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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유산-395화 (39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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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루나모스

“졸려요?”

“아니, 잠깐 생각 좀 한다고.”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쪽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댓글이 많았다. 그 말은 은비와 노을의 인기가 상승할수록 케즈론 화장품을 외국인들에게도 홍보를 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근데요. 오빠 얘기 페이스뷰에 써도 돼요? 오빠가 누군지는 말 안 하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할게요.”

유미는 아예 페이스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알리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댓글에 달리는 남자들의 관심이 귀찮은 거 같았다.

“내 얘기? 괜찮기는 한데 괜히 남자들한테 나 욕먹는 거 아니야?”

시황은 웃으면서 말했다. 욕먹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사실 시황은 그런 욕먹는 걸 좋아했다. 예쁜 여자와 사귄다고 할 때 생기는 질투심에 찬 악플은 시황을 가장 기쁘게 해주는 일이었다.

“아니에요. 절대로 오빠가 누군지 말 안 할게요.”

“말해도 괜찮아. 우리 유미가 쓰고 싶으면 써야지.”

사귄다는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고 글 쓰는 건 전혀 문제가 없었다.

“헤헷, 내일 바로 써야지.”

유미는 기분 좋게 웃었다. 시황과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좋아한다는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조금 더 외국인들의 동향을 알기 위해 시황은 유명인들의 페이스뷰를 돌아다녔다. 댓글의 트렌들과 그들의 관심사를 파악했다.

시황과 같이 앉아 모니터를 보던 유미는 새벽 4시가 넘어가자 잠이 오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함, 안 되겠다. 오빠 전 방에 돌아갈게요.”

유미는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을 입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옷을 벗고 있었지만 방으로 돌아갈 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옷을 입어줘야 했다.

“여기서 자고 가지?”

“저도 같이 오빠랑 부둥켜안고 자고 싶어요. 그런데 아침에 들키면 오빠 귀찮게 했다고 언니한테 혼나요. 언니 완전 엄마 같다니까요. 힝.”

“하하. 그러면 어쩔 수 없네.”

가볍게 툴툴거린 유미는 옷을 다 입고 마지막으로 시황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가벼운 키스를 마치고서야 유미는 아쉬운 표정으로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

시황이 새롭게 선보인 루카론 주름 개선 에센스는 신기하게도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강남에 있는 부유한 여성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그녀들의 모임에 가면 서로 사라진 주름을 자랑하기에 바쁠 정도였다.

루카론 열매에서 추출한 액을 상당히 희석 시켰음에도 효과가 대단히 좋아 불과 1주일정도만 발라도 조금씩 옅어져가는 주름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하게 주름이 사라지는 건 무리이지만 그 정도 효과만으로도 수많은 중년 여성들을 매료시켰다.

대기업 대표를 남편을 둔 49세의 김명선 또한 케즈론 카페와 화장품 예찬론자가 되어있었다. 김명선은 49세의 중년이라기엔 관리를 상당히 잘 받았는지 이제 50세가 될 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매끈하고 생기가 넘쳤다. 거기다 몸매 또한 흔히 상상으로만 하는 중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성숙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날, 간만에 대기업 사모님들이 오후 식사를 위해 강남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 모였다. 김명선 또한 평소보다 옷을 더 잘 차려입고 레스토랑에 갔는데, 이미 삼강그룹 회장 부인인 홍혜숙이 먼저 와서 다른 여성들과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김명선은 자리에 앉아 곧바로 얘기에 끼어들었다.

“나 얼굴 좀 달라지지 않았어?”

갑작스런 주제 전환. 하지만 이게 당연한 듯 주변에 있던 중년의 여성들이 큰 신경 쓰지 않고 한마디씩 던졌다.

“어머, 얼굴이 탱탱해지긴 탱탱해졌네. 또 보톡스 맞았니?”

뻔하디 뻔한 대답에 김명선은 가볍게 웃었다.

“요즘 누가 촌스럽게 보톡스같은 걸 맞니? 그거 맞으면 얼굴 팅팅 부은 것처럼 되는데. 너희 케즈론에서 신제품 나온 것도 모르고 있었어?”

“케즈론 신제품? 그게 뭐니?”

역시 아직까지 다들 잘 모르자 김명선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주름 개선해주는 에센스인데 그거 딱 일주일만 쓰면 주름이 점점 사라져서 나처럼 탱탱한 피부가 된다니까.”

"주름 사라진 게 보톡스를 맞은 게 아니라 케즈론 화장품 바른 거라고?"

주변의 중년 여성들이 놀라워했다.

"그래. 이번에 신제품 나왔거든. 너희는 그런 정보도 모르고 뭐했니?"

