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9 ------------------------------------------------------
드래곤 루나모스
**
진아가 물류센터와 패션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는 동안 시황도 바쁘게 움직였다. 패션 브랜드를 런칭할 때 하이힐도 같이 선보이기 위해 로 하임 행성으로 건너가 재료가 되는 몬스터를 사냥했다.
이전에 갔던 투알 화산 지대를 벗어나 루품 숲지대라는 거대한 나무가 들어찬 습하고 질척한 땅으로 가야했다.
루품 숲지대에 있는 호수가에서 거대 켄자일이라는 이름의 개구리처럼 생긴 몬스터를 사로잡았다. 거대라는 이름이 붙은 몬스터답게 크기가 얼마나 큰지 사람의 키를 훌쩍 넘겼다.
그런 켄자일의 피부에서는 마치 정액과 비슷하게 보이는 혼탁한 색의 희고 걸쭉한 액체를 분비했는데, 이게 바로 시황이 원하는 재료였다.
이 액체를 가죽에 바르면 하이힐을 신었음에도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발이 편한 재질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만 해서 팔기만 해도 하이힐 계의 혁신이라 할 수 있었지만, 시황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에 새로 열린 도서관에서 육체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피로를 감소시키는 마법진까지 찾았다. 하이힐의 착용감이 편하다 하더라도 애초에 체중 자체가 앞으로 쏠려 발과 다리의 피로가 극심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그 마법진을 적용한다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발도 편한, 그런만큼 높은 굽을 신을 수 있어 각선미를 매우 아름답게 살려주는 궁극의 하이힐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시황은 도서관에서 구한 [건강에 도움 되는 유용한 마법진 베스트50선]이라는 책을 가지고 수란에게 가서 마법진을 어떻게 마력 은실로 바느질해야 하는지 그려진 스케치를 받아 진아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큰 문제점이 있었다. 이전의 보정 마법진과 전혀 다른 형태의 마법진이라 옷과 하이힐이 다른 브랜드로 착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고심한 시황은 옷과 하이힐에 다른 마법진을 넣기로 했다. 대신에 어디서 만든 건지 알 수 있도록 마법진 밑에 브랜드 명인 케즈론을 한글로 새겨 넣기로 했다. 브랜드 로고를 여러 개 쓰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었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마법진 특유의 느낌은 있어서 보기만 해도 왠지 같은 브랜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패션 브랜드 런칭을 위한 준비가 차곡차곡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시황이 몬스터를 잡고 하이힐을 만들 준비를 하는 동안 물류 센터를 인수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카페 매장이라고 해봐야 몇 군데 있지도 않고 화장품이나 새로 런칭할 브랜드도 가격만 비쌀 뿐 규모는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물류센터 자체가 대단히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최첨단 시스템을 구비하고 일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고급스러운 휴게실과 풍족하고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식당, 깔끔한 샤워실 등 최고의 작업 환경을 구비했다.
이제 이 물류센터는 케즈론과 관계된 컵과 시럽 등의 각종 재료들을 보관하고 배송을 담당한다.
하지만 원두나 라롤린 등의 식물들을 누군가가 케즈론의 성에서 꺼내와 경기도에 있는 물류센터로 옮겨야 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했다.
그 해결책으로 프린에게 운전면허 공부를 시켰지만 상당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시험을 치는 일반 사람들은 이 세상을 살아오며 축적된 지식을 통해 무엇이 옳고 나쁜지 알기에 필기시험을 쉽게 합격할 수 있는 반면, 다른 행성에서 살다 온 프린에게는 운전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용어도 마치 양자역학 수업이라도 듣는 듯 매우 난해하고 어려워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각해낸 해결책이 벽을 일부 뚫어 집 마당에 창고를 만드는 거였다. 그러면 주기적으로 프린이 택시를 타고 직접 와서 창고에 설치된 차원문으로 넘어가 원두와 라롤린, 마력 은실 등 각종 재료를 쉽게 옮겨올 수 있었다. 아루도 한번 씩 도와주는데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방문하면 돼서 일 자체가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일단 프린이 옮기기만 하면 주기적으로 이송을 하는 기사가 방문해 집에 들어오지 않고 바로 창고에서 물건만 실어서 가면 되기 때문에 시황이 신경 쓸 게 전혀 없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기 전에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했지만 아쉬운 대로 지금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이나 모델을 해도 그 아름다움에 빛이 날 프린과 아루가 시황의 밑에 있다 보니 하는 일이라고는 재료 나르는 것와 집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것뿐이었다. 둘 다 그 일을 싫어하거나 억지로 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본다면 저렇게 예쁜 얼굴을 가지고 왜 저런 일을 하나 하는 아쉬움에 혀를 찰 법하기는 했다.
