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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29화 (42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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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저 먼 태양에서 뿜어내는 빛이 1억5천만 킬로미터를 건너와 마치 유미를 비추는 듯 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걸어 다니는 캠퍼스에 유미가 나타나자 마치 만화의 주인공처럼 주변의 인물이 흐려지고 유미만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거대 용암 누에의 실로 만든 귀품있고 고급스러운 원피스를 이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캠퍼스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여기에 보정 마법의 도움까지 받자 이 세상에 존재하나 싶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게 되었다.

괜히 여자들이 케즈론에서 파는 옷을 입고 그 비싼 돈을 내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유미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캠퍼스를 걷던 학생 중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들조차 그 아름다움에 놀라 순간 말문을 잃어버렸다. 멀리서 봐도 그 아름다움이 느껴져 유미를 쳐다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와....”

“누구야? 연예인이야? 오늘 무슨 행사 있어?”

“뭐야? 사람이 저렇게 예쁜 게 말이 돼?”

“다리 대박이다. 다리가 어떻게 저리 예쁘고 길지? 인간이 아닌 거 같아.”

유미가 가진 아름다움에 다들 감탄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 누군가 유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누군지 알았다! 쟤 유미잖아. 케즈론 모델 하는 애. 예쁘다고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와... 인간 맞아?”

“걔가 쟤야? 실물이 그렇게 예쁘다더니 정말이네. 왜 케즈론 모델 하는지 알겠다. 미모 완전 미쳤네.”

마치 연예인을 보듯, 사람들이 유미를 보고 대놓고 외모 칭찬을 했다.

“그런데 옆에 남자 누구야? 남자 친구인가? 하, 진짜 부럽다.”

“아! 케즈론 대표다. 얼마 전에 가을하고 열애설 나고 오늘 아침에도 은비하고 모텔 갔다는 글 올라왔잖아. 근데 왜 지금 유미랑 저렇게 연인처럼 팔짱 끼고 다니지? 유미랑 사귀는 건가?”

시황의 정체를 알아차린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가을과 난 열애설은 기자의 오해라 하더라도 은비와 같이 콘돔을 사서 모텔에 간 건 분명히 확실했다. 글에 올라온 사진은 누가 봐도 은비와 시황이었으니까.

설마 시황이 양다리라도 걸치는 걸까?

그 양다리 대상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은비인 것과 그 못지않게 예쁜 케즈론의 모델인 유미인 것만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양다리라고 하더라도 오늘 열애설로 유미가 알았을 테니 저렇게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사람들에게 보라는 듯 다니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걸 보며 유미는 괜히 시황의 머리를 정리 한다든가 팔짱을 풀고 손을 깍지 끼고 걷는다든가, 누가 봐도 연인처럼 보이게 행동을 했다.

은비에게 쏠린 시선을 완벽하게 돌려서 아예 사람들에게 시황의 연인은 자신이라는 걸 인증 받을 작정이었다. 이렇게 되면 연예인 체면 상 더 이상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시황을 둔 여자들 사이의 쟁탈전이었다.

유미의 마음을 알았는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입에서는 연신 입으로 대박사건이라는 말이 끊이지가 않았다.

“사람들이 사진 찍는데 그냥 둬도 괜찮아?”

시황이 유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어머어머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사진이야 평소에도 많이 찍히니까 괜찮아요. 그보다 오빠, 우리 저기 가봐요.”

유미는 시황과 깎지를 껴고 활기차게 걸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캠퍼스 여기저기를 걸어 다녔다.

주변의 대학생들은 부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저런 아름다운 여자와 섹스를 해봤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이 들자 괜히 화가 났다. 못 오를 나무라는 걸 알아도 이상하게 속이 끓어올랐다.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빠르게 자신이 다니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나 방금 대박 사건 봤어. 우리 학교에 케즈론 대표하고 유미하고 와서 팔짱끼고 다니는데  완전 연인처럼 보여. 근데 이러면 은비하고 찍힌 사진 합성인가? -_- 믿었는데...]

어제 새벽에는 은비와 시황이 콘돔을 산 사진이 퍼지더니 이제는 유미와 시황이 연인처럼 캠퍼스를 걷는 사진이 퍼졌다.

시황과 유미가 그렇게까지 유명하고 인기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은비와 얽힌 열애설 때문에 이 사진도 대단한 파급 효과를 가지고 왔다.