“요즘 정신없이 바쁘니까 신제품 나온지 몰랐지. 그러면 밥 먹고 가서 사야겠다. 안 그래도 요즘 주름이 늘어서 보톡스나 맞을까 했는데. 케즈론 화장품이 좋기는 좋아.”

김명선의 케즈론 예찬에 주변에 있던 중년 여성들이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 스킨, 로션도 김명선의 추천으로 비싼 케즈론에서 구입했는데 대단히 만족스러웠었다. 거기다 김명선의 피부도 이전과 다르게 생기 넘치고 탱탱함이 가득했다. 이런 걸 보고도 끌리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었다.

“케즈론?”

그런데 그런 중년 여성들 중 홍혜숙만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던 것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자 진아의 얼굴과 함께 시황의 얼굴이 떠올랐고 곧바로 케즈론이 뭔지 단번에 기억났다.

“어머, 언니 아직 케즈론 안 쓰는 거야? 어쩐지 언니 요즘 피부가 영 아니더라.”

“그 화장품이 그렇게 좋니?”

시황의 얼굴만 생각해도 홍혜숙은 속이 체한 듯 뭔가 꽉 막히는 것 같았지만, 의외로 케즈론 화장품이 상당한 호평을 받자 궁금함에 질문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홍혜숙도 여자는 여자인지라 피부, 미용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었고 관심도 많았다.

“어휴, 말로 하면 입 아프지. 내 피부 보이지? 내가 옛날에 수억 투자하고도 엉망이던 피부가 케즈론 화장품을 쓰자마자 싹 낫지 뭐야? 언니도 그때 유명한 의사 소개시켜 주고 그랬잖아.”

“아...”

기억났다. 확실히 옛날 그 안 좋던 김명선의 피부가 몇 달 만에 미혼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매끈매끈하고 탱탱해져 있었다. 겨우 화장품 하나로 저렇게 된다고? 홍혜숙은 진아가 써보라고 갖다 준 화장품을 시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충 서랍에 처박아 둔 것도 연달아 떠올랐다.

“피부 때문에 병원에 가느니 케즈론 화장품 쓰는 게 훨씬 절약도 되고 좋다니까. 병원에 아무리 돈 갖다 받쳐봐야 낫지도 않는데 뭐하려 병원을 가.”

마치 다단계 화장품이라도 팔아먹는 것처럼 김명선의 입이 쉬지를 않았다. 귀가 가벼운 사람이라면 당장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케즈론 화장품을 찬양하다 시피 했다.

한참 케즈론 화장품 얘기를 하는 사이 차례대로 음식이 나왔다. 고급스러운 그릇에 담긴 요리가 테이블을 채웠다.

“아, 그거 들었어?”

“뭐? 무슨 일 있어?”

옆에 있던 한 중년 여성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뭔가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려고 하자 단번에 김명선도 목소리를 낮추고 되물었다.

“케즈론 화장품 대표 말이야. 키가 180이 넘는데, 키만큼 성기도 얼마나 큰지 조금만 붙는 바지를 입어도 거기가 구렁이가 있는 것처럼 툭 튀어나온다는 거야.”

“어머, 정말? 거기에 박히면 완전 끝장나겠네? 우리 남편은 거기가 조그매서 이젠 느낌도 안 나. 느낌도.”

“우리 남편도 그래.”

주변의 중년 여성들이 자기 남편도 그렇다면서 크게 웃었다. 나이 있는 중년 여성들의 모임이다 보니 성적인 얘기도 거침이 없었다. 특히 김명선은 혀로 입술을 훑으며 웃는 게, 옆에 시황이 있기라도 했다면 당장 옷을 벗기고 그 구렁이 같은 성기를 직접 맛볼 기세였다.

홍혜숙도 그 얘기를 듣고 있으니 시황의 얼굴이 떠오르며 구렁이 같은 성기가 절로 상상이 되었다. 직접 만나서 매몰차게 대한 딸의 남자 친구 성기 얘기를 이렇게 들으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 시황의 성기로 음탕한 얘기가 오가던 중, 김명선도 자기가 아는 정보를 슬쩍 풀었다.

“케즈론 화장품 대표가 서울대를 수석입학 한 건 알고 있지? 그러다 보니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나오기만 하면 세상이 깜짝 놀랄 화장품 비법을 어마어마하게 가지고 있는데 일부러 안 내놓고 있다는 거야. 한 번에 다 내놓는 거보다 이렇게 신비주의로 점점 인기를 끌다가 나중에 주식 상장할 때 확 풀겠다는 거지. 그렇게 모인 돈으로 세계에 매장 내면서 한 번에 기세타면 화장품 시장을 단번에 잡아먹어 버리는 거고.”

어디서 들은 건지 김명선은 시황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조만간 일어날 것처럼 목소리를 낮춰 은밀하게 얘기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도 이태리나 유럽에 있는 명품 화장품 브랜드가 생기는 거네?”

