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35화 (43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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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케즈론 탈모 치료 샴푸는 계속해서 인터넷 화젯거리가 되었다. 탈모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제품인 만큼 그 관심도가 실로 대단했다.

초창기에 올라온 사용기는 수가 적은데다 워낙 케즈론에 비판적 여론이 강해서 알바가 올린 글로 몰리기도 했지만 점점 증가하는 사용기와 확연히 머리가 자라는 모습에 어느새 케즈론 탈모 치료 샴푸를 사면 정말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만약 무명의 회사에서 이런 탈모 치료 샴푸를 만들었더라도 인터넷 여론에 의해 순식간에 제품이 동나고 사려는 사람으로 줄을 섰을 것이다. 그런데 탈모 치료 샴푸를 만든 게 무명의 회사가 아닌, 이미지가 좋든 나쁘든 초고가 브랜드로 유명한 케즈론이었다.

처음엔 케즈론이라 비난을 했지만 이쯤 되니 초고가 브랜드인 케즈론이니까 믿을만하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탈모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다 필요 없고 케즈론 샴푸만 사세요. 진짜 다른 거 다 필요 없습니다. 괜히 케즈론이 초고가 브랜드인데 잘 팔릴까요? 다 그만큼 품질과 성능이 그 가격에 합당하니까, 아니 그 이상이니까 인기가 있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탈모 치료하고 싶으면 병원이나 약 먹지 말고 케즈론 샴푸 사세요. 성욕 감퇴하는 부작용을 가진 약 같은 거 안 먹어도 됩니다. 진짜 신이 만든 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효과가 좋네요. 다시 생기는 머리카락을 보니까 케즈론 대표한테 너무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저 탈모인거 같은데 병원 가봐야 하나요? 아버지도 탈모라 유전인 거 같거든요 ㅠㅠ]

->[님 탈모면 병원 가지 말고 케즈론 샴푸 사세요. 그거면 님 아버지도 같이 머리 자랄 거예요. 치료도 못하는 병원 가서 돈 날리지 말고 케즈론 샴푸 사세요.]

[우리나라에 이런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요.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케즈론 샴푸를 써보고 이래서 여자들이 케즈론, 케즈론 하는 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확실히 초고가 명품답게 기본적인 샴푸 느낌도 다릅니다. 향기도 자극적이지 않고 너무 향기롭고요. 케즈론 대표 정말 존경심까지 드네요.]

칭찬을 넘어 종교적 찬양으로까지 느껴지는 케즈론 탈모 치료 샴푸 사용기가 무수하게 올라왔다. 너도 나도 좋다고 칭찬을 하니 평소 탈모로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중에는 평소 케즈론 관련 글에 온갖 욕을 다하던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터넷 여론이 순식간에 변했다. 사기라고 빗발치던 비난이 어느 순간 탈모라면 꼭 사서 써야할 제품으로 변해있었다.

써본 사람들은 그 효과에 케즈론을 찬양했고 쓰지 못한 사람은 그 효과를 상상하며 꼭 사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케즈론 샴푸가 탈모를 완벽 치료해주는 신의 제품이고 이정도면 200만 원도 아깝지 않다고 하니, 그거에 또 혹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했다.

여론이 이렇게 변하자 사람들은 단번에 케즈론 매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지 벌써 백화점 1층 명품관에는 탈모 증세가 있거나 이미 머리가 벗겨진 남자들로 북적북적했다.

처음 샴푸를 출시했을 때도 줄을 서기는 했지만 명품으로 즐비한 백화점 1층이 다 찰 정도로 남자가 많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명품 매장에서 가방을 보던 아줌마 둘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모여든 남자들을 쳐다봤다.

“저 사람들 다 뭐래?”

“이번에 케즈론에서 새로 나온 탈모 치료 샴푸 사러 왔나봐. 그거 나는 나오자마자 우리 남편한테 바로 사줬잖니. 처음에 남편이 뭐 이런 쓸데없는 거 사왔냐고 하길래 케즈론 거라고 억지로 쓰게 했더니 정말 머리가 쑥쑥 자라는 거야. 우리 남편 매일 아침마다 거울 보면서 좋아 죽는 거 있지? 케즈론 샴푸 사줘서 고맙다고 요즘 나한테 어찌나 잘 하는지 몰라. 케즈론 덕분에 내가 요즘 목에 힘 좀 준다니까.”

중년 여성 특유의 자랑이 첨가된 말이 속사포처럼 끝없이 나왔다.

