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89화 (488/629)

0489 ------------------------------------------------------

드래곤 루나모스

“그러니까, 갑자기 강시황 대표님이 무대에 뛰어드는 거예요. 저희는 갑자기 이상한 사람인가해서 깜짝 놀랐는데 갑자기 기둥이 쓰러지지 뭐에요. 미리 그걸 봤나 봐요. 엄청나게 빠르게 무대로 달려가서는 멤버들을 안전한 곳으로 막 집어던지고 기둥이 쓰러지니까 남은 멤버 지키려고 끌어안고 쓰러지던데... 와, 진짜 꼭 영화를 보는 줄 알았어요.”

시황이 핑크펫 멤버를 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20대로 보이는 여자 대학생이 흥분을 하면서 자신이 본 장면을 설명했다. 그녀는 시황이 달려들 때만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조물이 쓰러지고 시황이 핑크펫 멤버들을 구하는 모습은 이제껏 봤던 그 어떤 영화조차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멋지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망원경처럼 기다란 렌즈를 단 고가의 카메라로 핑크펫을 찍다가 시황이 멤버들을 구출하는 장면을 찍은 사람도 여럿 있었다.

영상이다 보니 속도감이 잘 표현이 안 되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경악할만한 스피드로 달려가서는 괴력으로 핑크펫 멤버를 감싸 안아 최대한 안전하게 던지는 장면과 혜미와 장미를 껴안고 쓰러지는 장면이 UHD 화질로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그 장면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고 순식간에 조회수가 폭등하며 엄청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콘서트 중에 일어난 사고와 시황에 관한 얘기밖에 없었다.

[진짜 대단해요. 그 위험한 상황을 바로 발견하자마자 바로 뛰어들어서 멤버들을 구하다니... 감동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요 ㅠㅠㅠㅠㅠㅠ 근데 대표님은 어떻게 된 거에요? 설마 크게 다치신 건 아니죠?]

[강시황 대표는 어떻게 됐나요? 아직 정보 들어온 거 없나요? 저렇게 큰 기둥에 깔렸으면 좀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요...]

[와, 진짜 저거 설치하고 감독한 사람 다 집어넣어야 합니다. 얼마나 대충 했으면 저게 무너집니까? 강시황 대표가 다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이라 더 화가 나네요]

시황의 여자팬들은 이 믿겨지지 않는 사실에 울면서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어떡해.... 나 지금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눈물만 자꾸 나와. 우리 오빠 크게 다친 건 아니겠지?]

[나도 안 좋은 소식 들릴까봐 너무 무서워 ㅠㅠㅠㅠㅠㅠ 아, 어떡해. 진짜 ㅠㅠㅠㅠ 왜 자꾸 우리 오빠한테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야. ㅠㅠㅠㅠ]

사람들이 영상을 보며 놀람, 감탄, 분노,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때 공중파 뉴스에서도 그 영상을 사용해 시황이 핑크펫 멤버를 구하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주었다.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중장년층들도 공중파 뉴스에서 나오는 시황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전 국민이 시선이 시황에게 쏠렸고 이내 공중파 뉴스에 속보가 들어왔다. TV에서는 아나운서가 긴급하게 속보를 전했고 어느 시외버스터미널의 대합실에서는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 뉴스를 지켜봤다.

“여러분 참으로 다행스러운 소식이 전달됐습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 핑크펫의 멤버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구조물에 몸을 던졌던 강시황 대표가 어깨가 부러진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부상이 없다고 합니다. 구조물 아래의 빈틈에 덕분에 기적적으로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와!”

순간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혼자서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누군가의 함성을 시발점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전염이 된 것이다.

다들 그만큼이나 시황의 생사 여부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이 소식에 인터넷은 물론이고 안절부절 못하며 뉴스를 보던 찬미의 부모님, 은지, 지숙의 부모님 등도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실 시황은 예전에 영약을 먹었다가 죽었다가 살아난 뒤로 아루에게 완전 회복 물약을 하나 주고 혹시 자신이 죽는다면 그걸 먹여 달라고 부탁을 해둔 상태라 설사 구조물에 깔려서 죽었다 하더라도 다시 살아날 방법은 있었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다시 살아날 경우가 조금 곤란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시황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한 사람들은 괴물 같은 시황의 움직임에 주목을 했다. 다들 처음엔 너무 놀라 그저 대단하다고만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속도하며 힘까지 일반인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었던 수준이었다.

