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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미리 연락을 했기 때문에 바로 대표 이사인 황미주를 만날 수 있었다.
아진 엔터테인먼트는 대형 기획사만큼 크고 화려한 건물을 사용하는 건 아니었지만 적당히 규모가 있고 깔끔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소속된 아이돌 중 상당히 인기 있는 남자 아이돌도 있어서 그런지 수익이 나쁘지 않은 듯 했다.
모던한 디자인의 대표실에서 황미주와 맞은 앉은 시황은 커다란 옷 가방에서 무대 의상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무대의상을 보는 황미주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케즈론의 이름을 사용해 홍보할 목적으로 무대 의상 제작을 맡기기는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옷이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단순히 보기만 했을 때는 무대의상보다는 드레스 쪽에 가까웠고 하이힐도 신고 추기엔 불가능할 정도로 굽이 높아보였다.
“어떠세요?”
“예뻐. 정말 예뻐. 그런데 옷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우리 애들이랑 어울릴까? 하이힐이 높아서 춤추기 조금 어려울 거 같은데.”
“옷은 청순, 섹시라는 이미지에 맞게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힐은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저희 케즈론의 특수 공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춤추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거고요.”
공법이 아니라 마법이었지만 그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였다.
황미주는 천천히 무대 의상을 살피다가 큼직한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발견했다. 당연히 큐빅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기만 해도 빨려들 것만 같은 초월적인 아름다움과 사치스러움에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기, 이건 뭐야? 그냥 큐빅은 아닌 거 같은데.”
황미주는 순백색의 드레스에 달린 보석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블루 다이아몬드를 가리켰다.
“블루 다이아몬드에요. 경매에 내면 한 4백억 원 정도는 할 걸요?”
“어? 400억? 에이, 자기 나 놀리는 거야? 장난치지 말고 무슨 보석인지 말해줘.”
덤덤하게 400억 원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라고 하자 황미주는 처음에 뭔가를 잘못 들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장난을 치는 건가 하는 생각에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하하. 정말이에요. 보석 가격과 옷 가격을 합하면 한 벌 당 4~500억 원 정도니까 3벌에 1500억 원 정도 될 거에요.”
“1, 1500억 원? 저, 정말? 정말 장난 하는 거 아니지? 정말 1500억 원이야?”
옷 한 벌에 500억 원이라니 말이 되는가? 황미주는 도저히 믿지 못하고 몇 번이나 시황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는 걸 믿게 되었을 때쯤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저절로 몸이 휘청거렸다. 얼마나 놀랬는지 오줌이 찔끔 나올 뻔 했다.
시황이 곧바로 황미주를 부축했다. 진득한 향수 냄새가 풍겨난다.
“자기, 이렇게 비싼 보석을 겨우 무대 의상에 써도 돼? 나 지금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황미주는 그렇게 말하며 시황의 품에 더 안겨들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이정도면 홍보할 만 하지 않은가요?”
“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 정말 완전 난리가 날거야. 기자들이 소식 듣자마자 전부 달려올 걸?”
황미주는 핑크펫이 한 벌 당 500억 원의 무대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고 했을 때 벌어질 일들이 그림이 그려지듯 상상되었다. 이걸 통해 이슈몰이만 한다만 일본에서도 크게 다뤄줄테고 어쩌면 정말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둘지도 몰랐다.
가슴이 진정이 되자 황미주는 시황의 부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곧바로 케즈론의 특수 공법을 적용했다는 하이힐을 신어보았다. 척 보기에도 대단히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굽의 높이가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들어 아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발 사이즈는 평균이었기 때문에 신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어머, 정말 엄청 편하네? 하이힐이 아니라 운동화를 신은 것만 같아. 그리고 디자인도 너무 예쁘다. 정말. 괜히 케즈론에서 만든 게 아니네.”
앞굽조차 없는 12센티미터의 하이힐이라면 신자마자 그 불편함이 느껴져야 할 텐데 마치 운동화를 신은 듯 편안하고 안락했다. 디자인도 예쁜데다 너무 편하다 보니 황미주는 이 하이힐을 벗고 싶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 마음에 쏙 들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하이힐은 요근래 처음이었다.
케즈론 화장품도 하이힐도 정말 너무 대단해 황미주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 천재적인 시황의 능력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세상엔 상상을 뛰어넘는 천재들이 많다더니 바로 시황이 그런 존재인 듯 했다.
