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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탈모 치료 샴푸로 머리를 감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생겨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으면 왜 아무도 탈모를 치료하지 못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케즈론 샴푸를 써서 탈모가 해결된 게 아니라 영상을 조작해서 해결된 것처럼 보이게 한 게 아닐까 하고 사람들은 추측했다.
[영상 조작한 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머리 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보니까 어차피 개그용으로 만든 거라 이번 편은 낚시고 다음 편에 반전 같은 거 있을 거 있을 거 같지 않나요? ㅋㅋ]
[이건 정말 말이 안 되죠. 괜히 모낭세포를 복제하는 실험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정지된 모낭세포를 재생시키는 건 불가능하니까 영구영역이라 불리는 뒷머리의 모낭에서 모유두 세포를 분리해서 배양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도 아직 초기 단계인데 200만 원짜리 샴푸를 꾸준히 썼더니 머리가 자란다? 무슨 저 샴푸에 모낭세포를 재생시켜주는 신의 물질이라도 포함돼 있답니까? 어느 정도 해야 사람들이 재미로 보지, 이쯤 되면 탈모인들 우롱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말이 안 돼서 왠지 조작일 거 같다고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왜 저 영상이 말이 안 되는지를 반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세대의 기술력으로는 단순히 샴푸를 쓰기만 해서 모낭세포가 재생되고 머리카락이 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건 전부 사기라고 보면 된다는 전문적인 글이 수많은 추천을 받았다.
여론이 이렇게 되다 보니 마치 개그로, 장난으로 영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전국의 수많은 탈모인들이 케즈론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서 거센 항의를 했다.
심지어 이것과 관련해 인터넷 뉴스도 올라왔다.
[케즈론 샴푸만 써도 탈모가 치료된다? 네티즌들 사기라며 분노]
[탈모 치료 샴푸 사기 논란으로 케즈론 사이트 한 때 마비]
옛날과 다르게 케즈론이라는 브랜드가 유명해지다 보니 생각 외로 파급력이 엄청났다.
설마 이렇게 일이 커질 거라 생각하지 못한 민경수는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직접 케즈론 샴푸와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자신의 머리를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민경수입니다. 저 때문에 요즘 케즈론 샴푸가 사기 아니냐는 논란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 저도 반신반의, 아니 영상에서 보듯 전혀 믿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막상 써보니 한 달 뒤쯤 머리카락이 생겨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제 신념과 개그맨 인생을 걸고 결코 거짓말을 하거나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걸 말씀 드리며 지속적으로 저의 머리 상황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민경수가 진실된 그대로를 말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어차피 케즈론에서 돈을 받은 민경수와 짜고 조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시간이 지나면 은비나 가을의 논란처럼 잠잠해지는 게 보통이지만 역린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리다 보니 더욱 논란이 거세졌다.
케즈론의 이미지가 땅을 파고들어 내핵까지 추락하고 있었다.
보통 이쯤 논란이 되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부랴부랴 영상을 내리든가, 사과를 하든가 하겠지만 시황은 아무 말 않고 논란이 더욱 증폭되기를 기다렸다.
그저 홍보용으로 참신하게 만든 인터넷 영상이 대어를 낚아 올렸다고 해도 될만한 상황이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노이즈 마케팅 비슷하게 되어 케즈론에서 탈모 치료용 샴푸가 나왔다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점점 논란이 커지니 드디어 9시 뉴스에도 입성했다.
뉴스는 민경수가 케즈론을 비난하는 영상으로 시작해 얼마 뒤 정말 머리가 자랐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이어서 나왔다. 영상 후에 모발이식 전문의가 나와 단순한 샴푸로는 탈모를 치료할 수 없으며, 병원에 방문해 전문의의 상담 후 정확한 진료를 받아 봐야 한다는 얘기를 했고 아나운서가 케즈론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말로 뉴스를 마무리 했다.
