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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아, 안 됩니다. 고귀하신 루나모스 님께서 인간의 노예가 되신다니... 절대로 안 됩니다.”
라무시아가 바로 끼어들며 강력하게 어조로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잠깐만. 루나모스가 괜찮다는데 네가 반대하는 이유가 뭐야?”
어차피 라무시아의 의견 따위야 전혀 중요하지 않았지만 시황은 반대하는 이유가 알고 싶었다.
“당연하지 않는가! 인간이 고귀하신 루나모스 님을 노예로 삼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라무시아는 드래곤인 루나모스가 인간의 노예가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거야?”
“그렇다!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라무시아에게 있어서는 루나모스는 신이었다. 자신이 믿는 따르는 전능한 신이 인간의 노예가 된다?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절대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라무시아가 시황에게 크나큰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이정도인거지 처음 만났을 때라면 더 큰 저항을 했을지도 몰랐다.
시황은 라무시아를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그리고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다시 물었다.
“정말 안 돼? 루나모스와 노예의 맹약을 맺으면 계속 같이 있으면서 이렇게 너의 음란한 몸을 마음껏 만져줄 수도 있는데.”
“앗...”
시황의 말에 라무시아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다. 루나모스가 노예의 맹약을 맺지 않는다면 시황과 헤어지게 될 테고, 맺는다면 지금처럼 같이 지내며 기분 좋은 생식 행위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라무시아도 시황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속으로는 언제 시황이 자기 몸을 만져주나 성기를 넣어주나 계속 기대할 만큼 같이 있고 싶었다. 이 감정의 정체를 라무시아가 알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같이 있고 싶다는 의지만은 확실했다.
“앞으로 나랑 같이 있기 싫어?”
“네가 머리를 조아리면서 부탁한다면 같이 있어줄 수 있다.”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는 건 쑥스러워서 라무시아는 괜히 시황이 부탁하면 같이 있어 준다는 듯 대답을 했다. 정작 가슴하고 음부는 적극적으로 핥고 넣어달라고 요구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 건 부끄러워했다.
“그래? 그러면 됐어. 네가 그다지 나랑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으니까 내일부터는 여기 안 와도 돼. 어차피 내일이면 루나모스의 힘이 다시 돌아오니까 네가 지켜줄 필요도 없고.”
“자, 잠깐 기다려라.”
시황이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놓고 자신을 옆으로 매정하게 옮기며 말하자 라무시아가 급격하게 당황해했다.
“왜?”
“그, 그게... 같이 있고 싶다...”
“그래? 별로 안 그런 거 같은데.”
“아니다. 정말이다. 방금은 그냥 농담이었다. 나도 너랑 같이 있고 싶다. 어떻게 해야 믿어 줄 건가?”
라무시아가 다급해졌다. 어쩐지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일이 커져버렸다. 이대로 있으면 루나모스의 힘이 돌아오는 내일 시황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이제 루나모스가 시황과 맹약을 맺고 안 맺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이 시황과 헤어지느냐 아니냐가 중요했다.
“모르겠네. 뭐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지금 루나모스하고 노예의 맹약을 맺어야 하거든. 아, 넌 하면 안 된다고 했던가?”
“아니다. 내가 어떻게 감히 루나모스 님의 결정에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난 옆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다.”
방금 전까진 그렇게 강력한 어조로 노예의 맹약을 맺으면 안 된다고 하던 라무시아가 시황의 몇 마디에 더없이 얌전해졌다.
“그러면 이제 하자. 어떻게 하는 거야?”
시황이 루나모스에게 물었다.
“간단해요. 노예가 가진 존재의 본질에 주인될 사람의 존재를 각인시키면 돼요. 다만 이 때 상대방이 거부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노예의 맹약을 맺기란 불가능해요.”
루나모스는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간단한 개념부터 어떤 방식으로 각인을 시켜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정말 해도 되는 거지?”
시황은 맹약의 맺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제 생각은 확고해요. 부탁드려요. 주인님과 함께 있고 싶어요.”
