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25화 (4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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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이어폰은 입력된 전기 신호를 아주 얇은 비닐막이나 금속판을 진동 시켜 소리로 만든다. 후 센 카드론의 설계도를 살펴보면 우리가 쓰는 이어폰과 그 구조가 상이했지만 얇은 진동판을 통해 소리를 낸다는 개념 자체는 일치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쓰는 이어폰과 후 센 카드론 이어폰의 음질의 근본적인 차이가 바로 이 진동판에서 왔다.

즉, 진동판만 구해 와서 지구와 같은 방식으로 이어폰을 만들기만 하면 압도적인 음질의 이어폰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그 난관이 발생했다. 후 센 카드론의 이어폰이 큐레올을 사용한 정체불명의 금속 진동판을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4레벨 때였다면 직접 로 하임 행성으로 건너가 큐레올 금속을 구해 진동판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5레벨 때 열린 튜란쥴이라는 행성에서는 이어폰용 진동판을 직접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하는 곳도 새롭게 열린 워프 게이트를 지나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다 화폐는 가진 보석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콘즈에게 이미 들었기 때문에 시황은 언어습득약으로 언어를 익히고 집에 있는 수란을 데리고 바로 튜란쥴 행성으로 건너갔다.

워프게이트를 건너가자 가장 먼저 보인 건 휘황찬란한 건물이 아닌 어둡고 좁은 어떤 건물의 안이었다. 식기나 가구가 부서져서 나뒹구는 걸 보면 사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살지 않는 듯 했다.

“이상한 냄새가 나요.”

“그러게. 빨리 나가자.”

은근하게 풍겨오는 역겨운 냄새에 시황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나가자마자 눈에 보인 건 상점가가 아닌 음습한 무채색의 벽이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만한 좁은 골목길은 과학문명이 발달한 곳 치고는 상당히 더러웠다. 처음 보는 글이 적힌 온갖 쓰레기가 골목을 굴러다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다.

시황은 수란을 데리고 조심스럽게 골목을 걸어나갔다.

“이봐, 거기 남자. 나랑 섹스할래?”

갑자기 뒤에서 젊은 여자가 말을 걸었다. 일부러 가슴 부분만 훤하게 드러낸 그 여자는 진한 화장을 하고 손에 돈처럼 보이는 종이를 흔들며 시황에게 끈적한 웃음을 지었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시황은 바로 거절하고 수란을 데리고 골목길을 벗어났다.

“이상한 여자네요.”

“그러게.”

그런데 이상한 일은 골목길을 벗어나서도 계속해서 일어났다. 기이한 형태의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변 주변에 노골적으로 노출을 한 사람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시황처럼 평범하게 옷을 입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굉장히 드문드문 있었다.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드는 행성이다.

시황은 빨리 물건을 사고 돌아가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저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들 사이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건물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올라 있는 그 건물은 두바이에 있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보다도 훨씬 더 높아보였지만 묘하게 창고처럼 삭막한 느낌이 났다.

콘즈가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말을 해줬기 때문에 시황은 수란과 함께 10여분을 걸어 그 커다란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의 내부에 들어가자 화려하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더불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 부분을 잘라낸 옷이나, 성기 부분이 절개된 옷을 당연하다는 듯 당당히 입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황도 옛날에 이것과 비슷한 성인 만화를 본 기억이 났다. 혹시 이 행성도 그 만화처럼 여자와 남자의 개념이 뒤바뀐 그런 곳인가 했는데, 조금 더 살펴보니 만화와 다르게 여자나 남자 둘 다 노출이 심했다.

남자도 성기를 은근히 드러내는 걸 봐선 가슴과 생식기를 통해 매력을 나타내는 그런 행성인 듯 했다.

“별에 별 행성이 다 있네요.”

수란은 가볍게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런 곳인지는 몰랐네.”

“어차피 여자 가슴 봐서 좋은 거 다 알아요.”

수란은 시황을 가볍게 흘겨봤다.

“모르는 여자 가슴 본다고 내가 좋아할 리가 있겠어? 난 우리 수란이 가슴이 제일 좋아. 나중에 돌아가면 수란이 가슴 보고 눈 정화나 해야겠다.”

