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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지나치지 않으면서 눈을 사로잡을만한 딱 그 수준을 찾는 게 중요했다.
“그러면 이제 이 은실에 네가 마법만 걸면 이거 가진 사람은 예뻐진다는 거지?”
“그렇지는 않아요. 마법을 그냥 걸게 되면 지속성이 없어 금방 효과가 사라져요.”
“수란 씨 얘기가 좀 다른데요?”
아까 전에 했던 설명과 좀 다르자 시황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방법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마법을 모르는 시황으로서는 쉽사리 유추가 되지 않았다.
“그 표정은 새롭네요. 어쨌든 마법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마법진을 각인해야 돼요. 마법의 발동식을 가진 마법진을 천 같은 데에 마력을 가진 은실로 형태를 구축하면 문제없을 거예요.”
“문제없을 거라는 말은 해본적은 없나보네?”
“스스로 마력을 흡수하는 마력 은실 같은 건 대단히 귀한 재료에요. 일반적으로는 한정적인 마력이 존재하는 마력석을 사용하는데, 얼마 안 되는 양의 마력석도 비싸서 큰 가치가 있어요.”
유산 레벨을 올리고 보상으로 마력 배터리를 받은 것만 봐도 그 가치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마법을 위한 재료 자체는 다 구했기 때문에 이제는 마법 사용 효과를 직접 느껴보고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판단해야 했다.
“지금 바로 마법 사용할 수 있어? 마법진을 만들고 각인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효과인지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
“높은 경지의 마법은 아니기 때문에 저에게 직접 쓰는 건 간단한 일이에요. 바로 해볼게요.”
의자에서 일어난 수란은 가볍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몸에서 광휘가 일며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내려온다든가 주작과 청룡이 포효를 하며 승천을 한다든가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수란의 입이 멈추자 생긴 일은 그것보다 놀랍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란의 얼굴이 마치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으로 필터를 먹이듯 평범한 아름다움에서 화사하면서 자극적인 아름다움으로 변해갔다. 얼굴이나 몸의 형태는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강조되는 조명의 위치, 피부 색감의 변화, 각도 보정처럼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도록 온갖 효과와 필터를 적용 시킨 것만 같았다.
“계속해볼게요.”
하지만 마법을 점점 더 강하게 하자 보정을 실패한 것처럼 코가 흐릿해지고 피부가 이상한 색이 되어버렸다. 과도한 필터의 사용으로 사진 자체를 망친 것과 비슷했다.
“확실히 어느 정도 넘어가니까 예뻐지는 게 아니라 보기 부담스러워지네. 초반에 정말 예쁜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처음부터 해볼래?”
“알겠어요.”
마법을 해제한 수란은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마력의 양에 따라 효과가 달라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마력을 사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평범하던 수란이 점점 벚꽃에 감싸인 듯한 청초한 아름다움이 피어났다. 마치 수란의 주변이 핑크빛이 이는 듯한 착각이 일만큼 강렬한 느낌이었다.
이 마법은 사용자가 아름다울수록 그에 비례해 효과가 증가했기 때문에 마법의 효과를 받은 수란은 미의 극한에 다다른 듯했다.
“그래! 거기! 딱 거기가 좋아!”
수란이 수란 같으면서도 청초하고 화사한 아름다움이 적절하게 섞인 그 느낌이 가장 좋았다. 마법으로 하는 보정을 1에서 10단계로 가정한다면 시황이 원하는 건 2.5단계 정도였다.
“기억했어요. 의외로 본연의 모습을 좋아하나 보네요. 이정도면 은실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시황은 자연스러움도 매우 중요시했기 때문에 의외로 마력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면 마법진을 종이에 그려줄래? 생긴걸 보고 전면에 문양처럼 내세우든지 아니면 후면에 안 보이는 곳에 숨길지 결정하게.”
“잠시만요.”
수란은 책상에 있는 공책을 꺼내서 간단히 마법진을 슥슥 그려서 시황에게 건네주었다.
“제법 멋진데? 꼭 만화에 나오는 마법 같아.”
만화가가 그려서 그런 느낌을 풍기는지 모르겠지만 수란이 건네준 마법진은 신비로운 문양들이 동그란 원안에 완벽한 규칙성을 가지고 배열되어 있었다. 만화에서 고위급 마법을 쓸 때 멋있게 보이려고 만든 디자인 같다고나 할까?
