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의 유산-407화 (40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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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이렇게 인기가 증가하니 방송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본판 뮤직 비디오를 찍고 노래를 녹음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핑크펫은 잠까지 쪼개며 방송에 출연했다.

오늘 녹화할 할 방송은 연예뉴스 톡톡이라는 연예계 정보 방송이었다.

연예뉴스 톡톡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가을과 핑크펫이 입고 있는 500억 원의 무대 의상을 전면적으로 내보내기로 계획을 잡고 있었다.

옷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인터뷰 녹화는 아진 엔터테인먼트 건물 내에서 진행되었다.

흰 벽에 나란히 서서 인터뷰를 맡은 리포터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질문을 핑크펫에게 했다.

“요즘 핑크펫하면 값비싼 무대 의상이 큰 화제인데요. 저희가 직접 그 의상을 찍어볼 수 있을까요?”

“아, 그건 대표님께서 허락을 하셔야...”

소호가 카메라 뒤에 서 있는 황미주를 보며 말하자 리포터가 다시 한 번 황미주에게 물었고 카메라가 돌아가자 잠시 고민하는 척 하던 황미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로 카메라가 가을의 몸을 아래에서 위로 훑었다. 12센티미터의 힐을 신은 발부터 쭉 뻗은 고운 다리, 아름다운 드레스로 이어지더니 가슴 부근에 달린 블루 다이아몬드를 줌까지 해서 선명하게 찍어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높은 힐을 신고 춤추는 게 어렵지 않을까 하고 궁금해 하는데요. 가을 씨 실제로 어떤가요? 꽤 아프죠? 저도 여자인지라 그 고통이 느껴지거든요.”

리포터의 말과 동시에 카메라가 힐을 신은 가을의 발을 비췄다.

“저도 처음에는 힐이 너무 높아서 신고 춤추는데 무리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케즈론 대표님께서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편할 거라고 말하시는 걸 믿고 신어봤는데, 정말 불편함이 하나도 안 느껴져서 저희도 엄청 놀랐어요.”

“에이, 아무리 지원을 받으셨어도 거짓말은 하시면 안 되죠!”

리포터가 깐죽대며 말하자 소호와 제인도 정말 편하다고 같이 외쳤다.

“그러면 정말인지 제가 한번 신어 봐도 될까요?”

리포터의 말에 황미주의 허락이 떨어졌고 발 사이즈가 비슷한 가을이 하이힐을 양쪽을 벗어서 리포터에게 넘겨주었다. 하이힐을 벗어서 키가 단번에 12센티미터가 감소했음에도 카메라로 찍히는 가을의 다리는 변함없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이힐을 건네받은 리포터가 조심해서 하이힐을 신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홍보 차원에서 하는 말인지 알았는데 정말 운동화처럼 편했던 것이다.

“와, 정말 놀라운데요. 이 하이힐의 가격이 억대인 걸로 아는데 왜 그렇게 비싼지 바로 알거 같네요. 정말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불편함이 하나 없어요! 세상에...”

진심으로 놀라는 리포터의 표정이 찍히고 이어서 핑크펫이 새롭게 만든 안무인 섹시 엉덩이춤을 선보이는 걸로 녹화가 마무리 되었다.

녹화가 끝이 났음에도 방금 신은 하이힐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취재를 했던 여자 리포터가 가을과 황미주에게 개인적으로 질문을 했다.

“그 하이힐 지금 파는 거예요? 제가 듣기로는 케즈론은 카페하고 화장품만 판다고 하던데.”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카페야 리포터도 자주 애용하기는 했다. 화장품은 비싸서 못 샀지만 하이힐은 신고 나니 침이 주룩 나올 정도로 탐이 났다.

“저도 아직 안 파는 걸로 알고 있어요. 패션 사업 진출은 아직 고려중이라고 들었거든요.”

시황과 친한 가을이 바로 대답했다.

“아쉽네요. 팔지도 않는 거라니... 팔아도 어차피 전 비싸서 사지도 못하겠지만요. 하하.”

못 산다고 직접 말을 했음에도 리포터의 눈이 가을이 신은 하이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리 예쁘고 좋아봤자 팔지도 않고, 어차피 비싸서 못 사는 건데도 가슴에서는 참을 수 없는 구매욕이 끓어올랐다.

이런 리포터의 욕망이 며칠 뒤에 방송한 연예뉴스 톡톡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하이힐을 신었을 때 진심으로 놀라는 모습이 공중파로 그대로 나갔다. 그래서인지 케즈론 화장품으로 하이힐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

핑크펫만 인기를 끄는 게 아니었다.