“하여튼 변태 같기는...”

가벼운 잡담을 한 시황은 큐리올 금속 진동판을 구매하기 위해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할 매장은 어디에도 없고 자판기처럼 보이는 기계만이 띄엄띄엄 늘어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 앞에 서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르는 시황은 입구에 있는 안내원에게 가서 사용법을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물건을 좀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긴 처음이라 하나도 모르겠네요.”

부끄러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시황은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히 물었다.

“아, 고객님. 상품주문기의 사용법 말씀이신가요?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밤 12시 넘어서 하는 패션쇼에 나오는 모델처럼 가슴과 음부가 다 비치는 시스루를 입은 안내원이 상냥하게 웃으며 시황을 데리고 자판기처럼 생긴 상품주문기라는 기계로 갔다.

그리고 하나하나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원하시는 것을 상품주문기에 직접 입력하거나 말을 하시면 그와 관련된 물품 리스트가 나옵니다. 화폐나 귀금속을 여기 보이시는 곳에 넣게 되면 그 가치가 자동 측정되어, 상품을 원하시는 만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불법적으로 취득한 화폐나 귀금속을 사용하시면 곧바로 특수경비원이 와서 연행해 가기 때문에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쇼핑되세요.”

야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안내원은 가볍게 웃으며 떠나갔다.

시황은 곧바로 안내원이 가르쳐준 대로 상품주문기를 이용했다. 직접 입력해 물건을 찾는 건 조금 작동법이 어려워 스마트폰 음성 인식기처럼 큐레올로 된 금속 진동판이라고 직접 기계에 대고 말을 했다.

그러자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입체적인 화면이 생겨나며 시황이 말한 물품과 그와 관련된 물품의 리스트가 설명과 함께 떠올랐다.

[큐레올 금속 진동판. 최고급 이어폰에 들어가는 진동판으로 녹음된 음원을 마치 옆에서 듣는 듯 그 생생함을 완벽히 전달해준다]

이걸 최대한 많이 구입해 가야했다.

시황은 아공간에서 흔하게 굴러다니는 보석을 하나 꺼내 화폐, 귀금속 주입기에 집어넣었다. 바로 가치가 측정되더니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돈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127만 레스.

눈으로 봐도 이게 얼마를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나온 정보에 따르면 총 3만 2천여 개의 큐레올 금속 진동판을 구할 돈은 되었다. 보석이야 넘쳐났기 때문에 일단 돈 되는대로 전부 구입을 했다.

[상품을 취합하고 옮겨 담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화면에 안내문이 뜨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상품주문기에서 문이 열리고 조그마한 금속 상자가 나왔다. 생각한 진동판과 전혀 다르게 생긴 게 나오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시황이 상자를 집어 들었다.

[1회용 압축 상자. 구매한 물건이 압축되어 담겨있다. 상자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물건의 크기가 대략적으로 표시되고 한 번 더 누르면 지정된 위치에 물건이 튀어나온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물건은 나오지 않는다.]

신기한 도구였다. 이런 크기면 부담 없이 더 가지고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보석을 더 투입해 시황은 총 10만 개 정도 되는 큐레올 금속 진동판을 구입했다.

원하는 목적은 다 이루었다. 하지만 시황은 이 흥미로운 기계를 떠나지 않고 혹시 진보한 과학 기술을 가진 세계라면 있을지도 모를 금단의 단어를 말했다.

“탈모 치료제.”

개발만 한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는 바로 그 약이다.

혹시나 하고 말해본 건데 이 세계도 탈모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지 엄청난 리스트가 떴다.

[머리가 쑥쑥 자라는 발모 샴푸. 파루오 액을 통해 파괴된 모낭세포를 재생, 강화시켜준다. 매일 꾸준히 이 샴푸를 쓴다면 머리카락이 다시 돋아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것들도 전부 파루오 액이라는 걸 사용해서 탈모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파루오 액만 구입하면 된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시황은 보석을 몇 개 집어넣어 파루오 액을 상당량 구입했다. 어느 정도 사용할만한 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샴푸 같은 걸로 만들어 판다면 탈모가 진행되거나 이미 진행된 남성들에게서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게 분명했다.

