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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케즈론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이슈가 됐다. 처음에는 남자와 여자 둘 다 비판적인 입장이라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자들은 직접적, 간접적으로 케즈론 제품을 사용해보고 압도적인 품질에 놀라 비판이 아닌 동경을 갖게 되었다. 여자들이 상상으로만 하던 그 비현실적인 효과를 현실로 접할 수 있으니 마치 남자들이 값비싼 차를 갖고 싶어 하듯 화장품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남자들은 화장품도 카페도 관심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케즈론에서 나오는 제품은 물론이고 그걸 사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케즈론 그거 전형적으로 여자들 허영심 이용해서 비싸게 팔아먹는 사기꾼 놈들 아닌가요? 다른 제품보다 화장품 조금 나은 거 같기는 한데 그걸 천만 원 주고 사는 건 미친 짓이죠.]
->[화장품 좋기는 한 거 같더군요. 사촌 여동생이 아토피 때문에 엄청 고생했는데 케즈론에서 나온 로션하고 바디 클렌저 썼더니 완전히 싹 나아서 주변에 케즈론 자랑 엄청 하고 다닙니다.]
->[평범한 바디 클렌저로 씻고 로션 바른다고 아토피가 낫는 게 말이 됩니까? 관련 의학용품도 아니고 일반 화장품은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인 성분으로 만듭니다 -_-; 무슨 케즈론 화장품이 다른 세상에서 만든 것도 아니고 그거 바른다고 아토피가 나을 리가 있나요.]
다른 세상에서 만든 물건이 맞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그걸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몇몇 남자들도 피부와 관련해서 다양한 부분에서 효과를 봤지만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케즈론을 옹호해봐야 욕만 먹을 뿐이었다.
물론 시황도 이런 여론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물건을 파는 대상이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욕을 먹는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가을과 함께 사진이 찍히기 전에는 욕을 먹긴 해도 좀 덜 먹는 편이었는데, 그 사진 이후로 철천지원수처럼 욕을 하는 사람도 부쩍 증가했다. 여기에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가 가격대비 양이 너무 작다보니 마치 불타는 집에 기름이라도 부은 듯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불려나와 욕을 먹었다. 케즈론은 물론이고 시황까지 희화화돼서 합성 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에 반해 여성들에게는 완전한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아 이번에 준비하는 패션 브랜드 런칭에 대해서도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여름이 막 접어들 때쯤에 패션 브랜드의 준비 자체는 거의 끝을 마쳤다.
기본적으로 2가지 라인으로 판매를 하며 일반 고급 소재를 이용하고 보정 마법을 약하게 건 저가 라인은 가격이 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인 반면 거대 용암 누에의 실로 만들고 보정 마법을 조금 더 강하게 건 옷은 기본 1억 원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하이힐은 기본 5천만 원에서 시작했다. 켄자일의 분비물과 마력 은실이 상당량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건은 고급이지만 생산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시황의 말대로 진아는 진작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에 설비를 갖추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 경력있는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준비를 마쳤고 한창 날이 더운 7월 1일에 런칭쇼를 하기로 했다.
패션 런칭인만큼 핑크펫의 무대와 이어서 모델들의 패션쇼도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에 한창 열심히 드라마를 촬영하고 방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을과 대스타인 은비도 참석해 패션쇼를 빛낼 예정이었다.
케즈론 패션 브랜드 런칭쇼는 예전 화장품을 런칭했던 호텔 행사장에서 다시 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이것과 관련 된 기사가 수없이 많이 나갔는데, 불만 많은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케즈론 또 여자들 돈 뜯어내려고 개짓거리하네요. 옷만 비싸게 팔면 다 명품 되는지 착각하고 있는 듯.]
[솔직히 가치가 없기는 하죠. 디자이너도 보니까 삼강그룹 회장 딸이더군요. 솔직히 실력이 뛰어날 거라는 생각 전혀 안 듭니다. 여자들 허영심 이용해서 팔아먹고 투자 받으려는 속셈 같은데, 조만간 망한다에 제 불알 걸죠]
[저런 브랜드가 명품이라고 설칠 생각하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 보기 부끄럽네요. 에휴. 다른 나라에서 보고 얼마나 비웃을까요?]
