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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69화 (46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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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가슴골이 훤하게 보이고 속옷이 은근히 드러날 정도로 노출이 심한 드레스였다. 하지만 단순히 야하게 보이기보단 극한의 미모를 가진 배우와 절묘하게 조화돼 인간이 아닌듯한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신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어? 누구? 설마 주세미? 주세미가 저렇게 예뻤어?”

“분위기 장난 아니다. 드라마에서 볼 때랑 전혀 달라. 케즈론 드레스 때문인지 진짜 너무 예쁘다.”

사람들은 케즈론 드레스를 입은 배우가 주세미인 걸 알고는 깜짝 놀랬다. 드라마에서 악녀연기로 나름의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예쁜 걸로 눈에 띄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데 케즈론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절세의 미녀라 해도 어색치 않을 만큼 미모를 뿜어내고 있었다.

환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걸은 주세미는 포토월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기자들의 플래시가 어두운 밤을 낮처럼 밝혔다. 포토타임이 끝나고 옆에 있던 인터뷰어가 주세미에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드레스가 정말 아름다우신데요. 혹시 케즈론 드레스인가요?”

“네. 맞아요. 케즈론 대표님께서 절 선택해 주셔서 영광스럽게도 저 같은 신인배우가 입게 되었습니다.”

“와, 역시 케즈론 대표님께서 선택한 분 답게 드레스하고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그러면 오늘 어떠신가요? 상 받으실 수 있을 거 같나요?”

“자신감은 없지만 케즈론 대표님께서 저에게 드레스를 협찬해주신만큼 꼭 받고 싶습니다.”

“수상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주세미는 시상식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케즈론 드레스에는 강추위조차 막아주는 효과가 걸려있어 주세미는 조금의 움츠림도 없이 당당하게 걸었다. 케즈론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인지 어쩐지 평소와 다르게 가슴 가득 자신감이 넘쳐흘렀고 주위 배우들조차 부러움과 선망이 가득 담긴 모습을 보자 참을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왜 윤미소가 그렇게나 케즈론 드레스를 협찬 받고 싶어 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주세미가 들어가고 이어서 가을과 은비도 속속 레드카펫을 걸었다. 주세미도 그랬지만 케즈론 드레스를 입은 가을과 은비는 다른 배우와 한 차원 다른 압도적인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차이가 어찌나 큰지 케즈론 드레스를 입지 않은 배우들도 신경 써서 화려하게 꾸미고 왔음에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기자들도 그렇고 관객들도 그렇고 케즈론 드레스를 입은 3명의 여인에게서 눈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런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가자 이미 클래스를 입증한 은비와 가을은 여전히 예쁘다는 글이 대다수인 반면 주세미는 저렇게 예쁠지 몰랐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연예인들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건 사람들에게 인상을 뚜렷이 남기고 거기에 호감도까지 올리는 것이다. 넘쳐나는 연예인 중 그렇게 인지도를 쌓고 호감도를 얻는 건 극소수. 그들을 바로 인기배우라 부른다.

지금 주세미가 케즈론 드레스에 힘입어 대중들의 인상에 깊게 박혔고, 연기력까지 갖춘 신인배우였기에 인기배우로 발돋음하려면 출발선상에 서있었다. 케즈론 드레스덕분에 인생이 좋은 쪽으로 뒤바뀐 것이다.

[주세미가 저렇게 예뻤나요? 와, 아무리 케즈론 드레스 입었다지만 은비, 가을 제외하고 다른 배우 다 압살하는데요?]

[주세미 가슴골 쩌네욬ㅋㅋㅋ 몰랐는데 의외로 볼륨감이 있습니다?]

[가슴 형태가 예술적이네요. 늘어지지 않고 봉긋 솟은 게 뒤에서 끌어안아 주무르면 천국 가는 기분 일듯요]

유두와 아래가슴정도만 가리고 가슴의 절반 정도가 훤히 드러나다 보니 주세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가슴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많았다. 은비, 가을과 함께 남자, 여자 사이트 할 것 없이 주세미의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심지어 한 평화로운 가정의 남편이 컴퓨터로 주세미의 사진을 넋 놓고 보다 부인에게 들켜서 진심으로 혼나기도 하는 일이 간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연기대상이 시작했고, 처음엔 인기 아이돌의 축하무대로 시작했다.

