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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멀리까지 나온 건 아니라서 금방 집에 도착했다. 시황은 라무시아를 데리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갔다.
오후라서 은지와 지숙, 현주는 없었지만 찬미와 유미, 아루 등은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자신의 방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황이 들어오자 곧바로 찬미가 다가와서는 겉옷을 벗겨주며 라무시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바, 반갑다.”
약간 긴장한 라무시아가 어색하게 찬미에게 인사했다. 시황의 여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만약 자기가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시황이 집으로 돌려보낼지도 몰랐고 그렇게 되면 그토록 기분 좋은 생식행위를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된다.
“애들 불러와봐. 할 말이 있으니까.”
“알겠어요.”
찬미는 시황의 방에 가서 옷을 걸어두고 방에 있는 여자들을 부르러 갔다.
그 사이 거실에 있던 유미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라무시아를 쳐다봤다.
“외국에서 오셨어요? 꼬리하고 귀가 너무 예뻐요.”
유미는 라무시아의 뾰족한 귀와 살랑거리는 꼬리를 보고도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드래곤 루나모스가 건 마법인 만큼 당연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고맙다. 그런데 난 외국이 아...”
“맞아. 외국에서 왔어. 루나모스를 지키는 기사거든.”
시황은 아무 생각 없이 외국에서 온 게 아니라고 대답하려던 라무시아의 말을 가로막고 외국에서 왔다고 말했다.
“기사요? 우와, 저 기사는 처음 봐요.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진짜 멋있다.”
유미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라무시아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고, 라무시아는 그런 유미의 칭찬에 기분이 상당히 좋은지 입가가 씰룩거리며 슬며시 올라갔다.
찬미가 올라간지 얼마 되지 않아 방에 있던 여자애들을 데리고 왔다. 방에 있던 아루와 수란, 미나, 프린이 찬미를 따라 내려왔고, 방에 있던 루나모스도 단정한 옷차림으로 거실에 나왔다.
은지와 지숙, 현주는 일을 하러 갔기 때문에 지금 모인 여자들 중 유미, 찬미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른 행성의 사람들이었다. 거기다 찬미도 시황이 가진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유미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었다.
집에 있는 여자들이 다 모였기 때문에 시황은 본격적으로 얘기를 꺼냈다.
“원래는 루나모스가 두 달 정도만 있을 예정이었는데 좀 더 지내고 싶다고 해서 계속 우리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루나모스만 머무르는 건 좀 걱정이 됐는지 여기 옆에 있는 라무시아를 경호원으로 붙여줬어.”
“우와, 왕족이라 경호원도 있나 봐요. 대단하다.”
시황의 설명에 유일하게 유미만 연신 감탄하며 루나모스를 바라봤다.
“그런데 아무래도 둘 다 사회생활도 안 해보고 귀하게 자라서 세상물정을 잘 모르니까 말투라든가, 하는 말이 좀 어색하고 이상해도 이해해줘.”
“헤헤. 그거야 당연하죠. 왕족인데요. 그보다 전 볼 때마다 한국말을 저렇게 잘 하는 게 진짜 신기해요. 발음도 완전 한국인 같고요.”
“칭찬 고마워요.”
루나모스가 고상하고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고귀함과 아름다움이 줄줄 흘흘 나오자 유미는 넋을 잃을 정도로 감탄했다. 시황의 주변에 예쁘기로 정평이 난 여자들이 수두룩했지만 루나모스가 단연 가장 뛰어난 미모와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뭐, 이렇게 됐으니까 나중에 은지하고 다른 여자애들 오면 잘 설명해줘.”
“제가 언니들 오면 설명해줄게요. 헤헷.”
유미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왕족이라는 존재에 상당한 흥미가 있는 듯 했다.
“할 얘기는 끝났으니까 이제 할 거 해도 돼. 아, 찬미는 루나모스하고 라무시아한테 남은 방이 어딘지 좀 가르쳐줘.”
“알겠어요. 그러면 두 분은 절 따라오세요.”
