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13화 (412/629)

0413 ------------------------------------------------------

드래곤 루나모스

“벌레 같은 건 안 물어?”

“후우... 아무래도 벌레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인 듯 하군. 벌레는 없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미나가 대답했다. 벌레가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시황은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저기 갈라진 땅에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마치 습식 사우나와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모르겠지만 수란과 미나는 제대로 숨이 턱턱 막히는지 제대로 숨을 쉬지도 못하고 땀만 흘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몬스터와 싸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너희는 내려가서 쉴래? 나 혼자 올라갔다 올게.”

혼자 가는 건 긴장되었지만 수란과 미나는 싸우기도 전에 탈진할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괜찮아요. 덥긴 하지만 아직 버틸 수 있어요.”

“나도 괜찮다.”

흘리는 땀의 양을 보면 전혀 안 괜찮아 보였다. 그래도 아직 의지는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가서 판단해보기로 했다.

다시 산을 올랐다. 산은 험하지 않았다. 나무들이 우거져 있기는 했지만 마치 TV에서 보는 유럽의 관광지 같은 느낌이라 의외로 옷을 벗고 가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하아... 하아...”

“후우...”

시황이 앞장서서 갔는데 뒤에서 수란과 미나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부모님과 같이 듣고 있기엔 무리가 뒤따를 정도로 상당히 민망한 느낌이 났다.

올라갈수록 점점 풀이 우거지고 나무들이 뒤엉켜 있었다. 갈라진 땅에서 곳곳에서 더욱 짙은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수란과 미나의 신음 소리 같은 숨소리가 점점 커졌다.

걱정이 된 시황이 수란과 미나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였다.

나무와 풀 때문에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약간의 소음이 들려오더니 갑자기 무언가가 뛰쳐나와 시황의 가슴을 날카로운 창으로 찌르려고 했다.

“보호하라!”

더위 때문에 지쳐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미나와 다르게 수란은 실력 있는 전설의 리그 서포터가 원딜러에게 반사적으로 실드를 걸어주듯, 미리 준비하고 있던 보호 마법을 알아듣기 쉽게 한국말로 외치며 시황에게 즉각적으로 걸어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란의 보호막이 빛을 보지는 못했다. 톨레이만의 저주로 매달 격투 게임에서 실전과 다름없는 싸움을 치룬 시황이 이런 공격에 당할 리가 없었으니까.

순간적으로 가슴에서 불같이 마기가 일었다. 인간이 인지하고 반응하는데 걸린다는 한계 시간인 0.1초는 물론이고 0.03초보다도 빠른 속도로 다리에 마기가 스며들었다. 그 강대한 근력을 통해 시황은 단번에 땅을 박차 민첩하게 옆으로 피했다.

시황이 박찬 자리엔 흙이 움푹 패여 선명한 흔적이 남았다.

“크륵...”

누군가 창을 들고 찌르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양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지구의 양과 다르게 사람 정도는 단번에 구멍을 내버릴 만큼 날카로운 뿔을 머리에 달고 있었다.

“송곳 뿔 화산 양이에요! 저 뿔로 상대를 단번에 꿰뚫어버리니까 조심하세요!”

몬스터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차린 수란이 외쳤다.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송곳 뿔 화산 양이 화가 난 듯 씩씩 거렸다. 그리고 시황이 준비할 틈도 없이 다시 한 번 그 날카로운 뿔로 시황을 꿰뚫으려고 했다. 몬스터인 만큼 그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일반인이라면 어? 하는 사이에 가슴에 구멍이 나도 이상치 않았다.

당연하게도 시황은 일반인이 아니었다. 이미 다 보고 있는데 그런 공격에 당할 바보는 더더욱 아니었다.

곧바로 마기를 장갑에 흘려 넣었다. 그러자 검은 드래곤의 비늘이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시황의 전신을 감쌌다. 마치 히어로 영화 같은데 나올법하게 변신해 버린 시황은 마기로 땅을 굳건히 지탱하고 손을 펼쳐 손바닥으로 양의 진로를 막았다.

드래곤의 비늘로 감싸인 시황의 손과 송곳 뿔 화산 양의 뿔이 강렬하게 부딪혔다.

으득!

뿔이 단번에 부러지며 피가 솟구쳤다.

“끼엑!”

송곳 뿔 화산 양이 고통에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뒤로 크게 뛰었다.

마기로 인해 지면에 굳건히 버티고 선 시황은 땅 깊숙이 박힌 무쇠 벽과도 같았다. 거기에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일반적인 물리력으로 뚫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드래곤의 비늘이 한낱 일반 몬스터 따위에게 뚫릴 리가 없었다.