이미 케즈론을 써본 사람들은 제품이 가진 능력에 의심자체를 하지 않았다. 케즈론에서 효과가 있다 눈에 드러날 만큼 확실한 효능을 보여줬으니까. 돈이 없어 못사는 거지 돈만 있으면 제일 갖고 싶은 게 케즈론 제품일 정도로 여자들에게 있어 그 위세가 대단했다.

“어머, 그래? 처음 들었네. 나중에 우리 남편한테도 사줘야겠다.”

이렇게 여자들에게도 케즈론 샴푸로 화제가 되는 동안 그들은 다른 매장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케즈론 화장품 매장으로 진격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모여든 사람들에게 다 팔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샴푸를 매장에 준비해 놨을 리가 없었다.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순식간에 준비해둔 샴푸가 바닥났다.

상당히 난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걸 예견이라도 했는지 이미 대안이 마련되어 있었다.

직원들은 미리 교육 받은 대로 예약 안내를 했다. 먼저 결제를 하고 주소를 적으면 순서대로 택배로 발송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지금 구매는 못했지만 예약만 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먼저 받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제를 하고 예약을 했다.

이런 현상이 하루 만에 끝난 건 아니었다. 주말이 되자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와서 샴푸를 예약했다. 이전보다 더 줄이 길어져 백화점 밖에까지 따로 줄을 서기도 했다.

계속해서 이렇게 불편하게 줄을 설 수는 없는 일인지라 시황은 홈페이지에서도 샴푸를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얼마나 수요가 대단한지 제품 생산 속도가 따라 가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샴푸를 구입한 사람들을 인터넷에선 승리자라 부르기도 했다.

200만 원짜리 명품 샴푸 구매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비싼 상품을 떨이해서 팔 때 한 번씩 구매 대란이 일어나곤 하지만 이렇게 200만 원짜리 명품 샴푸를 사겠다고 줄 지어 선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다 보니 9시 뉴스에서 케즈론 샴푸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을 보도 했다. 기자가 직접 줄을 서 있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묻고 인터뷰를 하던 중, 남자는 탈모가 진행 중인 기자의 머리를 보더니 이런 거 하지 말고 빨리 줄부터 서서 케즈론 샴푸를 구입하라고 충고를 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샴푸 구매 대란이라고도 하는 현상이 일어나자 전문가, 특히 탈모와 관계된 의사들은 모낭 세포를 재생시키는 건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케즈론 샴푸가 사기 제품일 수 있으며, 오히려 탈모의 진행이 빨라질 수 있으니 속지 말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의사들의 뉘앙스 자체가 케즈론 샴푸는 사기 제품이며 무지한 사람들이 속고 있다는 식이다 보니 이미 케즈론 신도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상당히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케즈론 샴푸를 써서 모낭세포가 재생되고 머리카락이 솟아나는 기적을 경험했으니 의사들이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오히려 케즈론 샴푸를 향한 비난이 마치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낀 케즈론 신도들은 의사들을 처단하기 위해 소속 병원의 홈페이지 테러를 감행했다. 그 화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순식간에 병원 홈페이지가 작동을 멈추고 에러 화면만을 출력했다.

이렇게까지 사회적 이슈가 되자 다른 탈모 관련 회사나 관련 연구기관에서 직접 샴푸를 연구했다. 그러자 정말 모낭세포가 재생되고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이 아닌가? 시황이 말한 천연 식물이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면밀한 검사를 통해 케즈론 샴푸를 쓰면 모낭 세포가 재생된다는 확실한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모낭세포를 재생시켰다는 건 케즈론 옷을 입었더니 더 예뻐보이더라와 질적으로 다른 문제였다.

검사 결과가 가져다 준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에서까지 모낭세포를 재생시킨다는 케즈론 샴푸를 주목했다. 실제로 각종 세계 뉴스 매체에서 케즈론 샴푸에 대한 기사를 연일 내보냈다.

탈모를 낫게 한다는 게 그만큼 큰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탈모로 케즈론이 큰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엠마 테일러가 자신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가수인 레베카를 데리고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이름만 들으면 대부분이 알 정도로 유명한 세계적인 배우와 가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사람들은 무슨 일 때문인지 큰 흥미를 나타냈다. 연예뉴스에서도 이들의 방문을 크게 다루기도 했다.

[한국에 관광하러 온 게 아닐까요? 엠마 테일러가 저번에 방문해서 한국에 깊은 감명을 느꼈나 봐요 ㅋ]

[관광은 솔직히 말이 안 되죠. 한국 오는데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메리트가 전혀 없는데요. 한국에 볼 게 많은 것도 아니고요. 기업 이벤트 관련으로 온 게 맞지 않나 싶네요.]

