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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02화 (40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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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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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펫이 입을 무대의상은 디자인도 중요하긴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정말 잘 디자인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을 만족시킬 옷을 만든다는 건 천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시황은 그 천운을 만들 능력이 있었다.

아침밥을 먹고 시황은 곧바로 수란의 방으로 갔다. 아루는 설거지와 빨래 등 집안일에 한창이었기 때문에 방에는 바른 자세로 앉아 인터넷을 하는 수란밖에 없었다.

“뭐해?”

“그냥 인터넷 하고 있어요. 무슨 용건으로 오신 거죠?”

수란은 의자를 돌려 시황을 무표정하게 쳐다봤다. 분명 전에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는 좋아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어쩐지 옛날로 돌아가 버린 것 같다고 할까?

“저번이랑 다르게 너무 무뚝뚝한 거 아니야? 그새 애정이 식은 거야?”

“그때랑 똑같이 좋아하고 있어요. 단지 평소에 오지도 않다가 갑자기 와서 용건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원하시면 스킨십이라도 해드릴까요?”

“응. 안아줘. 그러면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아.”

“대학교의 그 여자애 고백을 거절한 뒤로 어린애가 돼 버린 것 같군요.”

말은 이랬지만 수란은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시황을 안아주었다. 아직까지 표현이 좀 서툴러서 그렇지 좋아한다는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볍게 포옹을 하고 시황은 수란을 침대에 앉힌 뒤에 그 무릎에 누웠다. 그러자 수란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매만져준다.

시황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있잖아. 옷에 매혹 마법 같은 거 걸 수 있어?”

“매혹 마법이요? 왜 그게 필요하죠? 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서 유혹이라도 하려고 그러나요?”

수란이 단번에 경계를 하며 물었다. 좋아한다고 깨닫기 전에는 시황이 다수의 여자와 만나는 게 그저 한심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한심이 아닌 질투에 가까운 감정이 가슴에서 생겼다.

“아니, 아니. 여자 유혹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케즈론 신사업 홍보도 하고 다른 나라에 이름을 좀 알리려고 물어 본거야. 된다면 일본에 진출하는 여자 아이돌 무대 의상에 마법을 걸어서 인기 끌 수 있게.”

“가능은 해요. 그런데 생각하시는 거랑 종류가 달라요.”

“종류가? 어떻게?”

“제가 가진 마법은 상대방의 의지력을 감쇄시켜 꼭두각시로 만드는 거예요. 다수의 인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거는 건 불가능하고, 거기다 옷 같은 무생물에는 사용하지 못해요.”

“확실히 내가 생각한 거랑 전혀 다르네.”

시황이 원하는 건 과거 카페 메뉴판에 썼던 카론의 깃펜처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이끌어내는 거였지 꼭두각시로 만드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된다면 혹시 모를 미나에게 기대를 걸거나 아니면 투알 화산지대에 있는 거대 용암 누에의 실로 만든 옷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황이 자신이 있었던 것도 거대 용암 누에로 만든 옷의 재활용과 수란, 미나의 마법 때문이었는데, 일단 수란의 마법이 무용지물 되어버려 조금 불안한 느낌은 있었다.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요.”

한참 시황이 고민을 하는 듯 하자 수란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수란은 존재 자체가 나한테 도움 되니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제가 그 정도 존재인지는 몰랐네요.”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수란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시황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 케즈론의 성에 가서 거대 용암 누에로 만든 옷을 찾아봐야겠네.”

시황이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수란은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해봤다. 시황은 단순히 매혹을 원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인기를 원하는 거였다. 여자의 인기는 결국 아름다움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결국 예쁘게 보이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러면 이런 방식은 어떤가요?”

“어? 어떤 거?”

시황은 기대를 하며 물었다.

“저에게 사람들의 호감을 올리는 마법은 없지만 여자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마법은 있어요.”

“아름다움을 강조한다고? 어떻게 강조한다는 거야?”

