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21화 (420/629)

0421 ------------------------------------------------------

드래곤 루나모스

**

패션쇼가 끝나고 셀러브리티와 배우, 아이돌 등이 찍은 포토월 사진이 먼저 올라왔다. 다들 신경을 써서 차려입은 만큼 그 아름다움에 눈이 부셨다. 이번 케즈론 패션 브랜드 런칭쇼에 참가한 여자 연예인들은 한국에서 예쁘기로 유명했으니 아름답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기는 했지만.

이어서 패션쇼에서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사진과 수석 디자이너인 진아, 그리고 가을과 은비, 유미 등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역들의 단독 사진은 물론이고 애프터 파티에서 다양한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속속 올라왔다.

케즈론 패션쇼에 참가한 연예인들은 한국에서 아름답기고 예쁘기로 소문이난만큼, 그녀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 보통 압도적인 얼굴 크기와 미모 차이로 일반인들은 굴욕사진만을 생산해 낼 뿐이었다.

그런데 진아는 오히려 그런 연예인들의 굴욕 사진을 만들어 냈다. 얼굴 크기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났지만 케즈론 옷을 입어 이미 보정이 된 진아와 다르게 유명 연예인들은 화장만 한 얼굴 그대로다 보니 눈과 코 등이 어쩐지 못나 보이게 나왔다. 그 차이라는 게 제법 커서 한 눈에 들어왔다.

진아와도 이정도 차이일 정도니 유미는 물론이고 가을이나 은비와 함께 사진을 찍은 연예인은 ‘저렇게 못생겼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반인 급이 되어버렸다. 사진이라는 게 원래 상대적인데다 비교되는 존재가 너무 아름답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워낙 그 차이가 확연하다 보니 사진을 본 사람들은 얼굴 비교에 여념이 없었다.

[은비하고 가을이 예쁜 건 알았지만 여배우마저 학살하네요. 그리고 저 루비라는 모델하고 유미라는 모델도 미친 듯이 예쁘네요. 저 정도면 S급 여배우 수준 아닌가요?]

[저게 말이 되나요? 아무리 그래도 디자이너인데 여배우하고 사진 찍어서 굴욕 당하는 게 아니라 굴욕짤을 만들다니... ㅎㄷㄷ]

->[저 디자이너, 기사에서 보니까 삼강그룹 회장 딸이라고 하더군요. 돈도 재능도 다 가진데다 여배우보다 예쁜 얼굴까지 가졌다니... 세상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ㅠㅠ 저런 여자는 도대체 누가 데려갈까요?]

모르는 사람이 사진을 봐도 가을과 은비는 물론이고 진아, 루비, 유미가 여배우나 아이돌보다 한, 두 차원 높은 미모를 가졌다. 심하게 표현한다면 4차원의 벽이 있는 듯한 엄청난 간격이 있었다.

남자들이 한참 감탄을 하는 와중에 시황이 진아와 은비, 가을, 유미, 루비에게 둘러싸여 얘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는 사진이 올라왔다.

[와, 케즈론 대표는 전생에 뭘했길래 저런 미녀들 사이에 있나요? 진짜 부럽네요.]

[저 사이에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겠죠?]

[케즈론 대표 되기 VS 1000억 지금 받기]

->[케즈론 대표되면 그깟 천억이죠]

->[초딩인가... 이걸 비교라고 올리네]

[케즈론 대표는 누구랑 사귈까요? 눈만 돌리면 가을이나 은비처럼 예쁜 여자만 보이니까 눈 엄청 높겠죠?]

->[케즈론 대표 가을하고 사귀잖아요 ㅋㅋㅋㅋ 아직 몰랐어요?]

->[가을이랑 케즈론 대표 사귀는 거 아닙니다. 몇 번을 아니라고 설명해도 이러는 사람 꼭 있네요]

한번 폭풍이 몰아닥쳐서 시황이 나오기만 하면 가을과 사귄다는 얘기가 반드시 나왔다. 그러면 또 거기에 둘이 사귀는 게 아니라는 댓글과 맞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커뮤니티는 혼돈이 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했다.

남자들은 이렇게 얼굴 자체를 비교하고 시황을 부러워하는 반면에 여자들은 옷과 미모에 대해서 따졌다.

[언니들 케즈론 옷 입은 사람들 미모 미쳤다. 진짜 케즈론 옷 입으면 얼굴이 더 예뻐 보이는 뭔가가 있나봐.]

[맞아맞아. 저 모델들 내가 실제로 패션쇼가서 봤는데 저 정도로 예쁘진 않았거든. 케즈론 옷빨이 맞는 거 같아.]

