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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시황과 가을의 열애 사진은 특수부대처럼 매우 빠르고 신속하게 온 사이트로 퍼졌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둘이 정말 사귈지는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고 가을의 팬들은 멘탈이 크나크게 붕괴되어 글조차 쓰지 못했다.
[와, 케즈론 대표랑 가을이 사귀는 거 보셨나요? 진짜 충격적이네요]
[이렇게 인기가 생겼으면 팬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안 들키거나 남자한테 관심을 끊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돈 많은 남자한테 정신 못 차리고 몰래 연애나 하는 거 보면 가을 인성 어떨지 안 봐도 뻔하네요.]
[TV에서 순수한 척 한 게 다 연기라고 생각하니까 소름 돋네요.]
[이제 생각해보면 둘이 티를 많이 내긴 했어요. 둘이 무대 뒤에서 친한 사진도 자주 찍혔고 기자들도 사귄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쓰기도 했고요. 너무 부럽네요 ㅠㅠ]
[놀랍긴 하지만 다 큰 성인인데 못 사귈 건 없죠. 다들 왜 이렇게 흥분해서 글을 쓰시는지 모르겠네요.]
놀람, 부러움, 분노, 이해 등 다양한 글이 올라왔다. ‘다 큰 성인인데 연애하는 게 어때서 그러냐’는 사람과 ‘하고 싶은 거 다 할 거면 뭐하려고 아이돌 하냐’는 사람 사이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다.
[다들 몰랐나요? 이전부터 기자들이 계속 둘이 사귄다는 떡밥 흘렸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게 더 충격이네요.]
그런데 이 와중에도 잘난 체하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이런 논란 때마다 항상 등장하는 부류였다.
사람들이 아이돌의 연애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 때, 붕괴된 멘탈을 어느 정도 수습한 가을의 팬들이 전혀 다른 측면에서 본 의견을 내놨다.
[사진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 사진만으로 둘이 열애한다는 증거가 있나요? 케즈론 대표의 차 번호라는 걸 보면 같이 차에 탄 건 맞는 듯 한데, 이미 둘이 친한 건 팬이면 전부 다 알고 있거든요. 가을하고 케즈론 대표랑 옛날부터 친해서 핑크펫이 뜨기 전부터 둘이 같이 있는 사진도 많습니다. 이렇게 친한 친구끼리 가볍게 만나서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걸 기레기가 무작정 열애라 확정짓고 기사를 쓴 거 같은데요?]
[그러게요. 진짜 둘이 손을 잡은 것도 아니고 키스를 한 것도 아닌데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열애라고 무작정 기사를 올린 거 같네요. 신문사에 항의라도 해야겠습니다.]
결정적 증거는 없었기 때문에 가을의 팬들은 시황과 가을이 사귄다는 걸 믿지 않았다. 오히려 신문사에 허위 열애설을 냈다고 항의까지 했다.
이렇게 난리가 났으니 가을의 소속사인 아진 엔터테인먼트도 모를 수가 없었다.
대표 이사인 황미주는 스케줄로 일본에 나가있는 가을에게 정말 시황과 사귀냐고 물었고 가을은 바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귀는 게 아니었다. 가을은 오히려 시황과 사귀는 게 맞다고 대답하는 게 소원이었다.
친한 사이라 여유가 있을 때 만났다는 얘기까지 들은 황미주 대표 이사는 곧바로 열애설을 부인하고 친한 사이일 뿐이라는 반박 기사를 냈다.
[핑크펫 가을, 케즈론 대표와 열애설 부인 “친한 사이일 뿐”]
이런 열애설 부인 기사 또한 사이트마다 퍼졌지만 가을의 팬들만 역시 아니라고 좋아했을 뿐 대부분의 사람은 전혀 믿지 않았다.
이 열애설은 은비와 찬미, 유미 등 시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여자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반박기사까지 확인을 한 그녀들은 시황과 가을이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아주 미묘한 사이라는 걸 단번에 짐작했고 동시에 불안감이 생겨났다.
현재 시황과 여자들의 사이는 상당히 미묘한 상태였다.
서로 좋아하고 육체적 관계까지 맺었지만 주변에 경쟁자가 너무 많아 그 누구도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시황이 다른 여자와 만나서 섹스를 하는 걸 알아도 화가 난다기 보단 시황을 놓치게 될까 겁이 났다.