고화질 카메라로 찍힌 시황의 영상은 곧바로 움직이는 사진으로 만들어져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 대표의 흔한 몸놀림.gif]등의 이름으로 퍼져나갔다.

그 중 한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이 엉뚱하게 게임 관련 사이트에 시황의 몸놀림과 관계된 설명을 댓글에 상세하게 달아주었다.

[무대하고 관중석하고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략적으로 보기에 저 정도 속도면 단거리 세계 신기록하고 맞먹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부분은 저런 속도로 달려가는데도 위급한 상황이 되자 단번에 땅을 박차고 포탄처럼 엄청난 속도로 원하는 지점에 착지해서 몸을 순식간에 비트는 유연함과 민첩성, 그리고 핑크펫 멤버의 허리를 껴안은 다음에 최대한 안전하게, 그러면서 투포환 선수 못지않은 힘으로 단번에 집어 던지는 엄청난 근력, 나머지 여자들을 구하기엔 촉박한 시간임을 깨닫자마자 당황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여자들을 껴안고 안전하다고 싶은 지점에 쓰러지는 침착성까지, 이정도면 초인이라 불러도 되지 않나 싶은 수준입니다. 아마 강시황 대표의 몸은 엄청난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을 겁니다. 저런 건 아무리 위급하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제가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보고 트레이닝 시켜봐서 대략적으로 느낌이 옵니다. 강시황 대표가 만약 운동을 했다면 진짜 우리나라의 역사를 새로 썼을지도 모릅니다.]

길고 긴 글이지만 사람들은 정신없이 읽었다. 진짜 전문가인지 뭔지는 확인된 바가 전혀 없음에도 벌써 이 글이 캡처되어 온갖 커뮤니티를 다 돌아다녔다.

[글 읽어보니까 강시황 대표가 운동 했으면 정말 단거리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르겠네요. 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합니다.]

[저도 평범한 인간의 속도가 아니라고 느꼈는데 역시 제가 본 게 맞았군요. 덜덜. 아마 강시황 대표가 저 자리에 없었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진짜 천운이에요. 천운.]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황을 칭찬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사소한 꼬투리까지 잡아서 낱낱이 파헤쳐서 비난하는 게 인터넷이라면 반대로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과거했던 일까지 다 뒤져서 칭찬하는 게 또 인터넷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사람들은 계속 영상에서 나오는 시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칭찬하기 바빴지만, 그들은 시황이 최대한 주의하면서 달려간 속도가 단거리 세계 신기록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건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정밀 검사까지 마치고 시황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걸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병원 측은 혜미, 장미와 더불어 시황의 건강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했고 곧바로 인터넷 기사와 뉴스로 전해졌다.

혜미와 장미는 몸에 아무 이상이 없어 퇴원을 했고 시황은 부러진 어깨뼈 수술을 하고 입원을 했다. 회복 물약만 먹으면 간단하게 회복될 부상이지만 안 그래도 온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어깨뼈까지 순식간에 나아버리면 곤혹스러운 일이 생길 게 분명해 얌전히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하고 나서 서울시와 병원 측의 배려로 vip용 병실에 머무르기로 했다. 꽤 비싼 곳이기는 했지만 서울시 쪽에서 치료비와 병실까지 전부 부담해줬다. 그런데 꽤 비싼 곳이기는 해도 지금의 시황에겐 이정도 병실에서 지내는 건 아무런 부담조차 되지 않았다.

시황은 팔걸이를 한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밖을 바라봤다. 유명 병원의 꼭대기 층이라 서울의 전경이 훤히 보였다.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한 날씨라 가슴까지 상쾌해졌다.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대략 1~2주정도 여기서 지내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잠깐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 병실의 문이 열리더니 찬미와 유미, 아루가 들어왔다.

“오빠, 괜찮으세요? 아프시지 않으세요?”

침대에서 일어나 있는 모습을 보자 찬미가 다급하게 다가와서는 불안한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그 날 이후로 시황만 보면 찬미는 걱정이 돼서 안절부절못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난 지금 바로 퇴원해도 될 정도로 건강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단 말이에요. 빨리 침대에 눕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알겠어. 찬미가 그렇게 말하니까 누워야지.”

