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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401화 (4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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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식사는 금방 마쳤다. 가을의 요리 실력이 상당해서 시황은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밥을 먹고 맛있었다고 해주자 가을이 수줍게 웃었다.

슬쩍 눈치를 보던 소호는 자기가 설거지를 한다고 말하며 시황과 가을을 방으로 보냈다. 가을이 도와준다고 했지만 극구 사양했다. 조금이라도 더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줄 요량이었다.

어느덧 7시가 지났다. 된다면 가볍게 술이라도 마시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 일찍 가을의 스케줄이 있었다.

“내가 계속 있으면 불편할 테니까 이제 돌아갈게.”

“벌써요? 좀 더 있다가 가셔도 괜찮아요. 전 정말 하나도 안 불편해요.”

“그래도 네 스케줄도 있으니까. 다음에 또 놀면 되지. 아,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화장품도 가지고 올게. 이번에 나온 신제품하고 기본 기초화장품하고.”

지금 가을의 피부도 나쁘진 않았지만 흉이라든가 인간인 이상 생기는 상처, 얼룩 등이 존재했다. 이런 부분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야 모공까지 나오는 초고화질 사진에서 점수를 먹고 갈 수 있었다.

“괜찮아요. 오빠. 너무 비싼 거라...”

“뭐 겨우 그 정도 가지고 그래. 그러면 난 갈게.”

미안해하는 가을의 뺨을 가볍게 꼬집은 다음 시황은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가을이 시황을 붙잡았다.

“응? 왜?”

“키스해주세요.”

“아, 그래. 아까 못했으니까 해줘야지.”

시황은 당연히 입술에 키스를 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가을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제 소중한 곳에 해주세요. 오빠의 키스를 받고 싶어요.”

가을은 도끼자국이 선명한 트레이닝 반바지를 내렸다. 살짝 불그스름해진 귀여운 음부가 드러났다.

시황은 설마 가을이 자발적으로 그런말을 할지 몰라 상당히 놀랬다. 섹시 훈련을 때문에 설마 그런 속성에 눈을 뜬 건가 했는데 얼굴이 상당히 빨개지고 귀까지 불타오르는 걸 보면 그건 아닌 듯 했다.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시황은 무릎을 꿇고 가을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마치 기사가 공주의 발등에 키스하듯 시황은 가을의 음순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은근한 정액향과 지린내가 뒤섞여서 나기는 했지만 크게 비위를 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

시황의 입술이 닿자 가을은 몸을 흠칫 떨었다.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처음 느껴보는 아찔한 감각에 기분이 황홀해졌다. 처음에는 은비에게 너무 미안해 시황을 마음에 묻어두려고 했지만 이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좋아져버렸다.

키스라 하기엔 뭔가 미묘한 입맞춤을 마치고 시황은 가을과 소호의 배웅을 받으며 숙소를 나왔다. 가을과 소호는 상당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탄 시황은 바로 출발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소속사가 할 수 없는 일을 시황은 할 수 있었다. 케즈론이 더 크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있었고 가을의 일본 인기는 그 밑그림 중 하나였다.

시황은 뭘 준비해야 될지 하나씩 생각해 나갔다.

**

시황은 아진 엔터테이먼트 대표 이사 황미주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날 바로 전화를 걸어 약속을 정했다. 황미주는 딱딱하게 회사 건물에서 만나지 말고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를 나누자며 시황은 가본적도 없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약속시간은 오후 7시. 7시가 되기 20분 전에 도착한 시황은 호텔에 차를 맡기고 32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전망이 돋보이는 유리창 쪽 테이블에 앉았다. 고급 레스토랑이긴 한지 샹들리에도 달려있었고 분위기도 차분했다.

전망을 보며 잠시 기다리자 고급스럽고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황미주가 천천히 걸어와 시황의 맞은편에 앉았다. 마치 연예인들이 시상식 같은데서나 입는 그런 비싸고 화려한 드레스였는데 다리를 한껏 드러낸 데다 힐도 대단히 높아 걷는 게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황미주가 미안한 듯 말했다. 말 한마디였지만 확실히 황미주는 가을과 다르게 중년만이 가질 수 있는 끈적하고 농후한 섹시함이 있었다.