[케즈론에서 파는 건 그냥 보면 가격이 진짜 너무 비싸고 양도 얼마 안 돼서 사기 망설여지기는 건 사실이야. 근데 한번 사면 진짜 제품이 너무 좋아서 돈 다 털어서 사게 되더라 ㅠㅠ 이번에 케즈론에서 파는 바디 클렌저 샀는데 평범한 바디 클렌저하고 다르게 피부가 정말 뽀얗고 매끈해지는 게 딱 느껴져. 이러니 비싸다고 욕해도 안 살 수가 없지 ㅠㅠ]

->[이거 진짜 극공감임. 케즈론 카페에 새로 나온 조각 케이크 비싸다고 친구하고 엄청 욕했다가 지금 중독돼서 집안 다 거덜 나는 중임 ㅠㅠ]

[내 친구가 케즈론 카페에서 일하는데 유니폼만 입으면 막 얼굴이 뽀샤시하게 나오고 엄청 예뻐져. 비싼 옷이라 착각인가 싶어서 사진 비교 해보니까 진짜 그랬어. 케즈론 옷 입으면 뭔가 좋은 기운 같은 게 있나봐.]

[난 매장 오픈하면 가서 구경이라도 해보게. 비싸서 사지는 못하겠지만 ㅋㅋㅋㅋ]

여자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옷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패션쇼를 했음에도 옷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고 얼굴과 몸매를 비교, 평가하는 남자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네티즌만이 아니라 패션 전문가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케즈론 패션쇼에서 큰 감명을 받았는지 한국에서 처음 초고가 브랜드가 세계에서 성공할지 모른다는 분석을 장문으로 써놓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패션쇼가 끝난 만큼 사람들의 큰 기대감 속에서 패션 브랜드 케즈론이 큰세계 백화점 명품관에 오픈을 했다.

공식 오픈 행사에는 대표인 시황과 수석 디자이너인 진아, 그리고 은비와 가을, 큰세계 백화점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했다.

케즈론이 초고가 브랜드라는 걸 증명하듯 매장 내부는 사치와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케즈론 카페와 비슷하게 중세시대의 사치스러운 궁전 내부처럼 꾸며진 매장은 시황이 케즈론의 성에서 가지고 온 각종 장식물들과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있었다.

매장에 방문한 것만으로도 마치 유럽의 궁전에라도 온 듯 그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매장에서 옷을 둘러보노라면 마치 자신이 귀족이 된 것처럼 가슴에서 자부심과 고양감을 끓어올랐다. 그야말로 여자들의 허영심을 본능적으로 자극시키고 있었다.

행사에 초청된 사람들을 위해 시황은 케즈론 카페에서 파는 조각 케이크와 디저트를 준비했다. 없어서 못 먹는 그 비싼 디저트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금방 바닥이 났다.

커팅식 행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매장을 오픈했다. 이미 큰세계 백화점 VIP와 돈 좀 있다 하는 여자들이 몰려들어 매장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패션 브랜드인 케즈론에서 파는 옷 종류는 간단한 티부터 블라우스, 원피스, 치마, 드레스 등 다른 브랜드들처럼 다양했고 가격은 최소 천만 원에서 최대 5억 원까지 그 폭이 상당히 넓었다.

천만 원대의 옷은 일반 소재에 최소한의 마력 은실을 이용해 1~5단계 중 1.3~1.7단계의 보정마법을 걸고 거기에 용암 온천수로 약간의 더위 저항을 갖추었다. 케즈론에서 가장 저가 라인으로 일반 면으로 된 자그마한 티에 보정마법진과 케즈론이라고 한국어 브랜드 명을 달고 정확히 9,980,000원에 판매를 했다.

그리고 고가 라인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상상하는 고급 재질을 아득히 넘어서는 품격과 사치스러움까지 갖춘 거대 용암 누에의 실로 만들었다. 보정마법이 최대 2.5단계까지 걸려있고 더위 저항도 상당히 뛰어나 이 옷만 입으면 한 여름에도 크게 더위를 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이힐 또한 주력으로 내세우는 상품인 만큼 고급스러운 장식들 사이에서 예술작품처럼 배치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현재 매장에 있는 옷들이 여름과 가을용이라 얇은 소재가 대부분이지만, 겨울을 대비해 얼마 뒤에 송곳 뿔 화산양의 털로 만든 점퍼나 코트를 출시할 예정에 있었다. 다른 명품 브랜드의 밍크코트가 1억 원이라는 높은 가격대를 가진 것에 맞춰 5억 원 대의 가격을 생각해두고 있었다.

나름 돈 좀 있다 하는 여자들도 매장을 둘러보고 그 가격대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좀 아니다. 옷이 암만 예뻐도 누가 이런 얇은 옷을 몇 천만 원 씩 주고 사.”

“내 말이. 밍크코트 같은 거면 몰라. 무슨 면 티, 블라우스 이런 게 몇 천만 원이야.”