[명품도 그냥 명품이 아니라 초고가죠. 보니까 옷 가격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넘게도 예상하던데... 무슨 코트 같은 것도 아니고 여름옷에 누가 미쳤다고 그 돈 주고 삽니까? 케즈론도 여기서 끝이네요]
[케즈론 망하면 가을도 케즈론 대표랑 헤어지겠죠? ㅋㅋ]
->[대표랑 가을이랑 사귀는 거 아니라고 이미 확정 났는데도 아직도 이런 소리 하는 사람이 있네요. 열애설이 난 것도 아니고 클릭수 유도하려고 기레기들이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은 겁니다. 그날 보고 온 사람들도 가을과 케즈론 대표 얘기 거의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고요.]
->[어디서 확정남? 님이 확정냄? 님이 아무리 그래봐야 가을은 돈 많은 케즈론 대표랑 매일 밤 섹스할겁니다 ㅋㅋㅋㅋㅋ]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네요. 운영자님께 신고하겠습니다]
인터넷은 이번에 새로 런칭하는 브랜드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시황과 가을 얘기를 다시 꺼내서 불을 지피는 사람이 있었다. 핑크펫의 팬이 엄청나게 늘어서 가을과 시황 얘기만 나왔다 하면 여전히 키보드로 전쟁을 벌였다.
이런 관심들 속에서 케즈론 패션 브랜드 런칭 날이 되었다.
이번 런칭은 핑크펫과 은비만 오는 게 아니었다. 각계 여성 셀러브리티들과 대기업들 회장의 부인들도 속속 들여 참석을 했다.
호텔 입구에 세워진 포토월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 배우와 유명 아이돌들이 한명씩 등장하며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초고가 브랜드인 만큼 대중은 물론이고 미디어와 관계자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비록 대부분 성공에 있어서는 회의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만큼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쌓고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참석자들이 행사장에 입장하고 뒤에서 한창 준비로 분주할 때 시황은 마련된 좌석에 앉아 무대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들이 다 알아서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이전과 다르게 대표인 시황이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시황이 아니라 진아였다. 시황이 아니라면 브랜드 런칭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어쨌든 시황은 진아를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만들고 싶었다.
그에 부응하듯 케즈론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최고 경영자인 진아는 성공적인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있는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무대의 기초 디자인은 케즈론 카페 느낌이 나는 중세의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성 내부의 모습을 이미지해서 만들었다. 옷이 비싼 만큼 무대 또한 대단히 사치스럽고 고급스럽게 꾸몄다.
“기대되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패션 브랜드를 드디어 런칭하자 시황은 조금 감격에 젖었다. 브랜드 런칭을 보기 위해 온 수많은 사람들과 가계 각층의 셀러브리트들은 이전의 시황이라면 말조차 섞어보지 못할 그런 존재들이었다.
“처음 오빠를 봤을 때 설마 이렇게 화려한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는 기업 대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정말 오빠가 자랑스러워요.”
시황의 옆에 앉은 찬미가 시황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나도 몰랐어... 정말.”
어쩐지 무대를 바라보고 있으니 과거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대 겪었던 어려움, 전설의 리그에서 욕을 먹고 일부러 적에게 죽어주던 일, 여자 한 번 사귀지 못해 커플을 부러워하던 것들이 생각나자 묘한 기분이 되었다.
어느새 패션쇼 런칭 행사장이 가득 찼다. 시황의 주변으로는 대기업 회장의 부인과 각계 셀러브리티, 여배우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 앉았다.
그들은 시황과 말을 섞기 위해 먼저 와서 간단히 인사를 했다.
어느새 행사 시작 시간이 되고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먼저 핑크펫이 나와 축하공연을 했다. 핑크펫이 나오자 행사장은 감탄성이 울려퍼졌다.
날이 갈수록 핑크펫의 인기가 계속해서 증가해 한국에서는 이제 완벽한 대세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거기다 일본에서의 인기도 대단해 콘서트를 할 때마다 표를 구하지 못해 울상을 짓는 팬들이 생길 정도였다.
핑크펫의 무대가 끝이 나고 이어서 본격적인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모델들이 진아가 디자인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걸었다. 제일 처음 나온 모델은 은비의 언니인 루비였다. 과거 시황이 가슴을 만져준 덕분에 아름다운 얼굴과 조화되는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갖게 되었다.
“오!”