“아니요. 저도 방금 왔어요. 그보다 드레스 아름다우신데요.”

목에는 척 봐도 비싸 보이는 다이아 목걸이까지 끼고 있어 상당히 과한 느낌은 들었지만 옷이 예쁘기는 예뻤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어떤 옷을 입을지 한참 고민을 했거든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황미주는 호감어린 미소를 지으며 시황을 바라봤다.

전에 가을이 분명 황미주가 상당히 까칠하다고 했는데 시황이 보기엔 전혀 그런 거 같진 않았다.

“뭐 드시겠어요?”

황미주가 묻자 시황은 메뉴판을 봤다. 그런데 메뉴판인지 서류인지 생전 처음 보는 정체불명의 글들이 적혀 있었다. 일반 레스토랑은 몇 번 가봤지만 여긴 메뉴부터 알기 어려웠다.

“이런 게 좋은 데는 처음 와봐서 뭐가 맛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머, 그래요? 그러면 시황 씨는 첫경험이네요? 그러면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저한테 모든 걸 맡기세요.”

황미주가 야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확실히 표현이 젊은 애들과 남달랐다.

“그러면 아프지 않게 잘 부탁드릴게요.”

시황은 저런 성적인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누나만 믿어요.”

시황이 받아주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황미주는 입술을 한번 훑고는 주문을 했다. 메뉴를 보지도 않고 가장 비싼 코스를 시켰다.

가볍게 빵 등이 나오고 코스로 요리가 나왔다. 황미주는 어떻게 먹는지 하나하나 시황에게 알려주었다. 상상 이상으로 황미주는 친절했다.

와인까지 시켜서 마시자 황미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 나 말 놔도 될까?”

“네. 괜찮습니다. 제가 훨씬 어린데요.”

보통은 상대방이 권하는데 황미주는 알아서 스스로 말을 놨다. 그런데 말을 놓으면서 호칭이 시황 씨에서 자기로 변했다. 누가 봐도 황미주는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시황을 바라봤다.

“후후... 우리 자기는 어떻게 그렇게 멋질까? 가슴에 확 안기고 싶다니까.”

“하하.”

뭐라 대답하기 어려웠다. 쓸데없는 말을 이쯤하고 시황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오늘 만나자고 한 건 미리 말씀드린 대로 핑크펫 일본 진출 때문인데요. 핑크펫이 일본에 진출할 때 저희 케즈론이 디자인한 무대의상을 입히고 싶습니다.”

“무대의상? 응. 알았어.”

당연히 어떤 조금 더 얘기가 오갈 거라 생각했는데 황미주는 조금의 생각도 하지 않고 단번에 허락을 했다.

“정말 괜찮으신가요?”

허락을 받으려고 꺼낸 얘기지만 너무 단번에 확답을 해버려서 오히려 시황이 되물었다.

“응. 케즈론 브랜드면 명품 이미지가 있으니까 언론에 광고하기 좋지. 이 동네는 뭐든 홍보가 중요하거든.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 오히려 우리가 자기에게 고마운 걸?”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한 거 같아도 그건 또 아니었다.

“일본에서 부를 곡은 정해진 건가요?”

“인기가 좋았던 데뷔곡으로 할까 아니면 컨셉을 정해서 앨범에 있는 다른 노래를 들고 갈까 다들 고민 중이야. 자기는 어떤 노래가 좋을 것 같아? 자기처럼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의 조언이면 핑크펫도 일본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 거 같은데.”

시황이 만들고 불렀던 노래인 사랑의 엇갈림은 핑크펫조차 해보지 못한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노래가 흥행한 걸 보면 시황에게는 확실히 천부적인 감각과 일반인은 범접치 못할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황미주는 생각했다. 흔히 똑똑한 사람을 뇌가 섹시한 남자라고 하는데 황미주가 보기엔 시황은 존재자체가 섹시한 남자였다.