“이거랑 우리 케즈론 마크랑 같이 달면 괜찮겠다. 은실은 딱 봐도 비싸고 고급스럽게 보이니까 의외로 포인트가 될 거 같아.”
“마법진은 어디에 각인하실 건가요?”
“그건 아직 고민 중.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얘기를 해봐야 하니까 나중에 가르쳐줄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용무를 마친 시황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제 진아와 만나서 무대의상 디자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야 했다.
“그냥 가실건가요?”
“응? 할 말 남았어?”
수란은 말로 하지 않고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 좋아하는 시황과 그냥 헤어지긴 아쉬웠으니까.
“아!”
바로 의미를 알아차린 시황은 수란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평소엔 좀 무뚝뚝하다보니 한번씩 나오는 저런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키스를 해주고 방을 나온 시황은 1층으로 내려갔다. 아루는 일을 다 끝냈는지 소파에 앉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잠깐 스치듯 봐도 어린 여자애들이 볼법한 유치함이 느껴졌는데, 아루의 취향엔 잘 맞는지 크게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황은 아루를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침대에 대충 앉고는 곧바로 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전화를 받는다.
[아, 오빠.]
익숙한 진아의 목소리다.
[뭐해? 지금 바빠?]
[조금. 그런데 요즘 바빠서 오빠랑 잘 못 만나니까 힘들어. 하아...]
[미안. 내가 해야 할 일 다 떠맡겨서.]
[아니야. 케즈론 화장품은 오빠랑 나랑 만든 회사인 걸. 케즈론을 정말 세계에서 알아주는 그런 브랜드로 만들 거야. 그래야 엄마도 우리를 인정해 줄 테니까.]
진아는 의욕이 넘쳤다. 돈은 시황이 거의 다 가져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진아에겐 돈보다 시황과 같이 케즈론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훨씬 컸으니까.
[안 그래도 그 발판이 될 만한 일을 해볼까 하는데... 지금 만날 수 있어?]
[발판? 시간은 충분히 있어. 그러면 나 지금 회사인데 오빠 집으로 갈까?]
진아가 말한 회사라 함은 강남에 임대한 케즈론 사무실을 말하는 거였다. 시황이 미처 신경 쓰기 힘든, 아니 신경 쓰기 귀찮은 것들이나 업무는 진아가 다 관리했기 때문에 사무실 임대나 직원 뽑는 것도 진아가 전부 알아서 다 했다.
[아니, 바쁜 애를 괜히 부를 수는 없지. 내가 지금 거기로 갈게.]
[아, 그러면 우리 집에서 만나자. 오빠는 그게 더 편하시지 않겠어? 나도 회사랑 집이랑 가까워서 가는데 부담도 없고.]
[그럴까? 알겠어. 그럼 지금 출발할게.]
시황은 전화를 끊고 수란이 그려준 마법진과 은실 몇 개를 챙겼다. 아침에 운동을 갔다 와서 샤워를 했기 때문에 간단히 양치질만 하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차를 가지고 진아가 사는 빌라로 갔다.
방금 전 몇 광년이나 떨어졌는지 알지도 못할 만큼 먼 로 하임 행성에 게이트를 통해 갔다 오기는 했지만 그렇게 오래 있었던 건 아닌지라 날은 매우 화창했다.
진아가 사는 빌라에 금방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밀번호를 눌러 바로 들어갔다.
“아, 오빠 빨리 왔네?”
“응. 진아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회사가 가깝다더니 진아가 벌써 와서 시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일하던 중이라 그런지 평소와 다르게 단정한 오피스룩을 하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는 매끈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살짝 드러냈는데 그 모습은 직장 여성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방금까지 일하고 있었어?”
“응. 많이 바쁘지는 않았어.”
시황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으며 말하자 진아가 부엌에서 간단한 과일 음료를 가지고 와서 건네주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거기 한번 가봐야 하는데 아직 못 가봤네.”
“업무는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니까 오빠는 그런 거에 전혀 신경 안 써도 돼. 중요한 건 일은 다 알려줄 테니까.”
“고마워.”
애초에 시황은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건 그냥 진아에게 맡겨두고 아이디어만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기는 했다. 만약 진아 없이 혼자서 일을 하나하나 다 처리하려고 했다면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시황은 가방에서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와 마력 은실을 꺼냈다.
