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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어? 왜 우는 거야?”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방에 들어 온 시황은 루나모스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 말했다.
루나모스는 멍하게 자신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이슬 같은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내일부터 시황과 섹스를 해도 아무런 감각조차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제껏 살며 슬퍼하며 눈물을 흘린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루나모스는 슬픔과 어리둥절함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일 봉인이 풀린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어요.”
시간이 지나며 조금은 더 부드러워진 말투를 가지게 된 루나모스가 시황에게 눈물이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가슴을 뒤흔드는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당장이라도 시황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시황은 루나모스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 형태의 라무시아를 옆으로 치워내고 루나모스를 안아주었다. 잠시 등을 쓸어준 뒤에 눈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물어보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 힘들었을 텐데 봉인이 풀려서 기쁘지 않아?”
“하지만 봉인이 풀리면 주인님과 이렇게 맞닿아있을 수 없는걸요.”
루나모스는 다시 시황의 품에 안기며 얼굴이 비볐다. 이렇게 시황의 가슴에 안기면서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과 섹스를 하며 느껴지는 녹아내릴 듯한 쾌감을 잃고 싶지 않았다. 고기 맛을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여자의 몸이 주는 쾌락의 본질을 깨달았기에 그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봉인이 풀린다고 우리가 못 만나는 건 아니잖아. 그냥 본래의 힘만 되찾는 거지.”
“제 권능이 감정을, 제 쾌락을 억누르니까요. 봉인이 풀린다면 지금처럼 품에 안겨 있어도 전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될 거예요.”
루나모스가 가진 감정 컨트롤의 힘은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동치는 감정을 억제시켜 고요한 호수처럼 정신을 유지시킨다. 이러한 권능은 적에게 정신적 공격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가져다주지만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마음까지 필터를 걸어 본질을 그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봉인이 풀린다면 지금 느껴지는 감정들이 사라지고 이전처럼 자애롭고 무감각한 드래곤이 될 뿐이었다. 가장 두려운 건 지금 느끼는 슬픔과 더불어 이제껏 느껴왔던 시황에 대한 소중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단순히 기억으로만 남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의 루나모스가 좋은데...”
“주인님... 흑...”
시황도 아쉬워하며 말하자 루나모스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글썽이더니 이슬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러면 루나모스는 봉인이 풀려도 나랑 지금처럼 지내고 싶은 거야?”
“네... 같이 있고 싶어요.”
루나모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없이 고민을 했다. 2달이란 시간은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대단히 짧지만 고민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충분히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시황이라는 존재에게 강렬하게 글렸다. 계속 같이 지내며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다. 시황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왜 미나가 처음 자신을 보며 걱정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를 하고 말았다.
시황은 정말 가지고 싶은 남자였다.
“그러면... 아니다. 아니야.”
뭔가 말을 꺼내려던 시황은 이내 고개를 흔들며 삼켰다. 그 말을 하기엔 너무 미안하다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방법이 있는 건가요?”
드래곤답게 루나모스는 단번에 시황이 어떤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챘다. 드래곤인 자신도 떠오르지 않는 방법을 시황이 안다는 게 신기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시황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계속 주인님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요. 제발요.”
시황에게 무언가 방법이 있다는 걸 확신한 루나모스가 간절히 원했다. 시황과 같이 있을 때 느껴지는 정신적 황홀감과 행복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해도.
“미안. 조금 더 생각해볼게.”
“알겠어요. 말씀해주실 때까지 참을게요.”
가르쳐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차린 루나모스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인간! 빨리 말해라. 루나모스 님께서 궁금해 하시지 않는가!”
그런데 정작 라무시아가 고양이 형태를 한 채로 사납게 노려보며 시황에게 소리를 쳤다. 말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얼굴이라도 할퀼 듯한 기세.
“이리와.”
대단히 패기 넘쳤지만 시황이 부르자마자 라무시아는 꼬리를 흔들며 시황의 품에 안겼다. 마치 이러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태도가 순식간에 변했다.
시황이 라무시아의 부드러운 배를 쓰다듬어주자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일단은 섹스부터 하자. 봉인이 풀리기 전이니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네. 라무시아도 내일이면 루나모스의 봉인이 풀리니까 나하고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거고.”
“뭐, 뭐라고! 왜, 왜 오늘이 나랑 만나는 게 마지막이라는 거냐? 정말인가요, 루나모스 님?”
시황의 말에 라무시아가 당황해서 루나모스를 보고 물었다. 그러자 다시 루나모스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제까지 옆에 있었으면서 얘기를 안 듣고 뭐했는지 모르겠지만 라무시아는 크게 당황해서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라무시아도 시황과 헤어지기 싫었던 것이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오늘 더 열심히 해볼게. 너희가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시황은 루나모스와 라무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쩐지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한 그 말에 기어이 라무시아까지 눈물을 글썽였다.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시황은 두 여자를 눕히고 먼저 루나모스의 몸부터 만져주며 키스를 해주었다.
마지막일지도 몰라서일까? 평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루나모스가 얽혀오며 키스를 했다. 처음엔 그저 단순한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것에 전혀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루나모스지만 이제는 서로의 키스를 통해 애정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키스를 하고 시황은 루나모스의 몸을 애무해주었다. 그러자 루나모스는 금세 신음을 흘리며 애액을 흘렸다. 이전에 밋밋하던 반응은 상상도 가지 않을 정도로 흥분한 모습이었다.