찬미는 루나모스와 라무시아를 데리고 갔고 흥미 가득한 표정의 유미와 긴장한 표정의 미나가 뒤쫓아 갔다. 루나모스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수란은 또 여자 데리고 왔다는 사실에 한심한 표정을 짓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들 어디론가 갔음에도 아루와 프린만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시황의 옆에 다가왔다.
“오빠... 아루한테 부탁이 있는데요.”
뭔가 중요한 얘기인지 상당히 긴장을 한 아루가 떨리는 목소리로 시황에게 말했다.
“부탁? 무슨 부탁인데?”
아루에게서 부탁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기에 시황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만났을 땐 자신이 무서워 벌벌 떨기만 하던 아루가 이제는 부탁까지 할 정도로 성장을 하다니. 감격이었다.
“저 사고 싶은 게 있어요.”
“어떤 건데? 아루가 원하는 건 다 사줄게.”
“컴퓨터 사고 싶어요. 컴퓨터 사서 만화도 보고 귀여운 인형도 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아루한테 아직 컴퓨터가 없었구나. 그러면 이렇게 된 거 애들한테 컴퓨터하고 타블렛하고 다 사줘야겠다.”
수란과 유미, 현주, 은지, 지숙 등만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고 아루나 프린, 미나는 컴퓨터가 있지도 않았다. 처음엔 사줘도 못 쓸 만큼 아는 게 없었지만 이젠 적응할 대로 적응해서 슬슬 컴퓨터가 필요할 시기가 되기는 했다. 다만 수란처럼 너무 빠지는 건 좋지 않았지만.
“감사합니다. 오빠.”
아루가 기뻐하면서 대답했다.
“앗, 그러면 저도 사주시는 건가요?”
옆에 있던 프린도 덩달아 기뻐하면서 확인 차 다시 시황에게 물었다.
“응. 사줄게. 그렇게나 갖고 싶었어?”
“게임이라는 거 해보고 싶어서요. 헤헤.”
“무슨 게임하고 싶은데?”
게임이라 하면 과거 시황도 전설의 리그를 하러 매일 PC방에 갈만큼 즐겨했었다. 비록 재능과 능력의 한계로 브론즈 티어를 벗어나본 적이 없었지만.
“모르겠어요. TV보니까 신기하고 재밌어 보여서요.”
아무래도 TV채널을 돌리다가 프린은 게임 채널을 본 듯 했다. 게임에 흥미를 붙일지 어떨지는 몰랐지만 뭔가를 의욕적으로 하고 싶어한다는 점이 시황의 마음에 들었다. 아루도 그렇고, 프린도 그렇고, 둘 다 다른 행성에서 데리고 온 거라 항상 적응을 잘 할까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라도 뭔가를 하고 싶어 하니 안심이 되었다.
“좋아. 그러면 말 나온 김에 지금 주문하자.”
시황은 망설일 필요 없이 곧바로 주문하기로 했다.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소파에 앉은 시황은 컴퓨터 가격비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아무런 고민 없이 가장 비싼 부품들을 추가했다.
10코어 200만 원짜리 CPU, 64기가 램, 100만 원짜리 최고사양 그래픽 카드 2개, 144hz 27인치 모니터 등등, 만화 보고 인형 구경하고 싶다는 아루가 쓰기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칠 정도의 고급 사양 컴퓨터를 사람 수대로 주문했다. 거기다 혹시 컴퓨터 부품이 고장 날 수도 있으니 예비용으로 부품들을 몇 개 더 추가로 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쓸 타블렛도 크기 별로 주문했다.
컴퓨터가 보통 비싼 게 아니었던지라 모두 합해서 5천 만 원 정도 나왔지만 시황은 고민도 하지 않고 결제했다.
옷과 발모 샴푸, 카페 등등으로 버는 돈이 어마어마했던지라 이정도 지출이야 슈퍼마켓 가서 과자 하나 사먹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런데 주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070으로 시작하는 전화는 아니었던지라 일단 받았다.
“여보세요. 강시황 고객님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20대 중반으로 느껴지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방금 주문하신 컴퓨터 천국인데요. 혹시 제대로 결제하신 게 맞는지 확인 차 연락드렸습니다.”
