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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12화 (41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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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미나와 수란을 데리고 바로 케즈론의 성으로 넘어갔다.

포션이 구비된 방에서 되는대로 포션을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해독 포션은 물론이고 완전 회복 물약도 있었기 때문에 안전은 보장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영약실이 열리긴 했지만 당장 먹을 생각은 없었다. 영약이라는 건 먹는다고 해서 바로 내공이 증가하고 초절정 고수로 변하는 게 아니었다.

영약을 먹어도 흡수되지 못한 대부분의 기가 온 몸에 흩어지고 이걸 명상이든 섹스든 어떤 방식으로든 흡수를 차근히 해 나가야 했기 때문에 이걸 기다리다가는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시간이 크게 지체되기만 할 뿐이었다.

이미 가진 무기와 방어구만 해도 몬스터를 생포하는데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시황은 영약도 먹지 않고 오늘 당장 간다는 결단을 내릴 수가 있었다.

몬스터를 생포하면 그대로 들고 오기 힘들었기 때문에 콘즈에게 물어본 뒤 잡다한 방에서 동물이나 몬스터를 넣을 수 있는 보관 상자를 구할 수 있었다.

[생명체 보관상자. 손바닥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사각의 보관상자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있어 최대 10미터 크기의 생명체를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 몬스터의 이름을 부르며 던져도 배틀이 시작하지 않으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자.]

생명체 보관상자도 아공간에 넣고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음식과 물도 챙겼다.

준비를 마무리한 듯하자 시황은 얼마 전에 구한 검은 드래곤의 갑옷을 발동시키는 장갑을 착용하고 나서, 게이트를 통해 수란의 고향인 로 하임 행성으로 함께 넘어갔다.

몇 번 와봤기 때문에 익숙한 통로를 지나 보물 창고로 갔다. 하지만 아는 길은 여기까지였다. 보물 창고에서 나가는 길은 몰랐기 때문에 얌전히 수란을 따라갔다.

수란은 걸으며 금화를 잔뜩 챙겨 주머니 안에 넣었다.

“이 보물 창고는 성의 내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투명화 마법을 써서 몰래 지나갈 거예요.”

보물 창고를 나가기 전에 수란이 말했다.

“투명화 마법으로?”

“네. 괜히 성에 있는 사람과 만나서 제 정체가 밝혀지면 바로 아버님의 귀에 들어가게 돼요. 그러면 한동안 성에 묶여서 나가지도 못하게 될 게 분명해요.”

“며칠 동안 잡혀 있으면 곤란하지.”

시황은 바쁜 몸이었다. 투알 화산지대에 도착해서 몬스터를 언제 잡을지도 모르는데 할 거 없이 성에서 며칠 동안 붙잡혀 있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난 투명화 마법 못 쓰는데?”

사람들의 인지력을 없애주는 옷은 있었지만 그게 투명화가 되는 건 아니었다.

“괜찮아요. 저하고 접촉하면 오빠하고 미나 씨까지 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요. 기척도 같이 없애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몸에 닿지만 않으면 어렵지 않게 성을 나갈 수 있어요.”

“성을 지켜주는 보호 마법 같은 건 없는 거야?”

어디서 본 어쭙잖은 지식으로 시황이 말했다.

“괜찮아요. 저한테 맡겨두시면 돼요. 자, 이제 나갈 테니까 손을 잡으세요.”

간단히 대답한 수란이 손을 내밀었다. 투명 마법을 사용할 줄 알지만 얌전히 있던 미나가 손을 잡았다. 하지만 시황은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수란의 등을 껴안았다.

“뭐 하시는 거죠?”

“이렇게 가려고. 접촉만 하면 된다며?”

“걷기가 불편하잖아요.”

“최대한 안 불편하게 할게.”

“하아...”

수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마법을 영창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제법 길게 흘러나오고 시황은 이내 몸에 마법의 힘이 깃드는 걸 느꼈다. 혹시나 해서 손을 확인했지만 투명해서 안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갈 테니까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응.”

수란이 걷자 시황은 엉거주춤한 포즈로 따라 걸었다. 옆에서 보면 상당히 꼴불견인 모습이었지만 시황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차피 투명화가 돼서 미나와 수란을 제외하면 보이지도 않을 테고.