어찌됐든 이렇게 한 가지 짐을 내려놓은 시황은 패션 브랜드 런칭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디저트도 만들기 위해 진아에게 말해 관련 업무를 담당할 직원들을 뽑았다. 그들이 할 일은 시황이 가져온 재료로 예쁘고 비싼 디저트를 만드는 거였다.
일반 카페만 가도 작은 디저트 한 조각에 5천 원, 6천 원 씩 했다. 밥 한 끼 수준의 가격. 대단히 비싼 가격임에도 보통 디저트를 사먹는 사람은 비싼 커피까지 함께 마셨기 때문에 카페로서는 상당히 이득이 되는 장사였다.
시황은 케즈론의 성으로 가서 콘즈에게 창고에 있는 재료들에 대해 물었다.
“농후한 맛의 치즈와 지구에는 없는 달콤한 과일 등 종류가 상당히 많아요. 케즈론 님께서 그런 먹을거리를 좋아하셔서 창고에 여러 재료를 가득 쌓아뒀거든요.”
콘즈가 가득이라고 한 건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 날 정도의 압도적인 양을 말하는 거였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가득과 그 개념이 달랐다. 그래서 케즈론이 모아둔 재료라면 지금까지처럼 수확을 하거나 계속 구해야 하는 불필요한 일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5레벨이 되면서 새롭게 열린 창고들을 둘러봤다.
콘즈가 말한 치즈는 지구에는 없는 종류였다. 무부라는 동물의 젖을 짜서 만든 치즈로 페렌테 치즈라 불렀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이 치즈는 입안을 감도는 농후한 맛이 일품으로 진하고 고급스러운 풍미에 눈이 번쩍 뜨일만한 품격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값비싼 맛이라는 느낌.
일단은 이 치즈와 원래부터 쓰던 초콜릿으로 다양한 품목의 디저트 종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며칠 뒤, 시황은 거의 방문하지도 않은 자신의 회사에 갔다. 진아가 뽑고 관리하고 경영을 하다 보니 직원들도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뿐이라 어쩐지 어색한 느낌마저 들었다.
치즈와 초콜릿을 들고 간 시황은 이번에 새로 뽑은 직원들과 함께 어떤 디저트를 만들 건지 회의를 했다.
시황이 원하는 포인트는 2가지였다. 보기 예쁠 것, 먹었을 때 돈 값 이상을 할 것. 재료가 재료인 만큼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 맛을 더욱 상승시켜 2만 원 짜리 조그만 디저트를 먹고 ‘이렇게 맛있는 게 겨우 2만 원?’ 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다.
회의를 시작할 때 치즈와 초콜릿을 음미한 직원들이 그 압도적인 맛에 놀라는 건 정해진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이 가진 미각을 황홀하게 만드는 그 맛은 호불호마저 넘어버릴 만큼 대단했으니까.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지금 케즈론 카페는 압도적인 맛이 있기는 하지만 음료에 비해 기본적인 디저트가 없었다. 그래서 치즈 케이크와 초콜릿 케이크, 티라미수 등 다른 카페에도 있는 이런 기본적인 디저트들을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한 케즈론만의 디저트도 몇 가지 정한 뒤에 회의를 마쳤다.
다른데도 다 있는 기본적인 디저트를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얼마 걸리지 않아 시황은 그 샘플을 먹어볼 수 있었다. 처음 먹은 치즈 케이크는 페렌테 치즈로 만든 만큼 입 안이 호사스러운 느낌으로 가득했다.
초콜릿 케이크도 진득하고 풍부한 초코맛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디저트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황조차도 계속 먹고 싶게 만드는 맛이었다.
치크 케이크와 초코 케이크는 작게 조각을 나눴기 때문에 총 14조각이 나왔고 하나당 가격은 21900원으로 책정했다. 즉, 케이크 전체 가격은 306,000원이었다. 만약 조각이 아니라 케이크 한판을 산다면 15%정도 할인해 260,000원이라는 가격에 팔기로 정했다.
케이크 한판에 260,000.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크지도 않은, 예쁘고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카페에도 있는 평범한 케이크였다. 사람들이 너무 비싸다고 느낄 거라는 걸 시황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시황은 2만원이 아니라 그보다 비싼 가격에 팔고 싶었다. 하지만 카페라는 건 여유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평범한 대학생도 무리를 해서라도 사먹을 수 있는 딱 그 가격을 책정했다.
시황의 마음에 드는 여러 디저트가 만들어졌다. 디저트를 바로 카페에 팔기 전, 시황은 유미로 디저트를 광고하는 CF를 내보내기로 했다. 이번엔 유미 단독 CF로 진아가 틈틈이 만들어 둔 케즈론 브랜드의 옷을 입혔다.