탈모를 해결한다는 건 세상 모든 탈모인들이 바라는 기적이었으니까.

파루오 액을 넣을 양을 확인하기 위해 이 행성에서 팔고 있는 각종 탈모 치료제와 탈모 치료 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도 같이 구입해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원하는 것 이상의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여기서 볼 일이 없었다.

시황은 곧바로 수란을 데리고 으슥한 골목의 폐건물에 있는 게이트를 넘어 집으로 왔다.

집에 오고 나니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다. 상식이 파괴된 곳에 있다 보니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신기한 곳이었어요.”

“그러게. 왠지 마음이 진정이 되지가 않네. 수란의 가슴을 만지면서 좀 안정을 취해야겠다.”

시황은 수란을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탐스러운 가슴과 그 유실을 보자 마음이 평온해진다. 시황은 수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수란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애정이 가득하다는 게 손길에서부터 느껴진다.

시황은 수란의 살내음을 맡으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

세계에 큰 격동을 가져다 줄 탈모 치료제는 파루오 액을 사용해 샴푸로 만들기로 했다. 샴푸를 만드는 거야 크게 어렵지 않은지라 곧바로 제작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아직 액의 양을 어느 정도 써야 할지 그 양을 알 수 없었다.

파루오 액의 양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시황은 케즈론에서 일하는 사람 중 탈모가 가장 심한 5명을 뽑았다. 그리고 튜란쥴 행성에서 구입해 온 파루오 액의 함유량이 다른 5종의 탈모 치료 샴푸를 전부 다른 통에 옮겨 담아 나눠주었다.

매일 일정량을 사용해 샴푸를 이용했을 때 머리가 얼마나 자라는지 비교, 분석해서 판매에 사용할 양을 정할 생각이었다. 너무 느린 것도, 너무 빠른 것도 좋지 않아 이런 실험은 반드시 필요했다.

처음 시황이 건네준 탈모치료용이라는 샴푸를 받아든 5명의 중년 탈모인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아무런 효과조차 못했었다.

하지만 케즈론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신뢰가 분명 있었기 때문에 다들 불안과 기대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샴푸를 사용했다.

샴푸를 사용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5명 중에서도 탈모가 가장 심한 중년의 남성에게서 파루오 액의 효과가 바로 증명되었다.

맨들맨들하던 머리에서 마치 새싹이 돋아나듯 아주 조금씩 머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났다! 났어! 정말 머리가 난다! 으아아아!”

처음 머리가 생겨나는 걸 보고 중년의 남성은 눈물까지 흘리며 크게 환호했다. 머리가 솟아나기 시작하자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그 중년의 남성은 시황에게 마치 절을 하듯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정작 시황은 효과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 썩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그나마 파루오 액의 함유량이 적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머리카락이 생겨나는 시간을 비교분석하며 적절한 양을 확인했다.

파루오 액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 시황은 진아에게 부탁해 이어폰 제작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아 달라 부탁했다.

이렇게 시황이 탈모치료 샴푸와 이어폰 제작으로 한창 바쁠 때, 세상을 충격으로 빠트릴 스캔들 기사가 한 스포츠 신문사에 올라왔다.

[케즈론 대표 강시황과 한일 최고의 스타 강노을 열애 포착]

자극적인 제목과 더불어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가을이 한 고급 외제차에 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었다.

시황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신문 기사에는 차 번호판을 대조해 보니 시황의 차가 맞았으며 차에 타는 사람의 체형과 형태 또한 가을이 맞다고 설명을 하고 있었다.

전처럼 별 거 아닌 사진에 기자들이 또 자극적인 제목만 붙였다고 생각하고 기사를 확인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스캔들 사진에 경악을 했다.

이전부터 가을과 시황이 사귄다는 얘기는 많이 올라왔지만 그게 사실로 확인된 것과 추측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이른 아침, 인터넷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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