미나는 검은 드래곤의 비늘에 쌓인 시황을 넋을 놓고 봤다. 모든 빛을 흡수해버리는 저 본원적인 어둠을 지닌 드래곤의 비늘에 미나는 가슴이 뛸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엘프라 그런 건지, 드래곤의 밑에서 일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나는 드래곤 비늘 페티쉬가 있었던 것이다.

시황은 바로 송곳 뿔 화산 양이 움직이지 못하게 손을 잡았다. 바로 죽이지 않은 건 무언가를 죽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양이니까 털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부분 때문이었다.

손으로 양을 잡자 정보가 생겨난다.

[송곳 뿔 화산 양. 날카롭고 기다란 뿔을 가진 이 포악한 양은 더위나 추위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털을 가지고 있다. 방수 기능도 있는 이 털은 상당한 활용도를 지닌다.]

역시 이런 곳에 사는 양의 털이 무쓸모 할 리가 없었다. 이 양이 가진 털은 분명 지구에 있는 값비싼 등산복 패딩보다 추위를 잘 막아줄 게 분명했다.

활용도를 알았기 때문에 시황은 먼저 아공간에서 동물을 길들이는 알약을 하나 꺼내 양에게 억지로 먹였다.

“크르르....”

몬스터다운 소리를 잠깐 흘리던 양은 점점 힘을 뺐다. 방금까지 그렇게 포악하게 날뛰었는데 이제는 주인을 따르는 개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시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들여진 거 같네.”

약물로 간단하게 양을 길들였다. 이어서 아공간에 있는 포션을 꺼내 뿔을 치료해줬다. 금세 상처가 아물기는 했지만 뿔이 다시 자라지는 않았다.

치료까지 마치고 보관 상자에 양을 집어넣었다.

누에가 아니기는 했지만 계획한대로 몬스터를 생포할 수 있었다. 약은 아직 9개가 남았기 때문에 9마리의 유용한 몬스터를 더 잡아넣을 수 있었다.

보관 상자를 아공간에 넣고 갑옷을 해제했다.

“하아... 하아...”

그런데 수란과 미나가 계속해서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몬스터와 싸운 건 시황인데 수란과 미나가 더 힘들어했다. 그나마 수란은 마법이라도 써줬지만 미나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지쳐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시황은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상당히 남았다. 여유를 갖고 땀에 젖은 두 미녀의 몸매를 감상했다.

미나는 얼굴만이 아니라 몸매도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완벽함에 근접해 있었다. 얇은 발목과 흐트러짐 없는 각선미, 인정 넘치는 넉넉한 가슴 등 이제껏 본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몸매였다.

이미 볼 거 다 본 수란보다 미나의 몸매를 집중해서 보던 시황은 발견하고 말았다. 하얀 팬티가 땀에 젖어 마치 탁본이라도 뜬 것처럼 음부의 형태가 그대로 나타나 있는 것을 말이다.

“둘 다 괜찮아?”

시황은 진심으로 걱정을 하며 수란과 미나에게 다가갔다. 주저앉은 미나가 일어나려고 하자 더욱 음부의 형태가 부각되었다.

“그렇게 더우면 브래지어랑 팬티도 벗는 게 어때?”

브래지어와 팬티가 차지하는 면적이 얼마나 되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그걸 벗는다고 조금도 시원해질 리가 없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시원해졌으면 하는 걱정스런 마음의 표현이었다.

수란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뻔히 다 알았기 때문에 시황을 한심하게 바라봤지만 솔직히 갑갑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줄곧 속옷을 벗어버리고 싶기는 했다.

“오빠의 목적이 뭔지는 알지만, 그래도 더우니까 어쩔 수 없네요.”

수란은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었다. 이미 몸을 다 보여줘서 그런지 손길에 거침이 없었다. 운동화만 빼면 수란은 완벽한 나체가 되었다.

시황은 수란에게 브레지어와 팬티를 받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미나는 어쩔래?”

“...나도 벗겠다.”

수란보다 미나가 더위에 더 취약한지 성에 대해 그토록 보수적인 미나조차도 더위에 참지 못하고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어 시황에게 건넸다.

벗은 속옷을 받아들며 시황은 눈도 떼지 않고 노골적으로 미나의 알몸을 쳐다봤다.

미나는 엘프인만큼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봉긋 솟아오른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 벚꽃과 있으면 구분조차 가지 않을 연한 핑크빛 유두. 그리고 음부 또한 순결함을 넘어 벚꽃이 만개해있는 듯 했다. 그 밑에서 벚꽃 축제를 해도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리라.