[진짜 유미하고 시황이네. 그러면 새벽에 올라온 건 조작 사진이 맞는 듯.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은비가 모텔가에서 콘돔을 사간다는 게 말이 안 됨. 마스크를 쓰고 화질도 안 좋아서 은비랑 헷갈린 듯.]

그 사진은 은비가 맞았지만 사람들은 곳곳에서 올라오는 유미와 시황이 연인처럼 다니는 사진을 보고 단번에 조작 자료로 치부했다. 사람이 가진 상식적인 생각에 따르면 이게 훨씬 합리적이었으니까.

그러던 중 누군가 유미의 페이스뷰에서 시황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걸 발견했다. 둘이 친근하게 얼굴을 맞대고 찍은 셀카도 있었다. 이 사진 또한 금세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이걸로 확정이네요. 둘이 예전부터 사귀고 있어나 봅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유미도 정말 예쁘네요. 아직 별로 유명해서 그렇지 저 정도 미모면 가을이나 은비에게 전혀 안 꿀리겠는데요?]

[강시황 쩌네요. 며칠 동안 내로라하는 스타인 가을, 은비하고 열애설 나더니 케즈론 모델로 예전부터 예쁘기로 소문난 유미하고 사귀네요. 유미가 좀 덜 유명하긴 해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은비급 미모를 가졌다고 칭찬이 자자했거든요.]

[은비하고 사귀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자의 적인 건 마찬가지네요.]

이걸로 인터넷에서는 시황과 유미가 사귀는 걸로 대충 결론이 난 듯 했다. 가을이나 은비나 둘 다 사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았으니까.

실제로는 둘 다 시황과 질퍽하고 음란한 섹스를 즐긴 게 맞았지만 사람이란 결국 가진 정보와 상식적인 생각을 통해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됐든 그나마 덜 유명한 유미였기 때문에 부러워하기는 했지만 아침에 보였던 광기어린 적대감은 상당히 사그라져있었다.

캠퍼스에서 유미와 시황이 한참 연인처럼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 다되었다.

하지만 유미는 근처 벤치에 앉아 시황의 어깨에 기댄 채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 떨어지기 싫은 듯 보였다.

“시간 다 됐어.”

“우웅, 가기 싫다.”

“그러면 오늘 수업 빼먹고 나가서 놀까?”

“앗! 그래도 돼요? 언니한테 말 안 할 거죠?”

“당연하지. 가자.”

“아싸!”

유미를 데려다 주려고 온 건데 어쩌다 보니 다시 강의를 빼먹고 놀기로 해버렸다. 어차피 유미야 모델 활동으로 버는 돈이 대단히 많았기 때문에 수업 성적이 나쁘다 해서 걱정할 게 전혀 없었다.

다시 주차장으로 와서 유미를 태운 시황은 근처에 있는 창덕궁 주차장에 가서 차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했다.

마치 연예인처럼 화려한 옷과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은 덕분에 사람들이 시황과 유미의 사진을 찍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창덕궁을 둘러보고 다른데서 놀다가 저녁까지 먹고 나니 유미는 은근히 모텔 같은데 들렀다가 집에 가자고 시황에게 속삭였다.

다른 사람은 이제 가을과 은비가 시황과 친할지 몰라도 열애까지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유미는 이미 그 두 여자도 시황과 깊은 사이라는 걸 짐작했다.

유미의 부탁에 흔쾌히 허락한 시황은 근처 모텔로 갔다. 유미처럼 예쁜 여자가 섹스를 해달라고 조르는데 거절하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모텔에서 유미와 시황이 한창 섹스를 즐기고 있을 때쯤, 가을과 은비는 시황과 유미가 사귄다는 글과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서로 팔짱을 끼거나 손깍지를 끼며 캠퍼를 걷는 게 누가 봐도 연인사이처럼 보였다.

가을과 은비는 서로 신경을 썼지 유미가 갑자기 튀어나와 훼방을 놓을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안 그래도 전에 패션쇼할 때도 계속 시황의 옆에게 붙어서 여우처럼 꼬리를 치는 게 마음에 안 들더니 결국 이렇게 사고를 쳐버렸다.

가을은 이 일로 기분이 울적해져 소호와 상담을 하며 가볍게 술을 마셨다. 술이 좀 들어가서인지 늦은 밤 방에 들어온 가을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신의 SNS에 글을 하나 올렸다.