명동에 오픈한 카페 케즈론도 외국인들에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하며 상상의 한계를 초월한 압도적인 맛의 커피와 디저트는 한 번 맛보면 다른 카페에 가지 못할 맛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중 상당수는 여행 내내 카페 케즈론에 들리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 인터넷에 카페 케즈론 방문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왔고 전부 강력 추천하다 보니 어느새 한국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유명 카페가 되어버렸다.

평소 한국 문화를 좋아해 한국 여행을 자주 오는 유명 일본 모델 아키모토 레나도 친구와 함께 요즘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케즈론 카페에 들렀다.

사람이 너무 많아 줄을 서야 했지만 카페가 큰 만큼 일하는 직원도 많아서 생각보다 빠르게 주문한 커피와 추천 받은 초코 디저트를 받을 수 있었다.

“레나야, 이거 너무 비싸지 않아?”

함께 여행 온 동료 모델이자 친구인 무라모토 아스카가 소소한 불평을 했다. 커피 한잔에 만 원이 넘는 걸 보고 바가지를 쓰는 게 아닌가하고 의심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가 가격은 비싸도 맛있다고 유명한 곳이니까 맛부터 보자. 사람들이 칭찬한 이유가 있겠지 않을까?”

“레나의 직감 믿어볼게.”

먼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부터 찍은 아스카는 주문한 카페라떼를 홀짝였다.

“아...”

절로 신음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이 감미로운 맛이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한 차원 높은 수준이었다. 한 모금이지만 이정도 질의 차이를 느끼고 나니 겨우 만 원이라는 생각으로 변해버렸다.

인터넷을 보고 온 레나도 아스카의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소 커피를 좋아해서 일본에서도 유명한 가게는 다 가봤는데 그런 곳에서도 느끼지 못한 완벽한 맛이었다. 정말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생전 처음이었다.

이어서 바로 초코가 듬뿍 뿌려진 디저트까지 맛본 레나는 왜 사람마다 그렇게 극찬을 하는지 몸으로 느꼈다.

“레나야, 정말 맛있어. 역시 레나의 감각은 틀리지 않는 다니까.”

“안 되겠다. 이건 꼭 방송 나가서 직접 소개를 해야겠어.”

레나는 유명 모델인 만큼 고정적으로 나가는 방송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케즈론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완벽히 케즈론 카페에 중독되어버린 레나와 아스카는 틈만 나면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사 먹었다.

한국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레나는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 PD에게 얘기해 카페 케즈론을 소개하는 한국 여행편을 녹화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녹화 촬영을 허가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시황은 당연히 수락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 유명한 개그맨들과 함께 레나가 다시 카페 케즈론을 찾아왔다.

이 날의 녹화는 시황도 함께했다.

먼저 명동의 거리를 걸으며 일본 개그맨과 레나가 촬영을 시작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의 바카바카한 놈들은 한국에서 촬영합니다. 간만의 한국 촬영이라 매우 긴장되는데요.”

“어이, 오사무 씨. 오늘은 무슨 촬영을 하려고 한국까지 온 겁니까! 매운 요리라도 먹습니까?”

마른 개그맨이 MC인 통통한 개그맨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게 말입니다. 타나카 씨, 사실은 레나 양의 간곡한 요청으로 오게 됐습니다.”

“아! 레나 양이? 그러면 당연히 와야죠! 오사무 씨 당신이 멀리 왔다고 짜증낸 겁니까? 레나 씨한테? 네?”

오사무라는 통통한 MC가 설명을 하자 타나카라 불린 마른 개그맨이 화들짝 놀라며 바로 태세전환을 했다.

초반에는 가볍게 개그가 오가다 이어서 레나가 카페 케즈론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제가 한국 여행 오는 걸 좋아하는데요. 얼마 전에도 한국에 왔거든요. 인터넷에 유명 카페가 있다고 해서 들렀다가 정말 너무 맛있어서 눈물을 흘리고 만 거예요.”

방송이다 보니 레나는 적당히 과정을 섞어서 얘기했다.

“맛있다고 눈물을 흘려요?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는데, 혹시 맛없으면 이거 전부 못 쓰니까 레니 양이 책임 져야 합니다.”

“정말 맛있다니까요! 자, 저만 믿고 따라 오세요.”

모델답게 훤칠한 키와 미모로 좌중을 사로잡은 레나가 빠르게 카페 케즈론으로 갔다. 지금 방송을 하고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는 거지, 만약 방송이 아니었다면 당장 달려가서 커피와 초코 디자트를 원 없이 먹었을 것이다. 일본에 돌아가고 며칠 동안 정말 카페 케즈론만 생각나서 참기가 힘들었었다.

2명의 개그맨과 레나가 한쪽에 마련된 녹화용 테이블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와 디저트가 나왔다.

레나는 커피와 초코 디자트를 보자마자 침을 꿀꺽 삼켰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오사무와 다카나, 레나가 커피부터 마셨다.

