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71화 (4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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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곧바로 아루가 문을 열어줬다.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은 황미주와 효정이었다.

그녀들도 오늘 시황의 집에서 은비, 가을을 포함한 여자들과 파티를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평소 이상으로 신경 옷을 입고 왔다.

황미주는 시상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시상식에 나가는 듯한 우아한 드레스를 입었고, 효정은 20살답게 귀여운 꽃무늬 원피스를 입었다. 그런데 원피스로도 효정의 거대한 가슴이 가려지지 않아 육중한 볼륨을 드러냈다.

이런 자리를 많이 겪은 황미주는 자연스럽게 거실에 있는 여자들과 인사했지만 효정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케즈론 모델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했다.

다들 가볍게 케즈론 카페의 디저트를 즐기고 있을 때, 약속이라도 한 듯 은비와 가을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왔다.

인터넷에서도, 지금 모인 여자들에게서도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다 보니 들어올 때부터 다들 제법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은비와 가을은 여자들과 평범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둘, 그중 은비는 셀카 학살자라 불릴 만큼 같이 사진을 찍으면 여배우조차도 평소보다 못생기게 나올 만큼 예뻤는데, 막상 시황의 집에 오자 그렇게 특출하게 예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파티를 하기 위해 모여든 여자들이 비주얼들이 대단히 뛰어났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아가 왔다. 케즈론 옷을 입은 그녀는 가만히 있어도 왠지 모르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다. 실제 회사에서도 무표정한 진아의 분위기에 눌려 직원들이 매우 어렵고 조심스럽게 대하기도 했다.

부른 사람들이 전부 모였기 때문에 파티의 주최자인 시황이 모두가 볼 수 있는 TV앞에 서서 간단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 다 모여 줘서 고마워요. 그 동안 제가 도움 받은 것도 많고 해서 조금이라도 감사를 표현하고 싶어서 불렀어요. 파티라고는 했는데 그런 거 해본 적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고, 그냥 새해가 된 만큼 재미있게 놀다 갔으면 좋겠어요.”

“오빠 멋져요!”

“하하.”

유미가 크게 소리쳤고 시황은 멋쩍게 웃었다. 살면서 파티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모여서 무슨 말을 하고 뭘 해야 하는 건지 잘은 몰랐다. 하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렇게 모였다는 게 중요한 거지.

시황은 오늘 방문해준 먼저 황미주와 효정에게 다가가서 얘기를 나누었다. 둘은  세련된 테이블에 놓인 케즈론 카페의 조각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아니야. 시황이가 이렇게 초대해줘서 정말 행복해. 오늘 조금 신경 써서 입고 왔는데 마음에 들어?”

살결이 비치는 검은 스타킹을 신은 황미주가 드레스를 보여주며 물었다. 시황의 노력 덕분에 이전보다 주름도 많이 사라지고 피부도 탱탱해져 30대 초반같은 요염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연예인 같으신데요. 정말 예뻐요.”

“어머, 기뻐라.”

40대 초반이긴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황미주가 애교를 떨며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시황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빠, 저는 어때요? 괜찮아요?”

옆에 있던 효정도 시황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잽싸게 끼어들어 물었다. 평범하게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도 효정이 입으니 가슴이 부각되어 어쩐지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효정이도 귀여워.”

“헤헤.”

황미주와 효정도 집에서 같이 시상식을 봤었다. 은비와 가을이 시황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떨리면서 큰 불안감이 생겼었다. 많은 건 바라지도 않았다. 시황이 그저 자신들의 몸을 써서 기분 좋아해주는 것 자체가 행복이자 기쁨이었다. 그런데 언론과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앞으로 그런 행위를 하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내색치 않으며 황미주와 효정은 지금이 파티를 만끽하기로 했다. 괜히 불안한 표정을 지어서 시황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었으니까.

이어서 시황은 진아와도 가볍게 얘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섹스만 하는데 쓰는 시황과 다르게 진아는 케즈론의 일로 바쁘다 보니 자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런 부분을 사과를 했지만 진아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해주었다. 오히려 윤미소 같은 일이 생기면 지금처럼 꼭 연락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진아와 가볍게 대화를 마친 시황은 음료를 마시며 한쪽에 서서 얘기를 하고 있는 은비와 가을에게 갔다. 세간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시황의 여자들에게서도 관심의 대상인 만큼 다들 신경 안 쓰는 척 하며 귀를 쫑긋 세웠다.

“바쁜데 와줘서 고마워.”

