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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정말?”
깜짝 놀란 표정들이 그대로 보였다.
“나도 몰랐는데, 얼마 전에 우리 진아가 말해줘서 화장품 런칭 행사 때도 갔었거든. 실제로 보니까 키도 참 크고 남자답게 생긴 게 우리 진아한테 딱이더라.”
홍혜숙은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격이 맞니 안 맞니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는 했지만 그거야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리 잠재력이 큰 회사를 가졌다고 해봐야 어찌 삼강그룹에 갖다 댈 수 있겠는가? 결혼 허락만 해주면 오히려 시황이 고마워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렇기에 홍혜숙은 시황을 이용해 이 모임에서 자신의 위신을 높이기로 했다.
“에이, 그것도 모르고 기분만 냈네.”
“우리 진아가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남자 보는 눈도 있잖니. 처음 얘기 들었을 땐 좀 못 마땅했는데 그래도 우리 진아가 좋아해서 결혼 허락 해줬지.”
“언니 눈도 참 높다니까. 세상에 그만한 남편감이 어디 있어. 잘만 키우면 앞날이 짱짱한데. 에휴, 난 우리 애가 언니 딸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 돈도 얼마 못 버는 평범한 회사원하고 만나서 결혼하겠다고 설치는데, 정말 속이 콱 막힌다니까.”
예상대로 여기저기서 부러움에 찬 소리들이 들려왔다. 홍혜숙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바로 이거였다. 경쟁자도 떼어내고 자랑도 할 겸 정해지지도 않은 결혼을 할 거라고 말한 것이다. 오늘 시황의 가치를 재발견하지 못했다면 절대 결혼허락을 하지 않았겠지만 미래에 큰 기업을 꾸리게 될지 모른다 생각하니 좀 더 경과를 살펴보고 결혼허락을 해줘도 될 듯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상상 속의 시황의 이미지가 한심하고 형편없는 놈에서 건장하고 듬직한 남편감으로 변했다.
식사를 마치고 홍혜숙과 대기업 회장 부인들은 김명선과 함께 케즈론 화장품 매장에 가서 새로 나온 신제품을 직접 구입했다.
이전과 다르게 케즈론 화장품을 보는 홍혜숙의 눈빛이 전혀 달라져 있었다. 국산 제품임에도 일반 명품을 넘어서는 초고가 명품 화장품을 시장에 잘 안착시킨 것만 봐도 시황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호감을 갖고 보니 새삼 시황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옆에서 쉬지 않고 케즈론 화장품을 칭찬하는 김명선의 말대로 잘만하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보였다.
홍혜숙은 진아와 시황을 꼭 결혼시키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홍혜숙의 생각처럼 시황이 고분고분하게 결혼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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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숙이 마치 시황을 잘 아는 것처럼 자랑을 하는 사이 시황은 학교에서 휴학신청을 하고 있었다.
휴학을 하기 위해서는 학장의 허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황은 직접 학장에게 찾아가 사업적인 일로 바쁘다는 얘기로 허가를 받아 휴학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휴학신청을 마치고 나온 시황은 캠퍼스를 걸으며 고운에게 문자를 보냈다. 휴학을 하게 된 원인은 고운보다 학교생활에 대한 무의미함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는 게 컸다. 여기에 입학한 것도 유산 경험치와 최고의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타이틀 때문이지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문자를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아직 등교를 하지 않아 못 만나서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시황은 다음에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했고 고운은 온갖 스티커를 붙이며 좋아했다. 고운과 이렇게 얘기를 할 때마다 괜히 미안해서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휴학을 했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케즈론 화장품 업무는 진아가 직접 강남에 회사를 두고 운영하고 있었고, 카페 관련 업무는 은지와 지숙이 거의 다 알아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작 일적으로는 시황이 가장 한가했다. 하지만 시황은 단순한 일이 아닌 미래 발전과 주변 여자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하느라 좀 다른 의미로 바쁘기는 했다.
오늘은 진아가 의뢰를 해둔 유명 건축사무소에서 카페와 집 건축 상담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카페도 카페지만 앞으로 살아갈 집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얘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강남에 있는 건축사무소로 갔다. 투명한 유리벽으로 된 4층짜리 건물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미리 예약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건축사와 만나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 건축사의 나이는 40대 중반으로 남성으로 비록 머리가 조금 벗겨지긴 했지만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어 제법 지적인 느낌이 났다.
“반갑습니다. 건축사 권진만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시황입니다.”
가볍게 악수를 하고 얘기를 건축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일단 방의 개수가 최소 8개는 필요합니다.”
시황은 방의 개수부터 말을 꺼냈다. 애초에 350평이라는 큰 땅을 구한 것 자체가 같이 사는 여자들의 방을 하나씩 분배해주기 위해서였다. 같이 지내게 되면 아무래도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자유로운 섹스를 하기에도 조금 불편했기 때문에 방의 개수가 시황에게 가장 중요했다.
이어서 시황은 건축사 권진만에게 계속해서 원하는 부분들을 말을 했다.