“오오! 마, 맛있닷!”

다나카가 소리를 질렀다. 방송용으로 하는 멘트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한 것이다. MC를 보던 오사무도 같이 감탄해서 소리를 질렀다.

“하아...”

레나는 커피를 마시고 신음 비슷한 소리를 냈다. 한동안 참다가 마셔서 그런지 희열까지 느껴졌다. 이 맛을 못 잊고 일본에 유명하다는 커피 점을 들렀지만 전부 카페 케즈론의 발끝도 쫓아오지 못했다.

초코 디저트까지 요란하게 맛보고 이어 케즈론 카페 대표인 시황과의 인터뷰 차례가 되었다.

시황이 녹화중인 테이블로 다가가자 당연히 통역사가 통역을 위해 붙었지만 시황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일본어는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서 통역은 전혀 필요 없었다.

“반갑습니다. 강시황 대표입니다.”

“오오, 일본어를 엄청 잘하시는데요?”

“조금밖에 할 줄 모릅니다.”

완벽한 일본어 구사에 개그맨은 물론이고 방송 관계자까지 놀라자 시황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레나도 도대체 이런 맛있는 커피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시황을 쳐다보다가 일본어를 생각보다 너무 잘하자 깜짝 놀랐다.

가벼운 소개가 오간 뒤에 MC가 시황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카페 케즈론의 커피와 디저트가 이렇게 맛있는 이유가 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습니까?”

그거야 다른 행성에 있는 리첼리아 커피 원두를 사용한 거지만 사실대로 대답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시황은 적당히 최고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시황의 간단한 답변이 끝나자 레나가 곧바로 질문을 했다.

“카페 케즈론은 일본에 진출 안 하시나요? 이정도 맛이면 분명 인기를 끌 거 같은데요.”

“아직 일본 진출까지 고려하진 않고 있습니다.”

시황의 단호한 답변에 레나는 진심으로 실망했다. 시무룩하던 레나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시황의 팔을 붙잡고 엉겨 붙었다.

“아앙, 대표님 일본에도 내주세요. 레나는 카페 케즈론이 너무 좋아서 매일 마시고 싶단 말이에요.”

레나가 마치 어린애처럼 시황의 팔을 흔들며 말하자 달콤한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시황도 일본에 진출하고는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생각 외로 일이 상당히 커진다. 지금이야 지방에 있는 작은 규모의 가게는 부모님이 운영하고 명동과 청담동에 있는 건 은지와 지숙이 관리해서 별로 신경 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일본까지 진출하려면 관련 업무를 처리할 부서를 만들고 직원을 뽑아야 해서 일이 방대하게 늘어난다. 거기다 지금은 가을의 일본 진출에도 신경을 써야 됐기 때문에 하긴 하더라도 당장은 힘들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레나양의 개그를 보시고 대표님이 마음에 드시면 고려해보는 걸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MC인 오사무가 중재안을 내놨다. 정말 시황이 고려하든 말든 그건 관심 없었고 방송을 위해 상황을 만든 것이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그럼 저의 섹시 개그를 봐주세요.”

시황이 허락하자 레나는 다 마신 둥그런 디자인의 컵을 두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컵을 자신의 가슴 위에 덮고는 외쳤다.

“케즈론 가슴! 맛있는 우유가 잔뜩 나와요!”

“자, 어떻습니까? 케즈론 대표님 마음에 드십니까?”

MC 오사무가 시황을 보며 외쳤다.

한국이라면 방송으로 절대 불가능할 야한 개그를 서슴없이 한 레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한참을 시황이 고민하는 척 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려해보겠습니다.”

“해냈다! 케즈론 가슴! 예에!”

시황의 긍정적인 대답에 레나는 기쁨의 소리를 지르며 한 번 더 가슴에 컵을 갖다 대며 개그를 선보였다.

이걸로 녹화는 마무리 되었다.

녹화가 끝나고 시황이 한숨 돌리자 레나가 훨씬 차분해진 모습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정말 부탁드릴게요. 레나는 정말 카페 케즈론이 너무 맛있어서 일본에 꼭 생겼으면 좋겠어요.”

저렇게까지 부탁하니 시황도 힘들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하하. 알겠습니다. 한번 고려해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시면 저랑 라인즈 등록 가능할까요?”

“알겠습니다.”

시황은 레나와 라인즈 등록까지 해버렸다. 정말 카페 케즈론을 사랑하는 듯 했다.

돌아갈 때 레나는 초코 디저트와 커피를 잔뜩 싸들고 갔다.

얼마 뒤 방송된 바카바카한 놈들 한국 촬영이 제법 인기가 있었는지 다른 일본 방송에서도 카페 케즈론 명동점을 방문해 녹화를 해갔다.

시황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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