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513화 (5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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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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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지나지 않아 시황의 경쟁전 랭크 점수는 4000점이 넘었다. 5000점이 가장 높은 점수로 4000점만 돼도 모두가 인정하는 초고수였다.

하지만 그 4000점이 넘는 초고수들도 시황의 아이디인 케즈론을 적으로 만나게 되면 싸우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변에서 다운워치를 잘하기로 소문난 윤민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에 비해 덜 노력하고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 친구들이 1000~2000점 대에 머무를 때 혼자 4000점이라는 점수를 넘겼다. 주변에서 다들 워낙 잘한다고 해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프로게이머라도 돼볼까 하고 마음을 먹은 윤민은 게임 매판, 매판에 최선을 다했다.

평소처럼 연습을 위해 이른 오후에 랭크 대전을 돌린 윤민은 상대팀에 있는 케즈론이라는 아이디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들었지 같이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 망했다. 님들 상대편에 케즈론 있어요]

[재수도 없지. 하필 케즈론이 걸리네. 저거 아무리 봐도 핵 같은데 왜 아직도 정지 안 당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벌써부터 채팅창에서는 짙은 패배감이 피어나고 있었다.

[님들 핵도 이길 수 있어요. 다들 열심히 해봐요!]

윤민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들 케즈론을 상대한 적이 있어 더 무서워하는 듯 했다.

채팅을 하는 사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윤민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하늘을 날며 미사일을 쏘는 캐릭터를 골라 적진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빨갛게 변하면서 피격당하고 있다는 효과음이 나오자 말자 캐릭터가 사망했다.

“어? 뭐지?”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윤민은 사망 후 나오는 리플레이를 확인했다. 캐릭터가 사망하게 되면 그 캐릭터를 죽인 상대의 시점으로 왜 죽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리플레이를 잘 확인하는 것도 실력향상에 중요한 요소였다.

리플레이에서는 저격 캐릭터를 선택한 케즈론이 2층 건물에 있다가 저 멀리 자신의 캐릭터가 보이는 순간 갈고리로 높이 점프해 순간적으로 머리를 두 대 맞추었다.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실력이었다.

오기가 생긴 윤민은 다시 같은 캐릭터로 적진을 향해 날아갔지만 또다시 영문도 모른 체 사망했다.

이건 윤민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팀원들도 처음 말과는 다르게 이기기 위해 나름 노력하며 열심히 했지만 적진 근처만 가면 시황의 저격 캐릭터에 번번이 맞아 죽기만 할 뿐이었다. 어떻게 탱커용 캐릭터들을 선택해 최대한 안 죽고 다가가도 마치 어떻게 공격해올지 미리 알았다는 듯 완벽하게 회피하고는 안전한 자리에서만 공격했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번번이 케즈론에게 죽은 윤민은 죽을 때마다 케즈론의 리플레이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사람들은 케즈론이 핵이라고 했지만 윤민이 생각하기에는 좀 달랐다. 완벽하게 정제된 움직임이나 정확한 조준, 소름 끼치는 상황 판단력을 보면 캐릭터 머리만 보이면 구분도 안 갈 정도로 화면이 돌아가며 공격하는 핵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보통 핵을 쓰는 사람은 저 랭크 유저들이 대부분이라 무빙이라든지 상황 판단력에서 확연히 실력이 티가 났다. 리플레이만 보면 윤민은 핵인지 실력인지 바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미 핵을 상대로도 이긴 적도 많았으니까.

[아, 케즈론 저거 진짜 본사에 문의해 봐야겠음. 개짜증나네. 이것만 이기면 500등 안에 드는 건데.]

[근데 저거 핵이 아니라 실력 같지 않아요? 핵쟁이들 움직임하고 전혀 다른데.]

윤민은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아무리 봐도 핵같지는 않았다.

[핵이 아니면 저게 말이 된다고 보세요? 보이면 그냥 다 죽이는데. 핵 아니면 저 실력으로 프로게이머하지 경쟁전만 돌리겠어요?]

[모르죠. 아이디대로 케즈론 대표라서 프로게이머 안 하는 걸지도요.]

이번엔 윤민도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ㅡㅡ]

실제로 케즈론 아이디를 쓰는 시황은 케즈론의 대표가 맞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사람이 이런 게임을 할 리가 없다고 다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케즈론에 단단히 화가 난 사람들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핵을 사용한다고 단체로 신고했다.

진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윤민은 곧바로 랭크를 돌렸다. 1분이 되지 않아 랭크 대전 검색이 완료됐다.

[어? 울팀에 케즈론있다.]

들어가자마자 윤민이 가장 처음 본 채팅이었다. 곧바로 같은 팀을 확인하자 정말 케즈론이 있었다.