이쯤되니 단순히 인터넷에서만 생긴 논란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만약 샴푸를 쓰는 것만으로 정말 탈모가 해결 된다면 21세기 최고의 발명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논란이 커질 만큼 커졌다고 생각한 시황은 이쯤해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호텔에 마련된 크고 화려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렸다. 인기 아이돌만큼이나 강렬한 카메라 세례였다.
시황은 마련된 강단에 서서 한층 논란이 되고 있는 탈모 치료용 샴푸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만든 영상을 보고 기분이 나쁘신 분들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그 영상에 어떠한 조작을 하지 않았으며 모두 진실임을 밝혀드립니다.”
당연히 사과를 할 거라 생각한 시황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하자 기자회견장이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이번 케즈론에서 출시할 탈모 치료용 샴푸는 꾸준히 씻기만 해도 모낭세포를 재생시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탈모로 고생하시는 분들이면 민경수 씨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절대 과장이나 조작, 허위로 만든 영상이 아니며 고통 받는 모든 탈모인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시황의 말이 끝나자 기자석에서 질문이 날아왔다.
“모낭세포를 재생시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정말입니까? 만약 사실이라면 이제껏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발명 아닌가요? 어떻게 그걸 만들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천연 식물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모낭세포를 재생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자세한 것은 기업 비밀상 말씀드리지 못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실제 파루오 액은 각종 식물을 조합해 만든 액체였다. 다만 그 식물이 지구에서는 나지 않는 매우 특별한 것들이라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게 문제였지만.
“만약 샴푸를 썼는데도 머리카락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보상 제도를 운영하실 계획 있으십니까?”
“간혹 효과가 없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저희 측 자료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한 달 이후로 모낭세포가 재생되고 머리카락이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제품에 큰 신뢰를 가지고 있는바 특별한 보상 제도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차피 써보기만 하면 기적을 경험할 텐데 보상제도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케즈론은 항상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분명 탈모 치료 샴푸도 가격 이상의 만족을 드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시황은 자연스럽게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전혀 흐트러짐 없는 당당한 모습이었다. 제품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유명 연예인들과의 열애설로 뜨거운데 실제 누구와 사귀고 있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와중에 샴푸 얘기가 아닌 열애설 질문을 꺼내는 기자도 있었다. 이것도 현재 세간을 달구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창 민경수가 샴푸 영상을 찍고 있을 때, 은비는 전문 레이드 탱커마냥 SNS로 어그로를 계속해서 끌었다. 이전처럼 시황과 같이 있는 사진을 올리거나 한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남자가 있을 거 같다는 냄새를 풍기는 그런 사진들을 계속해서 올렸다.
그런데 은비만 이러는 게 아니었다. 케즈론의 모델로 알려진 유미도 시황과의 사진을 꾸준하게 페이스뷰에 올렸다. 거기다 내용도 평생을 사랑할 거라든가, 운명의 상대, 인생의 목표는 오빠와 결혼 같이 대놓고 시황을 좋아한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여기에 가을과의 열애설도 있었던 만큼 도대체 시황은 누구와 사귀는지, 아니면 삼각관계를 넘어선 사각, 아니 그 이상의 관계일지 사람들의 흥미가 대단했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군요.”
“그 분들 중에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
여기선 뭐라고 말을 해봐야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황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마무리 되고 곧바로 영상과 뉴스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당연히 과장 광고로 사과할 거라 생각했던 케즈론 대표인 시황이 오히려 당당하게 민경수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대표가 나서서 직접 한 말인 만큼 몇몇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여전히 여론이 좋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진심 저 샴푸 써서 머리 자라면 제 전 재산 다 기부하겠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죠. 저걸 또 당당하게 얘기했다고 믿는 사람들 보면 참 멍청하다 싶습니다. 사기꾼 놈들이 원래 더 당당하게 설치는 법인 것도 모르고 말이죠.]