[사실은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처음 생각한 것도 맞는데... 어느새 다른 얘기에 덮여 처음의 진실은 사라져버린다. 인생이란 이런 걸까? 너무 힘이 들고 괴롭다...]

두루뭉술한 거 같아도 누구나 시황과의 열애설을 얘기하는 거라는 걸 알 정도의 글이었다.

가을은 이 글을 쓰고 피곤함에 잠이 들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글었지만 팬들은 이 글이 의미하는 걸 바로 직감했다. 시황과의 열애설이 루머로 끝이 나 안심했는데 정작 본인이 다시금 그 루머에 불을 지피려고 했다.

당황한 팬들은 SNS 댓글로 글을 지우라고 외쳤지만 잠을 자고 있는 가을이 그걸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글을 확인한 매니저가 직접 전화로 깨워 글을 지워라 했고 가을은 억지로 글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글은 지웠지만 이미 캡처가 되어 이미 온 사이트로 퍼진 뒤였다.

시황 때문에 인터넷은 바람 잘 날 없이 소란이 일어났다.

[그럼 뭐야? 가을하고 강시황이 사귀는데 유미라는 여자가 끼어든 거야?]

하도 난리가 나다보니 이제는 케즈론 대표라 하지 않고 시황이라고만 해도 누군지 다 알 정도가 되었다.

[유미 페이스뷰 보면 강시황하고 사귄지 꽤 오래 된 거 같던데? 근데 생각해보면 핑크펫이 케즈론에 옷 지원 받으면서 뜬 거잖아? 미친, 이거 진짜 뭔가 있나본데?]

가을의 글로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다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은비 사진도 혹시 진짜 맞는 거 아니야? 혹시 사각관계? 케즈론 대표를 둔 가을, 은비, 유미의 싸움인 거지]

->[솔직히 이건 개소리다. 가을하고 은비는 이미 누구나 알 정도로 인기 많고 대세인 연예인인데 뭐가 아쉬워서 유미하고 사귀는 남자를 좋아함? 진짜 양보해서 가을은 몰라도 은비는 아님. 절대 아니어야 함.]

인터넷은 혼란과 충격에 빠졌다.

연예인 이상으로 아름다운 유미라는 모델을 사귀는 거야 케즈론 대표니까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었지만 거기에 요즘 대세인 가을이 끼어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들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그것도 이미 유미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 가을이 좋아하는 듯하자 다들 설마라는 의문만 계속해서 표현했다. 차라리 가을의 스폰을 시황이 하고 성관계를 맺었다면 오히려 쉽게 믿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 소란은 당연하게도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가을의 소속사인 아진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요즘 일이 바빠 고민도 생기고 해서 쓴 거라고 해명을 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점 삼각관계 쪽으로 결론이 나자 잠잠해졌던 시황에 대한 적대감이 남자들 사이에서 다시금 생겨났다.

여자들은 이 가십거리가 놀랍고 재미가 있어 흥미가 있었던데 반해 남자들은 아름다운 여자 둘, 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중 하나로 꼽히는데다 한일 양국에 수많은 팬을 가진 가을이 그 대상이 되자 진심으로 시황에게 분노했다.

[유미까지는 이해하지만 솔직히 가을은 안 되죠. ㅡㅡ 근데 개부럽긴 합니다. 저런 예쁜 여자 둘이 좋아해주면 어떤 기분일까요? 하, 상상만 해도 서네요. 휴 나도 빨리 모솔 탈출해야 하는데...]

[죽인다. 시황. 남자의 적.]

[시황, 눈앞에 보이면 바로 죽창입니다. 죽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요.]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힘을 가진 시황에게는 그 죽창조차 공평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다들 부러워 참지 못하고 온갖 글들을 올려댔다.

[순결한 척 하는 쓰레기년. 앞에서는 가식 다 떨더니 뒤에서 남자한테 다리 벌리고 있었네. 너 같은 년을 좋아한 내가 병신이지.]

그 중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한 가을의 팬은 앨범을 부숴버리고, 동시에 앨범을 사면 들어 있는 가을의 포토카드도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린 사진을 글과 함께 올렸다.

이렇듯 인터넷에 난리가 나자 은비는 바로 가을에게 연락을 했다. 이대로 있으면 이도저도 될 거 같지 않아 확실히 결판을 짓기 위해서였다.

친구 사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삭막하고 짧은 통화로 며칠 뒤 핑크펫 숙소에 다른 멤버 아무도 없을 때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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