 저 고귀한 몸을 자기처럼 평범한 여자애한테 보여줄 거란 상상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괜히 윤미소가 유출한 시황의 누드 사진이 여자들 사이에서 보물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고귀한 시황의 알몸을 보는 건 평범한 여자들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싫어? 네가 본다고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정말 보고 싶으면 보여줄 수 있어. 아, 징그러워서 싫은 건가?”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어쩐지 시황의 말을 듣고 있으니 보여 달라고 대답하면 정말 보여줄 것만 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시황에게 음란한 팬픽과 누드 사진을 들키면서 인생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덕분에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행운을 부여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왠지 싫어하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네가 원하면 정말 보여줄 수 있거든. 아니면 일단 만져 볼래?”

시황은 혜미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바지 위로 이끌었다.

보통 이런 건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시황의 몸을 보고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난 혜미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선의였다.

“어, 어쩌지... 아, 정말 어쩌지... 이러면 너무 죄송해서 안 되는데...”

혜미는 계속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시황이 이끄는 대로 손이 그대로 딸려왔다. 저항을 하거나 싫어하는 내색은커녕 오히려 손에 힘을 주어 더 빠르게 바지 위에 손이 안착시켰다.

“아...”

비록 바지 위지만 선명하게 시황의 성기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용이 느껴졌다. 그 동안 음란한 팬픽과 시황의 누드 사진을 보며 얼마나 자위를 했던가. 심지어 꿈에서도 시황과 사랑을 나누기도 했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일이 이렇게 우연찮게 찾아올 거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어때? 이정도로는 부족해? 직접 손을 넣어서 만져볼래? 혜미가 날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작게나마 보답해주고 싶어.”

시황은 혜미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다시 손을 붙잡아 천천히 자신의 바지 속으로 이동시켰다. 긴장한 듯한 혜미의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혜미의 손이 바지, 그리고 팬티까지 파고들어 시황의 성기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긴장해서 덜덜 떨리는 혜미의 손이 주춤주춤하다가 자연스럽게 성기를 움켜쥐었다.

“혜미 하고 싶은 대로 해...”

시황이 속삭였다.

“아... 내가... 이럴수가...”

시황의 성기를 움켜진 혜미는 너무 감격해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얼마나 꿈꾸고 상상하고 갈망하던 성기인가. [평범녀의 시황 길들이기]를 볼 때마다 얼마나 대리 만족을 느끼고 부러웠던가... 그런데 결국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너무 감동해 머리가 하얗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똑똑.

그때 누군가 대표이사실에 노크를 했다.

“어, 엄마야!”

한참을 감격에 젖어있던 혜미가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오며 황급히 시황의 바지에서 손을 뺐다. 빼기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물렁하면서도 따스하고 기분 좋은 감촉이 손에 그대로 남아있는 듯 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들어와도 돼.”

시황이 외치자 문이 열리며 가을이 들어왔다.

“스케줄 가기 전에 오빠 얼굴이라도 보고 가려고 들렀어요.”

가을이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말하자 혜미는 방금 저지른 일 때문에 감히 가을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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