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33화 (43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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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그 비장의 무기는 당연하게도 탈모 치료 샴푸.

이미 시중에도 수없이 많은 탈모 치료용 샴푸가 있지만 그건 두피의 기능을 강화하여 탈모를 예방한다는 식이었지 근본적인 탈모 치료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황이 만든 탈모 치료 샴푸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모낭세포를 재생시켜 다시금 머리를 나게 하는 궁극의 탈모 치료제인 것이다.

이 대단한 샴푸에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탈모의 원인이라고 지적받는 남성 호르몬 DHT의 접근을 완벽 차단하는 게 아니다 보니 샴푸를 쓰다가 멈추면 다시 머리가 빠지게 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큰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지만 판매를 하는 시황의 입장에선 오히려 장점이라 할 수 있었다.

쓰기만 해도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샴푸이지만 가격은 400밀리리터에 2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천 만 원에도 팔 수 있는 대단한 제품이지만 탈모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케즈론이라는 브랜드의 가치, 그리고 일반 직장인이 지속적으로 구입 가능한 선을 고려했다.

상품은 이미 생산 준비에 들어갔다. 제품이 들어오는 즉시 판매만 하면 되지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 남아 있었다.

바로 홍보였다.

케즈론 브랜드의 이미지는 남자들에게 있어 바닥에 기어가는 바퀴벌레와 비슷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케즈론이라고 검색하면 불만을 가진 각종 글들이 넘쳐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자 친구가 생일에 케즈론에서 파는 케이크로 사달라고 하네요. 가격 보니까 20만 원이 넘던데 무슨 케이크가 이렇게 비싼 가요? 이거 맛이 있기는 하나요?]

->[맛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케이크를 그 돈 주고 사먹기에는 많이 아깝죠. 저라면 평범한 케이크 사고 남은 돈으로 스테이크를 사먹겠습니다. 여자 친구 잘 설득해 보세요.]

[와이프가 저 몰래 케즈론에서 화장품 세트 할부로 질렀습니다. ㅠㅠ 제일 싼 거라는데 이것도 가격이 천만 원이나 하네요. 이미 좀 써서 환불도 안 될 텐데 정말 열불이 납니다.]

이런 식으로 남자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불만 글들이 넘쳐났다. 대부분이 여자 친구나 부인이 값비싼 케즈론 제품을 사달라고 해서 크게 싸운 글들이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무너트리고 탈모 제품을 어떻게 사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탈모 치료용 샴푸는 꾸준히 써야만 효과가 나타났기에 지속적으로 사용할 인내심도 필요했다.

그래서 시황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한창 탈모로 인기를 끄는 남자 개그맨 민경수를 섭외해 머리가 다시 자라나는 걸 영상으로 편집해 일주일에 한번씩 인터넷에 올려 꾸준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범하게 영상을 만들어서는 부정적 인식이 박힌 케즈론 제품을 남자들이 살 리가 만무했다.

시황은 몇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진아에게 말했고 곧바로 섭외와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케즈론 샴푸 모델로 섭외한 민경수에게 요구한 부분은 많지 않았다.

연출이라 생각하지 말고 현실성을 보여줄 것. 케즈론과 가격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꼭 말할 것. 머리가 다시 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불신을 보여줄 것 등 케즈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블로그 글도 그렇지만 신랄하게 비판을 하면 홍보임에도 어쩐지 설득력을 가진다. 돈은 받았지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시황은 그런 심리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민경수와 만나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욕을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어차피 초반에 욕을 해도 나중에 머리카락만 생기면 모든 게 다 해결 되니까.

민경수는 시황의 이상한 요구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대표가 하는 말이니 찝찝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한번 찍고 보여주는 CF가 아니라 변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인터넷 영상물이었다.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민경수가 사는 집에서 직접 촬영을 했고 일부러 평범하게 지내는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감독의 큐사인이 떨어지고 촬영이 시작 되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개그맨 민경수입니다.”

처음에는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큰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미 뉴스에 나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바로 케즈론에 캐스팅 됐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는 그 케즈론에 말이죠. 케즈론 모델이 참 예쁘기로 유명한데... 만나볼 기회가 없네요. 참 아쉬워요.”