“불렀는데 와야지. 너 조금 보고 싶기도 했으니까.”

조금은 아니고 엄청 보고 싶었지만 은비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죄송해요, 괜히 저희가 그런 자리에서 좋아한다고 말해서 오빠만 귀찮게 한 것 같아요.”

가을은 이틀 전에 있었던 시상식 공개 고백에 대해서 크게 미안해하며 사과했다. 시황이 윤미소 때문에 힘든 일을 겪은 데다 은비가 좋아한다고 고백해버려 자신도 감정을 참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막상 그 일 뒤에 몰려드는 기자와 범람하는 인터넷 뉴스, 네티즌들의 키보드 대전을 보니 괜히 시황만 귀찮게 했다는 후회가 자꾸 들었다.

“괜찮아. 귀찮고 말고 할 것도 없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이 너희 중 누굴 선택할지 사람들이엄청 기대하고 있어서 조금 고민되기는 해.”

“그 말은 우리 둘 중에 한 명 선택한다는 거야?”

가만히 듣고 있던 은비가 어쩐지 시황이 그 고백 때문에 여론에 밀려 자기들 중 하나를 선택할 듯 하자 얼굴에 기쁨이 가득 느껴지는 웃음이 피어났다.

반대로 그 얘기를 들은 여자들 사이에선 먹구름이 낀 듯한 어둠이 급격히 드리웠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야. 둘 중에 한 명하고 사귄다고 티를 안 내면 사람들이 둘 다 차였다고 그럴까봐 조금 걱정이 돼서. 그런 게 아닌데도 괜히 너희들 얘기가 기사로 오르내리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한테 놀림 받을 거 같기도해서 조금 싫거든. 이미지에도 안 좋고.”

“그러면 일단 나랑 사귀는 척만 하면 되잖아. 물론 나랑 사귄다고 해서 다른 여자하고 관계하는 걸 막거나 하지는 않을 게. 그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아니까. 그냥 보여주기 용이라도 사귀는 척만 하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정작 사귀는 척 해서 이득을 보는 건 은비뿐이었다. 같이 고백한 가을은 시황에게 차였다고 또 기사가 범람할테고, 다른 여자들을 밖에서 만나는 것도 큰 제약이 뒤따르게 된다. 정말 은비만 좋은 일이었다.

“그건 좀 어려울 거 같네.”

“맞아요! 그건 은비 언니만 좋은 일이잖아요. 괜히 고백해서 오빠한테 피해만 줘놓고 너무 자기 좋은 대로만 하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가만히 듣고 있던 유미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은비에게 한소리 했다. 가을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 은비는 사과는커녕 이 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자기하고 사귀자는 둥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을 말한 것뿐이야. 그리고 다들 좋아한다고는 해도 사실 이 중에서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건 나일 걸?”

“정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우리가 오빠랑 같이 지내면서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모르지?”

이번엔 지숙이 소파에 앉아 있다가 화가 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은비가 도발하듯 말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다들 진정해요. 은비, 너도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이번엔 저희가 실수를 한 게 맞아요. 다들 오빠 좋아하는 거 모르는 게 아닌데 너무 분위기를 타서 시상식장에서 하면 안 되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어요. 정말 죄송해요.”

“뭐, 마음은 이해하니까요.”

가을이 나서서 사과를 하자 유미와 지숙이 조금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은비가 약간 불만이 있는 듯 했다. 말로는 잘 못하겠지만 속으로는 시황과 다른 여자들에게 미안하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숙이 말한 사랑받는다는 표현은 정말 거슬렸다. 같이 살면서 도대체 뭘 하기에 저런 표현을 쓴단 말인가? 설마 밥 먹으면서 섹스라도 한다는 걸까? 시황과 같이 산다는 그 사실이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났다.

“나만큼 사랑 받을까? 나랑 할 때 오빠가 몇 번이나 안에 사정하는지 모르지?”

이렇게 되자 은비는 유치하게 시황이 자기 안에 사정을 많이 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시황과의 관계를 뻔히 다 알았기 때문에 말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흥, 난 양치질할 때 오빠가 해주거든? 그리고 안에 사정하는 건 기본 아닌가?”

지숙이 질세라 저번에 씻을 때 시황이 섹스 해줬던 얘기를 꺼냈다.

“맞아. 안에 하는 건 기본이긴 하지. 난 오빠하고 처음 할 때부터 안에 했으니까.”