“1층에 있는 침실 하나는 크기가 좀 커야하고 주방은 8명이 모여 식사할 수 있을 만큼 넓었으면 합니다.”
“1층에 넓은 침실 하나, 그리고 8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주방...”
시황이 요구하는 부분을 권진만은 메모장에 적어 내려갔다.
집의 고급스러움이나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시황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었다. 물론 그 원만함에는 섹스라는 요소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쓰며 말했다.
시황과 권진만의 얘기가 계속해서 오갔고 기본 계획 도면을 잡을 수 있었다. 돈은 많이 들더라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고급스럽고 안전하게 짓고 싶었다.
“모던하면서도 세련미가 가득한,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매력이 가득한 집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돈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서인지 권진만은 매우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시황에게 말했다.
집에 대한 상담을 끝내고 이어서 새로 만들 카페 건물에 대한 상담도 했다. 이 카페는 크기를 확장시키는 개념에 가까웠기 때문에 디자인 개념자체는 기존의 케즈론 카페를 그대로 계승해서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이 만들면 새로움이 없기 때문에 카페를 좀 더 고급스럽게 하는 건 물론이고 더욱 중세 건물처럼 느껴지게 건물전체를 꾸며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유니폼과 새로운 커피 잔, 아름다운 1회용 컵 디자인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고급이라는 단어를 단번에 떠올리게 하는 게 주요 목표였다.
상담을 마친 시황은 건축사무소를 빠져나와 주차장에 있는 차에 탔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조금 뒤에 간다는 문자를 노을에게 보낸 뒤에 노을이 사는 숙소로 출발했다.
저녁에는 노을과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며칠 전에 유미와 페이스뷰를 보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행시키기 위해선 노을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미리미리 만나서 몸매를 아름답게 가꿔줘야 했다.
노을이 사는 숙소의 위치를 알았기 때문에 곧바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으로 도착했다는 문자를 노을에게 보냈다.
[지금 올라가도 돼?]
[네. 괜찮아요.]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차에서 내린 시황은 곧바로 노을이 사는 핑크펫의 숙소로 올라갔다. 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
“오빠 안녕하세요.”
미리 기다리고 있던 노을이 약간은 수줍은 얼굴로 인사를 했다.
“들어오세요.”
노을의 안내로 숙소에 들어가자 거실에서 간편한 옷을 입은 핑크펫의 멤버 소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음흉하게 웃으며 노을과 시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황은 그런 소호에게 인사를 했다.
“앗! 안녕하세요. 저번에 오신 뒤로 오랜만에 오셨네요. 자주 오셔도 괜찮은데.”
전에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소호는 거침이 없었다. 특히 입가에 번진 음흉한 미소는 이미 시황과 노을이 사귄다는 걸 완벽하게 확정 지어 놓은 듯 했다.
“하하, 안 그래도 바쁘고 피곤하실 텐데 제가 와서 폐를 끼칠 수는 없지요.”
“에이, 오빠도 이제 저희랑 남남도 아닌데 말 편하게 하세요.”
“아, 그럴까?”
시황은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소호와도 말을 놓게 되었다.
“네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전 피곤해서 방에 들어가 한숨 잘 테니까 편하게 노을하고 노세요. 참고로 전 한 번 자면 무슨 소리가 나도 안 일어나니까 걱정 마세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정말...”
소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챈 노을이 얼굴을 붉히며 소호에게 소리쳤다.
“그러면 전 방에 갈게요. 편하게 노세요.”
하지만 그 말을 신경도 쓰지 않고 소호는 시황에게 인사를 하더니 정말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노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하하. 일단 방에 들어가자.”
가볍게 웃은 시황은 노을과 함께 방으로 갔다. 전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아이돌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방이 상당히 수수했다.
시황은 침대에 앉았다. 그러자 노을도 시황의 옆에 앉았다.
“아, 맞다. 오빠.”
“응? 왜?”
“저희 조금 있다가 일본 진출하기로 결정 났어요.”
“일본 진출?”
처음 듣는 얘기였다. 핑크펫의 뉴스를 간간히 보는데 일본 진출 기사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네. 아직 언론에는 안 나갔는데 금방 발표 날 거에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인기가 어중간하니까 일본 진출이라도 해보려는 거 같아요.”
노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상태로 진출하는 거면 안 그럴 텐데 인기도 어중간한데 일본 진출을 하는 거다 보니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왜? 잘 안 될 거 같아?”
“모르겠어요. 그런데 솔직히 자신감이 안 생겨요. 남자 아이돌은 고정적인 여자 팬층이 있어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끄는데 여자 아이돌은 팬층이 없어서 좀 힘들거든요.”
“그러면 인기를 끌면 되지.”
시황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최근 급증한 한류팬을 이용하려고 하는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핑크펫의 소속사도 점점 늘어나는 한류팬을 이용해 해외 진출을 계획했을 것이다. 일본이라는 거대 시장은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보다 성공했을 때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에 충분히 모험을 해볼 가치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괜찮은 판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잘만 탑승한다면 케즈론을 찾는 일본 손님들이 급격히 증가할 테고 일본 도쿄의 중심에 매장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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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