민경수는 정말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흠흠, 어쨌든 케즈론 그거 돈 많은 여자들이 사는 건데 왜 대머리 아저씨인 절 캐스팅 했냐고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탈모 제품이 나왔다고 그걸 쓰는 모습을 광고로 찍겠다네요. 아니, 말이죠. 솔직히 케즈론 그거 가격만 비싼 거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비난을 꼭 해달라고 한만큼 민경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케즈론을 욕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욕을 하고 나서야 민경수는 테이블에 있는 박스를 가리키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자, 앞에 상자 보이시죠? 이 앞에 있는 상자가 바로 제가 쓸 탈모 치료용 샴푸라는데 미친 가격답게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근데 비싼 돈 주고 사는 건데 싸구려 용기인 게 더 말이 안 되죠. 고급스러운 게 사실 당연한 겁니다.”

박스에 대한 설명을 끝내고 이어서 탈모 얘기로 넘어갔다.

“케즈론에서 나온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다른 탈모 치료 샴푸하고 다르게 이거 쓰면 진짜 머리가 난다네요? 왠지 허위 과장 광고 했다가 이미지 말아먹고 불매운동 당할 거 같은 느낌, 저만 드는 건 아니죠? 괜히 저까지 욕먹을까봐 상당히 무섭습니다.”

민경수는 진심으로 자기까지 욕을 먹을까 걱정을 하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더 열심히 케즈론을 비판했다.

“그러면 상자부터 열어보겠습니다.”

민경수가 포장된 박스를 열었다 고급스러운 상자에서 400밀리리터의 유리로 된 샴푸가 드러났다. 마치 보석처럼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유리병이었다.

“쨘, 아름답지 않습니까? 제가 물어보니까 이거 가격이 200만 원이랍니다. 케즈론이라 그런지 탈모 샴푸도 더럽게 비싸네요. 진짜, 제 돈이면 이런 거 절대 안 샀을 겁니다. 공짜로 주고 찍으라니까 써보는 거지 호구도 아니고 누가 별 효과도 없는 걸 이렇게 비싼 돈 주고 산답니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민경수는 케즈론에 대해 거침없이 욕을 했다. 시황이 부탁했다고는 하나 케즈론에 당한 게 있나 싶을 정도로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심을 토해내고 있었다.

“일단 욕실에 가서 이 샴푸로 머리를 감아보겠습니다. 비싼 거니 적어도 머리가 더 빠지지는 않겠죠? 자, 따라오세요.”

민경수는 욕실에 가서 웃통을 벗고 케즈론 샴푸로 머리를 감았다.

파루오 액이 첨가되어 있지만 그 양을 조절했기 때문에 바르자마자 효과가 나지는 않는다.

평소 하듯 조심스럽게 머리에 샴푸 거품을 문지르며 민경수는 그 느낌을 평가했다.

“냄새는 자극적이지 않고 향긋합니다. 향기는 확실히 좋아요. 그런데 느낌은 뭐 그냥 평범한 샴푸입니다. 덜 자극적인 거 같기도 한데... 이게 200만 원이라 하면 사기 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원하는 만큼 샴푸로 머리를 감은 민경수는 물로 머리를 헹궜다. 그리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다시 말을 시작했다.

“지금 한 번으로 대충 2밀리리터 썼다고 치면 만 원 쓴 건가요? 그래도 미용실에서 커트하고 샴푸 받는 거 보단 싸네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민경수는 머리를 닦은 수건을 대충 욕실 수건걸이에 걸고 다시 거실로 나와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여있는 거울로 머리를 살폈다. 당연하게도 머리가 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씻기 전이랑 완전히 똑같네요. 이거 제가 촬영하면 바로 편집해서 올린다는데 계속 머리가 안 나면 어떻게 될지 제가 다 걱정됩니다. 말 나온 김에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감독님, 이거 계속 머리 안 나면 어떻게 됩니까? 그래도 출연료는 주는 거죠?”

민경수가 갑자기 화면 밖으로 질문을 하자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준답니다. 어쨌든 받은 돈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 찍을 때는 머리가 났길 기도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시청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촬영이 완료되었다.

민경수 수고했다고 제작진들에게 인사를 한 뒤에 촬영장에 나온 케즈론 관계자에게 직접 몇 가지를 물었다.

“근데 이렇게 욕해도 돼요? 욕해도 된다고 해서 했는데 진짜 이걸로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대표님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괜찮냐 물으시는 거 치고는 욕에 진심이 보이던데요?”

“아, 제 여동생이 케즈론 화장품 사달라고 해서 엄청 싸웠거든요. 그때 감정이 좀 남았나 봅니다.”

민경수의 말에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케즈론의 피해자는 바로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민경수와 관계자가 나눈 이 몇 마디의 말도 포함되어 얼마 뒤 인터넷에 영상이 올라갔다. 2~3분 정도 되는 시간으로 편집된 이 영상은 유튜브와 케즈론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다.