[상대편에는 미친 핵쟁이 있네.]

그런데 불행하게도 상대편에는 핵으로 유명한 나핵씀이라는 아이디의 유저가 있었다. 저렇게 대놓고 핵쓴다고 광고하는데도 게임사에서는 빠르게 정지를 먹이지 않아 유저들이 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케즈론하고 핵쟁이하고 누가 이길까? 더 비싼 핵이 이기려나 ㅋㅋ]

[오, 제가 지금 인터넷 방송 중인데 사람들 빅매치라고 난리났네요]

팀원 중에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까지 있는 듯 했다. 호기심에 윤민은 인터넷 방송을 한다는 사람에게 물어 준비시작 시간에 빠르게 접속해서 다른 모니터에 인터넷 방송 채팅창을 띄웠다.

채팅창에는 벌써 케즈론과 핵의 싸움에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케즈론이 핵이라 생각하지 않는 윤민도 누가 이길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그램으로 하는 핵이 무조건 우세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케즈론이 반응속도 싸움에서 질 것 같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윤민의 팀이 핵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든 캐릭터를 선두로 나아가는데, 케즈론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저격 캐릭터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몇 초 뒤 나핵씀이 사망했다고 오른쪽 위에 표시되었다. 그 잠깐의 순간에 핵과 정면 대결을 해서 이겨버린 것이다.

왠지 모르게 전율을 느낀 윤민은 인터넷 채팅창을 봤고 예상대로 채팅창에도 케즈론이 더 세다면서 감탄하는 글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왔다.

게임은 계속해서 진행되었고 상대편에 유명한 핵유저가 있음에도 무난하게 이기고 있었다. 윤민도 흐름을 타서 나름 활약을 했는데 잠깐 방심한 순간 나핵씀에게 머리를 맞고 순식간에 죽었다.

리플레이를 보자 역시나 핵답게 화면이 끊어지듯 움직이며 적의 머리만을 노리고 있었다. 워낙 쉽게 이기고 있어 윤민이 잠깐 방심해 탱커의 방패를 벗어난 순간, 나핵씀에게 그대로 머리를 맞아죽었다. 그런데 이후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자신을 죽인 핵유저가 바로 옆에서 뒤를 돌아보고 있는 케즈론을 죽이려고 인간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조준점을 옮기는 순간, 뒤를 돌아보고 있던 케즈론이 어느새 나핵씀을 바라보며 저격총을 발사했고, 나핵씀이 총을 쏘기도 전에 머리를 맞고 그대로 사망했다.

핵보다 더 빠른 움직임. 심지어 미리 발견하고 공격하려는 핵보다 케즈론의 반응속도가 더 빨랐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반응 속도였다. 왜 사람들이 케즈론을 보고 핵이라고 하는지 윤민은 이해했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봤음에도 이상하게 케즈론은 핵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이번엔 나핵씀도 케즈론에게 맞아죽고 어이가 없었는지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님 핵 어디 거 씀? 나보다 더 좋은 핵 쓰는 사람 첨 보네]

[핵 안 씁니다]

말 없기로 유명한 케즈론도 나핵씀의 질문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는지 핵 안 쓴다고 한마디를 했다.

그러자 같은 편도 그렇고 상대편도 그렇고 그 실력이 어떻게 핵을 안 쓰는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들 비슷한 점수대이다 보니 같은 팀, 상대편 할 것 없이 케즈론에게 상당히 당했던 것이다.

그 뒤로 케즈론은 묵묵히 게임했고, 상대방에 핵이 있음에도 윤민은 무난하게 승리를 할 수 있었다.

방금 게임에서 핵보다 반응속도가 빨랐던 케즈론의 움직임이 워낙 인상적이었던지라 윤민은 나중에 복기하기 위해 녹화해둔 게임 영상을 잘라 유튜브에 올렸다. [핵보다 반응속도가 빠른 케즈론]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리자 순식간에 수십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달성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윤민의 영상을 보고 감탄하는 게 아니라 케즈론이 핵을 쓴다는 확실한 증거로 판단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임사에 윤민이 올린 영상을 첨부해서 제발 핵쟁이 케즈론 좀 처단해 달라는 메일을 수없이 보내기도 했다.

처음엔 잠잠했던 핵이슈가 윤민이 올린 영상으로 급격하게 불붙었다. 각종 유머게시판에 [현재 최고 인기겜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대놓고 핵을 쓰고도 정지를 당하지 않는 케즈론과 게임사를 비난했다.