시황도 모두와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연기대상을 관람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는 했지만 이미 무혐이나 다름없었었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 성폭행 범으로 의심 받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넓은 거실엔 한겨울임에도 실내가 얼마나 더운지, 옷을 거의 벗다시피 한 여자들이 흥미진진한 눈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TV에서는 시황이 잘 알지도 못하는 여러 연예인들이 상을 받고 나와서 지루한 감상을 말했다. 얼마나 지루했는지 처음에 흥미진진하게 보던 유미가 어느새 시황의 옆에 들러붙어서는 몸에 키스를 하고 핥는데 더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한참 지루한 상을 받고 드디어 신인 연기 상 순서가 되었다. 여기에 각종 신인배우들과 함께 주세미도 수상자 후보에 올랐다.

간단한 자료화면에 이어서 곧바로 사회를 보는 남녀 연예인이 수상자를 발표했다.

“생애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 연기상인데요. 자, 발표하겠습니다. 신인 연기상, 주세미!”

“와아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는 곧바로 감격스러워하는 주세미의 얼굴을 찍었다.

처음과 다르게 흥미가 떨어진 표정으로 TV를 보던 은지와 지숙 등은 주세미라는 이름에 반사적으로 TV로 눈을 돌렸다. 이미 케즈론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TV화면에선 미모의 극치라 할 만큼 예쁜 주세미가 걸어 나와 무대에 섰다. 그리고 상과 꽃다발 등을 받았는데, 그런 간단한 움직임조차도 넋이 나갈 만큼 아름답게 보였다.

“예쁘긴 예쁘다. 케즈론 드레스 입어서 그런가?”

“역시 우리 케즈론 대단하다니까. 옷만 입었다 하면 전부 여신으로 만들어 버려.”

은지와 지숙이 부러움과 감탄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도 입고 싶어?”

아루가 성기를 양손으로 감싸 쥐어 만져주고, 유미는 몸 구석구석 키스를 해주는 중에 시황이 물었다.

“아니요. 저희가 저런 거 입어서 뭐하겠어요. 어차피 저는 몸매도 별로 안 좋아서 저렇게 어울리지도 않고요.”

은지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시황 덕분에 평범한 일반인에 비하면 대단히 몸매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키가 작고 다리가 좀 짧아 저런 섹시한 드레스를 입기엔 좀 무리였다.

“꼭 드레스가 아니더라도 옷 예쁜 거 있으면 가지고 와서 줄게. 아, 맞다. 이번에 신제품 코트하고 점퍼 나왔거든. 내가 말해서 몇 벌 가지고 올게. 하나씩 나눠가지게.”

“정말요? 아싸!”

시황의 말에 지숙이 환호를 질렀다. 시황이야 덤덤하게 아무것도 아닌 듯 말했지만 케즈론 매장에 있는 가장 싼 옷이 천만 원이었다. 그것도 어딜 가나 있는 평범한 면티가 그런 가격인데 코트와 점퍼는 수천만 원 아니, 억대의 가격을 가진 초고가품이었다. 시황이 아니면 평생 입을 수조차 없는 그런 옷을 가지게 되니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기뻐할 때 TV에서는 상을 받아든 주세미가 간단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관한 간단한 얘기와 소속사 대표와 코디 등에게 감사를 표한 뒤, 마지막에 시황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오늘 케즈론 드레스를 입게 해주신 강시황 케즈론 대표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처음 저에게 드레스를 입어보지 않겠냐고 말씀해주셨을 때 정말 놀랍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최근 힘든 일을 겪으셔서 주제넘게 걱정을 하고는 했는데 모든 게 오해인 게 뒤늦게나마 밝혀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드신 와중에도 시상식에 나가는 저를 오히려 응원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저에 대한 기대와 응원에 정말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감사드리며 케즈론 드레스에 부끄럽지 않은 여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 소감보다 시황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더 길었다. 그만큼 주세미도 케즈론 드레스를 협찬해준 시황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TV를 보는 여자들은 설마 쟤도 또 시황 좋다고 따라다니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 되는 눈으로 쳐다봤다.

주세미의 발표가 끝나고 또 시황은 잘 모르는 남자와 여자 배우들이 나와서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겨우 우수 연기자 상 수상자 후보가 발표되었는데, 거기엔 은비도 후보로 있었다.