마력 은실로 보정된 유미의 아름다움이 상당했던지라 제법 반응이 괜찮았다. 인터넷, 주로 여자들이 많이 하는 사이트에서는 빨리 새로운 디저트를 먹고 싶다라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디저트가 발매 됐다.
이미 케즈론 카페의 초콜릿 쿠키가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나오는 다양한 케이크 또한 수많은 여자들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다.
그런데 짐작을 했음에도 생각보다 비싼 가격과가 적은 양 때문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21,900원이나 주고 조그만 조각 케이크를 먹기에는 저항감이 상당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안 사먹을 리는 없었다. 케즈론에 큰 만족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비싸긴 했지만 맛이 궁금해서 사먹었고 그 뛰어난 맛에 흠칫 놀라 주변 친구들에게 맛있다고 크게 호평했다.
“야, 이거 진짜 맛있어.”
“치즈 케이크 맛이 다 비슷하지. 커피 맛있어서 잘 팔리니까 우리가 호구인줄 알고 낸 거 같지 않냐? 케즈론 진짜 개실망이다.”
화려한 옷을 입고 테이블에 앉은 지원은 한껏 기대했던 케즈론 카페의 디저트 가격이 너무 비싸 크게 실망했다. 다른 카페에 비해 맛이 있어 어느 정도 더 비싼 건 이해했다. 그런데 자그마치 4~5배가 비쌌다. 그것도 양은 다른 카페의 절반 가까이 작으니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야아, 진짜 2만원 값을 한다니까. 자, 너도 먹어봐.”
솔직히 맛이 궁금하기는 했다. 이미 맛있다고 말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사방에서 울러 퍼졌으니까.
지원은 친구가 케이크를 조금 잘라서 주는 걸 받아먹었다. 케즈론이니까 맛있기는 하겠지만 치즈 케이크라는 게 충분히 상상 가능하고 짐작 되는 맛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 대박사건. 진짜 맛있다.”
얼마 안 되는 양을 먹었을 뿐인데 깊은 풍미를 가진 고급스러운 맛에 절로 맛있다는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분명 다른 곳과 같은 치즈 케이크인데 저 작은 조각에 2만원이나 하는 이유를 단번에 깨달았다. 상상을 뛰어넘은 그 맛. 그야 말로 케즈론이니까 가능한 맛이었다.
처음 가격과 양을 보고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한 번 맛을 보고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이런 맛을 가진 케이크를 2만 원에 팔아주는 게 감사하다고 느낄 만큼 인간이 자각하는 맛을 뛰어넘은 그런 초월적인 맛이었던 것이다.
한 번 맛을 본 여자들은 온갖 찬양을 하며 꼭 맛봐야 할 디저트라고 말했지만 카페에 별로 가지도 않고 여자들이 밥값만큼 비싼 디저트를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당수의 남자들은 케즈론에서 파는 디저트의 가격을 보고 온갖 욕을 했다.
[겨우 저 정도 양을 2만 원에 파는 건 정말 미친 거 아닌가요? 케즈론 화장품도 그렇고 여자들 허영심 노리고 가격 비싸게 내는데 그걸 또 좋다고 사는 여자들도 이해가 안 가네요.]
[2만 원이면 1치킨 넘는 가격인데... 저거 먹을 바에는 치킨 시켜 먹음]
케즈론에 대한 비난은 물론이고 디저트를 사먹는 여자들에 대한 비웃음이 남자들 사이트에선 엄청 났다.
심지어 유머 게시판에는 2만 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치킨, 피자, 삼겹살 등 푸짐해 보이는 사진을 올리고 마지막에 케즈론 카페에서 파는 조그만 디저트가 한 조각이 있었다.
완전히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비난이, 그 이후에는 비웃음거리로 만들더니 나중에는 양이 작거나 가격이 비쌀 때 아예 케즈론이라는 단어를 붙여 썼다.
양 작은 과자를 보면 ‘양 진짜 케즈론이네.’같은 식으로 말하는 등 비싸고 양 적음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남자들이 비웃음거리로 삼더라도 장사 자체는 시황의 생각 이상으로 잘 되고 있었다.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하고 또 먹고 싶어지는 그런 대단한 맛이라 여자들이 끊임없이 와서 디저트를 사먹었다.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오후가 되기 전에 다 팔려서 나중에는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몇몇 여자 연예인들은 자신의 SNS에 ‘케즈론 카페에서 파는 케이크 먹고 싶다’라는 글을 썼고, 팬들이 돈을 모아 260,000원이나 하는 케이크를 종류별로 사서 선물하는 일도 있었다.
마치 연예인이 인기를 이용해 구걸을 하는 듯한 이 일에 남자는 물론이고 못 먹어서 서러운 여자들도 거세게 비판해 연예인들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