옅게 빛나는 조명이 달린 어두운 길 걷고 계단을 5분정도 올라가자 성 내부로 나가는 문이 나왔다. 수란은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 아무도 없는 방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에 거침없었다.

문을 통해 나온 곳은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진 방이었다. 닫힌 문은 주변의 벽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어디에서 나왔는지 방금 보고도 구분이 가질 않았다.

수란은 이 화려한 방을 익숙하게 걸어 나갔다.

화창하게 떠오른 태양은 성의 복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메이드 복을 입은 몇몇의 하녀들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다녔다.

시황은 가만히 등만 껴안고 걷기엔 심심해서 손을 올려 수란의 가슴을 만졌다. 특별한 방어구를 입지 않아 티셔츠로 가슴의 감촉이 전달된다.

수란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지만 시황의 손을 제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안전하게 성을 빠져나가는 게 훨씬 중요했으니까.

거대한 성의 복도를 조심해서 걸었다. 어느 순간부터 은빛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서 있거나 귀족으로 보이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위치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성의 입구에 다다른 듯 했다.

열려있는 거대한 성문을 지나 화려한 정원을 걸었다. 이름 모를 꽃들이 한국의 흔한 꽃 축제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정돈되어 있었다. 가능하다면 새로 짓는 집에 저런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싶었다.

수란의 가슴을 만지며 걷다보니 금세 성벽에 도달했다. 그 어떤 존재의 침입을 불허하듯 거대하게 쌓아올려진 성벽은 날지 않는 이상 침입하기 어려운 듯 했다.

큰 문은 닫혀있고 옆에 난 작은 문만 열려있었다. 기사와 성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뭔가를 확인하느라 가로막고 있어 그곳으로 지나가긴 어려워보였다.

“사람이 지나가면 저 문으로 빠져나가요.”

수란이 아주 낮게 말했다.

“잠깐, 그러면 내 도구를 쓰자.”

시황은 아공간에서 장애물 무시 후프를 꺼냈다. 수란과 떨어지지 않게 가슴을 쥐고 구석진 곳의 성벽에 후프를 붙였다. 끝까지 가슴을 잡고 있자 수란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투명화가 풀리지 않게 조심하며 뚫린 성벽을 건너 성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편하게 걸어도 돼요.”

“휴, 힘든데?”

후프를 다시 챙겨 아공간에 집어넣은 시황은 기지개를 폈다. 몰래 성을 나오느라 힘든 게 아니라 수란의 가슴을 만지느라 어정쩡하게 걸어서 조금 지친 상태였다.

미나는 그런 시황은 추태를 봤음에도 무신경할 뿐이었다. 평소 프린과 어떤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가면 돼? 빨리 하고 돌아가자.”

“제가 알기로 투알 화산지대에 가려면 배를 타고 일주일을 간 뒤에 다시 마차로 20일은 더 가야 해요.”

“응? 가는데만 30일이 걸린다고? 아까랑 말이 다르지 않아? 얼마 안 가서 도착할 수 있다며?”

수란의 말을 믿고 찬미와 다른 여자애들에게 2~3일 일이 있다고 하고 왔는데, 아무리 그래도 갔다 왔다 2달은 너무 오래 걸렸다. 성 밖까지 나왔지만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도시와 도시를 잇는 워프게이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투알 화산지대 근처에 있는 도시로 가면 금방 도착할 수 있어요.”

“그거부터 말해줘야지.”

“궁금하신 거 같아서요.”

가슴을 만진 복수인지 일부러 자신을 놀려주려고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시황이 눈치 챘다. 시황은 가볍게 안도했다.

그런데 의외로 로 하임 행성이 발달한 곳 같아 조금 놀라고 있었다.

시황은 주변을 둘러봤다. 정갈하게 깔린 도로에 일반 주택들도 돌로 만들어져 마치 유럽에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었다. 4레벨에 열린 게이트로 올 수 있는 곳인 만큼 문명 수준이 그렇게 낮은 건 아닌 듯 했다.

“옛날에 로 하임 행성 사람들은 마법사를 무서워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런데 워프게이트는 도시마다 있다니 좀 이상한데?”