발가벗은 두 미녀를 데리고 시황은 좀 더 산을 올랐다. 몬스터라는 건 의외로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로는 조금 걸을 때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위협을 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끼끽!”

한참 몬스터가 없나 시황이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나무 위에 있던 주먹만 한 크기의 몬스터가 날카롭고 기다란 이를 드러내며 갑작스럽게 수란을 공격했다.

“보호하라!”

이번엔 수란의 방어 마법이 빛을 발했다. 수란을 공격한 몬스터가 방어막에 막히자 곧바로 방향을 바꿔 시황을 공격하려 했다.

시황은 흉측한 이빨을 가진 쥐 형태의 몬스터가 달려들자마자 가볍게 후려쳐 죽여 버렸다. 주먹 정도 밖에 안 되는 크기인 만큼 상당히 민첩했지만 시황은 그보다 더 빨랐다.

“화산 쥐에요. 저 날카로운 이빨은 바위조차 뚫기 때문에 물리면 그 부위가 뜯겨져 나갈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앗! 또 와요!”

설명을 하던 수란은 갑자기 여러 마리의 화산 쥐가 나타나는 걸 보고 소리를 쳤다.

여러 마리의 화산쥐는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시황은 미나와 수란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간혹 빠져나가는 한두 마리는 수란이 보호막을 써서 막고 간단한 마법으로 처리했다.

드래곤의 비늘로 몸을 감싼 시황은 달려드는 화산 쥐를 빠르고 간단하게 처리했다. 이빨만 조심하면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은 몬스터인데, 그 이빨도 드래곤의 비늘을 뚫지 못하니 화산 쥐의 완벽한 카운터라 할 만했다.

그런데 시황을 빠져나간 화산 쥐 한 마리가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미나의 가슴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다급해진 미나가 마법을 쓰려고 영창을 했지만 중간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혼미해져 제대로 마법을 완성하지 못했다.

미나의 저 아름다운 가슴이 뜯겨져 나가는 건 그야말로 인류의 재앙이었다.

시황은 순간 마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단번에 미나에게 달려가 가슴을 손으로 감쌌다.

“끽끽!”

화산 쥐는 미나의 가슴 대신 드래곤의 비늘로 감싸인 시황의 손을 뜯어버리기 위해 있는 힘껏 물었다. 하지만 시황의 손이 아니라 화산 쥐의 이빨이 부러져 나갔다.

위험을 느낀 화산 쥐가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천연기념물 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나의 가슴을 물려고 한 화산 쥐에 시황은 크게 분노했다.

온 힘을 담아 도망가려는 화산 쥐에 따라붙어 바퀴벌레를 죽이듯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그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화산 쥐는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핏물만 바닥에 흩뿌려질 뿐이었다.

“괜찮아?”

“고, 고맙군.”

미나는 시황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정신이 어지럽고 혼미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드래곤 비늘을 입고 자신을 구해준 시황이 가슴이 뛸 정도로 멋져 보여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가슴은 괜찮아? 다친데 없나 잠깐 확인해볼게.”

갑옷을 해제하고 시황은 미나의 가슴을 살폈다. 혹시 상처가 있으면 포션으로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손으로 뽀얀 미나의 가슴을 더듬거렸다.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마치 손을 빨아들이는 듯 느껴지는 기분 좋은 부드러움에 시황은 어느새 가슴을 그냥 주무르고 있었다.

“그만 하고 가요. 언제까지 만질 생각이에요.”

미나는 얌전히 있는데 옆에 있던 수란이 시황의 손을 떼어냈다. 수란의 얼굴에서 한심해 죽겠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상처를 확인해본 거야.”

“어련하실까요.”

“흠흠, 그런데 둘 다 더 이상 가기 무리인 거 같은데. 미나는 탈수 증세인 거 같고 너도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위험해 보여.”

“여기까지 온 거 어떻게 하겠어요. 되돌아가기엔 늦었으니 빨리 누에를 찾고 돌아가요.”

말이 그렇지 누에가 어디 있는지 알아서 빨리 찾겠는가?

잠시 고민하던 시황은 5레벨 때 받은 보상이 하나 떠올랐다. 케즈론의 성으로 향하는 차원문을 3개까지 쓸 수 있다는 것.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원래 쓰던 문 말고 다른 문을 하나 소환했다. 그리고 그 문을 열자 익숙한 케즈론의 성이 드러났다.

“되네?”

이러면 다시 고생해서 성으로 몰래 숨어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언제든지 투알 화산지대에 올 수 있는 방법도 얻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