황미주가 마치 명품 매장에 와서 마음에 드는 하이힐을 고르는 듯 계속 어울리는지 전신 거울로 살폈다. 계속 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시황은 황미주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어울리는지 이제 핑크펫 멤버들 불러서 입혀보도록 해요.”
“아, 응. 그러자.”
아쉬워하며 하이힐을 벗은 황미주는 비서를 호출해 대기하고 있던 핑크펫을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실로 핑크펫 멤버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핑크펫 멤버들은 들어오며 시황과 황미주에게 인사를 했다. 시황에게 말할 때와 다르게 황미주는 상당히 깐깐하고 까칠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멤버들은 알아서 조심을 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시황은 곧바로 아까 황미주에게 했던 대로 옷의 가격을 말해주었다.
“5, 500억 원이요?”
“마, 말도 안 돼.”
그러자 가을은 물론이고 소호와 제인도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마나 놀랬는지 소호와 제인은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에 반해 가을은 놀라움과 동시에 시황이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인기가 없다고 시황에게 징징거려서 이렇게 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범한 옷이라면 그냥 탈의실에서 갈아입게 할 텐데 아무래도 가격이 비싸도 보통 비싼 옷이 아니다보니 황미주는 대표실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했다. 만약 이 옷이 도난이라도 당한다면 그대로 회사가 망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옷을 갈아입는 동안 시황은 대표실을 나가 복도에서 기다렸다. 얼마 안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최대한 조심스럽게 옷을 갈아입는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대표실 앞에 서 있으니 지나가던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연습생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연습생들이 지나가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시황은 대표실로 들어가서 가을의 모습부터 확인했다.
“오호, 예쁘네. 역시.”
무대 의상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청순하고 섹시한 아름다움이 가득했지만, 그 옷과 마법으로 보정된 가을의 모습은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미를 뽐내고 있었다.
끌어안고 싶은 가녀린 어깨와 우아하게 흔들리는 머리카락, 청초하면서 지켜주고 싶은 본능을 일으키는 순결한 아름다움까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가을만 그런 게 아니라 소호와 제인도 마법 보정 덕분에 옷을 입기 전에 비해 확실히 아름다워졌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옷이 날개라더니, 500억 쯤 되니까 날개가 아니라 제트기네.”
소호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진심으로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가슴에 달린 큼직한 다이아몬드를 중점으로 수십 장의 사진을 찍었다.
“오빠,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비싼 옷은 처음이라 안 어울릴까 걱정돼요.”
가을은 사진 찍는데 동참하기 보단 시황에게 의견을 물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예쁘긴 했지만 시황에게서 직접 인정을 받고 싶었다.
“정말 잘 어울려. 한국에서 그 옷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은 우리 가을 말고 찾기 힘들걸?”
시황은 가을의 아름다움에 흐뭇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예쁠 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막상 보니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이었다. 저 정도라면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고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인기가 절로 생길 수준이었다.
“자자, 이제 그만 떠들어. 케즈론 대표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실 테니까.”
멤버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좋아하자 엄격, 진지해진 황미주가 핑크펫 멤버들을 진정시켰다.
“하이힐은 어때? 발 아프고 그러진 않지?”
시황은 그래도 모르니 일단 핑크펫 멤버들에게 하이힐이 편한지부터 물었다. 아무리 아름다움을 추구하더라도 불편하고 발 아픈 하이힐을 신길 생각은 없었다.
“네! 엄청 편해요. 이게 굽이 딱 봐도 1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데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진짜 말도 안 되게 편해요. 이거라면 엄청 격한 안무도 바로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호가 간단한 춤 동작을 하며 대답했다.
“편하다니 다행이네. 아, 새로운 포인트 안무는 완성 됐어? 노래는 어떤 걸로 하기로 했어?”
소호의 춤을 보자 노래와 포인트 안무가 정해졌는지 궁금해졌다.
“네. 노래는 저희 데뷔곡으로 하기로 했어요. 안무도 새로 다 짜서 전보다 더 춤이 섹시해지고 좋아졌어요. 이 옷 입고 춤추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하...”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은지 소호가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황미주가 일본 진출 계획을 시황에게 설명했다.
“일본의 슈퍼 유니버셜 재팬 레이블하고 계약은 이미 했고, 다음 달에 스페셜 앨범을 출시할 거야. 그리고 2주 뒤, 일본에서 쇼케이스를 하고 정식 데뷔는 그 다음 달에 하기로 정해졌어.”