“그렇지, 그렇지.”

우리나라에도 명품 화장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중년 여성들의 기대에 김명선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케즈론 화장품이 상장을 안 해서 그렇지 사실 지금 있는 화장품만으로도 세계 시장을 단번에 휘어잡는 건 일도 아니야. 너희들도 써봐서 알지? 그 성능이 제대로만 알려지면 물건을 못 구해서 난리일 걸?”

그리고 김명선은 동시에 지금 있는 화장품만으로도 케즈론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말해주었다. 여긴 실제로 화장품을 써본 사람들이 있다 보니 허황된 거처럼 보이는 김명선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김명선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수억 원을 들여도 회생이 되지 않았던 피부가 케즈론 화장품으로 낫고 나서는 찬양을 넘어 신앙심과 비슷한 마음까지 가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몇 십만 원 하는 게임기를 산 사람조차도 큰 애정을 가지고 대립하는 게임기를 쓰는 사람과 싸우는 일이 흔한데, 직접 기적과도 같은 일을 체험한 김명선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케즈론 카페에서 파는 커피. 너희도 마셔봐서 알지? 이것도 한 번만 먹으면 다른 커피는 싸구려 같아서 입에 들어가지도 않아. 이 카페도 마케팅만 잘해서 세계적으로 확장하면 단번에 업계 1위인 스타북스도 무조건 넘어설 걸? 케즈론 대표는 잘만 키우면 황금알 낳는 거위처럼 진짜 대박 되는 거야.”

“몰랐는데 듣고 보니 대단하네. 하나만 가져도 대박인 아이템을 케즈론 대표는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우리 딸내미 요즘 하는 거 없이 놀고만 있는데 미리미리 케즈론 대표하고 인사라도 시켜야겠다. 결혼만 하면 세계적인 회사의 회장이 될 남자가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거잖아? 거기다 화장품 신제품 나오기 전에 쓸 수도 있고. 어머, 생각할수록 더 탐나네.”

김명선의 말대로만 된다면 분명 시황은 여기 있는 대기업 부럽지 않은 세계적인 대기업의 회장이 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특히 화장품만 하더라도 원가와 판매 가격이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세계로 진출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올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가총액을 가진 회사 중 하나인 피치 사만 보더라도 제품원가 20만 원 정도의 스마트폰을 100만 원 가까이 팔면서 타 회사에 비해 압도적인 순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시황이 파는 화장품은 만원이 채 될까하는 원가로 1000만 원에 파는데다, 교체주기가 2년인 스마트폰에 비해 화장품 사용 기간은 더 짧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 잠재력을 측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들 기업을 운영하는 남편을 두다 보니 그런 쪽으로는 계산이 빨랐고 어느새 분위기가 딸이 있으면 시황과 꼭 엮이게 해야겠다는 여론이 슬슬 생겨나고 있었다. 시황이 전혀 의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홍혜숙은 당황했다. 처음 시황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는 서울대 수석 입학이라는 타이틀 말고는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고 카페도 겨우 한, 두 개 가지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남자였다. 당연히 삼강그룹과 맞지 않을 정도로 보잘 것 없었기 때문에 다시는 진아와 만나지 못하게 따끔하게 말을 해줬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그게 아닌 듯 했다. 나름 난다 긴다 하는 한국 대기업 회장 부인들이 모여 서로 먼저 딸을 만나게 할 거라는 걸로 소란스러워지는 걸 보면 장차 크게 될 놈인 거 같기는 했다.

만약 김명선의 말대로 돼서 화장품과 카페 시장을 세계적으로 휘어잡기라도 한다면 격을 따지고 들 상대가 아니었다. 만약 진아가 시황과 헤어졌는데 그렇게 성공해버린다면 배가 아파 끙끙 앓아도 이상치 않을 수준이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시황이 세계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자본만 들어간다면 한국 명품 화장품 시장과 카페 시장을 휘어잡는 데는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아 보였다.

어찌됐든 홍혜숙의 생각과 다르게 대단한 남자인 건 분명했다. 아까 성기 얘기를 들었을 때 진아 그게 그 맛 때문에 사귀는 건가 했더니 그런 건 아니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에는 진아가 비슷한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시황을 다른 여자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홍혜숙이 급해졌다.

홍혜숙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내가 말 안했던가?”

갑작스런 홍혜숙의 말에 대기업 회장 부인들의 눈이 모여들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시황을 가져야 한다는 탐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케즈론 대표랑 우리 딸인 진아랑 결혼할 사이야. 나도 나이를 먹으니까 한 번씩 이렇게 깜빡 한다니까.”

시황을 만나서 결혼 허락을 해주는 건 나중의 일이었다.

홍혜숙은 일단 저 탐욕부터 잠재우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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