가격대가 가격대이다 보니 불만들이 상당했다. 그래도 둘러보니 마음에 드는 옷은 있어 가볍게 시착은 해보기 시작했다.

“어머, 대박. 정말 예쁘다.”

옷을 시착해 본 30대 초반의 여성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 코, 입이 다 그대로임에도 케즈론의 옷을 입으니 스스로 보기에도 자신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평범한 여자도 보정만 잘 되면 미녀로 변모한다. 캠빨, 사진빨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보정을 사용하면 그 효과가 대단하다보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자들은 사진에 온갖 술수를 다부렸다.

케즈론의 옷들은 그런 보정마법이 단계별로 걸려있어 남자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사기 아이템이나 마찬가지였다. 케즈론의 옷을 입은 여자가 예뻐서 만났더니 옷을 벗고 보니 갑자기 평범해져 보인다는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남자의 적이나 다름없는 아이템. 하지만 그만큼 여자들이 갖기를 갈망하는 신의 아이템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칫하면 케즈론 옷 입은 여자는 벗겨봐야 진짜 얼굴을 알 수 있다는 곤란한 인식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시황은 자연스러운 보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보정 마법은 지나침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본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다. 여기저기 옷을 입어 본 여자들은 단번에 그 차이를 느끼고 스스로가 매우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했다.

사진에 필터 효과를 준 것만으로 칙칙해 보이던 일상이 감각적인 예술로 변한다. 케즈론의 옷을 입은 여자들은 칙칙한 평범함에서 벗어나 보정 마법을 통해 감각적인 미녀로 변한 것이다.

이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감탄하지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옷 정말 예쁘고 마음에 든다.”

“언니, 옷 살 거야? 입으니까 확실히 예쁘긴 예쁘다.”

“나랑 옷이랑 너무 잘 맞는 거 아니야?”

20대 중반의 부잣집 딸로 보이는 여자 둘도 둘이서 한창 얘기를 나눴다.

“그거 얼마야?”

“2천 7백이네. 옷은 마음에 드는데 너무 비싸서 못 사겠다.”

옷이 마음에 들어 한창 거울에 옷을 비춰보던 여자는 가격을 보고 탈의실에 가서 옷을 벗고 나왔다. 아쉬웠다. 하지만 몇 백만 원이면 모를까 2천 7백만 원으로 여름옷을 사기에는 비싸도 너무 비쌌다.

“어? 나 갑자기 엄청 못생겨진 거 같지 않아?”

다시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 여자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아름답던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평범하게 생긴 여자가 멀뚱히 서있었다. 분명 달라진 거라고는 옷뿐인데 거울을 보기 힘들 정도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확실히 방금 옷이 잘 어울린 어울렸어.”

차마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어차피 그 차이가 워낙 확연해서 아니라고 해도 믿지도 않았겠지만.

“아... 어쩌지. 그냥 사버릴까?”

한번 아름다움을 맛보니 충동적인 욕구가 생겼다. 계속해서 옷이 아른거렸다. 케즈론 옷을 입고 모임에 나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칭찬 받을 모습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예뻐졌냐고 말할 게 분명했다. 그 짜릿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머리는 너무 비싸서 안 사는 게 낫다고 외치지만 마음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지금 매장에서 한번 시착을 해본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이런 중독 증상을 겪고 있었다.

옷을 벗고 나서 그 아름다움에 중독 돼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비싼 가격에 망설여지지만 그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조금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고통과 부작용, 비싼 비용까지 지불하며 성형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만큼 아름다움을 갈구하니까. 케즈론에서 만든 옷은 그런 아름다움을 충족시켜주고 고통도 부작용도 없다. 여자라면 어찌 끌리지 않을까?

“에잇, 사자. 사고 생각하지 뭐.”

한참을 고민을 하던 여자들은 마치 정하기라도 한 듯, 하나 둘 옷을 구입했다. 그 비싼 옷들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이렇게 일반 재질로 만든 옷들이 속속 팔리는 와중에 대기업 대표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김명선은 한쪽에 VIP처럼 고급스러운 위치에서 반짝이고 있는 옷을 발견했다.

억대가 넘는 가격을 가진 초고가의 옷. 그녀는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사치스럽고 품격 있는 아름다움에 단번에 눈을 빼앗겼다.

직원에게 말해 시착을 해본 그녀는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단번에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옷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김명선은 고민하지 않고 단번에 결제했다.

4억 2천만 원. 아파트를 사거나, 고급 차를 살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돈을 옷값으로 지불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한번 옷을 입은 여자들이 보정 마법 효과가 가진 아름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두 개씩 옷을 사서 돌아갔다.

한국에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많은가 싶을 정도로 수천만 원이나 되는 옷들이 계속해서 팔려나가 매장이 휑해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다 보니 예약을 걸어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케즈론 패션 브랜드 오픈은 성공적으로 출발했지만 반대로 네티즌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