시황이라는 존재는 손에 잡힐 듯 말 듯하며 가까이 있는 매우 가치 있고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그런 가치가 있는 존재인 만큼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덕분에 불안한 균형이 계속해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 열애설 기사는 그런 균형에 조금 균열을 일으켰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가을과 시황이 사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그만큼 가을이 앞서 나가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특히 은비는 친구인 가을의 배신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있었다. 분명 저번에 만나서 시황과 거의 사귀는 사이라고 고백을 했을 때, 가을은 더 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했다.
분명 그래놓고 가면 갈수록 가을과 시황이 친하게 지내는 게 불안하다 싶더니 기어이 열애설까지 내버렸다.
가을이 어떻게 했을지 안 봐도 뻔했다. 자기 몰래 시황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작전으로 꼬리를 치고 몸으로 유혹을 했을 것이다. 변태기는 해도 너무 착하고 바보 같아서 시황은 그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니까.
이래서 미리 시황과 열애설을 내려고 일부러 기자들 보는 앞에서 더 친한 척 하고 그랬는데도 정작 가을과 열애설 비슷한 기사만 자꾸 나고 자신과 엮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이 굴욕적이라 할 수 있는 패배에 은비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었다.
은비는 이렇게 된 거 가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나가서 명예로운 승리를 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황에게 바로 연락을 해서 바로 오늘 6시쯤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직 드라마 촬영 전이라 여유가 있어 외박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부모님이 시황과 외박을 하는 걸 알면 조금 곤란했기 때문에 언니인 루비에게 일 때문에 다음날 들어온다고 말해달라고 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은비는 저녁에 뭘 입을지 고민했다. 평소라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몸과 얼굴을 가리는 옷을 입겠지만 오늘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치 공항에 기다리는 팬과 기자를 위해 한껏 차려입듯 최대한 예쁜 옷을 골랐다. 약간은 노출이 있는 흰색의 시스루 블라우스와 매끈한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테니스 스커트를 선택했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를 고른 만큼 속옷도 매우 중요했다. 최대한 속이 잘 비치도록 한참 고민한 끝에 검은색의 브래지어와 팬티로 결정했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오늘 시황과 갈 곳을 한참 찾은 뒤에 바로 화장을 했다. 최대한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을 해서인지 어느덧 6시가 다돼갔다.
갑자기 폰이 울리며 시황에게서 다와 간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를 본 은비는 긴장과 흥분으로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빠르게 화장을 마치고 아까 고른 속옷과 옷을 입었다. 하이힐은 케즈론 매장에서 직접 산 걸 신었다. 케즈론에서 만든 하이힐은 굽이 높아도 발이 정말 편했기 때문에 시황과 한참을 돌아다녀도 무리가 없었다.
지나치게 다 드러내는 것도 조금 이상해서 패션용 마스크도 하나 썼다.
하지만 입 주변을 가려도 여성의 미를 극대화시키는 아름다운 몸매와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로 은비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루비에게 다녀온다고 말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파트 단지 밖 도로가에 시황의 차가 보였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주변 사람들이 힐끔 거리며 쳐다봤지만 은비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시황의 차에 탔다.
은비는 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안녕. 오늘따라 엄청 예쁘네.”
“너, 가을이랑 열애설 났더라?”
은비는 차에 타자마자 열애설 얘기 꺼냈다.
“그냥 가을이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같이 만난 건데 어디서 찍었는지 사진이 찍혔더라. 요즘 가을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이런 일도 생기네. 요즘 가을이 대세긴 대세니까 말이야. 하하.”
시황이 왠지 가을을 자랑하는 듯 말을 하자 은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야! 너 가을이 그렇게 좋아? 어? 아주 가을이랑 결혼을 하지 그래?”
“으, 응? 그런 의미는 아닌데... 하여튼 안 그래도 나도 은비가 엄청 보고 싶었어. 키스도 하고 싶었고 말이야.”
시황은 화가나 뾰로통한 은비를 끌어 당겨 키스를 하려고 했다.