“맞아요.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고위 귀족 아니면 범죄자 또는 몬스터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평민들은 근본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워프게이트는 마법이라기 보단 톨레이만 님의 권능이에요.”

그러고 보니 여기는 톨레이만이 지켜주는 행성이었다. 드래곤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시마다 워프게이트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했다.

“그러면 바로 가자. 빨리 하고 돌아가게.”

“알겠어요. 바로 워프게이트로 갈게요.”

시황의 말에 수란은 바로 워프게이트로 안내했다.

길을 가며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간단하게 입을 맞추었다.

“우리 사이는 결혼한 걸로 해두죠. 간혹 귀찮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거든요. 미나 씨 괜찮은 가요?”

“상관없습니다.”

수란의 물음에 미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인간이 정한 관계에 관심 자체가 없는 듯 했다.

덕분에 시황은 두 명의 부인을 손쉽게 얻었다.

도시 중앙 부근에 있는 워프 게이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아까 수란이 보물 창고에서 가지고 온 금화를 지불하고 투알 화산 지대 근처에 있는 몬트올이라는 도시로 워프했다.

어지럽거나 구토감 같은 건 전혀 없이 단번에 도시를 이동했다. 신기할 것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 풍경이 완벽하게 변했다.

방금 전까지 있던 도시와 다르게 몬트올은 시골에 있는 도시처럼 건물보단 주변에 산과 녹지가 가득했다. 도시 자체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는데 뒤에 솟은 산에서 뜨거운 수증기 비슷한 연기가 계속해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수란은 능숙하게 마부에게 돈을 쥐어줘 투알 화산지대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간혹 산에 가는 사람이 있는 건지 용병을 구하고 가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마부는 큰 의심 없이 화산지대 입구까지 태워주었다.

마차에서 내린 시황 일행은 빠르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황은 긴장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위험한 곳은 처음 오다 보니 시황이라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기이한 형태의 나무와 옅게 깔린 푹신한 풀을 밟으며 어느 정도 올라가자 갑자기 경고판이 나왔다.

수란이 그 경고판을 읽어주었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몬스터가 나오니 조심하라는군요.”

“잘 찾아왔네.”

시황 일행은 주의를 기울이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그런데 아까 전과 다르게 점점 올라갈수록 땅에서 후끈한 열기가 계속 솟아올랐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착각까지 일었다.

강대한 마기로 더위를 타지 않는 시황과 다르게 수란과 미나는 옷이 젖어버릴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옷이 젖으며 속옷의 윤곽이 은근히 드러났다.

시황은 가지고 온 물을 아공간에 꺼내 건네줬다.

“시원하게 하는 마법 같은 건 없어?”

“비슷한 건 있지만 지금 쓰기는 어려워요. 언제 몬스터의 공격이 올지 몰라 실드를 바로 발동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수란은 방법이 없어 보였다.

“미나는?”

“엘프는 자연의 섭리를 거르지 않는다. 이런 더위쯤이야 참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 마법까지 써야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군. 인간들과 다르게 엘프는 인위적인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땀을 엄청 흘리면서도 미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엘프니까 사고방식이 다른 건 알겠지만 그래도 보기에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면 상의라도 벗는 게 어때? 조금이라도 시원해지지 않을까?”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평소라면 한마디 했을 수란이 지금은 정말 더운지 아무런 불만 없이 바로 위에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브래지어가 그대로 드러났다. 어차피 적의 공격은 실드로 막기 때문에 옷 같은 건 입나 안 입나 방어력 자체는 똑같았다.

땀으로 가득한 옷은 한번 짠 뒤에 시황이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미나도 벗지 그래? 이런 상태면 몬스터를 만나기도 전에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데.”

“...알겠다.”

시황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미나도 결국 옷을 벗는 쪽으로 합의를 봤다. 올라갈수록 더 더워졌기 때문에 슬슬 견디기 힘든 지점까지 온 것이다.

미나는 티와 바지를 벗었다. 귀여운 브래지어와 앙증맞은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팬티가 드러났다. 시황은 상의만 벗으라고 했지만 도저히 너무 더워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마부가 사람이 거의 안 오는 위험한 곳이라 말해줬기 때문에 옷을 벗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들킬 걱정은 없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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