특별한 홍보 없이 영상만 올렸지만 케즈론에서 나온 신제품 광고 영상이다 보니 궁금증에 시청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 직설적인 영상인지라 금세 유머게시판으로 퍼져나갔다.

[케즈론에 대해 옳은 말만 하는 민경수]

남자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말을 하다 보니 호응이 대단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거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가 아니라 이미지가 더 깎이는 광고였기 때문에 게시판에 올라와도 홍보라는 불만도 별로 없었다.

[ㅋㅋ 민경수 정신줄 놨네요. 마지막에 여동생이 케즈론 화장품 사달라고 해서 싸웠다는 부분 압권이네요]

[저걸 올리게 한 케즈론 대표도 대단하네요. 근데 진짜 비싼 돈 주고 저 탈모 제품 샀다가 효과 없으면 불만 어마어마할 거 같은데 무슨 용기로 저런 제품 출시한 거죠? 모발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도 아니고 저거 쓰기만 해도 머리가 난다니... 왠지 사기꾼한테나 들을법한 문구인데 말이죠.]

[홍보 영상 잘 뽑아서 저 제품 의외로 사보는 사람 좀 있을 지도요? 근데 왠지 민경수 말대로 될 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세계 유명 학자들도 못한 탈모 치료 제품을 케즈론이 출시했다고요? 그냥 구라치고 돈이나 벌어먹겠다는 거죠.]

다들 홍보 영상은 재미있다고 칭찬을 해줬지만 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신을 드러냈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게 의외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민경수가 여전히 케즈론 욕을 하며 서너 번의 촬영을 더한 뒤였다.

제작진들이 자신의 집에 촬영을 하기 위해 방문하자 민경수는 상당히 흥분을 해서 머리를 먼저 보여주었다.

“이거 보세요. 진짜 머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30대 후반의 나이를 가진 민경수는 이미 머리의 앞부분에 머리카락이 대부분 빠져 광채가 날 정도로 매끈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메마른 대지에 새싹이 돋아나듯 거뭇거뭇하게 머리카락이 올라오는 게 선명하게 눈에 보였다.

마치 기적과도 다름없는 이 모습에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감탄을 터트렸다. 설마 정말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영상을 만들면서도 믿지 않았으니까.

촬영이 진행될 때까지도 민경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0대부터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그에게 큰 충격과 좌절을 안겨주었었다. 어떻게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우후죽순으로 머리카락이 빠졌을 때 느꼈던 절망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한창 감상에 젖어 있을 때, 촬영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제가 케즈론 샴푸를 쓴지 한 달쯤 됐을까요? 촬영하는 동안 이런 샴푸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엄청 욕을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은 진심으로 사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케즈론 대표님 죄송합니다.”

민경수는 고개를 숙이며 갑자기 시황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카메라 가까이 직접 머리를 갖다 댔다.

“보이십니까? 진짜 납니다. 진짜 머리카락이 나요. 당연히 이런 건 안 나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진짜 납니다. 제가 그 동안 이 탈모를 치료해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다시 카메라 앞에 앉은 민경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랬는데... 케즈론 샴푸를 쓰니까 제가 평생을 바라던 머리카락이... 흑...”

붉어진 민경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거짓 하나 없는 진실된 눈물방울이 민경수의 볼을 타고 내렸다. 탈모로 인해 겪었던 고통의 세월들이 떠오름과 동시에 이제 다시 머리카락이 난다는 감격이 동반된 감격의 소용돌이가 거대하게 몰아쳤다.

민경수는 잠시 동안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처음 이런 영상 제의를 받았을 때 그냥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한 거지 정말 탈모가 해결 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적과도 같은 일을 케즈론이 이루어냈다. 전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기업이 이루지 못한 탈모문제를 케즈론이 해결했다.

왜 여자들이 너도나도 케즈론을 사려고 달려드는지 민경수는 단번에 깨달았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감격해서 저도 모르게... 하여튼 앞으로 전 평생 케즈론에서 샴푸를 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동생에게 화장품도 사주겠습니다. 동생아 네가 왜 화장품 사달라는지 이제 알겠다. 여러분 머리카락이 나길 원하면 케즈론에서 샴푸를 사세요. 이거 다 조작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직접 써보시면 제 마음 이해하실 겁니다.”

민경수는 마치 고해성사처럼 이제껏 욕했던 케즈론에 사죄를 했다. 가능만 하다면 케즈론 대표인 시황을 직접 만나서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렇게 감동의 촬영이 끝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갔다.

당연히 이번에도 케즈론을 극한까지 비판, 비난할 거라 기대하고 영상을 재생시킨 사람들은 믿지 못할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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