루나모스의 눈은 믿음과 신념으로 가득 차있었다. 애초에 수천 년간 살아온 드래곤이 듣기 좋은 몇 마디 말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그만한 가치를 스스로가 느끼고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한 확고한 결정일 뿐.
“고마워. 그러면 시작할게.”
시황은 루나모스를 침대에 눕히고 배운 대로 손을 가슴 중앙 부근쯤에 올렸다. 그리고 마기를 끌어올려 루나모스가 가진 존재의 본질에 다가갔다. 망망대해처럼 끝없는 마력이 느껴졌다. 그것은 흔히 드래곤 하트라 불리는 마력의 집합점이자 존재의 본질.
여기에 시황은 의지를 불러일으키며 루나모스가 가르쳐준 정체불명의 언어를 새겨 넣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루나모스에 따르면 주인이라는 뜻을 가리키는 고대어라고 했다.
만약 여기서 루나모스가 거부한다면 새겨 넣은 글은 사라지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시황의 각인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마치 서명을 하듯 선명하게 루나모스가 가진 존재의 본질에 시황의 존재가 각인되었다.
화려한 효과나 소리는 없었지만 이것으로 루나모스는 시황의 완벽한 노예가 되었다. 이제 시황의 명령이 그 어떤 것이든 따를 수밖에 없는 몸이 된 것이다.
“이걸로 다 된 거야?”
게임이라면 효과음이나 선명한 그래픽 효과가 나타났겠지만 현실이다 보니 뭔가 새겨 넣기는 한 건 같은데 그 이상의 감각은 없었다.
“네. 이걸로 전 완전한 노예가 되었어요. 이제 주인님의 말이라면 그 무엇이든 따라야 해요.”
루나모스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불안한 표정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봉인이 풀리기 전에 노예의 맹약을 맺어 안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시황은 노예의 맹약을 맺었다고 루나모스가 가진 능력으로 이상하거나 무리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사업을 확장하는데 약간의 도움은 받겠지만 그건 강제가 아닌 부탁을 해도 들어줄만한 간단한 일이었다.
다만 이제 시황은 드래곤을 노예로 거느렸기 때문에 다른 행성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황제나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력가들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조차 없는 존재가 되었다. 드래곤을 거느린 것만으로 전 우주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인간이 된 것이다.
“고마워.”
시황은 루나모스를 끌어안았다. 애초에 루나모스와 노예의 맹약을 맺을 생각으로 이렇게 힘을 봉인시키고 온갖 수치를 주며 쾌락을 맛보게 한 거였지만 생각 외로 일이 쉽게 풀렸다. 음양공생공의 수준이 일취월장하면서 그만큼 섹스에 능통해진 까닭이었다.
노예의 맹약 덕분에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얻어 단번에 5레벨을 뚫어내고 6레벨 어쩌면 7레벨이 됐을지도 몰랐지만, 지금 당장 그걸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 궁금했지만 방금 노예의 맹약을 맺고 경험치를 확인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었다.
시황은 완전하게 자신의 노예가 된 루나모스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끈적한 입맞춤에 루나모스는 벌써부터 몸이 녹아내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시황과 루나모스가 한창 즐거운 시간을 갖는 사이 라무시아는 초조함이 가득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대로라면 내일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큰 압박감이 느껴졌다.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정말 떠나기 싫었다. 계속 지금처럼 시황과 지내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행복?”
라무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시황과 함께 있을 때 분명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괜히 신으로까지 추앙받는 드래곤 루나모스까지 시황의 노예가 된 게 아니었다. 그만큼 행복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몸 또한 시황의 몸에 길들여졌다. 언제부턴가 루나모스를 지키기보단 빨리 밤이 돼서 시황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이미 몸과 마음이 쾌락의 맛을 깨달았다.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그 맛을 알았기 때문에 시황 없이 살아간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여기서 해야 할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결코 시황과 헤어지지 않는 방법. 그것은 루나모스가 방금 맺었던 노예의 맹약뿐이었다. 시황의 노예가 된다면 다시는 헤어질 일은 없을 테니까.
“인간!”
결정을 한 라무시아는 한창 루나모스의 가슴을 희롱하듯 핥고 있는 시황을 불렀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응? 왜?”