은지까지 지숙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은비를 기점으로 여기저기서 서로 시황과 했던 섹스를 자랑하듯 말하며 누가 더 사랑받는지를 어필했다.

“저기... 저는 카페에서 해봤어요... 오픈 전이기는 했지만요.”

심지어 현주까지 참여해서는 과거 시황과 카페에서 했던 잊지 못할 추억을 얘기했다.

평소라면 다들 암묵적으로 섹스와 관련된 얘기를 자제했을 테지만, 지금은 은비와 가을이 했던 공개 고백 때문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고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참 여러 여자들에게서 자랑 섞인 얘기를 듣던 은비가 입술을 깨물었다. 일 때문에 바쁘고 같이 살지도 않다 보니 확실히 다른 여자들에 비해 시황과 섹스를 많이 못했다는 게 체감되었다. 특히 어제도 귓가에 좋아한다고 속삭여주며 섹스를 해줬다는 말에는 진심으로 질투가 생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야! 누구랑 하는 게 제일 좋았어? 나지? 나랑 하는 게 기분 제일 좋았지?”

참지 못한 은비가 시황에게 누구하고 했을 때 제일 좋았냐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다른 여자들도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여기서 혹시라도 시황이 한 명을 지목한다면 그 사람이 연인이 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았으니까.

이렇게 되니 제일 곤란해진 건 시황이었다. 다들 가진 매력이 있어서 누가 좋다고 말을 하기 어려웠다. 아니, 확연히 좋은 사람이 있더라도 지금 상황에 콕 집어 얘기하는 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냥 다 좋았어. 그러니까 그런 걸로 너무 싸우지 마. 다들 즐기라고 부른 파티인데 목소리 높일 거 없잖아?”

시황이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분위기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럴리가 없잖아! 빨리 한 명만 얘기해봐!"

"맞아요. 저도 궁금해요!"

은비는 물론이고 유미를 포함한 다른 여자들도 누구의 구멍이 가장 기분 좋았는지 한 명만 콕 집어서 얘기해주기를 계속 원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러면 이렇게 할까요?”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찬미가 중재를 하고 나섰다.

“어차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한명만 오빠의 연인이 되는 건 불가능해요. 대신에 몇 가지 게임을 해ㅗ면 오빠가 얼마나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게임? 무슨 게임?”

유미가 흥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를 들면 눈을 가리고 냄새만 맡아서 누군지 맞춘다든가, 비슷한 방식으로 눈을 가리고 질에 삽입해 누군지 맞추는 등으로 몇 가지 게임을 정해서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혜택을 주는 게 어떨까요?”

“어? 재밌어 보인다. 그런데 혜택은 어떤 거야?”

유미가 물었다.

“그건 오빠와 간단한 상의를 해서 정하도록 해요. 그래도 오빠에게 가장 인정받은 사람이니까 며칠 동안 오빠를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는 것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때요? 다들 하실 생각 있으세요?”

“앗, 나 할래.”

“저도 하고 싶어요.”

은지와 지숙이 바로 참여한다고 말했고, 결국 빠지는 사람 한 명 없이 모두 참석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우승만 한다면 시황을 며칠 동안 소유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기는데 참여하지 않는 게 바보였다.

시황은 분위기를 살폈다. 다들 기대하고 들뜬 걸 봐서는 이미 게임을 하기로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즐거울 수도 있는 게임이었지만 시황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다 맞췄는데 한두 명만 틀리는 불상사는 절대 없도록 해야 했다. 아니, 애초에 논란조차 되지 않게 무조건 다 맞춰야 했다. 그저 재밌어 보이는 게임이지만 시황에겐 일생일대의 위기나 다름 없었다.

찬미의 주도로 게임 종목이 정해지고, 시황과 협의를 통해 우승한 사람에겐 일주일간 결혼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도록 했다. 호칭부터 달라지는 건 물론이고, 그 일주일 동안엔 다른 여자들은 키스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한창 게임 준비로 바쁠 때, 인터넷에선 때마침 나타난 시황의 고등학교 동창이 ‘남중, 남고를 나온 시황은 옛날부터 여자한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였다. 윤미소 경우만 봐도 알 듯이 아마 지금도 여자한테 말을 제대로 못해서 모태솔로일 확률이 높다’ 라는 글을 올려 시황 동정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의 시황은 가슴만 만져서 누군지 맞추기부터 시작하는 음란한 게임을 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다들 이 게임의 결과에 따라서 시황과의 관계가 크게 변화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불안,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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