5천만 원이나 되는 컴퓨터를 한 번에 주문하다 보니 혹시 잘못 주문한 건가 해서 연락이 온 거였다.
“전부 제가 주문한 거 맞습니다.”
“아, 그렇군요. 확인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름이 케즈론 대표님하고 같으시네요. 처음에 이름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 시황의 이름이 무척 신경이 쓰인 듯 했다.
“제가 그 시황 맞습니다.”
“역시 아니... 네? 정말 맞다고요?”
“네. 하하. 직접 말하니까 조금 쑥스럽네요.”
“꺅! 정말요? 강시황 대표님이세요? 저 완전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분명 주문을 제대로 한 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연락했다고 해놓고서 여자는 온갖 비명을 다 지르며 기뻐했다. 어쩐지 주문 확인이 아니라 진짜 시황이 맞나 하고 전화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뒤로 여자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시황과 얘기를 하려고 했고, 시황은 겨우 말을 마무리 지으면서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주문했던 건데, 유명해도 너무 유명해진 탓에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가능하면 앞으로는 그냥 찬미 이름으로 주문을 해야 할 듯 했다.
필요한 건 다 주문했고 저녁에는 루나모스와 라무시아를 위한 환영 파티를 열기로 했다.
루나모스와 라무시아에게 방을 가르쳐 준 찬미는 아루와 함께 근처 마트에 가서 저녁에 먹을 음식들을 사왔다.
해가 지고 나서 은지와 지숙, 현주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은지와 지숙 등은 처음 보는 여자가 있어 조금 당황했지만, 곧바로 유미가 루나모스를 경호하기 위해 라무시아가 왔다고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주었다.
상황을 파악한 은지와 지숙은 라무시아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현주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만 하고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본 시황은 혹시 현주가 잘 적응을 못하는 건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잠깐 고민하던 시황은 현주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노크를 하지 않고 곧바로 문을 열었다.
“어, 엄마야.”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침대에 누워 가벼운 옷 차림으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현주가 화들짝 놀랐다.
“왜 그렇게 놀래?”
“그, 그게 제 방에 보통 사람이 잘 안 오는데 갑자기 문이 열려서요. 죄송해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옆에 치우고 현주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마치 나쁜 짓하다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죄송할 건 아니고. 그보다 요즘 어때? 고민이나 힘든 점이라도 있어?”
“네? 그, 그런 건 없는데요... 잘 지내고 있어요. 시황 오빠 덕분에 꿈도 못 꿀 돈도 벌고 감히 저 같은 게 시황 오빠와 그, 그런 것도 하고... 항상 감사드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현주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말이 없고 적극적이지 않아서 항상 걱정이 돼. 무슨 일이 있어도 현주는 따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잖아?”
다른 여자들이 시황과 서로 섹스하려고 난리칠 때도 현주는 뒤에 서서 얌전히 있기만 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제가 많이 부족해서요... 얼굴도 못생겼는데 괜히 끼어들면 민폐일 것 같기도 하고...”
현주는 항상 자신이 주변 여자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쉽사리 여자들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다른 여자들 하고 섹스하는 시황을 바라보며 망상이나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시황이 섹스를 해줄 때도 자기처럼 못생기고 못난 애가 이런 과분한 행복을 누려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전혀 없었다.
“현주도 충분히 예쁘고 매력적이야. 전에도 말했듯이 섹스할 때 참을 듯 새어나오는 신음 소리가 정말 귀엽거든.”
“가, 감사합니다.”
신음소리가 귀엽다는 칭찬에 현주는 민망해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 현주는 얼굴에 자신이 없는 거야?”
“얼굴도 그렇고... 그냥 전부 다, 다른 분에 비하면 제가 제일 부족한 것 같아요.”
현주는 자신감 없이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시황은 현주를 바라봤다. 사실대로 말하면 다른 여자들에 비해 현주의 얼굴이 떨어지는 건 맞았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이돌, 엘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은지와 지숙에 비해서도 딱히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과거 시황이 코디를 해준 덕에 가슴 크기도 있고 해서 매력적인 부분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시황은 잠시 고민하다 이번에 새로 생긴 7레벨 케즈론 칩의 기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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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