말만 들어서는 어떤 방식인지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인터넷 방송을 생각하시면 간단해요. 캠이나 카메라로 보여주는 화면은 여자의 단점을 감추고 아름다움을 강조해주잖아요? 제 마법의 원리와 다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효과 자체는 비슷해요. 그런데 지나치게 마법을 쓰면 해제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괴리감이 느껴져서 살짝 포인트를 주는 정도가 적당해요.”

“오호 괜찮은데?”

간단히 말하자면 흔히 캠빨, 사진빨이라고 하는 여자들의 온갖 보정효과를 현실에도 적용해준다는 말이었다. 다만 무대 의상을 벗어 그 효과가 해제되었을 때 공항 사진 같은 거라도 찍히면 시상식에 나간 인터넷 방송 비제이만큼이나 파급력이 클 수가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했다.

어쨌든 어디로 가든 목적지에만 도달하면 됐기 때문에 이 방식도 충분히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마법을 걸더라도 그렇게 오랜 시간 유지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마력을 계속 공급해줘야 돼요.”

마력이 필요하다만 전에 가을에게 준 마력 배터리가 떠올랐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사용이 어려울 것 같았다.

“하나 해결하니까 또 하나 문제가 생기네.”

“해결책은 있어요.”

“오, 정말?”

“전에 갔던 성의 보물 창고에 마력을 생성시키는 은실이 있어요. 그걸 사용하면 많이는 아니더라도 살짝 보정효과를 주는 정도로는 가능할 거예요.”

“왠지 엄청 귀한 거 같은데 써도 괜찮아?”

“구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편하게 쓰셔도 돼요. 어차피 거기 있어봤자 평생 쓸 일이 없을 테니까요. 거기서 썩느니 누구라도 쓰는 게 도구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고마워. 내가 다음에 어떤 식으로든 보답할게.”

“보답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저 다른 여자들만큼 절 사랑해주시기만 하면 돼요.”

약간 무뚝뚝하지만 수란의 애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시황은 수란이 너무 귀여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수란을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브래지어조차 하지 않다 보니 얇은 티로 그 커다란 가슴이 살짝 비쳤다.

잠시 서로가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수란이 시황을 잡아당겨 끌어안아 키스를 했다. 그러자 시황은 당연하다는 듯 수란의 티 안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 한손 가득 들어오는 가슴이 상당히 기분 좋아 반죽을 하듯 계속해서 주물럭주물럭 거렸다.

한참동안 그런 키스를 하고 나서야 시황은 수란의 몸에서 떨어졌다. 원래라면 모닝 섹스를 해야 하지만 수란과의 섹스는 곧 결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솔로 생활을 위해선 아직까진 참아야했다.

“지금 바로 갈까?”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다 보니 시황의 얇은 추리닝이 민망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있었다. 마치 로켓이 당장이라도 우주로 쏘아질 것처럼 그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죠. 그런데 그렇게 발기를 하고 가실 건가요?”

“이거야 흥분하면 이렇게 되니까 어쩔 수가 없지. 신경 안 써도 나중 되면 저절로 줄어들 거야.”

시황은 가볍게 대답해주고 문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수란과 함께 케즈론 성으로 넘어갔고 옷장에서 대충 편한 신발 아무거나 꺼내 신었다. 그런데 바로 신발을 선택한 시황과 다르게 수란은 여자인지라 살짝 고민하기는 했다.

신발을 신고 게이트를 통해 로 하임 제국의 보물 창고로 갔다. 이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나들이를 가듯 편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10분쯤 걸어 이전처럼 계단에 도착했고 계단을 올라 보물 창고로 통하는 먼지 가득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전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창고에는 보물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값비싼 보물이 너무나 많다 보니 감각이 마비될 것만 같았다.

“여긴 아무거나 보관하는 데라 없을 거예요. 이 옆에 왕가의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창고가 있는데 거기로 가보죠.”