“지금 나 이럴 기분 아니야.”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은비는 시황을 밀쳐냈다. 그럼에도 시황은 꿋꿋하게 은비를 안아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억지스러운 이 키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은비는 조금 화가 풀린 듯 표정이 한층 나아졌다.
“너 오늘 내가 하자는 대로 다 따라야 돼. 알겠어?”
“평소에도 그랬지 않았나?”
“하여튼! 내 말 거부하기만 해봐.”
“알았어.”
시황은 가볍게 웃었다.
“좋아. 그러면 밥부터 먹자. 나 지금 엄청 배고파.”
“알겠습니다. 은비 님. 분부대로 하지요.”
장난치듯 대답한 시황은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한정식 식당에 갔다. 개별실이 있는 곳이라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4층짜리 식당에 도착하고 바로 개별실로 갔다. 미리 은비가 예약을 해놨는지 별다른 기다림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은비는 그 자체로 빛이 나는 존재였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쳐다봤다.
방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자 한상 가득 요리가 채워졌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맛이 있어 고위급 인사들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다.
요리가 다 차려지자 은비는 바로 시황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을이랑 뭐 먹었어?”
은비의 질문에 시황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 가을이 성욕에 굶주려 있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바로 호텔에 직행해 섹스만 했던 게 떠올랐다.
“그냥 간단히 먹었어.”
“흐응.”
은비는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렇게 입고 돌아다녀도 돼? 우리 같이 다니는 거 들키지 않을까? 여기 들어올 때도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는 거 같던데.”
“마스크로 가렸으니까 나인지 모를 걸? 신경 안 써도 돼.”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시황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적당히 넘어갔다. 계속해서 캐물으면 은비가 또 짜증을 낼 거라는 건 미래 예지 능력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밥을 먹던 은비가 갑자기 입에 고기를 한 점 물더니 시황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이거 머거.”
마치 어미새에게서 모이를 받아먹듯 시황은 은비가 주는 음식을 입으로 받아먹었다. 그러자 은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황은 도대체 은비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몇 번 이렇게 음식을 주던 은비는 갑자기 바지 위에 왼손을 올려 시황의 성기를 더듬거렸다. 가벼운 손길이지만 시황은 반사적으로 발기를 했다.
“오늘 나 집에 안 들어갈 거야. 너도 들어가지마.”
은비는 노골적으로 시황을 유혹했다. 다분히 가을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잘 데는 있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넌 걱정 안 해도 돼.”
은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식사가 다하고 시황은 은비가 말하는 장소로 운전을 했다. 어디로 가는 건지 평범한 빌딩들이 사라지고 점점 모텔들이 많아졌다. 현란한 광고판이 눈을 어지럽혔다.
“여긴 모텔뿐인데?”
“잘 데도 없는데 모텔에서 자야지.”
은비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 잠깐 차 세우고 저기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가자. 나 목도 마르고 양치도 하고 싶어.”
은비의 분부대로 시황은 길 한쪽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은비와 같이 내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은비는 노골적으로 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편의점에 있던 몇몇 사람과 아르바이트생은 마스크를 쓴 여자가 단번에 은비라는 걸 알아차렸다.
힐끔거리며 은비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옆에 같이 있는 남자는 요즘 가을과 열애설로 한창 유명해진 시황이라는 것도 알아차렸다. 열애설은 가을과 났는데 정작 은비와 같이 모텔가 편의점에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이해 못할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은비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치약과 칫솔, 그리고 몇 가지 마실 것과 가장 중요한 물품을 샀다.
시황도 가볍게 마실 음료를 하나 골랐다.
“줘. 내가 계산할게.”
시황의 음료수를 가져간 은비는 자신이 고른 물건과 함께 계산했다.
긴장한 아르바이트생은 떨리는 손으로 은비가 갖다 놓은 물건을 바코드 스캐너로 찍었다. 음료, 과자는 괜찮았지만 칫솔 2개와 치약은 뭔가 이상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황은 가을과 열애설이 난만큼 아르바이트생은 최대한 그런 쪽 상상은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엉?”
그런데 마지막에 찍은 물건을 보자 아르바이트생은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초박형 콘돔 0.02mm]
콘돔까지 찍고 가격을 말해준 아르바이트생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은비에게서 카드를 받은 아르바이트생은 시황과 은비를 계속해서 번갈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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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