시황은 루나모스의 몸이 완벽하게 달아올랐을 때 성기를 삽입했다.
평소보다 더 격정적이고 끈적한 섹스였다. 내일 원치 않은 이별이라도 하는 연인처럼 섹스에 애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루나모스가 오르가즘을 느낄 때 시황은 사정을 했다.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성기를 빼려고 했지만 루나모스는 그대로 시황을 껴안았다. 이대로 영원히 시황과 함께 있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 봉인이 풀린다면 완벽한 이성을 되찾을 테고 시황에 대한 감정은 기억만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건 참을 수 없는 슬픔이었다. 어느새 시황을 껴안은 루나모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음 같아서는 시황에게 노예의 맹약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완벽하게 종속되어서 시황과 관련된 것은 그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
“어?”
루나모스는 순간 깨달았다. 노예의 맹약을 하면 되는 거였다. 노예의 맹약이라는 것이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그걸 한다는 의식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주인님.”
루나모스는 환희에 찬 얼굴로 자신의 질에 성기를 삽입하고 있는 시황을 불렀다.
“응? 갑자기 표정이 좋아졌네.”
“방법이 있어요.”
“방법?”
루나모스의 말에 시황은 물론이고 옆에 누워서 지켜보고 있던 라무시아의 기다란 귀도 쫑긋했다.
“노예의 맹약을 하면 돼요.”
“노예의 맹약이라고?”
설마 그 말을 루나모스가 할 줄은 몰랐다. 시황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루, 루나모스 님 그건 안 됩니다.”
노예의 맹약을 하자고 한 건 루나모스인데 옆에 있는 라무시아가 엄청 당황해서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노예의 맹약이라는 건 목숨을 거는 것 이상의 명백한 복종 선언이었다. 단순히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평범하게 노예 플레이를 즐기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약속으로, 노예의 맹약을 맺는 즉시 노예는 주인의 말을 거부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복종을 하게 된다.
만약 시황이 나쁜 마음을 먹기라도 한다면 아무런 거부도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 이상의 고통을 맛볼 수 있는 무서운 맹약이었지만 지금 루나모스에겐 그런 것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루나모스는 단순히 시황과 계속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건 알지 못했다. 하지만 노예의 맹약을 해서라도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는 건, 끊임없는 고민과 사고가 이어진 끝에 겨우 찾아낸 최고의 결론이었다.
남자에게 빠져 모든 걸 주는 여자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시황을 믿을 수 있다는 완벽한 판단을 내렸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노예의 맹약만 한다면 제 능력이 돌아오더라도 주인님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아, 안 되는데...”
옆에서 계속 라무시아가 어쩔 줄 몰라 했다. 노예의 맹약이 가진 그 무서움을 알고 있다 보니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할게. 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야. 아까 말할까 고민했던 것도 그 얘기였고.”
“아, 그러면 특별히 설명을 안 드려도 괜찮겠네요. 지금 바로 맹약을 맺을까요?”
이미 시황도 노예의 맹약을 생각해두고 있다는 걸 알자 루나모스는 곧바로 맹약을 맺으려고 했다.
“잠깐만. 너 맹약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얘기할만한 게 아니잖아.”
시황은 아공간에서 책을 꺼냈다. 거기엔 노예의 맹약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노예의 맹약을 맺게 된다면 드래곤조차라도 주인의 명령을 절대로 반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른다는 글 들이 적혀 있었고 덤으로 드래곤이 노예의 맹약을 맺는 경우는 주인을 너무나 사랑하는 경우가 보통이라는 것도 적혀있었다.
“알고 있어요. 맹약을 맺게 된다면 말만이 아닌 그 무엇도 거부하지 못하는 진실된 의미에서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요.”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난 맺고 싶어. 널 좋아하고 가지고 싶으니까. 그런데 만약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쩌려고 그래?”
누구보다 노예의 맹약을 맺고 싶은 시황이 도리어 루나모스에게 되물었다. 여기서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바로 노예의 맹약을 맺어버리면 경험치도 얻고 드래곤이라는 막대한 존재도 얻게 되는 거지만 처음과 다르게 루나모스에게 애정이 생겼다. 노예의 맹약을 맺더라도 확실한 마음을 알고 진정으로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주인님을 믿어요.”
루나모스의 눈에는 시황에 대한 사랑과 확고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히려 당사자인 시황이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끊임없이 자극하고 여자로서의 쾌감을 일깨워준 덕에 몸과 마음 모두가 이미 시황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거지?”
시황은 루나모스가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원했다.
“제 결정에 후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루나모스는 확고하게 말했다.
“좋아. 그러면 맺자. 노예의 맹약을. 그런데 어떻게 하는 거야? 봉인이 풀려야 가능한 거 아니야?”
“지금도 가능해요.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루나모스는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바라보며 어떻게 노예의 맹약을 맺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그걸 듣고 있는 라무시아의 얼굴에선 초조함 얼굴에 가득 묻어났다. 그 절대적이고 전능한 존재인 루나모스가 시황의 노예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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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어느정도 생활 패턴이 안정화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새벽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