산처럼 쌓여있는 황금 무더기를 지나 벽에 있는 금빛의 판에 수란이 손을 갖다 대었다. 보통 이럴 때 만화의 연출을 보면 화려한 금빛이 뿜어져 나오기 마련이었는데, 제작자가 그런 센스가 없는지 그저 벽이 갈라지며 또 다른 방이 나타날 뿐이었다.

전에 수란이 말한 대로 특별한 보물들을 보관하는 곳이라 그런지 보물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마치 백화점 매장에 온 듯한 착각이 생길 정도였다.

“잠깐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보물 고르고 있으세요. 전 실을 찾아볼게요.”

“몇 개 가져가도 돼?”

“편하신 대로 가져가세요. 어차피 여기 있는 보물이 사용될 일은 없으니까요.”

수란이 마력을 생성시키는 은실을 찾는 동안 시황은 마음에 드는 보물이 있나 구경하고 다녔다.

특별한 보물 창고에 있는 보물들인 만큼 다들 대단히 값어치가 있어 보였다. 단순 보석이야 시황도 많이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여기 있는 것들은 장인이 인생을 살며 한 두 개 만들까 말까 할 만큼 대단한 가치를 지닌 장신구였다.

예뻐 보이는 디자인의 귀걸이와 반지, 목걸이, 팔찌 등을 챙겨 아공간에 넣었다. 그리고 두리번거리다 왠지 마음에 드는 장갑을 하나 발견했다. 오른쪽 밖에 없는 장갑이었는데 디자인이 반할만큼 멋졌다.

[검은 드래곤의 절대적 갑옷. 간편한 장갑으로 된 이 갑옷은 마력을 주입할 경우 사용자의 몸을 드래곤의 비늘로 감싸 절대적인 방어력을 가지게 만들어준다. 다만 드래곤의 비늘에 감싸여 물리적, 마법적 방어력은 크게 증가하나 그 외의 특별한 이점은 없다]

설명을 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시황은 장갑을 차고 마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장갑에서 비늘이 돋아나더니 단번에 시황의 전신을 감쌌다. 눈 부분조차 드래곤의 투명한 비늘로 되어있어 마기가 존재하는 한 시황은 드래곤과 거의 비슷한 방어력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이 검은 드래곤의 비늘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마기가 들었다. 마치 고가의 그래픽카드가 전기를 빨아먹듯 갑옷이 시황의 마기를 순식간에 빨아먹었다.

사용법을 확인했기 때문에 시황은 마기를 차단해 다시 장갑으로 되돌렸다. 어쩐지 어릴 때 보던 변신 히어로 같은 느낌도 들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장갑을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다하셨어요?”

언제부터 봤는지 수란이 옆에 서있었다.

“응. 다 했어. 은실은 찾았어?”

“네. 양이 제법 있어서 다 가지고 왔어요.”

수란은 한 무더기의 은실을 건네주었다.

은실을 받아든 시황은 정보를 확인했다,

[거대한 은빛 독니 거미의 마력 은실. 거대한 은빛 독니 거미가 만들어내는 거미줄은 마력을 흡수 저장할 수 있는 특별한 성질이 있어 매우 귀하다. 물에 씻어 끈적임을 제거해 실로 사용한다면 높은 강도를 지닌 옷을 만들 수도 있다.]

은실 몇 가닥을 써야 보정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몰랐지만 양이 상당해 다른 옷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이 은실은 은은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뿌리고 있었다. 척 봐도 고급스러움이 상당했다.

가장 중요한 걸 구했기 때문에 시황은 수란과 함께 다시 케즈론의 성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바로 문을 통해 수란의 방으로 돌아왔다. 보물 창고야 내키면 수란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보물을 더 못 가져 와서 아까운 느낌은 일절 들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마력 은실을 구했기 때문에 이제 보정효과를 어느 정도 사용할 건지 알아봐야 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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