“이게 뭐야?”
신비한 문양이 그러진 종이를 보고 진아가 갸웃했다.
“이번에 핑크펫이 일본 진출을 하거든. 그 무대의상을 우리가 만들기로 했어.”
“우리가? 그런데 우리 아직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고 만들 인력이 없는데.”
진아가 강남에 회사를 냈지만 그건 고객대응과 마케팅, 매장 관리 등 화장품과 관련된 업무를 위해서지 옷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 대략적인 디자인하고 이런 건 내가 다 준비할 테니까. 진아는 그 옷의 디자인을 약간만 수정해서 3벌씩 만들어주면 돼.”
“그러면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갑자기 그 무대의상은 왜 맡은 거야?”
“이제 우리도 슬슬 패션 쪽 어필을 좀 해보려고. 반응이 괜찮으면 좀 더 제대로 해서 아까 네가 말했던 대로 너희 어머니에게도 인정을 받아야지.”
“아... 오빠...”
시황의 마음 씀씀이에 진아는 정말 감격했다. 진아는 시황을 끌어안았다. 시황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자 마음의 괴로움과 바쁜 일로 인한 피곤함이 풀리는 듯했다.
사실 시황은 그 거만한 아줌마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런칭 때 있었던 일로 계속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진아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말한 것뿐이었다.
잠시 동안 시황이 등을 두드려 주자 진아는 마음이 안정이 됐는지 시황의 품에서 떨어졌다.
진아의 향기만 맡아도 괜히 흥분되다보니 시황은 발기를 해버렸다. 바지를 불룩하게 만든 채로 시황은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브랜드의 이미지가 초고가잖아? 그래서 무대의상 가격도 그 정도로 맞출 생각이야.”
“초고가라면 얼마를 생각하는 거야? 수천만 원대? 설마 억 단위는 아니지? 그런데 유명한 디자이너도 없는데, 겨우 내가 조금 만진 걸로 수천만 원 이상의 옷이라고 가격을 매겨도 될까 모르겠어.”
명품은 무형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동대문에서 티와 명품 브랜드에서 파는 티의 품질과 디자인이 같더라도, 명품 로고 하나로 그 가격이 완전하게 달라진다. 명품 브랜드들은 100년 이상의 전통과 뛰어난 디자인 등으로 품격, 가치를 그 로고에 꾸준히 쌓아올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케즈론은 화장품으로 조금 유명해졌을 뿐, 옷에는 그러한 역사와 명성, 그리고 가치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1억 원짜리 옷 이라고 가격만 매기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유형의 가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일반 화장품이 따라오지 못하는 가치를 케즈론 화장품이 가졌듯이.
가볍게 웃은 시황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보석과 장신구를 한 움큼 쥐었다. 과거 로 하임 제국의 비밀 창고에서 보고 아공간에 집어넣은 괜찮아 보이는 보석과 방금 전 비밀 창고에서 집어넣은 마음에 든 장신구가 시황의 손에 한가득 잡혔다.
가치는 이렇게 만들면 된다.
가방에서 손을 빼는 듯 자연스럽게 아공간에 손을 뺀 시황은 소파 앞에 있는 탁자에 보석을 쏟아내었다.
“어? 이게 무슨... 도대체... ”
그 충격적인 장면에 대기업 회장 딸인 진아조차 놀라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평범한 다이아몬드부터 시작해서 그 가치가 상상도 가지 않는 블루 다이아몬드, 완벽하게 연마된 커다란 루비, 그리고 척 보기에도 수억, 아니 수십억의 가치가 나갈법한 장신구가 마치 잡동사니처럼 탁자에 쌓여있었다. 누가 보면 장난감 보석을 대충 올려둔 것처럼 느낄 정도로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비밀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지만 양이 그럴 뿐 하나하나의 가치는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숨겨가면서까지 하겠는가?
“이걸 사용해 옷에 달아봐. 그러면 그 옷의 가치가 충분히 수억 원은 되겠지?”
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옷의 가치를 나타내는 건 아니었다. 이걸 달아버리면 옷이 아닌 보석의 가치가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대중의 눈을 끌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기 때문에 첫 시작은 이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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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글을 못썼네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쉬면서 쓰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