“음...”
앞으로 두 달 뒤면 일본 정식 데뷔였다. 그렇다면 그 전에 가능한 큰 이슈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총합 1500억 원의 옷은 분명 큰 이슈가 될 테지만 핑크펫이라는 이름도 조금 더 알릴 필요성이 있었다.
“시황 씨, 그러면 이 무대 의상은 언제부터 입힐 거야? 아무래도 가격도 비싸고 위험하니까 새로 촬영하는 뮤비 외에는 입히기 힘들겠지?”
황미주는 가을과 소호 등 핑크펫 멤버가 있었기 때문에 시황에게 자기라 하지 않고 시황 씨라고 부르며 옷을 언제 쓸 건지 물었다.
“이 옷은 앞으로 한국 음악 방송은 물론이고 일본 음악 방송 나갈 때도 입힐 거예요. 그리고 무대 의상을 한 벌만 입으면 안 되니까 값은 좀 떨어지더라도 여러 벌 만들도록 할 거고요.”
“어머, 그래? 여러벌을? 하, 정말 대단하다.”
황미주는 여러 벌을 만들겠다는 말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도대체 시황의 돈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옷을 가장 처음 입고 선보이는 곳은 명동에 새로 오픈한 저희 케즈론 카페 행사에요. 그러니까 행사 전에 미리 홍보 좀 해주세요. 사람들이 많이 알 수 있게.”
“걱정하지 마. 내가 기자들한테 말해서 바로 홍보자료 뿌리게 할게.”
황미주는 시황을 바라보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황이 아니고 누가 핑크펫 같은 어중간한 걸그룹에 수백억 원의 옷을 지원해주겠는가? 이건 정말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그리고 동시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마지막 기회였다. 황미주는 아진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저희 케즈론 홍보도 같이해서....”
시황은 황미주에게 해줬으면 하는 몇 가지를 말해주었다.
황미주와 시황의 입에서 미소가 어리고 가을과 소호, 제인의 얼굴에선 기대감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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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황미주가 자신만만했던 대로 인터넷에 핑크펫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 시피 했다.
[핑크펫, 한 벌 당 500억 원의 무대 의상으로 일본 진출 선언]
[핑크펫이 입는 500억 원의 무대 의상 정체는?]
[케즈론, 핑크펫에 총 1500억 원의 무대 의상 지원!]
[500억 원의 무대 의상? 도대체 디자인이 어떻기에?]
기본적인 기사는 일본진출 보다 한 벌 당 500억 원의 무대 의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만큼 500억 원이라는 가격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이미 언론 배포용 이미지 사진도 찍어뒀기 때문에 기사를 누르면 500억 원의 무대 의상을 입은 핑크펫의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일부러 포샵을 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배포했지만 사진에 찍힌 핑크펫 멤버들, 그 중 특히 가을이 예뻐도 지나치게 예쁘다 보니 마치 포샵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가격이 가격이다 보니 이 기사들과 500억 원 무대 의상을 입은 핑크펫의 사진이 온 커뮤니티로 순식간에 퍼졌다.
시황은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으로 인터넷 반응을 살폈다. 먼저 남자들이 많이 가는 사이트들부터 둘러봤다.
[무대 의상이 500억? 그냥 언플 같은데요?]
[솔직히 500억 원짜리 의상을 뭐하려고 핑크펫 같은 그룹에 지원하나요? 1위도 못 찍어본 그룹인데]
[핑크펫은 좀... 가을이 그나마 좀 인기 있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봐야 대중적 인기 쩌는 것도 아니라 홍보 효과도 없을 거 같은데. 케즈론이 뭘 믿고 후원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감]
[혹시 케즈론 대표가 외국인이라 아진 엔터테인먼트한테 사기 당한 거 아님? 한국에서 인기 제일 많다고 ㅋㅋㅋㅋ 사실은 1위도 못한 쩌리 그룹인데.]
[그냥 옷 가격이 500억 이라고 하면 그만인가? 그럼 내가 입고 있는 목 늘어난 티는 1000억임. ㅂㅅ]
인터넷 반응은 최악이었다.
다들 500억 원이라는 가격 자체를 전혀 믿지 않았고, 혹여 500억 원이라는 걸 믿더라도 왜 핑크펫 같이 어중간한 인기의 걸그룹에게 지원하는지 이해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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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