루비가 나오자 단번에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간혹 너무 난해해 도대체 무슨 저런 옷을 입혔나 싶은 패션쇼도 있기는 했지만 진아가 디자인한 옷은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춰 당장 옷을 입고 밖에 나가도 어색치 않은, 대신에 주변 사람들은 ‘돈 많나보네’라고 느낄 그런 옷들이었다.
마력 은실을 통해 보정 마법을 걸어 루비가 지나치게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이 옷을 죽이기는커녕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누구든 케즈론 패션 브랜드의 옷을 입는다면 이렇게 아름다워질 거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 했다.
루비가 지나가고 모델들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일반 패션쇼와 다르게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아우라가 엄청나 모두가 블랙홀에 빨려들 듯 멍하니 감상했다.
그리고 유미와 은비, 가을이 차례대로 나오자 기자들이 카메라를 찍는 속도가 빨라졌다.
압도적인 아름다움. 보통 연예인들이 런웨이에 등장하면 그 비율과 이상한 화장등으로 굴욕 사진이 만들어지고는 하는데, 유미와 은비, 가을은 굴욕은커녕 이제껏 봐온 그 어떤 모습보다 지금 가장 찬란하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패션쇼는 순식간에 마무리가 되었다.
마지막에 모델들이 모여 런웨이를 돌고 무대에 서자 디자이너인 진아가 걸어 나왔다. 이 대단한 패션쇼를 만든 진아에게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크게 박수를 쳤다. 대기업 회장 딸의 철부지없는 장난 쯤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패션쇼를 보고 완전하게 생각을 고쳐먹었다. 지금 본 패션쇼는 세계 그 어디에 내놔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케즈론 브랜드의 옷을 입은 진아는 루비, 은비, 가을, 유미의 옆에 서있었음에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일반인이 연예인과 같이 사진을 찍었을 때 생기는 그 차이가 느껴지기는커녕 동급에 가까운 절대적인 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조차도 디자이너인 진아가 이렇게 아름다울지 몰라 그것도 크게 감탄을 했다. 기자들은 진아와 은비, 가을 등이 나란히 선 모습을 빠르게 찍었다.
패션쇼가 끝나고 이어서 호텔의 또 다른 홀에서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각계의 셀러브리티와 여배우, 대기업 회장의 부인들이 시황과 진아에게 몰려들어 인사를 건넸다.
개중에는 시황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나름 알아주는 여배우임에도 TV의 이미지와 전혀 상반되는 그 노골적인 대쉬에 시황조차도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시황의 주변으로는 진아는 물론이고 은비와 가을, 유미, 루비, 찬미까지 모여서 서있었다. 한 명만 있어도 회장을 압도할 미녀가 6명이나 한 곳에 있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그 아우라가 너무 강해 웬만한 사람들은 감히 다가오지조차 못했다.
그런데 그 미녀들은 누가 봐도 느낄 정도로 시황에게 친근했다. 직접 먹을 걸 건네준다든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는 등 서로 누가 더 잘 보이려고 하는지 승부라도 하는 듯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 절대적인 미녀 6명 중 한명과 말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수두룩한데,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지극한 대접을 받는 시황은 파티장에 있는 모든 남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미친, 진짜 케즈론 대표랑 가을이랑 사귀는 거냐? 지금 보니까 엄청 친해 보이는데?”
“저걸로 사귄다고 하긴 좀 그렇지. 그렇게 치면 은비랑 저 케즈론 수석 디자이너인 진아도 사귀는 거겠네? 그러면 도대체 몇 다리야? 지금 보니까 사귀는 게 아니라 그냥 친한 게 맞네.”
“그런가? 하여튼 개부럽네. 아오. 존나 부러워.”
대부분의 남자들이 지금과 같은 말을 쑥덕거렸다.
저기서 루비 빼고 모두 시황과 몸을 섞은 사이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단편적인 정보로 그거까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다들 시황과 친한 듯 보이니 오히려 가을과 시황이 사귄다는 루머가 거짓이 되어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저런 미녀들과 양다리, 세다리를 걸치는 건 말도 안 됐으니까. 물론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이 한 번의 패션쇼로 모두 케즈론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만큼 잠재적이고 폭발적인 역량을 가졌다는 걸 인정했다.
모든 관계자의 인식을 바꿔버리고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도 사치스러운 패션쇼가 마무리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