“나하고도 노예의 맹약을 맺어라.”
“너하고? 갑자기 왜?”
정말 뜬금없는 라무시아의 말에 오히려 시황이 조금 놀랐다. 방금 한 말은 장난치듯 한 거지 진짜로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일단 고양이 형태가 귀엽기도 하고 하는 행동도 바보같은 게 의외로 재미가 있었으니까.
“그냥 그러고 싶어서다. 절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사실대로 말 안하면 별로 안 하고 싶은데. 진짜 의도가 뭐야?”
시황이 캐묻자 라무시아는 안절부절 못하다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속마음을 정말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래야... 너하고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너를 좋아하는 거 같다...”
결국 라무시아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말을 하는 게 너무 부끄럽고 긴장돼서 몸이 자기 멋대로 덜덜 떨렸다. 처음 겪는 감정의 변화가 너무 당혹스러웠다.
“나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말 한 거야? 아깐 농담이었어. 내일 안 돌려보낼 테니까 노예의 맹약 안 해도 괜찮아.”
“그래. 라무시아까지 그런 걸 할 필요는 없단다.”
여유를 되찾은 루나모스가 쾌감에 얼굴을 상기시키고 투명한 애액을 흘리며 라무시아에게 자애롭게 말했다. 자신은 힘을 되찾으면 시황과 느꼈던 감정이 사라지고 쾌감조차 느낄 수 없는 몸이 되다보니 선택한 방법일 뿐이었기 때문에 굳이 라무시아까지 노예가 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라무시아는 더 다급해졌다. 저러고 돌아가라고 할까봐 겁이 났다. 차라리 확실하게 맹약을 맺고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나았다.
“그래도 하고 싶다. 노예의 맹약을 맺고 너와 계속 같이 있고 싶다.”
“그래?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
“후회하지 않는다.”
라무시아는 굳은 결의가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나야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좀 그런데... 혹시 이 맹약 나중에 취소할 수도 있어?”
시황은 루나모스에게 물었다. 맹약을 맺어서 나쁠 거야 없지만 라무시아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었다.
“가능해요. 다만 그건 주인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맹약을 파기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러면 나쁘지 않네. 일단 노예의 맹약을 맺을 테니까 나중에 라무시아가 맹약을 파기하고 싶어지면 말해. 그때 바로 없애 줄 테니까.”
시황은 라무시아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해주는 건가?”
“응. 해줄게. 일단 몇 주 지내보도록 하자.”
“고맙다. 인간. 앞으로 네 명령에 따르도록 하겠다.”
시황의 허락에 라무시아는 크게 기뻐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루나모스가 노예의 맹약을 맺는다니까 강력하게 반대했으면서 이제는 자기가 노예의 맹약을 맺으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일단 누워. 바로 해줄게.”
시황은 라무시아를 눕히고 아까 루나모스에게 했던 대로 라무시아가 가진 존재의 본질에 각인을 시켰다. 노예의 맹약이란 건 보통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못해서 안달이었기 때문에 라무시아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곧바로 시황의 노예가 되었다.
노예가 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굴욕적이고 비참한 일이지만 루나모스도 그렇고 라무시아에게도 깊은 안도감이 서려있었다. 이걸로 시황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둘은 다른 여자들처럼 시황의 매력이 깊이 매료되어 이미 헤어나갈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져든 상태였다. 그것도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질척하고 깊은 늪에 말이다.
노예의 맹약을 맺었기 때문에 시황은 평소보다 더 열심히 섹스를 했고, 루나모스와 라무시아는 쾌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섹스를 마치자 루나모스는 엄청난 쾌감을 느끼느라 지친 표정으로 금세 잠이 들었고 라무시아는 고양이처럼 시황의 성기 여기저기를 핥아주었다. 대단히 애정 가득한 혀놀림이었다.
시황은 침대에 드러누워 아공간에서 타블렛을 꺼냈다.
그리고 경험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을 했다.
============================ 작품 후기 ============================
연재주기가 자꾸 늘어나서 죄송합니다. 꾸준히 써올리고 싶은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잘 써지지가 않네요. 꾸준히 쓰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