찬미의 간곡한 요청에 시황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어깨가 욱신거리고 아프긴 했지만 질 낮은 포션을 조금 발라둬서 고통은 많이 경감된 상태였다.

“언니, 오빠가 애도 아니고 왜 그래? 팔을 다친 거지 다리를 다친 게 아니잖아.”

“안 돼. 안정을 취해야 한단 말이야.”

유미가 시황을 위해 찬미에게 한마디 했지만 찬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조물이 쓰러졌을 때 시황이 죽은지 알고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던가, 아직까지 그때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졌다.

시황은 할 것도 없어서 TV를 틀었다. 뉴스 전문 방송을 틀자 자신에 관한 뉴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오빠, 저거 진짜 대단했어요. 우리 학교에서도 여자애들이 오빠 보고 멋있다고 난리 났다니까요.”

“그래?”

유미의 말에 시황은 가볍게 웃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마기를 엄청나게 끌어올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움직임을 보였던 거라 조금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 그 부분은 잘 넘어간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시황의 움직임을 보고 인간이 낼 수 있는 극한의 수준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물론이고 내공을 이용한 무술조차 소설 속의 환상일 뿐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보면 전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말이다.

뉴스에서는 시황이 핑크펫 멤버를 구한 장면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시황은 그 장면을 바라봤다. 톨레이만의 저주 때문에 한달에 한 번 격투 게임에 접속해서 실전과 다름없는 싸움을 한 덕에 마기를 이용한 폭발적인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두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나중에도 이런 위험한 일이 있을지 모르니 무공과 마법을 조금 더 착실하게 익혀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TV를 보고 있으니 병실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들어와도 된다고 외치자 문이 열렸다. 학교를 마친 효정이나 다른 여자애들이 온 건가 했지만 생각외의 여자애 둘이 왔다. 혜미와 장미였다.

그녀들은 손에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조심스럽게 시황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둘은 시황에게 크게 인사를 하고는 찬미에게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

“혜미하고 장미구나. 이제 괜찮아? 아픈 데는 없고?”

“저희는 괜찮아요.”

“그러면 다행이고. 하하.”

안 아픈 건 알았지만 인사 차 물어본 것뿐이었다. 구조물을 등으로 떠받들기까지 했는데 다치는 게 더 이상한 거였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니야. 그 정도는 뭐.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했을 거야.”

장미의 인사에 시황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공중파 뉴스와 인터넷에서 워낙 떠들어대다 보니 모두 시황이 아니었다면 핑크펫 멤버를 구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었다.

“야, 너도 빨리 인사 드려.”

그런데 혜미가 이어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하니 있자 장미가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아, 으, 응.”

그제야 혜미는 정신을 차렸다. 시황을 보는 순간부터 가슴이 터질 것처럼 떨렸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저절로 호흡이 가빠지고 시황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것처럼 다른 건 보이지도 않았다. 시황에게 구해지고 나서 영상을 볼 때부터 계속해서 이랬다.

“왜? 어디 안 좋아?”

“아, 아니요. 저, 전 괜찮아요. 그, 그, 그리고 저도 구해주셔서 저, 정말 감사해요. 그, 그래서 강시황 대표님을 꼭 먹고 싶습니다.”

“뭐라고?”

갑자기 혜미가 자기를 먹는 다고 말하자 시황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설마 성적인 의미로 먹어버리겠다는 뜻으로 말한 건가 했던 것이다.

저속하면서도 뜬금없는 말에 장미는 경악한 얼굴로 혜미를 바라봤다.

“야,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대표님한테 그런 실례되는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어? 내, 내가 왜?”

장미의 속삭임에 도리어 혜미가 반문했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너 대표님 먹고 싶다면서 엄청 이상한 말 했어.”

“내, 내가? 서, 설마.”

“진짜야.”

장미의 말에 혜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너무 긴장을 해서 말을 이상하게 해버리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저속하고 밝히는 애로 찍힐까봐 혜미는 서둘러서 해명을 했다.

“그러니까 대표님을 서, 성적으로 뭔가를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의미로 먹고 싶다고, 아니, 그러니까 밥을 먹고 싶다고 말을 한 건데... 아, 물론 대표님이 맛없는 건 아니고...”

혜미는 얼마나 긴장을 한 건지 말을 하면 할수록 꼬여갔고 나중에는 자기가 뭐라고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살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시황의 앞에 서니까 몸과 마음이 제 멋대로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