여전히 쓸데없는 뜸을 들인 뒤에 우수 연기자 상으로 정은비를 크게 외쳤다.

다시금 카메라가 은비를 비췄고 케즈론 드레스를 입은 은비가 우아하게 걸으며 무대로 올랐다. 그 아름다움은 주세미와 또 다른 고귀함이 있었다. 마치 일국의 여왕처럼 우아하면서 도도한 그 분위기는 남자들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다.

은비도 간단하게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당연하다는 듯 주세미처럼 시황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시황 오빠에게 감사드립니다. 항상 저의 곁에서 힘들 때 위로해주고 응원도 해주는 우리 오빠, 이번에 큰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절대 오빠가 그럴 리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었습니다. 이 기회에 꼭 말하고 싶습니다.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영원히 함께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에는 시황에게 고백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해서 주변 배우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조차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용기에 다들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TV를 보는 찬미와 은지 등도 은비가 시황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설마 저렇게까지 대놓고 좋아한다고 표현할지 몰라 가볍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시황부터 살폈다.

발기한 성기를 애무 받는 시황은 어쩐지 흐뭇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은지와 지숙은 가볍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시황과 섹스는커녕 만나지도 못한 팬들로 난리가 났다.

[은비 미쳤네 ㅡㅡ 지가 먼데 우리 오빠한테 고백하는 건데?]

[진짜 개미쳤음. 시상식 자리에서 저런 말 왜 하는 건데? 다른 배우들이 자기 고백 들으러 온 줄 아나? 우리 오빠 진짜 방송 보고 어이 상실했을 듯.]

[우리 오빠 저런 여자한테 1도 관심 없을 건데. 콘돔까지 사서 유혹하려고 해놓고 거절당하니까 공개 고백하네. 진짜 극혐이다. 자존심도 없나봐?]

용기내서 고백한 게 멋있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시황을 좋아하는 여자팬들은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은비를 욕했다. 이 모습은 마치 아이돌 팬들이 열애설이 난 여자 연예인을 욕하는 것과 비슷한 광경이었다.

얼마나 사람들이 이 발언이 관심을 가졌는지 은비 공개 고백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꽤나 큰 논란거리였지만 연기대상은 무난하게 진행되어 우수상 발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최우수 연기 상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후보에는 원래 윤미소도 있어야 했겠지만 나열되는 이름 중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황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한 게 들켜서 아예 후보자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윤미소는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언급 한번 하지 않았다.

마치 존재가 사라지기라도 한 듯 윤미소는 언급도 하지 않은 발표자가 대망의 최우수 연기 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자, 그러면 대망의 최우수 연기 상입니다. 최우수 연기 상을 수상할 분은... 강가을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꺄악!”

최우수 연기 상이 발표되자 관객석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가을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일본에서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사실 이미 가을을 최우수 연기 상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서 오히려 다른 사람이 받으면 논란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감격한 표정을 한껏 지은 가을이 가볍게 눈시울을 붉히며 무대에 섰다. 은비의 고귀함과 다르게 청초하고 순수, 순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좌중을 압도했다.

무대에 선 가을은 감격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더니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이런 큰 상을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상은 강시황 케즈론 대표님께 돌리고 싶습니다.”

겨우 진정한 가을이 또다시 시황의 이름을 꺼내며 수상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아이돌을 포기할까 고민했을 때 저에게 힘을 내보라며 손을 내밀어 준 게 강시황 대표님이었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절대 서지 못했을 겁니다. 앞에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대표님께서 최근 어렵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을은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바빠 겨우 전화로밖에 위로를 해줄 수 없었을 때, 너무 슬퍼 하루 종일 울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누명을 벋고 올곧은 마음씨를 보여준 강시황 대표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사랑합니다. 평생 대표님의 등을 보며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엔 가을도 시황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는 걸로 수상소감을 끝냈다.

처음 시황이 손을 내밀어 준 덕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할 때만 해도 평범한 수상이었는데 마지막에 이미 은비가 고백한데다 또 가을이 시황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자 시상식장에 큰 정적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몇몇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금세 뜨거운 박수소리가 이어졌지만, 은비하고 가을, 둘 다 시황을 좋아하는 거냐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수상소감이 아니라 우수상을 받은 은비와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가을이 시황에게 사랑 고백이나 다름없는 말을 한 덕에 인터넷에서, 그리고 시황의 집에서 알 수 없는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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