사람들은 갖가지 추측을 했지만 모두 빗나갔다.

영화 홍보도 아니고, CF 촬영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방문한 이유는 단지 케즈론 매장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엠마 테일러와 레베카가 케즈론 매장을 방문했을 때는 이전처럼 중년의 남성들로 북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샴푸 구매는 케즈론 홈페이지에서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놨기 때문이었다.

한적한 매장을 둘러보며 엠마 테일러는 레베카에게 직접 옷을 추천해주기도 하며 쇼핑을 했다.

레베카가 한국이라는 머나먼 나라를 온 이유는 요즘 부쩍 엠마 테일러가 예뻐져서였다. 단순히 화장의 변화 같은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더 아름다워진 이유가 궁금해 물어봤고 케즈론이라는 알지 못하는 옷 덕분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안 그래도 다시 쇼핑을 하러 갈 거라고 한 엠마 테일러에게 이끌리듯 여기까지 와버렸다.

레베카는 신기한 눈으로 매장을 둘러봤다. 생각 외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옷이 가득했다. 가볍게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옷을 시착 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거울을 바라본 순간, 한층 더 아름다워진 자신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레베카는 여타 옷들과 다르게 한 눈에 봐도 그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엠마 테일러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레베카는 단번에 깨달았다.

그녀들은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와 가수인 만큼 가격표는 보지도 않고 예뻐 보인다 싶으면 옷을 집어 들었다.

그녀들은 특히 겨대 용암 누에의 실로 만든 옷에 큰 흥미를 보였다.

저번에 더 옷을 사지 못해 아쉬워했던 엠마 테일러는 매장을 털어버릴 듯 옷을 쓸어 담았다. 옷값이 아무리 비싸다 해봐야 일 년에 수백억 씩 버는 그녀들에겐 그저 푼돈일 뿐이었다.

쇼핑을 마친 그녀들은 간단한 언론 인터뷰를 한 뒤에 한국에서 하루를 묵고 그대로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정말 케즈론에 딱 쇼핑만 하고 떠난 것이다.

그녀들은 인터뷰 내내 케즈론 브랜드를 칭찬하고 다음에 또 쇼핑하러 올 거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와 가수가 한국 브랜드를 칭찬하고 단지 그 브랜드를 쇼핑하기 위해 저 먼 미국에서 온 일은 이제껏 없다 보니 사람들은 충격적일 정도로 놀라워하며 동시에 자부심도 느꼈다.

인터넷 뉴스는 연신 그녀들이 산 케즈론의 옷들과 화장품, 가격 등을 기사로 내보냈다. 요즘 가장 흥미로운 기사가 케즈론과 관련 된 것이다 보니 뉴스로 올리는 족족 클릭율이 어마어마했다.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큰 자부심을 느꼈다. 케즈론과 아무 상관도 없었지만 마치 축구 선수나 야구 선수가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때 느끼는 자긍심과 같은 감정이었다.

[ㅋㅋ 대박이네요. 엠마랑 레베카가 옷을 사러 한국까지 오다니... 진짜 케즈론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안 그래도 요즘 케즈론에서 나온 샴푸도 세계적 관심이 뜨겁더군요. 케즈론 대표 참 대단해요. 만드는 것마다 대단하지 않은 게 없어요. 이러다 정말 한국 패션 브랜드가 세계에서 먹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네요.]

[케즈론은 직원 대우도 엄청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한테 들었는데 연봉은 다른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데, 기본 정시 퇴근이고 진짜 바쁠 때 아니면 야근 하지도 않는 답니다. 케즈론 대표가 그런 거 엄청 싫어한다네요.]

케즈론이라는 브랜드의 진가가 점점 드러나자 동시에 시황의 평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작 시황이 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시황이 했다는 듯 과장되게 말하며 칭찬을 했다. 평소 여자들하고 섹스를 하는 게 주된 일이고 대부분의 일은 진아가 했지만 사람들이 그런 사정까지 알 리는 없었다.

탈모 치료 샴푸와 미국의 유명 배우와 가수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사가는 옷까지. 점점 사람들은 케즈론이라는 브랜드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괜히 은비나 가을 같은 유명 연예인들이 좋다고 달려드는 게 아니었네요. 저런 능력이 있으니... 솔직히 은비가 훨씬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런 거 같지도 않네요 ㄷㄷ]

케즈론이 이렇게 유명해지니 당연하게도 대표인 시황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언론은 연신 시황에 대한 기사를 써서 내보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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