“일단 확실한 컨셉이 필요합니다. 오랜 트레이닝을 한 우리 나라 아이돌이 일본 아이돌보다 실력적으로는 낫지만 이때까지 진출한 한국 아이돌들이의 실력이 다 좋았기 때문에 크게 어필할 요소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각선미 춤이라든가, 엉덩이 춤 같은 어떤 특정 동작을 포인트로 해서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눈에 박혀들 만큼 섹시한 안무를 새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핑크펫도 포인트 안무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중간한 인기인만큼 춤도 노래도 어중간했다. 열심히 하는 거는 같은데 결국 보면 인상에 남지 않는 그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시황이 대단히 특별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냥 일반인인 입장에서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단순히 섹시한 포인트 안무만 만든다고 인기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현실의 능력을 뛰어넘은 옷과 눈에 들어오는 안무만 조합한다면 분명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의 포인트 안무는 자기가 보기엔 어중간 하다는 거구나. 알았어. 그렇게 해 볼게.”

분명 핑크펫이 뜨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테고 그게 시황이 지적하는 부분일 수도 있었다.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지만 결국 핑크펫은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황미주는 천재적인 능력으로 카페 케즈론과 케즈론 화장품을 만든 시황의 말대로 해보기로 했다. 물론 거기엔 가슴에 다 담기 힘든 무한한 호감과 애정도 한 몫을 했지만.

핑크펫에 대한 얘기가 오가면서도 황미주는 계속해서 와인을 마셨다. 얼굴이 상당히 빨개진 게 누가 봐도 취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와인 한모금만 마시고 입도 대지 않는 시황과의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너무 많이 드시는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좀 취하신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술이 약해 보여? 이정도로는 안 취해. 지금도 멀쩡하잖아?”

딱 봐도 술 취했는데 황미주는 계속 멀쩡하다면서 와인을 마셨다.

어차피 할 얘기는 다 했고 더 이상 있어봐야 집에 가기 곤란해질 것 같아 시황은 슬슬 자리를 일어나기로 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죠.”

“벌써? 우리 자기랑 더 마시고 싶은데... 다음에도 밥 같이 먹어준다고 약속하면 일어날게.”

“알겠습니다. 다음에 편하실 때 또 저녁 먹어요.”

핑크펫에 관한 얘기도 계속 해야 하니 한 번씩 만날 필요성은 있었다.

“흐응, 나중에 잊으면 안 된다.”

시황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황미주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술을 많이 마신데다 힐도 엄청 높은 걸 신고 있어 쓰러질 듯 휘청했다.

그걸 본 시황은 엄청난 반사 신경으로 벌떡 일어나 황미주를 부축했다.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 몸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아이, 자기 나 안아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부축해 드릴게요.”

“그러면 나야 좋지.”

시황이 부축을 하며 걷자 황미주는 마치 시황에게 안기듯 끌어안고 천천히 걸었다. 카운터에서 황미주가 계산을 한다고 했지만 시황이 간단하게 계산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이대로는 황미주가 운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호텔 직원이 황미주의 고급 외제차를 가지고 나오는 동안 시황은 여자 대리운전사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차를 가져왔다. 시황은 바로 뒷좌석에 황미주를 태우고 호텔 앞까지 운전하고 나서 차를 멈춰 세웠다.

“자기, 대리 올 때까지 뒷자리로 와.”

“알겠습니다.”

시동을 끄지 않고 시황은 뒷자리로 옮겨 탔다.

“나 좀 어지러운데 잠깐 기대도 될까?”

“편하게 기대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황미주는 시황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시황은 황미주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 치고 상당히 예쁘다 보니 이런 스킨십에 거부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만약 남편이 있었다면 시황도 최대한 스킨십을 자제했겠지만 미망인이었기에 호의로 하는 이정도 스킨십은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

“오늘 즐거웠어.”

“저도 즐거웠어요.”

황미주는 간단히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황의 어깨에 기대어 있기만 할 뿐 가슴을 쓰다듬는다든가 엉덩이를 만진다든가 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소소한 얘기를 하며 기다리자 여자 대리기사가 왔다.

시황이 차에서 내리자 황미주는 한 번 더 시황에게 밥 먹자는 약속을 하며 천천히 떠나갔다.

황미주의 애정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부담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그 애정이 연인 미만의 호감인 거 같아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훨씬 자극적으로 유혹했을 테니까.

가볍게 기지개를 켠 시황도 차를 끌고 집으로 갔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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