[저거 솔직히 인간의 반응 속도로 불가능한 일임. 핵보다 더 빠르게 반응해서 쏜다? 그 말은 즉 핵이란 소리 그 이상, 이하도 아님]

[ㅋㅋ 저걸 실력이라 말하고 다니는 거 보면 케즈론 저거 진짜 염치없네]

[저 핵쟁이 케즈론에서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케즈론 이미지만 망치고 있는데.]

[근데 이때까지 본 핵하고 움직임이 전혀 다르지 않음? 내가 보기엔 그냥 반응 속도하고 조준 정확도가 엄청 좋은 걸로 보임. 전형적인 재능형 게이머 같음.]

[솔직히 핵이라기엔 너무 움직임이 자연스럽긴 함 ㅇㅇ]

같이 플레이한 유저들이 시황의 영상을 끊임없이 찍어 올렸고 처음엔 무조건 핵이라던 사람들도 혹시 진짜 실력인가 긴가민가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되었다.

이 이슈가 대형 커뮤니티, 게임 관련 뉴스에 까지 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붙었고 결국 게임사 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케즈론의 플레이를 정밀하게 검수를 한 다음 결론을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시황이 전승무패로 5000점이라는 다운워치 최고의 자리에 오른 순간 게임사에서 핵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게임사는 직접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시황의 플레이를 면밀하게 보여주며 설명을 하기로 했다.

나름 게임 유저들에게선 케즈론이 핵이냐, 아니냐로 치열하게 싸우던 와중이라 순식간에 2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가 인터넷 방송을 시청했다

게임사는 먼저 결론부터 얘기했다.

[저희는 본사에서 전문 조사팀까지 만들어 케즈론의 플레이를 정밀 검수했지만 그 어디서에서도 불법 프로그램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임사에서 핵이 아니라고 결론짓자 채팅창에서는 어떻게 핵이 아니냐고 비난하는 글로 도배되었다. 너무 채팅이 빨라 글을 읽을 수조차 없는 속도였다.

[여러분, 그러한 결과를 내게 된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게임사 직원은 화면에 한 영상을 틀었다. 그 영상엔 전형적인 핵으로 보이는 유저가 말도 안되는 속도로 상대팀을 학살하고 있었다.

[이렇게 핵을 사용하는 경우엔 일정한 공격 패턴이 있습니다. 저희는 게임 상에 기록되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핵유저들이 하게 되는 플레이의 유사성을 완벽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게임사 직원은 계속해서 영상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수많은 핵유저들의 행동 패턴들을 보여주었다. 모르고 보면 잘 모르겠지만 알고 보니 핵을 쓴다는 느낌이 올만큼 유사한 패턴들이 있었다.

[하지만 케즈론 유저는 다릅니다. 플레이마다 그 어떤 유사성도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 조준 실력도 뛰어나지만 공격 회피, 지능적 플레이에 매우 능숙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황의 플레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껏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보아오던 시황의 플레이가 전부 공개되었다.

영상이 플레이 될수록 채팅창이 점점 느려졌다. 시황의 플레이를 넋을 놓고 정신없이 볼만큼 엄청났던 것이다.

게임사 직원의 말대로 조준 실력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그보다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과 지능적 플레이가 엄청나게 뛰어났다.

적 전부가 케즈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 때도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서 도망을 치며 깔끔한 헤드샷으로 적을 처리했다. 기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핵쟁이들과는 근본적으로 실력자체가 아득하게 차이 났다. 다운워치를 위해 태어났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게임사 직원은 몇 가지 영상을 더 보여줬고, 전부 다 실력이 확실한 정교하고 화려한 플레이보며 채팅창에서는 감탄밖에 하지 않았다.

모두의 의심을 씻겨낼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는 걸로 방송은 끝이 났고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는 시황의 게임 플레이 영상이 움직이는 사진으로 만들어져 퍼져나갔다. 물론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조준실력이라며 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미 아니라는 쪽이 대세 여론이다 보니 다들 신경도 쓰지 않고 케즈론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누군지 추측하기 바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으로는 역시 케즈론 대표인 시황이었지만 다들 그저 농담으로 하는 말일 뿐, 실제 시황이 플레이 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대단한 케즈론 대표가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 같진 않았으니까.

이렇게 사람들에게서 핵을 쓴다는 누명이 벗겨질 쯤, 정작 시황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아루와 한창 섹스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5000점을 찍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만족했고, 그걸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운워치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5000점을 찍은 덕분에 퀘스트가 완료되며 경험치 1000을 받기는 했지만 8레벨이 되기 위해선 매우 적은 양의 경험치였다. 오히려 시황은 케즈론이 어떻게 알고 다운워치 항목까지 경험치로 넣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이것도 마법의 힘인 것일까?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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