자신의 전 재산까지 거는 사람도 나왔다. 정말 전 재산을 기부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이정도로 사람들은 시황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이렇게 논란이 한창 끓어오를 때 시황은 샴푸를 출시했다. 정확히 200만 원의 가격을 가졌고 첫 일주일간 구매자에게는 케즈론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 조각 교환권을 상품으로 주었다,
비난의 여론이 큰 만큼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모두 예상했지만 의외로 출시 당일 날 백화점 문이 열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은 쇼핑을 하려고 기다리는 여자가 대부분이지만 오늘은 척 봐도 탈모로 인해 고생 꽤나 겪은 듯한 남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백화점이 열리자 남자들은 곧장 케즈론 매장으로 달려가다 시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머리가 있는 사람들이야 저런 사기 제품을 속아서 사냐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그 절박함이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이었다.
온갖 수를 써도 해결하지 못한 탈모이지만 케즈론이라는 브랜드와 기자회견에서 모낭세포를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호언장담한 시황을 믿고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격도 다른 제품처럼 천만 원이니 억이니 하는 게 아니라 200만 원이라는 그나마 현실적인 가격이라 점도 크게 작용했다.
“오늘 나온 샴푸 어디 있어요?”
바로 달려온 30대 후반의 남자가 직원에게 바로 물었다.
여직원은 전혀 당황치 않고 고급스러운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처음 머리카락이 자라기 전까지는 매일 샴푸를 이용해 머리를 감아주시고요. 머리가 난 이후로는 3일에 한 번 감으시면 됩니다. 샴푸를 지속적으로 쓰지 않으면 다시 재생된 모낭세포가 활동을 정지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샴푸를 사용하셔야 됩니다.”
계속 샴푸를 쓰지 않으면 모낭세포의 활동이 정지할 수 있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주었다. 샴푸의 병에도 주의사항으로 써놔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했다.
샴푸는 의외로 인기가 좋아 준비된 물량이 전부 동이 났다. 비난 여론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노이즈 마케팅이 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막상 사람들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샴푸를 사기는 했지만 반신반의 하는 심정이었다.
사람들이 샴푸를 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느 순간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했다는 흔적이 점점 드러났다. 그 시기는 사람에 따라 이르면 3주, 늦으면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샴푸를 산 사람들은 시황이 말한 대로 정말 모낭세포가 재생되고 머리카락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기쁨을 참지 못하고 케즈론 사이트에 바로 글을 올렸다.
[대표님 말 믿고 속는 셈 치고 샴푸를 구입했습니다. 이제껏 수많은 탈모 관련 제품을 써도 효과가 없었는데, 케즈론 샴푸는 사용한지 한 달쯤 되니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머리를 확인하고 스스로 믿지를 못해 정말 하루 종일 거울만 들여다봤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인생에 있어 가장 기쁜 날입니다.]
어느 순간 케즈론 카페와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케즈론 샴푸를 썼더니 정말 머리가 자랐더라 라는 글이 올라왔다. 딱 매장이 오픈하고 한 달 정도가 지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번에 이런 글들이 올라오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썩 좋지는 못했다.
[케즈론에서 알바 풀었나 보네요. 갑자기 머리카락이 났다는 글 엄청 올라오네요. 효과도 없는 게 뻔한 사기 샴푸 이렇게 홍보한다고 구입 안 합니다.]
샴푸를 써본 사람들이 케즈론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효과가 너무 좋고 유일한 탈모 치료가 가능한 샴푸라는 식으로 과하게 칭찬을 하니 그게 마치 광고처럼 느껴지는 듯 했다.
[제가 케즈론 알바라고요? 무슨 개소리를 하시는지? 실제로 효과를 보고 효과 봤다고 말도 못 합니까?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샴푸 안 나왔으면 어떻게 할 뻔 했습니까? 진짜 케즈론 대표가 여론에 꺾이지 않고 샴푸 출시해준 게 너무 고맙네요.]
샴푸를 써서 효과를 본 사람들과 알바, 광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증가하고 직접 블로그나 유튜브에 샴푸를 쓴 날부터 머리카락이 날 때까지 매일 업로드를 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 보니 점점 여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창 케즈론 샴푸 얘기만 꺼내면 알바라고 욕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멸종이라도 했는지 완벽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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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